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99)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00화(99/119)
내 이름은 박치기. 슬라임이다.
그리고 오늘도 열심히 수련을 하는 중이다.
철푸덕!
후우, 힘들군. 하지만 포기할 순 없지.
다른 녀석들은 철없이 노느라 바쁘지만 난 단 하루도 수련을 쉰 적이 없었다.
우리 대군주님께서는 그저 우리가 노는 모습만 봐도 좋아라 하신다. 너무 상냥하신 우리 대군주님 덕에 저 녀석들은 하루 종일 밭에서 놀기만 했다.
하지만 이 몸은 다르지.
철푸덕!
이번 건 좀 나았군.
비록 눈에 띄진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숙달되는 내 박치기 실력이었다.
난 무려 대군주님의 인정을 받은 슬라임.
아직도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다.
처음 박치기라는 능력을 익혔을 때, 옥체에 직접 손을 대 보라고 하셨던 대군주님. 그리고 그 당시의 나는 일생일대의 박치기를 선보였었지.
훗,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우리 대군주님께서는 멀쩡하셨다. 워낙 대단하신 분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였지. 그러나 대군주님과 아라 님께서는 내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셨다.
무려 첫 박치기였음에도 그런 반응을 만들어 낸 나였다. 그런 내가 수련까지 했다면?!
꾸물?
옆에서 놀고 있던 녀석이 나를 구경하는군. 대부분 나를 별종으로 여기는 모양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 목표는 단 하나.
계속해서 수련을 거듭하는 것. 그래서 결국에 난…….
뾰롱! 뾰롱!
난!
하늘에 서겠다!!
대군주님과 아라 님마저 뛰어넘고 박치기로 세계를 제패하는 슬라임이 되겠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하극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천상천하 유아독존.
대군주님께서는 영원히 내가 섬겨야 할 대군주님이시고 아라 님 또한 영원히 아라 님이시다.
뭐? 말이 모순된다고? 난 그런 어려운 말 모른다. 조용히 해라.
다그닥- 다그닥-
-히히힝!
음! 대군주님께서 돌아오셨군. 다시 수련을 시작해야겠어.
“자, 얘들아! 다시 아까처럼 모여 봐!”
대군주님께서 부르신다!
당장 수련을 멈추고 기어 나갔다. 박치기를 했을 때와 같이 전속력으로!
후훗, 제가 1등이에요!
“너 혼자 엄청 급하게 오는구나. 어? 너 설마 박치기냐?”
꾸물!
하하, 역시 저를 기억하시는군요. 전 또 그날 이후로 저를 잊으신 줄 알았습니다!
“귀여운 놈. 그래, 너도 같이 가자.”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대군주님!
“돌을 좀 주워 와야 돼. 작은 부스러기라도 좋으니까.”
음, 돌이라!
돌이라고 하면 역시 나지! 지금껏 한 수련의 성과를 드디어 보여 주마!
꾸물! 꾸물!
“저번에도 느꼈던 거지만 엄청 활발하네. 음, 한 다섯 마리만 데려가면 되나?”
대군주님께서 손수 다섯 마리의 슬라임을 고르셨다. 난 나 이외에 나머지 네 녀석을 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늘 위에 서기 전, 그 첫 번째 목표!
돌을 주워라!
* * *
유난히 신이 나 보이는 박치기 녀석을 품에 안은 채 다시 광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알프헤임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견본 구하기가 시작되었다.
“흐음. 할 수 있겠는데?”
그사이 아버지는 입구를 만들 수 있는지 견적을 내고 계셨는데, 그런 아버지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혹시 꾸물이들이 도움이 될까요?”
“그건 생각 못 하고 있었다. 의사소통만 된다면 무조건 도움이 되지.”
“아라나 프레이가 말이 통하니까 한번 해 볼게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슬라임들과 요정들이 조금씩 부스러기를 꺼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가 흔히 아는 평범한 돌이었다.
“원래 그런 법이지. 게다가 이 아이들은 뭐가 광물인지 모를 테니까.”
영성이 형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하루 이틀 내로 끝날 일은 아닐 거야. 짧으면 일주일, 길면 몇 달, 아니 몇 년 단위지. 일단 입구만 넓혀지면 빨리 활용할 수 있는 광물들부터 캐내서 인색을 대비해야 돼.”
“몇 달, 몇 년…….”
하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경향이 있었다. 그동안 너무 날로 먹긴 했지.
‘작물은 길어 봤자 한 달인데 말이야.’
시간은 순식간에 지났다.
어느새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형, 그럼 여기서 계속 있으실 건가요?”
“아마 그래야겠지. 중간중간 길드랑 연락하는 걸 빼면.”
“그래도 괜찮아요? 던전에서 몇 날 며칠 지내는 게…….”
“오히려 좋아.”
영성이 형이 어느새 수영복을 챙기는 형수님을 보셨다. 일이 끝났으니 온천에 갈 생각이신가 보다.
“나는 일단 나가서 견적 좀 내 봐야겠다. 컴퓨터로 설계도를 확실히 짜고 오마.”
“예, 아버지.”
“낚시 도구는 두고 간다.”
그때 영성이 형의 두 눈이 반짝였다.
광물을 분석할 때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혹시 낚시 좋아하십니까?”
“음? 맞습니다. 혹시 그쪽도……?”
“하하, 맞습니다. 설마 아버님께서도 낚시를 좋아할 줄이야.”
“오오, 그럼 지금 잠깐 맛보기로 해 보실까요?”
금세 의기투합해서 낚시하러 가는 둘이었다. 그리고 성격 좋은 형수님은 어느새 선아를 꼬셔 아라와 곰곰이를 데리고 온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허허.”
참…… 그, 모두들 친해져서 보기 좋네.
절대 나만 빼놓고 가서 웃는 게 아니다.
……정말이다.
* * *
시간은 금방 흘렀다.
광산을 발견한 건 연말이었기에 어느새 해가 바뀌어 나는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
그러나 워낙 바쁘게 지낸 탓에 신정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못하고 흘려보냈다.
‘그래도 꽤 준비가 됐어.’
영성이 형의 조언을 듣고 만든 과채즙만 무려 60개 가까이 되어 갔다. 그 외에도 딸기 포션이 10개나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시로 길드와 연락한 결과 드디어 양산형 딸기 포션 제조에 성공했다고 한다.
비록 아직은 하루 생산량이 5개밖에 되지 않고, 내가 만든 딸기 포션보다 효과가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당장 급한 상황에서는 동아줄이 되어 줄 물건이었다.
“이규성규성!”
“어, 아라야.”
“짜잔~!”
“오, 뭐야?”
아라가 새로운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기세등등하게 자랑을 하는데 아무리 봐도 무거워 보이는 모자였다.
“뭐로 만들었어?”
“광물!”
어느새 광산에 있는 광물들도 여러 종류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건 총 네 종류였는데 하나는 가장 처음 발견한 마력이 흐르는 원석.
‘아라별이라고 이름 붙였지.’
나머지 하나는 아라별과 같이 반짝이는 원석 종류였고, 나머지 둘은 광물이었다.
사실 보석의 원석이나 광물을 따로 분류하는 법은 없지만 편의상 보석처럼 반투명하고 반짝이는 걸 원석으로 따지기로 했다.
중요한 건 그렇게 발견된 것들 중에 각성자의 장비로 사용할 만한 게 또 나왔다는 것. 바로 미스릴이라 이름 붙인 광물이었다.
‘매장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리고 지금 아라가 머리에 쓴 모자는 미스릴로 만든 게 아닌 다른 광물로 만든 것이었다.
마력이 흐르지는 않아도 마나 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귀한 광물로 추정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너무나 무거운 무게로 인해 각성자 장비로 사용하기에는 힘든 것으로 판별되었다.
“붙붙이가 만들어 준 것이다!”
“붙붙이가?”
광물 결합의 능력을 가진 붙붙이.
단순히 광물끼리 붙여 놓을 수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모양도 잡을 수 있었나?
이렇게 되면 붙붙이의 활용도가 훨씬 늘었다.
제대로 된 디자인 설계만 존재하면 굳이 장인들에게 맡기지 않고 붙붙이의 능력을 이용해 장비를 만드는 게 더 나을 수도…….
“다른 것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오, 대단하네.”
마침 밭일도 끝났겠다 한번 광산 쪽으로 가 봐야겠다.
“끄응?”
아라를 품에 안고 가려고 번쩍 들으려 했는데 몸이 휘청거렸다.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라를 다시 살펴보다가 웃고 말았다.
“모자 때문에 우리 아라 못 안아 주겠네.”
“헉!”
재빨리 모자를 벗어 손에 쥐는 아라.
그런데 손에 쥐고 있어도 안을 수가 없단다.
저 광물, 아다만티움이 각성자 장비로 사용하기 힘든 이유였다. 강도나 경도, 마나를 전도시킬 수 있는 특성까지 있음에도 그저 무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탈락할 정도.
‘아라가 확실히 힘은 세.’
나는 각성자이긴 하지만 고작 1급 수준의 마력을 지닌 터라 본신의 힘은 약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라는 아마 4급, 아니 5급에 가까운 힘을 지니고 있을 터.
다그닥- 다그닥-
“어? 아버지.”
“끄응차.”
마침 광산 쪽으로 가 보려 했는데 아버지가 그쪽 방향에서 오셨다. 골골이에서 내린 아버지는 피곤해 보이셨지만 만족스런 표정을 하고 계셨다.
“끝났다.”
“끝났다뇨? 설마 입구가 완성된 건가요?”
“그래.”
“오오!”
그동안 아버지가 꾸물이들을 이용해 꾸준히 광산의 입구를 트고 계셨다. 꾸물이들의 신비한 능력은 비록 느리지만 안전하게 입구를 트게 만들 수 있었다.
“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주 튼튼하다. 무너질 걱정은 없어.”
“고생하셨어요, 아버지.”
“그래. 난 이만 좀 집에 가서 쉬어 보련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선아와 달리 아버지는 수시로, 아니 거의 이곳에서 살다시피 작업을 진행하셨다.
덕분에 어머니의 눈초리가 조금 매서워지셨지만 그럴 때마다 어머니도 데리고 와서 아라의 재롱을 즐기게 해 줬다.
“영성이는?”
“아, 잠깐 길드랑 연락하러 나가셨어요.”
“그래? 같이 낚시 조금만 하다가 가려고 했는데.”
“집에 가서 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느새 영성이 형과도 낚시 친구가 되어 버린 아버지셨다. 결국 나도 종종 낚시를 하게 됐고.
“이번에는 다른 포인트를 좀 찾아봐야겠다. 아무리 좋은 곳이어도 좀 질리는 맛이 있어.”
“밭 앞에 냇물 흐르잖아요.”
“그런 데선 못 써.”
“온천에서 하시든가.”
“…….”
“농담이에요. 한번 찾아볼게요. 아마 짹짹이한테 부탁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안 그래도 광산에 가 보려고 했는데 입구가 완성되었다니 좀 살펴봐야겠다. 물론 입구가 갑자기 완성된 건 아니니 그 과정을 지금까지 함께 봐 왔지만 확인하는 건 또 별개지.
“그럼 다녀올게요.”
“오냐. 난 집에 간다.”
아버지의 인사를 들으며 골골이의 등에 올라탔다. 아라가 마구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이내 출발했다.
“다시 느끼지만 우리 아라가 깜짝 선물 준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헤헤.”
골골이와 멍멍이, 그리고 짹짹이까지.
최근 들어 이 셋의 존재감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골골이와 멍멍이는 말할 것도 없고 짹짹이는 날 수 있다는 엄청난 이점으로 우리가 가지 못하는 곳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었다.
주변 정찰은 물론 바위산 위에 난 식물이나 세계수의 가지 등을 물어다 오기도 하는 등 여러 잡일을 도맡아 해 주고 있었다.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밥 먹을 때만 오기 때문에 그때 부탁하지 않으면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하지만 뭐…… 행복하면 오케이입니다.
골골이를 타고 오자 순식간에 광산에 도착했다. 그러자 슬라임 하나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꾸물!
“여, 박치기.”
입구가 넓어진 이후부터는 나와 아라, 그리고 시영 형수님이라는 고급 인력이 광산에 투입되었다. 슬라임들이 비좁은 곳을 오갈 수는 있어도 힘이 약했기에 그동안 채굴이 잘 안됐는데 우리가 나선 이후로는 조금씩 진척이 이루어졌었다.
다만 단 한 마리의 슬라임만은 이곳에 남았는데 그게 바로 이 녀석, 박치기였다.
“대단한 놈.”
꾸물!
역시 절 인정해 주시는군요! 하면서 감동받은 듯한 저 박치기 녀석은 정말로 날 놀라게 만들었다.
[박치기(슬라임) LV.2]평?범한 슬라임이다.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박치기 LV.3
보이나, 저 레벨 3의 박치기가.
이 녀석은 무려 수련만으로 스스로의 능력을 성장시킨 돌연변이였다.
사실 인색을 대비한 해독제만 아니었으면 합성해서 레벨 업시키고 싶었는데 애써 참고 있는 중이었다.
철푸덕!
보이십니까, 대군주님! 제 기쁨의 세레머니가!
캐낸 광물에 박치기를 하는 게 보였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려 레벨 3의 박치기는 정말 단 1도 강해지지 않았다. 애초에 기본 능력치 자체가 약해서 벌어진 일 같은데 0에다가 아무리 높은 숫자를 곱해도 0이 되는 이치 같았다.
그래도 합성시켜서 레벨 업하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오, 이규성규성. 넓어진 것이다!”
“어디 봐 봐.”
열심히 광물에 박치기를 하는 녀석을 놔두고 광산 입구를 살폈다. 깔끔하게 마감 처리를 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아라의 말대로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으음…….”
“왜 그러는 것이냐?”
“일꾼이 필요해.”
“일꾼?”
제대로 된 입구가 생겨서 본격적으로 채굴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우리가 직접 하기에는 여러모로 힘들었다.
그렇다고 슬라임이나 요정들을 시킬 수는 없었고, 그나마 꾸물이들이 있었는데 이 또한 난관에 봉착했다.
‘아라별, 미스릴, 아다만티움에 닿으면 쪼그라들지.’
마나가 흐르거나 마나 전도의 성질을 지닌 광물에 닿으면 꾸물이들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을 잃었다. 아무래도 정령에 대해 강한 내성이 있는 듯했다.
결국 꾸물이도 일꾼으로 못 쓰게 되어 지금은 우리가 직접 캐고 있지만 곤란했다.
“응?!”
“왜 그래, 아라야?”
“멍멍이가 오는 것이다!”
귀가 좋은 아라가 쫑긋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한 5분쯤 기다리자 저 멀리서 멍멍이를 탄 영성이 형이 오고 있었다.
“귀도 참 좋아.”
“나는 귀도 좋은 것이다!”
5분 거리에서 난 소리를 듣다니 슬슬 아라의 능력이 무서워지는데.
“규성아!”
“예, 형.”
왠지 영성이 형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형은 멍멍이에서 내리지도 않고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 나갔다.
“인색이! 인색이 튀어나왔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