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7주 차 멘토링, 대인전 (5)
김호가 바람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내내 적 또는 아군으로 만나며 두 눈으로 지켜봤고, 당장 지난 스티커 대인전만 해도 바람 마법의 공로가 상당히 컸다.
바람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스킬.
홍연화가 위험한 순간마다 뒤로 빼 주거나, 쿠션처럼 충격을 완화해 주는 등 적절하게 보조해 주었고, 반대로 당규영의 움직임은 방해하거나 끊어놓는 범용성 높은 스킬이었다.
다만 바람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라, 그 위력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스킬 자체의 위력이 강하다기보다는, 김호가 컨트롤을 잘 살려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해서 바람 마법을 쓰더라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휘잉—
“으아아아—”
너무 쎄!
홍연화가 불어오는 강풍을 못 이기고 또다시 옆으로 밀려났다.
제자리에서 버텨 보려고 안간힘을 써 봐도 도저히 버텨지지가 않았다.
이렇게 홍연화를 두어 번 흔들어서 정신없게 만들어 놓고 다가오는 김호.
홍연화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손가락을 딱 튕겨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 콰아아아—!
김호가 치솟는 불기둥을 피해 슬쩍 물러났다.
뒤이어 날아오는 큼지막한 화염구들을 차례차례 하나씩 피하고, 또 손에 든 단창을 가볍게 긋는다.
– 휘잉—
“으아—”
이대로 계속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다간 마법진을 깔아 놓은 곳에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요새를 세우고 농성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떻게든 버텨야겠다고 생각하던 홍연화가 주변을 훑어보다가, 근처의 나무를 보고 반짝 무언가를 떠올렸다.
‘나무! 뿌리!’
땅속 깊이 뿌리 내린 나무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
내가 나무가 되면 돼!
오버히트로 강화된 육체 능력을 살려, 한쪽 발을 땅에 깊숙이 푹 박아 넣었다.
– 휘잉—
‘조, 좋아. 됐다.’
급조한 발상이 의외로 통했는지, 홍연화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는 했지만 밀려나지는 않았다.
그녀가 기우뚱거리는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화염 구체와 화살을 쏘아 보내려는 찰나,
– 휘이잉—!
바람이 한층 더 거세게 불어왔다.
그러자 이리저리 흔들리던 홍연화의 몸이 크게 한쪽으로 치우치더니, 바닥에 철푸덕 엎어지고 말았다.
“…….”
“…….”
홍연화는 엎어진 상태에서 생각했다.
‘누가 위에다 흙 좀 덮어 줘…….’
여기를 내 묏자리로 쓰고 싶다고.
그리고 묘비에는 이렇게 적히지 않을까.
홍연화, 이곳에 수치사로 잠들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호 역시 더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는 듯했는데, 그것이 홍연화의 수치심을 두 배로 증폭시켰다.
‘차라리 와서 크리스탈이라도 가져가…….’
하지만 이렇게 계속 엎어져만 있는 것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였기에, 결국 홍연화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김호는 항상 그렇듯 무덤덤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 눈빛에 어딘지 모르게 동정심이 깃든 것 같았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파, 파이어! 애로우!!’
– 화르르륵!
한시라도 빨리 전투를 재개하는 것이다.
홍연화가 불화살을 발사하자 김호도 거기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돼.’
자신은 벌써 처음 자리를 잡았던 곳에서 꽤 멀어진 상태다.
마법진을 잔뜩 설치해서 요새를 세워봐야, 술자인 본인이 요새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홍연화가 불화살을 계속 날리며 돌아갈 기회를 엿봤으나,
– 휘잉—
“허어엉.”
어림도 없다는 듯 맞바람이 불며 그녀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돌아가기는 글러 먹은 것 같으니 빠르게 포기하고.
홍연화가 아쉬운 대로 근처에 있는 마법진들을 발동시켜 김호를 견제했다.
– 콰아아아—!
불기둥이 솟구칠 때마다 마법진이 계속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다 소진해 버렸다.
이제는 김호가 다가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근접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거…….’
[크리스탈 73%]문득 스코어보드를 확인해 보니 그새 충전이 다 끝나간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홍연화가 철푸덕 엎어져서 수치심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크리스탈은 꾸준히 충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티면……?’
그리고 딱 27%만 더 충전하면 자신의 승리 아닌가?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 같았다.
한편, 김호 역시 흘긋 스코어보드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이내 도둑걸음을 시전하며 바닥을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혀 왔다.
‘오지 마!’
– 화르르륵!
홍연화가 화염구를 마구 던지고 용암 채찍을 휘둘렀으나 김호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그것들을 피해 냈다.
그리고 코앞까지 훅 거리를 좁혀 오더니 그녀의 팔뚝을 가볍게 붙잡았다.
곧 홍연화는 몸이 붕 떠오르는 부유감을 느꼈고, 빠르게 멀어져 가는 김호의 모습을 보았다.
알고 보니 멀어져 가는 것은 김호가 아니라 뒤로 날아가는 자신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기는 무슨.
‘그게 될 리가 없자나아아아—’
홍연화는 한참이나 더 뒤로 날아가다가, 저절로 점점 속도가 줄어들며 그 자리에 가볍게 착지했다.
데굴데굴 구르는 꼴이 되지 않은 건 김호가 바람 마법을 쓰면서 나름대로 배려를 한 덕분 같았다.
문제는 성소의 빛이 더는 자신을 비추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범위를 벗어난 탓에 성소와 크리스탈의 연결이 끊겨 버린 것이다.
크리스탈에 축적된 에너지가 줄줄 새어 나가며 머금었던 빛도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크리스탈 65%] [크리스탈 61%] [크리스탈 56%]실시간으로 뚝뚝 떨어지는 충전도.
충전되는 속도보다 방전되는 속도가 몇 배는 더 빠르다.
홍연화가 다급하게 성소의 범위 내로 돌아가려 했지만, 언제 따라왔는지 김호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
김호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지나가고 싶으면 나를 뚫고 가보렴.
홍연화는 울상이 되었다.
‘저걸 뚫고 지나가라고?’
어쩐지 대련이 갈수록 막막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결론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질 땐 지더라도 하나라도 더 얻어 가고 배워 가는 것으로.
포기할 생각이었다면 대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당규영이 둘을 짝지어 준 시점에서 했을 거다.
홍연화가 또다시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스티커 대인전이라고 생각하자.’
당규영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였지만, 아주 작은 빈틈을 파고들어 스티커를 떼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혹시 모른다.
그런 작은 빈틈이 생겨날지.
– 화르륵!
홍연화가 한 손에는 용암 채찍으로 변한 완드를, 반대쪽 손에는 불덩이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 불덩이를 집어 던지는 것과 동시에 채찍을 휘두르고 땅을 박찼다.
이중으로 김호의 주의를 끈 다음, 방어가 허술해진 쪽으로 빠져나가려는 심산이었다.
“…….”
김호가 몸을 슬쩍슬쩍 기울여 날아오는 화염 마법들을 피하더니, 마찬가지로 땅을 박차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홍연화는 즉시 방향을 틀면서도 계속 공격을 이어 나갔다.
– 화르르륵!
두 손으로는 마법을 난사하고,
두 발은 좌우로, 대각선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두 눈은 김호에게 고정한 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 든다.
그렇게 온 정신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다 보니,
‘저건…….’
아주 작은 빈틈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 빈틈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커져가는 중이었다.
김호의 움직임도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홍연화는 이내 그 이유가, 김호가 불길을 피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 싸움을 받아들일 때 암묵적으로 정했던, ‘화염 마법에 대미지를 입는다’는 전제 조건에 맞춰 주는 것이다.
그녀가 공격할 때마다 넓어지는 화염의 범위, 그에 반비례하여 좁아지는 김호의 행동 반경, 그로 인해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빈틈.
그것들을 계속 주시하며 공방을 이어 나가다가, 마침내 홍연화가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냈다.
‘지금!’
땅을 강하게 박차, 김호의 대각선 방향으로 쏘아져 나간다.
그러자 김호가 기다렸다는 듯 단창을 저었다.
– 휘잉—
‘아, 잠깐만. 설마.’
일부러 빈틈을 드러낸 척한 거였어?
다 연기였어?
돌이켜 보면 저 괴물 같은 인간이 고작 근처에 불이 조금 붙었다고 빈틈을 보일 리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서 간단한 함정에 그대로 걸려 버린 홍연화였다.
빠르게 쏘아져 나가는 홍연화를 물리력이 담긴 바람이 한 차례 크게 흔들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도 관성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다가, 커다란 거목에 머리를 콩 찧고 말았다.
“…….”
홍연화가 부딪힌 부분을 감싸 쥐고 몸을 웅크렸다.
김호가 다가오면서 물었다.
“미안, 괜찮냐.”
“개, 갠차나…….”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다.
눈물이 조금 맺혀서 그렁거렸지만 홍연화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이건 또 뭔 상황이야.”
당규영이 은신을 해제하며 나타났다.
어지간해서는 두 사람의 대련이 끝날 때까지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 어이없는 돌발 상황에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당규영이 홍연화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부딪힌 곳을 살폈다.
“머리 봐 봐……. 아이고, 혹 크게 났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김호를 째릿 노려본다.
“아잇, 그러게 바람 마법 적당히 좀 쓰라니까.”
“…….”
사실관계를 따져 보면 이건 어디까지나 사고였다.
머리를 찧은 데에는 격하게 움직인 홍연화와 그걸 바람 마법으로 흔든 김호, 둘 모두의 잘못이 있었다.
하지만 당규영이 보기에는 아무튼 저 악질적인 바람 마법이 무조건 잘못했다.
따라서 김호의 과실이 100대 0이었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혹을 보며 당규영이 판단을 내렸다.
“야, 이건 안 되겠다. 일단 나가. 나가서 보건실 가고, 송천혜랑 곽지철 들어오라 그래.”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