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85)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86화(85/119)
치이익–!
한참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연구실.
미팅룸에서 연구실로 내려온 일행은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자세한 공정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안쪽에서 진행하고 있으니 이곳은 마음껏 구경하셔도 됩니다.”
한석준 길드장의 말에 최 이사는 방금 보았던 딸기를 떠올렸다.
순간 농담인 줄 알았던 규성의 말.
그러나 여기서는 실제로 딸기를 이용해 포션 제작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묻는 거지만…… 평범한 딸기가 아닌 거지요?”
“맞습니다.”
“혹시 최근에 들려오는 버프형 음식에 대한 소문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최 이사는 스스로도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게 부끄러워졌다. 사실 아라홍련 측에서는 그가 물은 것을 답해 줄 의무가 없을뿐더러 자칫 무례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최 이사의 표정을 읽었는지 한석준이 미소 지었다.
“그것도 맞습니다.”
“……그렇군요.”
차츰 퍼즐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
애초에 포션은 제작도 중요했지만 원재료가 가장 중요했다. 지분으로 따지면 거의 9할쯤.
분명 아라홍련 측에서는 이런 버프형 식품을 대량으로 공수할 장소를 찾았거나 각성자를 찾았음이 틀림없었다.
‘이규성.’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주인공은 바로 옆에 있는 이규성일 것이다.
그때 최 이사는 자신의 바짓단을 건드리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꼈다.
“먹어 보는 것이냐?”
어느새 아라가 딸기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최 이사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딸기를 건네받았다.
“고마워요. 잘 먹겠습니다.”
“응!”
근데 이렇게 함부로 받아서 먹어도 되나?
이곳에 온 이후로 계속해서 눈치를 살피는 입장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묘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보니 오히려 기대가 가득 담긴 듯했다. 최 이사는 딸기를 한 번 살펴보고 이내 입에…….
[마력 딸기 LV.1]마력이 담겨 있는 작물.
인체에 무해합니다.
섭취 시, 미약한 상처 수복 효과가 부여됩니다.
섭취 시, 미약한 해열 효과가 부여됩니다.
“!!”
아이템 표시!
소문으로만 들었던 버프형 아이템의 실체를 보자 저도 모르게 손이 멈췄다. 이내 설명을 읽자 어째서 딸기로 포션이 만들어진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각성자가 아닌 민간인들이 먹어도 효과가 좋겠군.’
직접 효과를 확인해 봐야 했다.
최 이사는 유심히 살피던 딸기를 한 입에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주변에서 묘한 탄식이 들려왔다.
“아아…….”
“그렇게 먹는 거 아닌데…….”
“…….”
왜 저런 반응을 보이지? 혹시 복용법이 따로 있는 건가?
의문을 느끼는 사이 딸기의 향이 입 안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내 힘껏 씹는 순간.
펑!
“음?!”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났다.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 최 이사는 이내 그 소음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는 사실 주변을 둘러보고 있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게 스스로의 착각으로 만들어진 현상.
‘이, 이 맛은…….’
최 이사는 워커홀릭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취미라고는 서핑밖에 없었는데 그것 또한 일에 밀려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인 만큼 다른 여타 각성자들과 달리 미식에 목을 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주룩-
“어, 어? 최 이사님?”
“으하하하! 최 이사가 눈물을 보이다니! 별걸 다 구경하는군!”
깊은 감동이 입 안에서 밀물처럼 밀려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행복이 다시금 느껴졌다.
상큼하면서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달콤함.
최 이사는 단 걸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딸기만큼은 수십, 아니 수백 개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딸기.
그러나 그 향만은 목 끝에 남아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치 꿈이 아니었다는 듯이.
“괜찮은 것이냐? 여기 또 있는 것이다.”
어느새 양손에 딸기를 쥐고 다가온 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물을 흘리는 최 이사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것이 달래 주려는 듯 보였다.
“아, 아…….”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눈치챈 최 이사가 슬쩍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아라에게 시선을 맞추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응! 많이 먹는 것이다! 맛있는 걸 먹으면 슬픈 것도 사라지는 것이다!”
기운차게 외친 아라는 이내 딸기를 건네주고는 도도도 달려가 규성에게 달라붙었다.
“나도 먹고 싶은 것이다! 원래 맛있는 건 같이 먹는 것이다!”
“하하. 그래. 다 같이 먹자.”
“오오! 아라야! 역시 너밖에 없구나! 으하하하!”
뜻밖의 횡재를 하게 된 강한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왔다. 그리고 한석준과 정소연도 은근슬쩍 끼며 얌전히 규성이 먹을 걸 나눠 주길 기다렸다.
“…….”
최 이사는 받은 딸기를 손에 쥔 채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알 수 없는 간질거림이 그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 * *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테러 길드 최 이사와의 만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는 자그마한 거래를 하나 하게 됐는데 내 포션의 양산화에 성공한 이후 포션을 공급받는 대신 그에 맞는 대금과 앞으로 던전 토벌에 있어서 공조하기로 했다.
테러 길드장의 긍정적인 회신도 이미 받아 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테러 길드와 동맹을 맺을 수 있었군요. 역시 이규성 각성자님은 저희 길드의 보물입니다.”
“길드장님이 어째서 이런 정보를 숨기지 않으시나 하셨는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군요.”
“규성 님의 능력은 낭중지추.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대단한 능력입니다. 차라리 계약 기간 동안 저희도 최대한 꿀을 빨아야죠.”
한석준이 꿀을 빤다고 말하자 왠지 어색했다.
이미 퍼 줄 대로 퍼 준 양반이 꿀을 빤다고? 마치 십만 원 줄 테니 천 원짜리 빵을 사 오고 남은 돈은 가지라는 이상한 소리로 들렸다.
‘서로 윈윈이긴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내가 꿀을 빨고 있지.’
어쨌든 이번 건에 한해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최 이사의 말에 따르면 딸기 포션 양산화 연구에 테러 길드 측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고 대금도 넉넉히 치러 준다니 이제 정말 돈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아직 양산을 해 봐야 알겠지만 포션 하나당 싸게 잡고 300만 원으로 잡으면…….
‘하루에 3,000만 원! 물론 길드에 일정 부분 비율이 떼이겠지만!’
거기다 원가는 거의 0에 가까웠다.
나는 씨앗만 심고 슬라임들이 전부 길러 주니 노동비도 없었다.
이제 나도 재벌인 건가 하며 시시덕거리자 정소연이 슬쩍 말을 걸어왔다.
“규성 씨.”
“아, 예! 무슨 일이신가요?”
“저번에 저희 길드 측으로 백태섭 대표님이 연락을 하셨었거든요.”
“아! 아드님이신 백승현 각성자께서 거의 다 완치했다는 이야기요!”
“맞아요. 덕분에 철혈 대표님께서 규성 씨 소식을 거의 매일 묻고 있어요.”
마침 오늘 길드에 오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워낙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전해 듣는 게 늦었는데 정말 잘된 일이었다.
“한번 찾아가야겠네요.”
“지금 바로요?”
“백 대표님도 공사가 다망하시니까 따로 날짜를 잡는 게 좋겠네요.”
“아마 규성 씨가 만나자고 하면 모든 일 제쳐 두고 바로 뛰어오실걸요?”
“하하. 그건 제가 너무 죄송하죠.”
“그리고 또…….”
정소연이 약간 미안한 얼굴로 뜸을 들였다.
왜 그러지 싶어서 기다리자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희 보육원 아시죠?”
“물론이죠. 저번에 방문한 이후로 통 연락을 못 드렸네요.”
“이번 연말에 보육원 행사를 작게 하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라랑 같이 와 주실 수 있나요? 바쁘시면 무리해서 오실 필요는 없어요.”
“오오! 홍준이 볼 수 있는 것이냐?”
내 옆에 달라붙어 있던 아라가 두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요즘 너무 바빠서 생각을 못 했는데 아라는 다솜 보육원 아이들이 첫 인간 친구들이겠구나.
갑자기 너무 무신경했나 자책이 들었다.
“가겠습니다. 연말이면 정확히 언제죠?”
“12월 23일이에요. 토요일이요.”
“확인했습니다.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네요?”
“죄송해요. 너무 급하게 부탁드려서.”
“아,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말을 하던 나는 문득 나온 김에 한번 들러 볼까 생각했다. 마침 내 가방에는 보끔이와 수많은 작물들이 담겨 있었다.
‘갑자기 찾아가면 실례일까?’
미간을 좁히며 고민하고 있을 때 정소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에요. 모두 좋아할 거예요. 마침 지금 보육원에 방문하려 했는데 바로 이 소식부터 알려 줘야겠네요.”
“오, 소연 씨.”
“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보육원에요?”
“예. 나온 김에 인사도 좀 드리고, 아라도 친구들 본 지 꽤 된 거 같으니 겸사겸사…….”
“그럼요! 당연히 되죠. 오히려 기뻐요!”
정소연이 방방 뛰며 진심으로 기쁜 듯 외쳤다.
평소에는 참 어른스러운데 가끔씩 보이는 이런 모습들이 제 나이대의 모습을 띠었다.
그러고 보니 선아랑 나이가 같았나? 아니, 한 살 위?
새삼 더 어리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아라홍련의 1팀장이라니…….
“크흠!”
그때 한석준과 달리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한울 형님이 슬쩍 기침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도 같이 가도 되나?”
“네? 2팀장님이요? 갑자기 왜요?”
정소연이 정말로 왜냐는 듯 순수하게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도 보육원 후원자야! 그렇게 이상할 건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갑자기 따라오신다길래 그러는 거죠. 2팀장님은 그렇게 규성 씨가 좋아요?”
말을 하던 정소연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스윽 웃었다.
“콩고물 노리시는구나?”
“무, 무슨 소리!”
이제 보니 내가 가진 작물을 노리시는 것 같았다. 누가 보면 굶기는 줄 알겠어.
‘우리 가족들 제외하면 가장 많은 작물을 받으시는 분이…….’
혼자서 먹을 양은 충분히 되고도 남을 텐데 매일 허덕이는 걸 보면 혼자만 드시는 게 아닌 것 같기도?
“같이 가시죠.”
“으하하! 역시 규성 동생! 동생밖에 없어! 1팀장은 보고 좀 배우게!”
“네, 네. 운전은 2팀장님이 해 주세요.”
“오오오! 가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정이지만 바쁜 건 아니라 괜찮았다. 굳이 찾으면 할 일이야 많은데 대부분 슬라임들이 알아서 해 주니 상관없었다.
그렇게 한울 형님의 차를 타고 보육원에 도착하자, 갑작스런 방문임에도 모두가 반겨 주었다.
“아이고, 오랜만이에요.”
“하하. 죄송합니다. 자주 연락드렸어야 하는데. 잘 지내셨죠?”
원장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이 아라도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뛰어다녔다.
“행사에도 오신다고요?”
“예.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규성 씨가 오시면 대환영입니다.”
대화를 하며 슬슬 가방을 열어 볼까 하는데 갑자기 아라가 도도도 달려왔다.
“이규성규성!”
“음? 왜?”
“나도 저거 하고 싶은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자 아이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춤? 율동?
“아, 행사 때 보여 줄 춤이네요. 합창도 준비하고 있죠.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잘 타이르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행사에 그런 것도 있군요.”
“너무 속된 말 같지만 후원해 주시는 분들 눈에 들어야 하니까요. 귀여운 모습을 최대한 어필하는 거죠. 결국 후원금이 있어야 우리 애들도 제가 보살필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정부 보조금으로는 턱도 없죠.”
너무나 솔직하신 원장 선생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 숫자만 백 명이 넘어 보이는데 당연한 말이긴 하지.
“사실 우리 소연이 덕분에 여기저기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아이들도 많이 보살필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무려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300명이요?”
“정확히는 324명이에요. 많죠?”
확실히 많았다.
왠지 선생이 많다 싶었는데, 그 수가 확실히 이해가 되는 숫자였다.
그때 내 옆으로 왔던 아라가 다시 도도도 달려가 춤을 추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져 나는 슬쩍 원장 선생님께 여쭸다.
“행사 참여할 때 아라도 데려올 생각인데, 혹시 아라가 같이 춤을 춰도 될까요?”
“아라요? 물론이죠!”
너무나 쿨하게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원장 선생님에게 내가 오히려 당황해 버렸다. 아니 그래도 되는 겁니까?
“아라만큼 귀여운 아이가 있으면 오히려 좋죠! 당장 연습해 봐요!”
“예? 예에…….”
의욕 넘치는 원장 선생님의 모습에 슬쩍 걱정이 되었다.
아라야, 너 춤 자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