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86)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87화(86/119)
“자, 하나, 둘. 하나, 둘.”
뒤뚱뒤뚱 따라 하는 아라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신체 능력도 뛰어나고 웬만한 건 다 잘하면서 춤추는 건 어설픈 게 귀여웠다.
그렇게 아라의 춤을 구경하면서 나도 나름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크흠. 규성 동생, 내가 좀 도와줄까?”
“예. 고마워요.”
지켜보던 한울 형님이 내가 꺼내는 식재료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사람들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느껴졌다.
그렇게 대충 간식 준비가 끝나 갈 때쯤 어딘가에 다녀온 정소연이 내게 말했다.
“규성 씨, 갑작스런 일인데 지금 백태섭 대표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철혈 대표님이?”
“아무래도 테러 길드 최 이사님이 저희 길드에 방문하셨던 게 알려졌나 봐요. 철혈 길드는 항상 테러 길드를 예의주시하다 보니…….”
“백승현 각성자님도 오시는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해독이 됐다고는 하지만 백승현 각성자님은 서포터 계열 각성자라 재활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거든요.”
그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으리으리한 차량이 보육원 부지로 들어왔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백태섭 대표가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백 대표님도 보육원 후원자세요.”
“그건 몰랐네요.”
“모르실 만해요. 최근에 후원을 시작하셨거든요. 사실 이것도 규성 씨 덕분이에요.”
“예? 제 덕분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내가 갸웃거리자 정소연이 살며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백태섭 대표님께서 완전히 규성 씨의 포로가 되셨나 봐요. 저희 보육원이 규성 씨랑 인연이 있다는 걸 확인하시고는 통 크게 후원해 주시더라고요.”
“아, 좋은 일이네요.”
“백대표님이 후원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금액보다는 영향력이 대단하신 분이라…….”
하긴 다솜 보육원은 이미 정소연과 아라홍련의 후원을 톡톡히 받고 있을 터였다. 돈이 부족한 보육원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백태섭 대표가 후원해 준다는 사실만으로 금전적인 도움뿐 아니라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철혈 길드는 비유가 아니라 진짜 그룹기업 산하 길드니까.’
우리는 미리 차량을 향해 마중 나갔다.
원장 선생님도 소식을 듣고 나오셨는데 나를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규성 씨, 나이스.”
“?”
뭐, 내 덕분에 철혈이 후원을 해 준다니 나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지.
차가 멈추고 이전에 본 적 있는 얼굴이 차에서 내렸다.
백태섭 대표와 그의 비서였다.
“아이고! 규성 님!”
백 대표님은 나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더니 격렬하게 포용했다. 갑작스런 일에 비서가 뛰어와서 백 대표님을 막았다.
“대, 대표님…….”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백대표님을 나는 차마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 그의 심경을 얼추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
10년에 가까운 세월. 더 이상 방도나 차도가 없다고 생각한 자식의 생명을 갑작스레 나타난 내가 구했으니 말이다.
“규성 님! 그동안 얼마나 연락을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이거! 이거 보이십니까!”
대뜸 핸드폰을 꺼내 사진들을 보여 주는 백 대표님이었다. 사진에는 그의 아들인 백승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점차 호전되는 과정이 보이고 있었다.
“이게 다 규성 님 덕분입니다! 정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대, 대표님. 일어나 주세요.”
이제는 대뜸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시는 백 대표님이 곤란했다. 기쁜 건 알겠는데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침 내 작물을 전부 옮긴 한울 형님이 이 광경을 발견했다.
“영감이 왜 여기에! 기어코 규성 동생을 납치하려고 온 건가, 이 지독한 영감!”
형님, 상상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결국 한울 형님의 발언에 폭발한 철혈 길드의 비서가 투닥거리는 가운데 대표님이 조심스레 무언가를 내게 건넸다.
“이건……?”
“규성 님이 저번에 슬라임과 연관된 아이템을 찾으시는 것 같아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부디 받아 주시죠.”
“아!”
나도 까먹고 있던 걸 백 대표님은 신경 써 주고 계셨다. 이건 좀 감동인데.
건네는 물건을 받아서 곧바로 확인해 보았다.
귀해 보이는 상자에 담겨 있었는데 각종 첨단 장치가 달려 있었다.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한 거지?
“거기 버튼을 누르면 상자가 열립니다.”
띡!
말해 주는 대로 버튼을 누르자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영문 모를 동그란 무언가가 있었다.
[정체불명의 슬라임 조각]평범하지 않은 슬라임이 남긴 조각입니다.
심상치 않은 마력을 품고 있습니다.
생명의 박동이 느껴집니다.
얼핏 보면 파란색 보석같이 생겼다.
그리고 반짝이는 표면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나 문자 따위가 유려하게 적혀 있었다.
뭐지 이건?
전혀 쓰임새를 모르겠다. 분명 슬라임과 연관된 것이긴 한데…….
‘먹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복용 효과도 없고, 무엇보다 생명의 박동이 느껴진다는 문구가 의미심장했다.
“일단 귀하게 챙겨 오긴 했지만 저희로서는 용도를 찾을 수 없더군요. 하지만 내포된 마력의 양은 7급 마석과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이라고 판별되었습니다.”
“7급?!”
“7급이요?!”
옆에 있던 정소연마저 깜짝 놀라 외치고 말았다. 그만큼 7급 마석의 위명은 높았다.
‘7급 마석은 최소 20억이다, 최소!’
근데 그런 7급 마석보다 마력량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석처럼 써먹을 수는 없겠지만 백 대표님의 말대로 절대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
“이런 걸 주셔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죠. 사실 7급 마석의 마력이라고 했지만 마석으로 사용할 수는 없기에 그 가치는 더 떨어집니다. 물론 활용 방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슬라임에 대해 잘 아실 규성 님이 챙기는 게 낫다고 봅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냉큼 감사를 표했다.
백 대표님의 말대로 7급 마석이었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웠겠지만 이 아이템은 아직 정확한 용도가 파악되지 않은 수수께끼의 물건.
우선은 받아 두는 게 좋지.
아라가 보고 뭔지 알 수도 있을 테니까.
“규성 동생! 이제 파티를 시작하자고! 으하하하!”
어느새 철혈의 비서와 어깨동무를 한 한울 형님이 나를 불렀다. 조금 전까지 둘이 싸우고 있지 않았나? 어느새 또 저렇게 친해진 거야?
한울 형님의 기이한 친화력을 뒤로하고 보육원 건물로 향했다. 어느새 배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원장 선생님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키려 하자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것보다 저희도 어서 먹죠!”
기다리던 정소연과 한울 형님이 냉큼 배식받는 줄에 섰다.
“대표님도 간단히 요기라도 하시죠?”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음식이 내 물건이라는 걸 눈치챈 대표님이 미안한 얼굴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아, 그리고 대표님이 저번에 말씀 주신 피자도 완성됐습니다. 설마 오늘 만날 줄은 몰라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네요.”
“허어! 그 약속을 기억하고 계셨던 겁니까?”
“대표님도 저에 대해 기억하고 계셨잖아요. 저는 사실 슬라임 아이템에 관한 건 까먹고 있었거든요. 하하.”
기왕 이렇게 된 거 던전에 한번 초대해야겠다. 재료만 있다면 밖에서도 화덕을 빌려 피자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을 백 대표님과 요양이 필요한 백승현 각성자님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싶었다.
‘온천이 도움이 되겠지.’
둘 모두에게 말이다.
백 대표님과 친해져서 나쁠 건 전혀 없으니 이 기회에 점수나 많이 따야겠다.
“오오! 이건 대체……. 너무 맛있군요!”
저 반응을 보면 이미 점수를 많이 딴 것 같지만…….
어느새 춤 연습을 하던 아라도 내 옆에 와서 열심히 먹고 있었다. 두 볼이 빵빵한 게 꼬집고 싶어졌다.
“어때, 아라야? 춤은 재밌어?”
“재밌는 것이다! 다 같이 하니까 좋은 것이다!”
앞으로 자주 들러서 친구들이랑 어울려 주게 해야겠다.
“춤? 아라가 춤을 배우고 있습니까?”
“아, 오늘 우연히 들렀는데 아이들이 연말에 있을 행사를 위해 춤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라도 거기에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백 대표님이 음식을 먹다가 말고 아라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러든 말든 아라는 자신의 앞에 수북이 쌓인 먹을거리를 후르륵 집어삼켰다.
“춤, 춤이라…….”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라가 춤추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귀여울 것 같아서요.”
과연 그게 다일까?
그런 것치고 백 대표님의 눈은 냉철한 사업가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철혈 길드, 아니 철혈 그룹 산하에는 엔터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무엇이냐?”
어느새 탑처럼 쌓인 그릇들을 앞에 둔 아라가 내가 가지고 있는 상자를 가리켰다. 던전에 가서 보여 줄 생각이었는데 아라가 관심을 보인 김에 한번 보여 주기라도 해 볼까.
띡!
버튼을 누르자 아까처럼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보석이 있었다.
“오오!”
그런데 아라는 슬라임 조각보다는 상자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버튼 한 번에 로봇이 변신하듯 뚜껑이 열려서 흥미를 끈 모양이다.
“아라야, 이 상자 안에 있는 거 뭔지 알겠어?”
“웅?”
상자의 겉만 구경하던 아라가 드디어 슬라임 조각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거리낌 없이 손을 뻗어 왔다.
“어어, 아라야.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응!”
해맑게 대답한 아라가 슬라임 조각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저거 손에 닿으면 몸에 안 좋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백 대표님이 미리 경고해 주셨겠지?
아라가 이리저리 슬라임 조각을 들고 확인하자 백 대표님도 흥미가 일었는지 시선을 집중했다.
“오오오!”
“오, 뭔가 알아냈어? 뭔데?”
“예쁜 것이다!”
“…….”
아라라면 뭔가 알아봐 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귀엽기만 한 반응에 어색하게 침묵했다.
“뭔가 간질간질거리는 것이다! 이규성규성! 이거 내가 가져도 되는 것이냐?”
“어? 어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라의 얼굴에 차마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반응에 백 대표님은 제정신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자랑 같이 가져가. 여기 넣어 두는 게 좋으니까.”
“오오!! 상자도 주는 것이냐! 역시 이규성규성이다!”
결국 아라에게 슬라임 조각을 줘 버렸다.
물론 아라한테 준다고 그게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여전히 내가 관리하는 거지만.
“규성 님. 아무리 아라가 대단한 사역마라고 해도 저 물건이 뭔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요. 아라는 튼튼해서 웬만해선 다치는 일도 없어요. 저 아이템이 어지간히 위험한 게 아닌 이상 걱정 안 해도 될 거예요.”
여차하면 포식으로 그냥 먹어 치우면 그만이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귀한 물건을…….”
“아, 그 뜻이었군요. 하, 하하.”
하긴 백 대표님 입장에서는 뭔진 모르지만 무려 7급 마석과 견줄 만한 마력을 지닌 아이템을 내게 선뜻 건넨 건데 그걸 순진한 아이에게 준 셈이니 황당하실 만도 했다.
“애초에 슬라임 관련된 아이템을 찾은 이유가 아라한테 주려고 한 거라 목적대로 된 거긴 해요.”
“으음? 그, 그 뜻은 아라가 설마……?”
백 대표님은 아라가 슬라임인 걸 모르셨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아라가 슬라임인 걸 아는 사람은 우리 길드원들과 가족뿐이었다.
“허어.”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아라를 바라보는 백 대표님이었는데, 입을 뻐끔거리는 것이 뭔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간신히 참는 기색이었다.
외형만 보면 아기 호랑이의 귀가 달린 소녀였으니 도저히 슬라임을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었다.
“오! 이규성규성!”
“응? 왜 불러?”
“이거 뭔지 알 것 같은 것이다!”
“어!?”
상자와 함께 슬라임 조각을 유심히 살피던 아라가 돌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