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91)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92화(91/119)
정지환은 눈앞에서 일어난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10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소녀가 무려 5급 몬스터인 불꽃늑대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
아니 이제는 아예 배까지 드러내 놓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옳지, 옳지. 착한 것이다.”
그래. 불꽃늑대가 미쳐 버려서 발라당 누워 있는 거야 그렇다 쳐도 왜 저 아이는 불에 타지 않는 거지?
불꽃늑대를 맨손으로 만지고 있음에도 전혀 뜨거워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 정지환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했다.
“혀, 형님…… 저거 어떡합니까?”
“…….”
그러나 옆에서 말을 거는 녀석으로 인해 이게 현실임을 자각했다.
“네가 처리해.”
“네?”
“네가 가서 처리하라고!”
4급 육체 계열 각성자, 김흥수.
그는 이미 전과가 여럿 쌓여 있는 폭력범이었다. 같은 각성자를 홧김에 두드려 팬 횟수만 열 손가락에 다 못 꼽을 정도.
그러나 그런 그조차도 어린아이를 공격할 수는 없었다.
“아니, 형님. 그, 그래도 어떻게 저런 아이를…….”
“그럼 뒤에 있는 놈이라도 빨리 처리하라고!”
만신창이인 상태로 간신히 서 있는 차시현을 본 김흥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뛰어나갔다. 차시현도 정체 모를 소녀보다 당장 뛰어오는 김흥수를 응시하며 자세를 잡았다.
“뒤져라!”
“싸우면 나쁜 것이다!”
“억?!”
아라가 지나쳐 가려 한 김흥수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자 그대로 철푸덕 엎어진 김흥수가 눈에 불을 켜며 외쳤다.
“이 꼬맹이가!”
“얼굴에 쓴 가면이 멋있는 것이다. 나도 갖고 싶은 것이다!”
“이게 미쳤나!”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온 김흥수가 아라를 잡아 던져 버릴 생각을 하며 일어났다. 아라는 그런 김흥수를 보며 그대로 뛰어올라 가면을 낚아챘다.
“으억!”
“오오!”
가면을 뺏은 아라가 그대로 가면을 썼다.
그러고는 가슴을 펴며 당당히 외쳤다.
“나쁜 사람들은 내가 혼내 주는 것이다!”
“이, 이 녀석이!”
얼굴이 드러난 김흥수가 아라를 향해 거칠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아라는 재빠르게 옆으로 비키는 동시에 작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꽁!
“으악!”
가볍게 툭 때렸음에도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지른 김흥수. 그런 김흥수를 보며 정지환이 그대로 굳었다.
‘각성자?’
이제 보니 동물의 귀가 달려 있는 게 보였다.
육체 계열 각성자라 판단한 정지환은 곧바로 다른 사역마도 소환했다.
“칼날제비! 저 녀석을 공격해라!”
소환된 새 형태의 몬스터가 곧바로 아라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속도를 늦추더니 그대로 아라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았다.
-짹짹.
“와, 귀여운 것이다!”
“이익! 뭐 하는 거냐, 칼날제비! 당장 공격하라고!”
아라의 무시무시한 친화력을 모르는 정지환으로서는 지금의 사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라의 친화력은 소환자인 정지환과 몬스터 사이의 주종 관계조차 부숴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물건 다 챙겼습니다! 아니,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일……?”
가게를 터느라 뒤늦게 밖으로 나온 지원형 각성자가 쓰러져 있는 김흥수와 불꽃늑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버, 벌써 각성 경찰이 온 겁니까!?”
“닥쳐!”
“어? 근데 웬 어린애가…….”
정지환은 인정할 수 없었다.
아무리 본신의 능력은 보잘것없는 소환 계열 각성자라 해도 무려 5급 각성자였다. 중소길드의 간부급은 충분히 될 수 있는 상위 각성자.
그런 그가 고작 아이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김흥수, 이 새꺄! 빨리 안 일어나!”
“으으.”
김흥수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비틀 일어나다가 이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소리쳤다.
“으아아아!”
각성 능력을 사용한 듯 몸이 울긋불긋해지며 1.5배는 거대해진 모습. 그리고 전과는 달리 인정사정없이 아라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흠!”
아라도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더니 그대로 김흥수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쿵!
“에?”
“저, 저, 저…….”
2m의 거한과 허리춤에도 오지 못하는 아이의 주먹이 부딪혔으나 결과는 명백히 아라의 우위였다.
부딪힌 순간 주르륵 밀려난 김흥수는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지만 도저히 힘으로 아라를 이길 수 없었다.
“말도…… 안 된다…….”
전체 각성자의 비율로 따지면 4급 각성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상위 바로 밑 체급인 만큼 상위 10대 길드의 길드원으로는 우습게 들어갈 수 있는 스펙.
그런 그가 정체 모를 어린 소녀에게 밀린다는 건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흐으읍!”
이내 힘껏 숨을 들이켠 아라가 힘을 겨루던 상대의 팔을 순식간에 붙잡아 그대로 업어 쳤다.
콰앙!
바닥이 부서져 나가며 주변이 흔들렸다.
그 잠깐의 실력 행사에서 느껴지는 거력에 지켜보던 정지환과 나머지 한 명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불꽃늑대! 뒤를 노려라!”
일말의 가능성을 품고 가만히 있던 불꽃늑대에게 명령을 내려 보았지만, 불꽃늑대는 자리에 앉아 뒷발로 귀를 긁기만 했다. 마치 누가 뭔 소리 했나? 하는 반응이었다.
“혀, 형님. 대체 왜 사역마가 말을 듣지 않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으니까 닥쳐. 쓰읍, 안 되겠다.”
만약 저 꼬마가 김흥수를 손봐 준 다음에는 저항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사역마가 말을 듣지 않으니 정지환은 그저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했다.
-아, 아! 거기 안쪽에 있는 각성자들! 모두 투항해라!
그리고 때마침 들려오는 스피커 소리.
아라의 존재로 인해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다.
어느새 경찰이 온 듯했기에 정지환은 옆에 있던 공범에게 거칠게 말했다.
“가방 내놔.”
“네?”
“가방 내놓으라고!”
강제로 공간 확장 배낭을 빼앗은 정지환은 별다른 수가 없음을 느꼈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또 다른 5급 몬스터를 소환했다.
-히히힝!
팬텀스티드, 즉 유령마였다.
5급이라는 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무력은 0에 가까운 몬스터. 그럼에도 5급인 이유는 신출귀몰한 은신 능력과 민첩성 때문이었다.
유령마가 작정하고 은신하면 무려 7급 각성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은신 능력에 모든 게 몰빵된 몬스터.
그렇기에 정지환은 일이 꼬여도 무조건 탈출할 자신이 있었다. 거의 수억에 가까운 돈을 들여 간신히 사역한 이 유령마!
“에? 형님, 그런 사역마가 있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
상대의 말을 무시한 정지환은 가방을 챙긴 채 그대로 유령마의 등에 올라탔다.
누가 봐도 혼자서만 도망치려는 모습에 공범인 3급 각성자가 허우적거렸다.
“아, 아니 형님! 저, 저도 데려가셔야죠!”
“너까지 태우면 느려지잖아. 할 일 없으면 내려가서 시간이나 끌어.”
“이, 이 나쁜 놈아!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내가 붙잡히면 네 신상도 다 까발릴 거야!”
“어차피 이 정도 물건이면 해외에서 몇 년은 도피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들 수 있겠지. 그러게 왜 나를 믿었냐. 모든 걸 남한테만 맡기면 안 되지.”
“이, 이, 이……!”
정지환은 유령마를 타고 그대로 허공에 떴다.
곧이어 유령마의 고유 특성인 유체화를 사용하려고 할 때.
“나쁜 사람들은 내가 다 잡는 것이다!”
영문 모를 소리를 한 아라가 갑자기 입을 크게 벌렸다.
뭐지? 싶던 찰나에 정지환은 거대한 마나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건……?!’
심상치 않은 기류에 재빨리 도망치려 했으나 아라가 한발 빨랐다.
곧이어 푸른 광선이 아라의 입 앞에서 생성되며 그대로 정지환을 직격했다.
콰아아아—-!!
-히히히힝!
깜짝 놀란 유령마와 브레스에 맞은 정지환이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죽을 정도의 충격은 없었지만 워낙 갑작스런 일이라 정지환은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도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시야가 하늘색으로 물들며 이내 온몸이 아팠다.
마치 마법 계열 각성자의 마법을 정통으로 맞은 느낌이었다.
쿵!
추락한 유령마와 정지환.
그리고 아라는 그런 둘에게 다가갔다.
“히익!”
이제는 아라가 도저히 작은 소녀로 보이지 않는 정지환은 겁에 질려 아픈 몸임에도 거리를 벌리려 바닥을 기었다.
그의 눈에 아라가 악마처럼 보였다.
“괜찮은 것이냐? 힘 조절은 한 것이다!”
아라는 정지환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쓰러진 유령마를 위로했다. 다행히 유령마는 다치지 않은 듯 그저 푸르륵거리며 아라에게 머리를 비벼 댔다.
“딸기를 먹으면 몸이 낫는 것이다! 여기 딸기 먹는 것이다!”
가방에서 딸기를 꺼내 유령마를 먹이는 모습.
그사이에 차시현이 어느새 경찰들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했다.
“여기입니다!”
“응? 저 꼬마 애는……?”
“저 아이가 절 구해 주고 범인들을 전부 잡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예에??”
어느새 잔뜩 몰려든 사람들이 쓰러진 이들과 몇몇 몬스터, 그리고 아라를 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아라는 유령마에게 딸기를 주다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나쁜 녀석들을 모조리 혼내 준 것이다!”
“…….”
“맞습니다! 저분이 전부 해냈어요!”
모두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오직 두 눈으로 직접 보았던 차시현만 호응해 주고 있었다.
가면을 쓴 아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들 보는 것이냐? 오! 내 가면이 멋있는 것이냐!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헤! 헤! 헤!”
* * *
각성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종종 일어나곤 하지만 이번에는 매스컴에 크게 보도가 되었다.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도 음지에서만 일어나는 게 다반사이지만 이번에는 민간 구역에서 대놓고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자칫 인명 피해도 발생할 수 있었기에 더 화제가 되었다.
“실제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어야 할 상황이었지.”
사건 현장을 둘러보던 각성특공대 소속 박경헌 경감은 연행되어 끌려가는 각성자들을 살폈다.
각각 5급, 4급, 3급 각성자.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전력이었다.
특히 5급의 경우 그가 소속된 특공대 내에서도 본인을 제외하면 한 명밖에 없었다.
‘아직 조사가 덜 됐지만 무려 5급 몬스터를 2마리나 소환했다. 나였으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
박경헌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1대1의 상황에서 정지환과 싸웠어도 확률은 반반. 거기다 4급 육체 계열과 3급 지원 계열까지 있었다.
결과는 필패.
박경헌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5급 각성자로서 자부심이 있었으나 그는 자기객관화가 확실했다. 애초에 그렇기에 그가 상위 각성자임에도 공무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 오! 내가 가져도 되는 것이냐?”
“그, 그게…….”
“하나는 이규성규성 주는 것이다! 깜짝 선물 하나 준비된 것이다!”
박경헌은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범죄자들의 증거 용품으로 늘어놓은 가면을 붙잡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라가 있었다.
뚜벅뚜벅 다가간 박경헌을 확인한 순경이 경례를 올리며 그를 맞이했다.
“알아봤나.”
“그게…….”
곤란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는 순경을 본 박경헌은 이내 아라를 보았다.
“와아, 험상궂게 생긴 것이다.”
“너는 귀엽게 생겼구나.”
“헤헤, 나는 귀여운 것이다.”
자화자찬하는 아라를 보며 박경헌이 갑자기 양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아라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워 넣어 들어 올렸다.
“꺄하하.”
“……넌 대체 정체가 뭐냐.”
“움? 아라인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 둘의 대치는 박경헌이 내려놓는 것으로 끝났다.
“보호자는?”
“그게……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아, 이규성규성이라는 말을 자꾸 하던데 이규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보호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규성이라…….”
“어어어어–!!!”
갑자기 아라가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아라에게 집중되었다.
아라는 어느새 모자를 벗어서 살피고 있었는데, 호랑이 귀가 쫑긋거리는 게 귀여웠다.
“어어!?!”
“왜 그래, 꼬마야?”
“모자가…… 모자가……!”
두 눈이 크게 뜨인 아라가 밀짚모자를 움켜쥔 채 외쳤다.
“이규성규성이 선물해 준 모자가 찢어진 것이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