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7주 차 멘토링, 대인전 (11)
[송천혜 100%] vs [손형택 78%] [크리스탈 0%]몸통 박치기 한 방에 손형택의 체력 게이지가 뭉텅 깎여 나갔다.
손형택은 그 충격으로 크리스탈을 놓치고 말았으나,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와중에도 순발력을 발휘하여 도로 잡아 챘다.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나 자세를 다잡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육체 계열 클래스답기는 했다.
“…….”
두 사람은 아주 잠깐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손형택이었다.
앞으로 내딛으며 허공에 빠르게 주먹질을 해대자 권풍 여러 개가 쏘아져 나갔다.
– 파파파팟!
송천혜가 마주 내디디며 날아오는 권풍을 하나하나 쳐 내는 사이, 손형택은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은 저게 최선이지.’
전투력은 물론 이동속도마저 송천혜가 우위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지금 맞서 싸우는 건 하책이다.
크리스탈을 충전하며 버티는 것만이 손형택이 승기를 잡을 유일한 방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겁하게 보일지라도 일단 성소까지 도망쳐야 한다.
곧바로 추격하는 송천혜.
달리면서 한 손을 펴자, 묵빛 장갑 위에서 전류가 두 갈래로 나뉘더니 벌새 두 마리로 조립되었다.
[허밍버드]– 치지직,
뇌전의 벌새 두 마리가 유려한 비행으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
손형택은 속도를 유지하며 흘끔 어깨너머를 확인하더니, 첫 허밍버드가 짓쳐들어오는 순간 보법을 밟았다.
바닥에 불규칙적인 발자국들이 찍히며 그의 신형이 아주 짧은 찰나 잔상이 남듯 흐릿해졌고, 허밍버드는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저걸 못 맞추네…….’
조금만 더 세밀하게 조작하면 되는 건데.
컨트롤 부족은 송천혜가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아.”
송천혜 본인도 빗맞히리라곤 예상 못했는지 순간적으로 무표정한 얼굴에 금이 쩍 갔다.
그러나 이 정도는 허용 범위 안이라는 듯, 금세 표정을 회복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허밍버드를 조작했다.
– 파지직!
다행히 두 번째는 성공적으로 적중했다.
손형택의 움직임이 짧은 시간 눈에 띄게 느려졌으나,
“흡!”
강하게 기합을 주자 온몸에서 옅은 기파가 퍼져 나가며 움직임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모종의 디버프 해제 스킬로 마비 상태를 풀어낸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계단처럼 층이 진 절벽들을 마치 평지처럼 오르내렸다.
– 파지지지직,
전류가 되어 쇄도하는 송천혜.
다시 둘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져 간다.
“……크윽!”
손형택은 등 뒤를 확인하고 다급해졌다.
이대로라면 또 몸통 박치기를 허용하리란 사실을 직감했는지, 달리면서 사방팔방에 주먹질을 해 댔다.
– 쿠쿠쿵!
지나다니는 길목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박살 나며 쓰러지고, 땅바닥이 뒤집어 엎어지며 크고 작은 암석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뒤쫓는 송천혜로서는 그것들을 피하거나 막느라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춰야 했다.
– 위잉—
한발 앞서 성소의 범위 내에 들어선 손형택.
등대처럼 선 암석과 크리스탈이 굵은 광선으로 연결되고,
[크리스탈 1%]충전 게이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손형택은 그러고도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았는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도망만 다니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그렇지, 잘한다.’
손형택 화이팅!
나는 당규영이 근처에 있어서 큰 소리는 못 내고, 심각한 표정을 유지한 채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기왕이면 더 더티하게 흙먼지도 자욱하게 내고, 도발 멘트도 곁들여 주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도 저렇게 도망 다닐 거거든.’
지금 손형택이 설치고 다니는 만큼 이후 내 행동에도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논리.
그때 가서 상대방이 뭐라 하면,
– 그만 좀 도망 다녀라!
– 왜? 손형택이 했던 거 똑같이 하는 건데?
라고 되받아쳐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다소 실망스럽게도, 손형택은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각종 비매너 행각들을 벌어지는 않았다.
무투가란 일반적으로 정면승부에 익숙한 족속들이라, 이렇게 술래잡기를 하는 일 자체가 생소할 거다.
때문에 비매너 행위까지 생각이 안 닿는 거고.
그래도 도망 다니는 것만큼은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손형택이었다.
– 콰콰쾅!
마구잡이식 주먹질에 근처 절벽에서 낙석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송천혜가 거의 따라잡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장애물들을 만들고, 다시 거리를 벌린다.
또 따라잡으면 또 장애물을 만들어 거리를 벌린다.
[크리스탈 22%]그러는 동안 충전도는 야금야금 올라가는 중이었다.
송천혜가 스코어보드에 시선을 주더니 미간을 좁혔다.
계속 이렇게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다음 행동에 나섰다.
무슨 특별한 묘안을 떠올린 것은 아니고, 단지 마력을 더욱 잔뜩 끌어올렸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마법이라도 들어가는 마나량이 세 배, 네 배가 되자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 치지지지지직!
온몸에 두르던 뇌전의 굵기가 점점 굵고 강렬해지더니, 결국에는 아예 온몸을 벼락이 뒤덮어 버렸다.
– 쿠릉, 쿠르릉,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뇌명이 계속해서 울릴 지경.
“흡!”
또다시 손형택이 날린 권풍에, 절벽 위 바윗덩어리가 여러 개로 박살 나며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송천혜는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제 앞에 아무 장애물도 없다는 양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고, 잔해들은 그녀의 몸에 닿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바스러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손형택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이런.”
장애물 작전은 이제 안 통한다는 뜻이니까.
거리가 계속 좁혀져 온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크리스탈 27%] [크리스탈 24%]성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사그라들며 충전도가 뚝뚝 떨어졌다.
도망치는 데에만 온 신경을 기울이다 보니 무심코 성소의 범위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
“크윽…….”
더 이상 도망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손형택이 멈춰 서서 빙글 몸을 돌렸다.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그 역시 마나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 몸에 두르고, 가진바 최고의 방어 스킬을 시전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이번 경기에서 두 번째로 격돌했다.
– 쿠르르릉!! 콰콰쾅!!
“크아아아아악!!”
손형택이 처절한 비명을 흘리며 뻥 튕겨 나갔다.
그렇게 물수제비처럼 바닥을 통통 튕기다가 어떻게 두 다리로 버티고 서기는 했지만, 이미 정신이 육체를 탈출하기 직전이다.
눈빛이 흐릿해지고 몸이 비틀비틀 흔들리는 상태.
송천혜는 매정하게도 그런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고, 가까이 달려들며 있는 힘껏 벼락을 내리찍었다.
– 콰콰쾅!
[송천혜 Win] vs [손형택 Lose]“수고하셨습니다.”
“…….”
송천혜는 죽은 개구리마냥 뻗어 있는 손형택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순간이동 포탈을 타고 관중석으로 돌아오자, 당규영이 짧게 한 마디를 건넸다.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송천혜 역시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못 이기는 게 이상한 승부였기에 서로 이렇다 할 리액션은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당규영이 고개를 돌려 홍연화와 곽지철을 눈에 담았다.
둘 중 누굴 내보낼까 고민하는 기색이다.
나는 아예 마지막 경기로 밀려나서 고려 사항이 아니고.
그런데 웬일로 곽지철이 손을 들어 올렸다.
“2경기는 제가 나가보고 싶습니다.”
“홍연화를 보낼까 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일단 이유는 들어 보겠지만, 단순한 공명심 때문이라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당규영은 멘토로서 감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팀이 승리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곽지철도 나름 생각한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예전에 형한테 들은 적이 있어요. 김갑두 선배님에 관해서.”
“승재가? 뭐랬는데.”
“무투가답지 않게,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성격이라고 했습니다.”
“음, 내가 들은 거랑 비슷하네.”
당규영 팀은 처음부터 선봉으로 900점대인 송천혜를 앞세운 반면, 김갑두 팀은 600점대인 손형택을 내보냈다.
반쯤은 버림패 역할이었고, 손형택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 셈이다.
여기에 덧붙여 김갑두가 소문대로 ‘지나칠 만큼 신중’하다면, 다음 2경기도 마찬가지로 600점대인 일공을 내보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니 점수대가 비슷한 자신이 그를 상대하겠다는 것이 곽지철의 주장이었다.
당규영이 물었다.
“그러다 북궁한설이 걸리면? 이길 수 있어?”
아무리 김갑두가 신중한 성격이라도, 2경기에서 1승을 챙기고자 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곽지철이 잠시 침묵하다가 솔직하게 답했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그래도 강한 카드 하나를 낭비하게 하는 셈이니까 손해는 아니라 봅니다. 그리고…….”
곽지철이 나와 홍연화를 번갈아 본 다음 이어서 말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쟤들 실력이 저보다 조금은 낫잖아요.”
이왕 버림패를 쓴다면,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자신이 맡는 게 가장 낫다는 뜻.
당규영이 재차 확인했다.
“그래서, 일공은 이길 수 있다?”
“크리스탈부터 먼저 회수하고 방어를 굳히면 될 것 같습니다. 지형도 저랑 잘 맞고요.”
다른 건 몰라도 방어 하나만큼은 든든한 에메랄드 마탑 목토술사.
이번 지형 역시 암석이 가득하여 토속성 마법을 활용하기 안성맞춤이다.
그러니 비슷한 점수대라면 여러모로 승산이 보인다.
당규영은 얼마간 곽지철을 응시하다가,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갔다 와라.”
곽지철이 꾸벅 목례한 뒤, 순간이동 마법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곧 스코어보드에 양측 참가자의 이름이 출력되었다.
[곽지철 620점 vs 일공 670점]과연 일공이 상대로 잡혔다.
김갑두는 소문처럼 지나치게 신중한 두꺼비였던 것이다.
한편 나는 이쯤에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신중한 양반이 어쩌다 저런 내기를…….’
4대4 대결도, 내기도,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뒤 걸었다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정한 느낌이 강했다.
판돈도 영약에 동아리 이권까지 무리하게 끌어왔고.
어쩌면 당규영이 나를 예비 남친으로 내세우는 걸 보고 조급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게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겠지.
신중한 두꺼비가 사랑에 눈이 멀면 이렇듯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아무튼 일은 이미 벌어졌고, 중요한 건 ‘앞으로의 경기가 어떻게 풀리는가’였다.
나는 곽지철에게 응원을 보냈다.
‘굳세어라, 곽지철.’
너랑 홍연화까지 이기면 나는 안 나가도 돼.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