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95)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96화(95/119)
각성 본부에 용건이 있는 오민주와 헤어지고 아라홍련으로 향했다.
길드에 도착하자 나는 곧바로 간부 회의실로 불렸다. 이쯤 되니 슬슬 내가 그냥 길드원인지, 아니면 간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오셨습니까, 규성 님.”
“왔군, 규성 동생!”
회의실 내부에는 한석준 길드장뿐만 아니라 여러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정소연을 제외한 간부급 인원들은 전부 모인 느낌.
“앉으시죠.”
1팀의 고강연 부팀장이 자신의 옆자리를 내게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아라를 품에 안은 채 일단 자리에 앉았다.
“회의가 이미 진행 중이기에 이규성 각성자님께서는 끝나고 따로 다시 전달 사항을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그럼 이어서 하겠습니다.”
중국 광저우시 시에 위치한 인색의 던전.
주 몬스터는 고블린. 딱히 특별한 것 없는 2급 몬스터.
그러나 던전의 보스인 붉은 고블린이 무려 9급에 달하는 몬스터였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균열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황이라고 합니다.”
2팀의 부팀장 이해솔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가리킨 화면에는 거대한 틈이 벌어진 붉은 문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침음을 흘리며 사진을 지켜봤다.
“한 가지 특이점은 외관상 이미 진즉에 던전 브레이크가 진행됐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몬스터가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흐음.”
“그것참 특이하군. 역시 평범한 던전이 아닌 만큼 일반적인 패턴을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그때 화면이 넘어가며 다른 사진이 나왔다.
그곳에는 생전 처음 보는 붉은색의 고블린이 찍혀 있었다.
저게 바로 인색의 던전 최종 몬스터.
수많은 7, 8급 각성자들을 중독시킨 칠죄종이었다. 용케 던전 안에서 사진을 찍었네.
“이 사진에 나오는 고블린이 바로 보스 몬스터인 마몬입니다. 놀랍게도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몬스터죠.”
“마몬!”
갑자기 아라가 내 무릎 위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아라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몰렸다.
“죄송합니다. 아라야, 조용히 있어야지.”
아라가 내 사역마임을 알고 회의장에 함께 입장 가능하게끔 편의를 봐주고 있는데 소란을 피우면 곤란했다.
아라는 화면에 나온 고블린을 삿대질하며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으나 내 눈빛을 눈치챘는지 입을 열지는 않았다.
……잠시만.
그러고 보니 아라도 칠죄종이다.
혹시 저 마몬이라는 이름을 지닌 고블린을 알고 있는 걸까?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면 일반 고블린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붉은 고블린 마몬. 무색무취의 강력한 독으로 원하는 대상만 지정하여 중독시키는 엄청난 몬스터입니다.”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브리핑이 이어졌다. 아라는 여전히 내 품 안에서 들썩거렸는데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라가 칠죄종인 건 되도록 숨겨야 해.’
아라홍련에 가입한 이후 웬만한 건 다 밝혔으나 아라가 탐식의 슬라임이라는 사실은 숨겼다.
“……결국 관건은 규성 님의 능력입니다.”
“응?”
칠죄종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내 이름에 정신을 차리자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제 곧 복귀하실 김시영 부길드장님과 철혈의 백승현 각성자님을 해독한 이규성 각성자님의 능력이라면…… 마몬을 토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맞는 말이다. 규성 동생의 해독제만 있으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지. 비록 독을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그 약간의 차이가 결국 마몬을 공격할 틈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왜 나를 간부 회의실에 참여시키면서까지 불렀나 했더니 이거 때문이었구나. 확실히 내 해독제라면 중독을 막을 수는 없어도 사람을 살릴 수는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인 점이 결국 중독을 막을 수 없으니 아무리 강한 각성자여도 중독되는 순간 전장을 이탈해야 했다. 게다가 마몬의 능력을 보자면 한 번에 수많은 각성자를 중독시킬 수 있는 녀석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내 해독제가 있다지만 과연…….
“해독제뿐만이 아닙니다.”
“오오.”
이해솔 부팀장이 화면을 넘겼다.
그러자 넘겨진 화면 속에는 익숙한 물건, 아니 음식들이 보였다.
각각 무슨 능력들이 있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모습들.
“저희 아라홍련은 이규성 각성자님이 가입한 이후 엄청난 실적 향상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모두 규성 님의 도핑 및 지원 물품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맞습니다. 규성 님의 아이템들 덕분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던전을 빠르고 안전하게 토벌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심지어 최하위급 던전의 경우 하루 두 번도 뛸 정도니 말을 다 했죠.”
고강연 부팀장이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에 모여 있는 십수 명의 다른 간부들도 모두 동의하는 기색.
그런 그들의 반응에 나는 어색하게 있기만 했다. 잠깐 ‘그 정도인가?’ 싶었으나 다시 생각해 보자 내 능력은 확실히 대단하긴 했다.
무려 각성 능력이 붙은 아이템을 양산할 수 있었다. 비록 시간 제한이 달린 버프 아이템이지만 시간이 다 되면 또 먹으면 될 일.
게다가 몇몇 농작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쓸모 있는 능력들이었다. 피부 미용 증진에 효과적인 오이 같은 걸 제외하면 그야말로 각성자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아이템들.
“우리에게는 해독제뿐만 아니라 이런 강력한 소비형 아이템이 있습니다. 그것도 소량이 아닌, 비축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량이죠.”
“으하하하! 역시 우리 규성 동생이 아라홍련의 복이다! 아니지! 이제 인색의 던전을 토벌하게 되면 전 세계의 복인가!”
“이번에 새로 나온 딸기 포션 덕분에 저희 팀 막내가 처음으로 5급 던전 토벌에 성공했습니다. 원래라면 5급 던전 토벌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임에도 말이죠. 이규성 각성자의 능력은 단순히 각성자 한 명 몫의 능력이 아닙니다!”
급기야 간부들이 들고일어나 찬양을 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도리어 품에 있던 아라가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찬양을 음미하고 있었다.
“더! 더 칭찬하는 것이다!”
“이규성 님 만세!”
“이규성 각성자님은 신이고 그분의 아이템은 무적이다!”
“으하하하! 규성 동생을 아라홍련에 누가 데려왔느냐! 바로 나란 말씀이야! 으하하!”
짝!
소란이 이어지려는 찰나 한석준 길드장님이 손뼉을 쳤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의 모습은 장난이었다는 듯 모두 착석하며 입을 다물었다.
“규성 님.”
“예, 길드장님.”
“들으셨겠지만 아무래도 이번에 규성 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혹시 납품량을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을까요?”
한석준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지금도 우리 식구들의 몫을 제외하면 대부분 납품을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새로 수확한 작물들은 아직 납품하지 않고 있긴 한데.’
탐식의 던전에서 기르는 고소고소, 상추, 양파, 마늘은 아직 납품한 적이 없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아직 마력 개량 단계라 다시 심을 종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슬라임과 꾸물이의 식량으로 쓰였다.
그것도 이제 곧 마력 농작물로 수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일주일 내로 마력 마늘은 수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당장 납품량을 늘리기에는 어렵고 일단 노력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비축은 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일단 중국에 있는 인색의 던전 토벌 준비에도 당장은 시일이 좀 걸릴 것 같으니 수시로 저희가 관련 소식을 보내겠습니다.”
“예.”
마침 액체 합성도 하루에 3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미리 해독제를 많이 만들어 놔야겠다. 당분간은 슬라임 합성보단 인색의 던전을 대비하는 게 낫겠지.
“브리핑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 *
외출한 김에 다솜 보육원까지 들렀다가 던전에 돌아왔다.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되었는데 뜻하지 않은 손님을 보게 됐다.
“왜 이렇게 늦게 와.”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선아가 품에 슬라임 한 마리를 쥔 채 괴롭히고 있었다. 조물조물할 때마다 찌그러지는 슬라임을 보면서 내가 묻자 선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아라에게 팔을 벌렸다.
“아라야! 언니 왔당!”
“이선아선아!”
아라가 도도도 뛰어가 폭! 하고 선아에게 안겼다. 그러자 이미 선아의 품에 있던 슬라임이 뀩! 소리를 내며 찌그러졌다.
“어쩐 일이냐니까?”
“동생이 좀 올 수도 있지. 그리고 오빠 보러 온 거 아니야. 우리 아라 보러 온 거지. 히히.”
“아니, 그건 그런데 시간이 시간이라 그렇지.”
아라의 볼에 자신의 볼을 마구 비벼 대던 선아는 갑자기 히죽하고 웃으며 아라를 품에 안은 채 내게 다가왔다.
“오빠, 너튜브 봐?”
“너튜브? 못 봐. 여긴 데이터나 와이파이가 안 터지니까.”
“흐흐흐.”
“뭐냐 그 웃음은.”
“오빠, 내가 저번에 찍었던 아라 영상…… 대박 났어!”
이건 또 뭔 소리야.
물론 선아가 정신없이 아라를 비롯한 우리 식구들을 찍은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영상을 편집해서 너튜브에 올린다는 것도.
그런데 한동안 영상도 더 찍지 않고 소식도 없었으면서 갑자기 대박이 났다니?
“어쨌든 그동안 반응이 없어서 시들시들하다가 갑자기 잘되니까 동기 부여가 됐다는 말씀.”
“아, 또 영상 찍으러 왔다?”
“그렇지.”
나는 팔짱을 낀 채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다가 이내 대충 손짓했다.
“알아서 해라. 근데 오늘은 이제 잘 거니까 영상은 내일부터 찍어.”
“벌써 자게?”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주 슬라임들이랑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구만?”
“몇 신데? 아직 10시밖에 안 됐네!”
“농부는 원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법이야. 지금도 늦었어.”
선아가 영상을 찍는 건 딱히 막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노는 모습만 찍으니까.
애초에 현 너튜브에는 던전 탐험을 비롯한 각성자 브이로그 등 온갖 영상들이 범람하고 있어 아라의 브이로그는 평범한 축에 속했으니까.
단지 차이점이라면 아라처럼 귀여운 애가 던전 브이로그를 찍는 건 없을 거라는 점?
‘흐흐. 우리 아라가 귀엽긴 하지. 대박이 날 만해.’
혼자 흐뭇해하고 있자 선아가 아라를 안은 채 냉큼 침대로 향했다.
“어어, 너 뭐 하냐?”
“뭐가?”
“아니 집에 안 가?”
“지금 시간에 어떻게 산을 내려가. 난 아라랑 잘 거야.”
내가 말문이 막힌 사이 아라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와아! 오늘은 여기서 같이 자는 것이냐?”
“응! 언니랑 같이 자자, 아라야?”
뻔뻔하군. 역시 내 동생이야.
하루쯤은 양보하기로 했다. 나야 뭐 아라랑 매일 하루 종일 같이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조금 씁쓸하긴 하군.
* * *
중국 상하이.
워낙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나라인 만큼 중국에는 수많은 각성자와 각성 관련 단체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곳 상하이에도 초거대 길드가 존재했다.
마천루라 불리는 빌딩. 실제 길드의 이름 또한 마천루였다.
그렇게 구름 위까지 치솟은 건물 상층부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끄응. 드디어 끝났네. 회의만 무려 13시간이라니…….”
“부끄럽지만 각성자가 아니었으면 바지에 지릴 뻔했어.”
“더러운 얘기는 다른 곳에서 하시죠? 불쾌하네요.”
각양각색의 인재가 참아왔 던 감정을 터트리며 숨을 돌렸다. 던전을 도는 것보다 회의가 더 힘들게 느껴지는 이들이었다.
“어쩔 수 없지.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인색이니까.”
“근데 13시간 동안 회의한 것치고는 아무 소득이 없지 않나? 마몬을 어떻게 막을 건데?”
“일단은 다른 길드에서도 대안을 생각하겠지.”
그렇게 소소하게 잡담을 나누거나 급하게 볼일이 있어서 먼저 떠나는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인 가운데,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 나와 라운지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인.
그녀의 행동이 별로 특별한 건 아니었으나 그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마천루 주인의 손녀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어머, 회의 끝났는데 바로 안 가셨네요, 아가씨.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이것만 보고 갈 거야.”
“조금만 보고 바로 진료부터 보러 가 봐요. 길드장님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픈 애한테까지 얄짤 없다니까.”
마천루 길드장의 손녀이자 무남독녀인 류천은 선천적으로 강한 마력을 지닌 각성자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 통틀어 유례없는 케이스로 태어난 그녀는 덕분에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8급 각성자가 되는 위엄을 토해 냈다.
그러나 강력한 힘에는 그만한 반작용이 따랐다.
태어나면서부터 각성을 했던 그녀는 강한 마력을 지닌 대신 몸이 약했다. 특히 기혈이 약했기에 조금만 마나를 무리하게 사용해도 각혈을 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그녀의 8급이라는 등급을 두고 외국에서는 허수아비 등급이라 놀림을 당하곤 했다.
“흐음, 아가씨.”
“…….”
13시간이나 이어진 긴 회의를 마치고 그녀는 곧바로 진료부터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가만히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자 말을 걸었던 여인이 다시 물었다.
“뭘 그렇게 보시는데요?”
“귀여운 꼬마랑 곰돌이.”
류천이 보고 있는 건 너튜브였다. 그러나 너튜브가 생소한 마천루 길드의 다른 이들은 그녀가 보고 있는 게 뭔지 몰랐다.
“동영상 사이트예요?”
“응.”
“귀엽긴 하네요.”
“오늘 새로 올라온 동영상이야. 오랜만에 올라와서 기뻐.”
류천의 표정은 무뚝뚝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희미한 기쁨의 감정을 읽은 여인은 슬쩍 미소 지었다.
“그거 다행이네요.”
어릴 적부터 별별 일을 겪으며 자란 류천이었기에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지금에 와서는 거의 메말라 버린 지경.
그런 류천을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봐 온 마천루 길드원인 여인은 오랜만에 보인 긍정적인 류천의 감정에 괜히 기뻐졌다.
“실제로 보고 싶어.”
“우리나라예요? 우리나라라면 길드에 한번 초청해 볼까요?”
“아니. 한국말을 쓰는 것 같아. 한국이겠지.”
“음,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가씨. 한국이면 바로 옆이니까 문제없을 거예요.”
“……괜찮아. 보고 싶지만 지금은 일단 조용히 응원하고 싶어.”
희미하게 화색을 띤 류천이 보고 있는 것.
그건 이선아가 올린 아라의 브이로그였다.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 볼 만지고 싶어. 머리 쓰다듬고 싶어. 안아 보고 싶어……(중략)
류천은 최근 아라의 브이로그 때문에 한국어까지 배우고 있었다.
덕분에 한글로 푸짐하게 댓글을 남긴 류천은 좋아요와 오프라인 저장까지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하루 10번 정도는 영상을 재탕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 중국에까지 팬을 만들고 있는 아라와 곰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