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7주 차 멘토링, 대인전 (7)
첫 경기를 차현주의 입장에서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크리스탈을 빼앗겨서 나를 뒤쫓아 갔고, 짧은 근접전을 벌이다 윈드포스를 맞고 뒤로 멀리 튕겨 나갔다.
재빨리 돌아와서 두 번째 근접전을 벌였으나 이번에도 윈드포스를 맞고 멀리 튕겨 나갔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화살을 마구 퍼부었지만, 나는 얄밉게 요리조리 피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크리스탈 충전이 끝나서 경기 종료.
전투다운 전투를 한 것 같지가 않으니 납득이 안 될 만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리벤지 매치를 하자며 찾아온 거고.
‘이번 주 할당량이 두 경기 더 남기는 했는데.’
나로서는 할당량을 채우고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면 누가 상대로 잡히든 거기서 거기다.
다만 순순히 차현주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이유 역시 없다.
따라서 내 대답은,
“싫은데?”
“뭐?”
나는 귀찮아 죽겠다는 투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네가 납득하고 말고가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납득 못 하면, 할 때까지 계속 붙어 줘야 돼?”
“……!”
“하여간 다들 나한테 뭐 맡겨 놓은 것처럼 군다니까.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그러자 차현주가 조금씩 스산한 기세를 흘렸다.
“……대인전으로 붙는 게 좋을 텐데.”
재경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교칙을 위반하더라도 싸움을 걸겠다는 뜻.
물론 나는 이런 협박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어떻게 싸우든 간에 내가 이기거든.
해서 강하게 맞대응했다.
“자신 있으면 해 보든가. 그땐 나도 안 봐주지.”
“…….”
차현주는 겉으로는 여전히 스산한 기세를 흘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나,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계산기를 두들겨 보는 듯했다.
나와의 첫 대결은 납득은 못 했어도,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보면 퍼펙트 게임.
경기 내내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내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상, 무턱대고 싸움을 걸기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는지, 차현주가 기세를 조금 누그러뜨리면서 물었다.
“그냥 한 판 붙지? 그게 어렵나.”
“어려운 건 아닌데, 괜히 하기 싫어지네. 남한테 부탁하러 와 갖고 태도가 별로야.”
“내 태도는 원래 이래. 신병철한테 들었을 거 아냐, 성질 더럽다고.”
알긴 아시는구만.
본인 입으로 본인 성질이 더럽다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차현주가 말을 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 주면 되는데. 무릎이라도 꿇을까?”
“그건 별로 안 보고 싶고, 그렇게 나랑 붙고 싶으면,”
나는 한쪽 손을 내밀었다.
“성의를 보이십쇼. 대전료.”
차현주가 멍하니 내 손을 내려다보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터뜨렸다.
“대전료? 네가 뭐라고 대전료를 받아.”
“내가 무슨 못할 말 했나. 자, 들어 봐라.”
나는 하나씩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어제 경기 비공개로 돌려줬지. 리플레이 팔아서 포인트 벌어도 되는데, 너네 멘토가 비공개하면 사례한다고 부탁해서 해 준 거고.”
“…….”
“내가 재경기 받으면 이것도 비공개로 진행할 거 아냐. 그럼 난 또 리플레이 못 파니까 또 포인트 손해지.”
“…….”
“내가 다른 사람이랑 매칭 안 잡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너랑 붙어 줘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 있으면 말해 봐.”
“……후, 알았어. 뭘 원하는데.”
결국 쏟아지는 팩트 세례를 못 견디고 두 손을 들어 버린 차현주.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원하는 걸 말했다.
“랭크업 E. 그 정도 되는 아이템은 받아야 수지가 맞겠다.”
“랭크업 E? 지금 장난해?”
차현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랭크업]은 스킬이나 특성의 랭크를 아무 노력 없이, 사용하는 것만으로 즉시 한 단계 올려 주는 아이템.따라서 E랭크라도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그걸 고작 재경기 받는 대가로 달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그러나 나는 정색을 하고 답했다.
“아니. 나는 한없이 진지한데? 싫음 말어.”
“…….”
“아, 계속 가만히 서 있었더니 이거, 막 좀이 쑤셔오네. 슬슬 대인전이나 하러 갈까 봐.”
– 뿌드드드득,
차현주가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이를 갈았다.
이내 인벤토리에서 둘둘 말린 양피지를 하나 꺼내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나한테 던졌다.
그리고 나는 가볍게 그것을 받아들어 확인했다.
[랭크업(E)]‘이걸 진짜 주네.’
일부러 크게 질러 놓고 조금 가치가 덜한 아이템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곧바로 랭크업을 턱 하니 내놓는다.
역시 유망주급은 배포부터 남다르다니까.
한편으로는 그놈의 자존심이 뭔가 싶기도 하다.
양지홍도 그렇고, 목종화도 그렇고.
재경기 한 번에 내놓을 아이템들은 아니었는데.
랭크업이 아깝기는 했는지, 차현주는 아까보다 더한 살기를 보내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따라와.”
“그럽시다.”
받은 만큼은 일해야지.
리벤지 매치가 성사되었다.
일부러 아레나에 학생이 적어지는 시간대를 골라 매칭을 잡았다.
차현주와 내 점수대는 거의 비슷한 편이라, 이렇게 하면 재경기가 잡힐 가능성이 대폭 증가한다.
과연 예상대로,
[김 호 543점] vs [차현주 508점]스코어보드에 각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차현주의 점수는 1경기 때 510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한테 지고 다음 경기는 이겼나 보다.
“…….”
차현주가 스코어보드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내더니 먼저 경기장 안으로 사라졌다.
뒤따라 순간이동 마법진에 발을 올리자 시야가 급변하고, 다음 순간 나는 초목이 무성한 숲 한복판에 서 있었다.
‘또 여기네.’
무작위 지형이라면서 자꾸 숲만 걸려.
[3] [2] [1] [Start!] [김 호 100%] vs [차현주 100%] [크리스탈 0%]‘크리스탈은 저기, 아니면 저쯤이겠지.’
나는 또 고인물의 경험과 감을 믿고, 크리스탈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차현주와의 1차전과 지금 벌어지는 재경기.
비공개 대결이라는 점에서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둘 사이에는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1차전은 경기를 치른 후에 비공개로 돌렸고,
이번에는 사전에 비공개로 돌리겠다고 합의한 뒤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다.
자신의 실력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걱정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숨겨 두었던 패를 아낌없이 꺼내서 쓸 수 있다.
지금쯤 차현주는 단검이 아닌 활을 들고 숲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중일 거다.
‘나도 눈치 안 봐도 되지.’
꽉 움켜쥔 주먹에서 검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내 몸에 흡수되며 막대한 힘을 부여했다.
[인페르노 피스트] [오버히트]게임 센터에서 얻은 [랜덤 랭크업] 덕분에 인페르노 피스트의 랭크가 B로 오른 상태.
위력이 훨씬 더 강력해진 것은 물론, 그것을 오버히트로 흡수했을 때의 육체능력 증가폭도 덩달아 증가했다.
즉, 내 속도도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는 뜻이다.
– 팟! 팟!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휙휙 지나갔다.
순식간에 크리스탈이 있을 만한 장소에 도착했으나,
‘여긴 없군.’
이번에는 운이 따라 주지 않은 모양이다.
곧바로 땅을 박차 다음 장소로 넘어간다.
또 주변 풍경이 휙휙 지나가고, 두 번째 장소에는 간이 제단 위에 크리스탈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제단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생각했다.
‘그러면 이쯤에서…….’
– 끼리리릭!
‘……화살이 날아오겠지.’
잽싸게 크리스탈을 집어 들고 땅을 박찼다.
다음 찰나 한 줄기 굵은 광선이 제단을 박살 내며 지나가고, 그 뒤의 나무에까지 커다란 구멍을 뻥 뚫어 버렸다.
‘100%. 당연히 미끼지.’
내가 엉뚱한 곳으로 헛걸음을 하는 동안 차현주는 충분히 크리스탈을 회수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한발 늦게 도착했는데도 제단이 멀쩡하게 남아 있다?
함정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것이다.
크리스탈을 미끼로 던져 주고 저격할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차현주는 충전은 아예 안중에도 없나 보다.
그냥 어떻게든 나를 쓰러뜨리겠다는 심보다.
– 끼리리리릭!
계속해서 쏘아져 오는 광선들.
나는 그것들을 피해 좌우로 슬쩍슬쩍 몸을 움직이면서, 잠시 성소 쪽에 눈길을 주었다.
‘크리스탈 충전은 조금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일단 저 버르장머리 없는 활쟁이부터 혼내 줘야지.
화살들이 날아오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바닥을 걷어찬다.
– 팟! 팟!
먼 곳에서 저격하던 차현주와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
차현주는 근처에 나타난 나를 보고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이전 경기에서의 경험으로, 내가 크리스탈을 집자마자 곧장 성소로 도망칠 거라 짐작했나 보다.
놀란 것은 잠시, 이내 한층 강렬한 기세로 화살을 연사한다.
– 끼리리리릭!
연달아 날아오는 다섯 줄기 광선.
화살답지 않게 곡선을 그리며 내 몸 곳곳을 노린다.
나는 다급하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이리저리 몸을 비트는 척하다가.
– 팟!
또 땅을 강하게 걷어찼다.
그리고 다음 순간 차현주의 등 뒤에 나타났다.
“……!”
즉시 몸을 빙글 돌려, 손에 든 화살을 단검처럼 휘두르며 응수하는 차현주.
‘반응속도가 좋기는 하네.’
유망주급이 맞기는 맞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1학년 수준에 불과하다.
인페르노 피스트에 오버히트, 그리고 도둑걸음까지 연계하면 흑사방주나 당규영조차 따라잡기 힘든 속도가 나온다.
인페르노 피스트의 랭크가 추가로 한 단계 오른 지금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따라서 차현주는 나와 몇 수 나누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그 상태에서 내 손에 모여들고 압축되는 바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한 듯, 차현주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자, 그럼 안전벨트 꽉 붙들어 매시고.”
“하, 하지 마라. 경고했다.”
“출발합니다뿌뿌~”
– 펑—!
“이 개자식아아아아—”
압축된 공기가 폭발하고, 차현주가 숲에 메아리를 울리며 빠르게 멀어져 갔다.
나는 작은 점이 되어 버린 그녀를 일별하고 느긋하게 성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크리스탈 1%] [크리스탈 3%]…….
아무런 방해도 없는 쾌적한 크리스탈 충전.
한참이나 하릴없이 스코어보드만 바라보면서 충전도가 쭉쭉 올라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
[크리스탈 68%]‘슬슬 올 때가 된 것도 같은데…….’
– 피이잉—
아니나 다를까, 한 줄기 선명한 불꽃이 날카로운 파공성을 흘리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불꽃은 내 머리 위쪽 상공까지 빠르게 날아들더니,
– 콰아아아아—!
그대로 폭발하며 일대에 불덩이들을 비 오듯 우수수 떨어뜨렸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화염 폭격 한가운데에 멀뚱멀뚱 선 채로 생각했다.
‘원소 피해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