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89)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90화(89/119)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어안이 벙벙해 있을 때 마침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규성 씨! 어서 오세요. 제가 같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오랜만이네요.”
백 대표님의 비서였다.
그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하며 이내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근데 사람들이 많네요.”
“모두 감사를 표하러 왔죠. 다들 알고 있거든요. 규성 씨 덕분에 저희 백승현 각성자가 치료됐다는 걸.”
아직 언론에는 드문드문 찌라시처럼 흘러나오는 정보가 다였지만 길드원들은 다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함께 차를 타고 왔던 오민주가 슬쩍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해요, 규성 님. 정말로 감사해요.”
“아, 아니 그게…….”
도통 내가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을 때 감수성이 예민한 몇몇 사람들도 슬쩍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실례를…….”
“오민주 각성자님. 먼저 안에 들어가 보세요. 규성 씨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여전히 눈물을 보이며 사라지는 오민주를 멍하니 바라보자 비서가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런 일에 죄송합니다. 사실 오민주 각성자님은 백승현 각성자의 약혼자입니다.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죠.”
“아!”
왜 오민주처럼 유명한 각성자가 직접 나를 맞이하러 왔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감정이 격해지는 것도 이해가 갔다.
“두 분이서 함께 던전을 토벌하며 각별한 사이가 되셨죠.”
“두 분 정말 잘 어울리네요. 백승현 각성자님이 나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하하. 모두 규성 씨 덕분이죠. 자, 가시죠. 대표님과 백승현 각성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대표님께서 마중 나오려고 하셨는데 안쪽에서 준비하시느라 이렇게 제가 나오게 됐습니다.”
“준비?”
내가 의문을 토해 내자 비서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웃으며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주위를 철혈 길드원들이 둘러싸며 함께 들어갔다.
팡!
퍼버벙!
“엥?”
들어가자마자 터지는 폭죽 세례에 정신이 없었다. 곧이어 팡파레가 울리며 드럼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들려왔다.
아니 이게 대체 뭔 일이래.
조용히 와서 축하만 해 주고 가려 했는데 아예 성대한 행사를 준비해 버린 모습이었다.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가운데 누군가 덥석 나를 끌어안았다.
“하하하! 규성 님! 오셨군요!”
“백 대표님.”
“오늘은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저어엉말로! 감사드립니다!”
백 대표님은 나를 끌어안은 채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아니 지금 보니까 아예 사역마들까지 소환해서 들러리를 서게 하고 계셨다.
“가, 감사합니다.”
“음?”
내가 좀 어색하게 감사를 받자 내 기색을 살핀 백 대표님이 이내 손을 들어 휘저었다. 그러자 소란스럽던 연주가 순식간에 끝났다.
“규성 님, 혹시 너무 소란스러웠던 건 아닌가 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예에. 괜찮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귀가 멍했다.
그런 내 기색을 눈치챘는지 백 대표님은 안절부절못하며 내 안색을 살폈다.
날 기쁘게 하려고 애쓰신 백 대표님에겐 감사하지만 예상 못 한 일이라 부담이 더 컸다.
“크흠.”
백 대표님이 어디론가 눈치를 줬다.
그러자 어느새 거대한 케이크의 탑을 들고 오던 사람들이 부랴부랴 커튼 뒤로 사라졌다.
“…….”
“자, 그러면 저희끼리 오붓한 축하의 시간을 가질까요?”
어느새 팡파레를 부르던 악단도 슬금슬금 사라지는 모습.
어색한 공기가 살며시 주변을 감쌀 무렵 나는 그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오오.’
철혈 길드는 대한민국 1위를 다투는 길드인 만큼 웬만한 길드원들은 전부 유명인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업계에 소속된 사람인 만큼 일반인은 모를 수 있는 사람들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면면을 살피는 사이 저 멀리 언제쯤 등장해야 하나 고민하듯 어정쩡하게 서 있는 백승현이 보였다.
안색이 창백했지만 멀쩡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해독은 끝난 듯 보였다.
“아.”
마침 나와 눈을 마주친 백승현이 다급히 다가왔다. 그런 그를 아까 전에 보았던 오민주가 부축해 주고 있었다.
걷는 모습이 여전히 어색했는데 전투 계열 각성자인 시영 형수님과 달리 재활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백승현 각성자님?”
“아…….”
백승현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서 그간의 고통이 간접적으로 느껴져 순간 감정이 요동쳤다.
과채즙을 줄 때는 그저 사람 하나 살린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실감이 전혀 없었으나 막상 이런 모습을 보자 상대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승현이 내 손을 붙잡고 허리를 숙여 왔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렇게 무사하신 모습을 보니 저도 눈물이 날 것 같네요. 무사히 몸을 치료하셨으니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곁에 있던 오민주가 입을 가린 채 울고 있었다. 어느새 백 대표님도 고개를 슬쩍 돌려 눈물을 훔치고, 주변의 다른 길드원들 또한 각자 반응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규성 각성자님!”
“우리 승현이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이제 우리 정말 행복하게 살자!”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백승현이 눈물을 닦아 내며 어설프게 웃었다.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규성 님께 감사를 표하는 자리가 이상하게 변해 버렸네요.”
“아닙니다. 백승현 각성자님의 완치를 축하하는 자리죠. 그리고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확인한 나였다.
곧바로 배낭에서 보끔이를 꺼낸 나는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과채즙, 그리고 이곳에 온 진짜 이유.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 왔다.’
고소고소로 만든 숙성시킨 도우, 그리고 직접 기른 토핑 재료들, 마지막으로 알프헤임의 꿀까지.
“잊지 못할 파티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 * *
용산의 어느 골목.
무언가를 주섬주섬 준비 중인 3인조가 긴장한 기색으로 대화를 이어 갔다.
“형님, 정말 문제없겠지요?”
“문제가 있으면? 뭐 어쩔 건데?”
“으음…….”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둘 다 준비 끝났지? 아티팩트 가면 잊지 말고 지금 써라.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절대 쓸데없는 말은 꺼내지 마.”
“후우.”
긴장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3인조는 모두 각성자였다. 그러나 전부 모종의 이유로 길드에서 쫓겨나고 범죄자가 된 이들이었다.
그러나 전혀 얕볼 수 없는 것이 이 중 가장 강한 이는 무려 5급에 달하는 각성자였다.
3급 지원 계열 각성자, 4급 전투 계열 각성자, 5급 소환 계열 각성자.
이들은 지금 강도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다.
“출발하자.”
“……네.”
그들의 목표는 용산 각성자 용품점이 몰려 있는 건물.
각성자 용품은 하나하나가 굉장한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각성자 관련 용품은 암시장도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었기에 장물을 팔 때도 큰 걱정이 없었다.
물론 그런 만큼 치안이 좋지만, 5급 각성자 정지환은 그러한 점을 노렸다.
치안이 좋다는 생각으로 인한 방심을 통해 강도를 실행. 그 뒤에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기에.
정지환, 그는 이번 일을 위해 온갖 몬스터를 사역하고 왔다. 그리고 그렇게 사역한 몬스터들의 능력으로 장물을 옮기고 도망치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이 녀석들은 그냥 혹시 모를 일을 위해 불렀지. 원래 혼자 할 수 있는데 말이야.’
여차하면 버리고 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타락한 3인조 각성자가 범죄를 실행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인물도 용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프레이와 슬라임들, 그리고 곰곰이에게 인사를 마친 아라는 밀짚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채 슬라임 던전을 나왔다.
“음!!”
화이팅 가득한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쥔 아라였다.
그렇게 항상 규성과 지나왔던 산길을 지나 거리로 내려온 아라는 지나다니는 차들을 보며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흔들어도 차가 갑자기 멈추는 일은 없었다.
“왜 안 멈추는 것이냐!?”
항상 규성이 이런 식으로 차를 세워 탔던 걸로 기억하는 아라가 쌩쌩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보며 볼을 부풀렸다.
그렇게 10분 정도 손을 흔들고 있자 결국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이 좋게도 택시였다.
“음? 택시 잡니?”
창문을 내리고 말하는 택시 기사의 말에 아라는 당당하게 외쳤다.
“용산!”
“용산?”
“용산으로 가는 것이다!”
당당하게 말한 아라는 조수석을 향해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택시 기사는 다시 물었다.
“용산? 용산으로 간다고?”
“응!”
“혼자서?”
“응!”
“똘똘한 아가씨네.”
택시 기사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아라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나올 때 챙긴 가방을 살폈다.
그 안에는 슬라임 조각이 든 상자와 이런저런 보물(잡동사니)이 들어 있었다.
창밖을 보자 규성과 함께 봐 왔던 꽤나 익숙해진 광경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규성이 없다는 사실이 아라에게는 묘하게 느껴졌다.
“벌써 보고 싶은 것이다!”
“응?”
갑작스런 아라의 말에 기사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미 아라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추억을 되짚으며 오자 어느새 용산에 도착했다.
“고마운 것이다!”
“꼬마야, 돈은?”
“돈?”
차에서 냉큼 내린 아라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꺼내서 건넸다.
“음?”
“안녕~!”
“어, 어……! 꼬마야!”
택시 기사는 아라가 건넨 물건과 아라를 번갈아 보다가 이내 도도도 사라지는 아라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가 받은 건 방울토마토가 가득 담긴 봉투였다.
“허, 허허…….”
그렇게 첫 번째 관문을 넘긴 아라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넓은 것이다!!’
규성과 같이 왔을 때는 항상 붙어 다녔기에 길을 확인할 이유가 없었다. 해서 이끄는 대로 가기만 하면 됐기에 이 정도로 넓다고는 생각 못 한 아라였다.
도도도!
이리 뛰고.
도도도!
저리 뛰며 주변을 살핀 아라는 이내 눈에 익은 건물 하나를 발견했다.
“예쁜 언니!”
정소연이 오토바이 헬멧을 줄 때 갔었던 건물이었다. 분명 저기서 캠핑용품을 샀던 기억이…….
일단 아는 장소가 나오자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서는, 우연찮게도 뭔가가 막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쿠웅!
와장창!
“와악!”
“경찰 불러! 119! 119!”
건물 근처에 도착하자 엄청난 소란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런 소란 속에서 아라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두리번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건물이 흔들렸다.
사람들이 황급히 대피하고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는 게 보였다.
“아이고!”
넘어진 노파.
그리고 그런 노파의 위로 거대한 건물 잔해물이 떨어졌다.
“안 돼!”
“아아!”
“할머니! 일어나세요! 위험……!”
먼저 빠져나와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안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 순간.
터억!
아라가 가뿐하게 잔해물을 손으로 막아 냈다.
“?!”
“에!?”
조그마한 소녀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양손으로 받친 채 서 있는 모습은 실로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라는 아무렇지 않게 갸웃거렸다.
“괜찮은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