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7주 차 멘토링, 대인전 (9)
마법진이 붉게 빛나며 선명한 불기둥을 피어 올린다.
– 콰아아아—!
나는 불기둥을 피해 급격히 방향을 꺾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곳에 자리한 마법진에서도 불기둥이 피어올랐다.
– 콰아아아—!
하는 수 없이 뒤로 후퇴했으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홍연화가 또다시 손가락을 딱 튕겼다.
이번에는 등 뒤에서 파이어 필라가 발동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이 온통 마법진투성이라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홍연화와의 대련.
일전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내가 그녀의 영역 안으로 충분히 들어오길 기다린 다음에 마법진을 발동시킨다.
처음에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는지 내가 다가오기만 해도 지레 겁을 집어먹고 파이어 필라를 와르르 발동시켰지만, 대련을 거듭할수록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화염 마법에 피해를 입는다’는 전제 조건은 이 대련에서도 적용되고 있었기에, 나는 파이어 필라를 피해 전후좌우로 바쁘게 스텝을 밟아야 했다.
파이어 필라 운영은 기본이고, 홍연화 역시 직접 마법을 캐스팅했다.
커다란 불덩이가 나를 노리고 날아든다.
– 화르륵!
나는 손 위에 압축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마주 날려 보냈다.
회오리바람은 불덩이와 충돌하는 순간 역방향으로 퍼져 나가며 화염을 흩어 놓았다.
[트위스터]를 응용한 한 수.홍연화는 홍연화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스킬을 연마하는 것이다.
– 콰아아아—!
계속 이곳저곳에서 피어오르는 파이어 필라.
상황에 따라선 두 개, 세 개가 동시에 발동하며 내 움직임을 제한한다.
미리 설치해 둔 마법진의 수가 한정적이기에 한꺼번에 여러 개를 발동시키는 건 낭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느새 새로운 마법진이 바닥에 새겨지고 있었다.
전투 도중에도 틈틈이 마법진 설치해 보기.
이것 역시 홍연화에게 해 줬던 피드백 중 하나였다.
한편 나는 바쁘게 발을 놀리는 와중에도, 기어이 방어가 허술한 부분들을 찾아내 조금씩 비집고 들어갔다.
그럴수록 홍연화와 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줄어들었고, 결국 근처까지 접근한 내가 홍연화의 정수리를 뿌리로 가볍게 때렸다.
– 딱,
“…….”
맞은 부분을 감싸 쥐고 나를 올려다보는 홍연화.
어딘지 모르게 억울해 보이는 표정이다.
그렇게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그때, 당규영이 은신을 해제하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대련이 소강상태라 이 틈에 중간 점검을 하려는 거다.
그녀는 홍연화를 슬쩍 들여다보더니 피로해 보인다는 사실을 금방 파악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가서 쉬어.”
“수고하셨습니다.”
홍연화가 당규영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도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고, 고마워, 수고했어…….”
“어. 수고.”
홍연화는 순간이동 마법진에 발을 올리기 전에 또 잠깐 멈춰서서 나에게 뜻 모를 시선을 보내더니, 이내 슉 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일별하고 당규영이 나에게 물었다.
“넌 안 가?”
“제가 어딜 갑니까, 대련해야죠.”
“아니, 넌 어떻게 지치질 않냐.”
내가 가면 당규영도 쉬러 갈 수 있지만, 내 체력은 바닥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투덜거리면서도 내 정면에 자리를 잡는 당규영.
이내 발밑의 그림자가 주먹, 망치, 대검 등, 갖가지 형태를 띠고 공격해 온다.
– 콰아아아!
나는 뿌리나 손에 트위스터를 휘감고, 짓쳐오는 그림자들을 하나하나 튕겨 냈다.
뒤이어 등 뒤에서 솟아오른 당규영이 그림자 단검을 찔러 대고, 나는 몸을 좌우로 기울이며 피한다.
손발은 매우 살벌하게 움직이지만, 입으로는 매우 일상적인 어조로 대화를 나누는 우리들.
“근데 김호야.”
“예, 선배님.”
“너, 이번 주말에 약속 안 잡았지?”
“비워 뒀죠. 시간 내라면서요.”
“흐흥, 기억하네? 못 했으면 서운할 뻔했다.”
당규영이 기분 좋게 웃었다.
멘토링 이벤트를 활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멘토인 당규영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다행히도 당규영은 적극적으로 내 수련에 참여하고, 세세한 내용을 비밀에 부쳐 주기까지 했다.
가령 내가 [왜곡]을 익히기 위해 3학년인 당규영의 공격을 끊임없이 회피했다는 사실이나, 그 정확한 효과가 무엇인지 등은 오직 당규영만이 알고 있다.
그 대신 나는 당규영이 달라는 소원권(중)을 넘겨주었고, 그걸 써서 아래와 같은 약속이 잡힌 것이다.
– 무슨 소원을 들어 드리면 될까요.
– 너, 다다음 주쯤에 뭐 없지?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 어디 가십니까? 소원권까지 쓰시면서.
– 미리 다 얘기하면 재미없잖아. 자세한 건 그때 얘기해 줄게.
나는 몸을 뒤로 젖혀 그림자 칼날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 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그거 도둑 동아리 관련 일이에요?”
당규영은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지 않나 싶었는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어, 우리 일 맞아.”
“그런 데에 가입도 안 한 신입생을 데려간다라……. 수상한 냄새가 나네요.”
“수상하기는 뭐가! 그냥 견학이거든?”
당규영을 따라다니면서 도둑 동아리가 용살학원에서 정확히 무슨 일들을 하는지 견학하다 보면, 혹시나 흥미가 생겨서 입부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잘못 짚으셨구만.’
숱하게 졸업을 해 대면서 도둑 동아리 부장 노릇도 엄청 해 먹었는데, 이런 거 하나 본다고 반짝 흥미가 생길 리가.
다만 입부는 안 하더라도, 이번에 도둑 동아리가 벌일 이벤트 자체에는 관심이 있었다.
이 시기에 일어날 만한 이벤트라면…….
‘블랙 마켓.’
홍연화와의 대련은 한 주 내내 이어졌다.
홍연화의 마법진 운영은 점점 더 매끄럽게 다듬어졌고, 나 역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트위스터’의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E+->D+)]난이도가 높은 스킬이라 성장이 상당히 더디지만, 지난주부터 멘토링 보너스를 받으며 질리도록 난사한 덕분에 기어이 D랭크 승급에 성공한 것이다.
상대가 1학년이라면 충분히 실전에서도 활용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목요일.
아레나.
다른 조원들과 당규영을 따라 관중석 한 켠으로 이동하는 도중,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팀이 눈에 들어왔다.
선두에서 걷는 학생은 3학년 선배였고, 뒤에 1학년들을 달고 가는 걸 보면 당규영과 마찬가지로 멘토인 듯했다.
그의 얼굴은 한눈에 두꺼비를 연상시켰는데, 미남미녀가 가득한 이 게임 속 세상에서 두꺼비를 닮았다면 인생에 굴곡이 제법 많지 않았을까 싶다.
뒤따라 걷는 1학년 세 명.
그 셋 중에서 둘은 낯이 익었다.
하나는 지난 2대 2 대인전에서 상대편으로 걸렸던 일공.
당시 나는 서예인을 윈드포스로 혼내 주었고, 일공은 고현우와 마지막 초식까지 겨루었으나 결국에는 패했었다.
그리고 일공 역시 나를 알아봤는지 빙그레 웃으며 합장했다.
다음은 고현우의 리플레이에 같은 편으로 등장했었던 북궁한설.
한빙 계열의 장법으로 박나리네 호랑이를 몰아붙이려 했지만, 박나리의 방어 및 회복이 워낙 견고한 탓에 실패로 돌아갔다.
세 명째는 아예 초면이었는데, 앞선 두 명의 클래스로 미루어 보아 이들이 무투가 팀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두 팀이 서로를 그대로 지나치려는 찰나,
두꺼비 인상을 한 선배가 당규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규영.”
“김갑두.”
3학년 두꺼비, 김갑두가 따지듯이 말했다.
“메시지는 왜 안 받나.”
“차단했는데?”
“……왜지?”
“왜긴, 자꾸 쓸데없는 걸로 연락하니까 그렇지.”
“쓸데없다니, 나는 진심이었다.”
“아무튼, 나는 받아 줄 생각 없으니까 그만하자.”
대화의 흐름 상, 김갑두가 당규영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들이대다가 메신저 차단을 당한 모양이다.
당규영이 단호하게 끊었음에도 김갑두는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요즘 1학년 하나에 푹 빠졌다고 들었는데, 그놈이 그렇게 잘생겼나?”
“푹 빠져—”
당규영은 어이가 없어서 반박하려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를 자기 옆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내 어깨에 팔을 척 얹는다.
“솔직히 얘 정도면 그럭저럭 생긴 편이지. 눈매가 좀 고약하긴 해도.”
일명 ‘남친 생겼으니 신경 꺼’ 작전.
당규영이 한 번만 좀 맞춰 달라고 필사적으로 눈짓을 보냈기에, 나는 눈치 없게 ‘선배님,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어요,’ 하고 묻지는 않았다.
잠자코 서 있으니 김갑두가 부러움 반, 시기와 질투 반이 담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놈이 그 1학년이군. 사귄 지 얼마나 됐나?”
“아직 안 사귀는데?”
차마 이것까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는지 당규영이 솔직하게 답했다.
김갑두의 눈빛이 번쩍였다.
“그렇다면 나한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말이로군.”
“아니지. 전혀 없지.”
당규영이 또 단호하게 끊자, 김갑두는 또다시 상처받은 두꺼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는 고스란히 나를 향했다.
“……저 1학년의 실력이 궁금하군. 너와 함께할 자격이 있는지 말이야.”
“있건 없건 그게 너랑 뭔 상관이야.”
“단순히 궁금한 것뿐이다. 마침 그쪽도 네 명, 이쪽도 네 명인데, 한번 붙어 보는 게 어떤가?”
이 제안에는 당규영도 곧바로 거절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김갑두의 조는 무투가 클래스.
초근접 거리에서 공방을 걸어오는 이들이라, 올라운더를 목표로 하는 마법사라면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 상대다.
그렇다면 랜덤 매칭을 잡는 것보다 저들과 붙어 보는 쪽이 더 좋은 경험이 될 터.
여기까지 결론을 내렸는지 당규영이 되물었다.
“네 명이라며, 한 명은 어디 갔는데?”
“일이 있어서 조금 늦는다. 금방 올 거다.”
“그래? 그럼 한번 붙어 보지 뭐.”
당규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갑두가 거기에 넌지시 제안을 덧붙였다.
“이왕 하는 거, 판돈이 걸리는 쪽이 재미있지 않겠나?”
“아~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만 좀 질척거려라.”
“질척거린다 말해도 좋다. 우리가 이긴다면 나에게도 한 번만 기회를 다오.”
멘티들의 승패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하려는 김갑두.
하도 질척거리니 이젠 궁금해질 지경인지 당규영이 물었다.
“한번 들어나 보자. 무슨 기회를 달란 건데.”
“우리가 이기면…….”
3학년 두꺼비가 점차 빨간 두꺼비가 되었다.
이내 김갑두는 바닥 한 곳을 응시하면서 더듬더듬, 그러나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이기면……. 나랑 주, 주말에 번화가에서 데데, 데이트해 다오!”
도 넘은 구차함에 장내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당규영은 물론이고 송천혜, 홍연화, 곽지철, 심지어는 북궁한설까지도.
일공만이 잔잔히 가라앉은 얼굴을 유지한 채, 나지막이 도호를 외울 뿐이었다.
“무량수불…….”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