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7주 차 멘토링, 대인전 (16)
“…….”
격돌 후, 김호는 관심이 떨어졌다는 양 이쪽을 흘긋 일별하더니 다시 등을 돌려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조벽은 곧바로 추격을 재개하며 생각했다.
‘뭐였지, 방금 그건.’
여태까지 셀 수도 없는 고수들과 붙어 보았지만, 이렇게 뒤로 쭉 밀려난 적은 매우 드물었다.
대개 상대와의 내력 싸움에서 압도당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오곤 했는데, 이건 그 경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조 벽 100% vs 김 호 100%] [크리스탈 24%]내력 격차가 있었다면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었어야 한다.
그러나 양측의 체력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
여러모로 생소한 경험이지만,
‘다시 확인해 보면 될 일.’
조벽이 속도를 높여 빠르게 다시 김호와의 거리를 좁혀 들었다.
그리고 바로 뒤까지 따라붙어 일권을 내지르는 순간, 틈틈이 어깨 너머를 확인하던 김호가 등을 돌리고 마주 손을 뻗었다.
– 펑—!
다시 주르륵 밀려나는 조벽의 신형.
그러나 이번에는 시야를 더 넓게 갖고 주의 깊게 관찰했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바람.’
김호의 손에 모여들고 압축되는 바람.
그것이 소용돌이의 형태로 폭발하며, 마치 용수철처럼 그를 밀쳐 낸 것이다.
김호가 캐스터 계열 클래스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저건 십중팔구 바람 마법일 테지만, 자신을 멀찍이 밀쳐 낼 정도라면 물리력도 어느 정도 가미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조벽은 세 번째로 김호에게 따라붙는 것과 동시에, 내력을 끌어올려 갑옷처럼 몸에 둘렀다.
고현우와의 대결에서, 그가 시전하는 [청류(淸流)]에 이와 같이 대응했었다.
이윽고 조벽의 주먹질에 김호가 마주 바람 마법을 해방시키자,
– 퍼엉—!
조벽은 또 주르륵 밀려나기는 했으나, 그 거리는 이전의 절반도 안 되었다.
고작 한 번 막은 것치고는 내력 소모가 심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정답이었던 것이다.
김호 역시 두 눈에 이채를 머금었다.
“빨리 맞췄네.”
자신의 수법이 간파당했음에도 그의 표정에서는 한 점의 위기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조벽의 뛰어난 눈썰미를 기꺼워하는 기색에 더 가까웠다.
여전히 남은 패가 많지 않고서야,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을 갖지 않고서야 보일 수 없는 여유.
이런 자가 겁쟁이라니, 역시 소문이란 믿을 게 못 된다.
조벽은 더욱 긴장하면서도, 정답을 맞히며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밀려난 거리가 얼마 안 되었기에 공격을 이어 가기에는 충분했다.
앞으로 성큼 내디디며 번개처럼 연속으로 주먹을 내지른다.
– 파파파팟!
김호는 좌우로 몸을 기울이고 틀며 짓쳐 오는 주먹들을 피하고, 두어 개는 묵빛 단창을 갖다 대 슬쩍 옆으로 빗겨 냈다.
동시에 빈손에 빠르게 모여들고 압축되는 바람.
조벽이 즉시 내력을 둘러 대응하자,
– 펑—!
자신은 가만히 있는 반면, 마법을 시전한 김호가 되려 포물선을 그리며 훨훨 날아갔다.
그리고 층층이 진 절벽 위에 사뿐 내려앉더니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조벽은 쉽사리 당황하지 않는 성격이었으나, 그 광경을 보고서는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응용도 가능하군.’
상대가 잘 안 밀리니 역으로 자기 자신을 날려 버린 모양이다.
그러나 닭 쫓던 개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즉시 땅을 박차 추격을 이어 갔다.
스코어보드를 확인해 보면,
[조 벽 100% vs 김 호 100%] [크리스탈 48%]겨우 세 합 교환했는데 벌써 크리스탈 충전도가 절반.
2.5배 조건이 걸린 탓에 차오르는 속도가 엄청나다.
조벽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었다.
시간을 절반이나 소모했음에도 아직까지 크리스탈을 빼앗거나 적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폭발하는 바람 마법에 밀려나거나, 김호가 자기 자신을 날려 버린다.
따라서 조벽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원거리 공격을 가하는 쪽으로 전법을 바꾸어 보았다.
꽉 움켜쥔 주먹이 앞으로 뻗어지며 권풍을 쏘아낸다.
– 파파파팟!
김호는 등 뒤를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달렸다.
그러면서 보법을 밟아 요리조리 미끄러지듯 움직이는데, 그럴 때마다 권풍들이 절묘하게 그를 스쳐 지나가곤 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것 역시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조벽이 계속 권풍을 날리며 말을 걸었다.
“끝까지 도망만 다닐 건가.”
“안 싸워도 되면 굳이 힘 뺄 건 뭐야. 참고로 이거 다 형택이한테 배운 거다.”
늦게 도착한 탓에 직접 관전은 못 했지만, 손형택이 송천혜를 상대로 이 전법을 구사했다고 한다.
차이점이라면 손형택은 끝내 붙잡혀 전기 통구이가 되어 버렸고, 김호는 아예 잡힐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벽이 재차 물었다.
“싸울 생각이 전혀 없나?”
“어, 미안하지만 없다. 최소한 이 경기에서는.”
내기에 꽤 많은 것이 걸려 있어서, 실력을 겨루는 것보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미였다.
조벽이 침음하며 생각했다.
‘외통수군.’
이동속도 자체는 그가 내력을 극도로 끌어올리면 김호보다 조금 더 빠른 편이다.
그러나 접근했다 싶으면 저 정체불명의 바람 마법으로 도로 거리를 벌려 버리니 큰 의미는 없다.
원거리에서 권풍을 날려 보내는 것도 미꾸라지처럼 잘 피해서 전혀 안 통하고.
조벽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능력 부족이다.’
이 구도를 뒤집을 뾰족한 수가 없다.
여태껏 대부분의 적들과 정면승부만을 해 왔기에, 저렇게 작정하고 도망만 다니는 상대에 대한 대처법은 전혀 준비해 두지 못한 그였다.
크리스탈 대인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 역시 실책이었다.
경기를 이어 가 봐야 시간 낭비일 뿐.
그러나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크리스탈 67%]아직 한두 초식쯤 펼칠 시간은 된다.
조벽의 기세가 급격히 치솟았다.
“받아 봐라. 버티면 내가 진 걸로 치겠다.”
“뭐, 그럽시다.”
김호는 그냥 무시하고 계속 달리려다가,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맞춰 주자 싶었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조벽을 마주했다.
조벽의 기세가 계속해서 팽창하며 일대에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선사했다.
이내 그의 곰 같은 거체가 날렵하게 허공으로 뛰어오르고, 한순간 손이 여러 개인 것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뒤이어 내력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손바닥과 주먹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 콰콰콰콰—!
“…….”
김호는 그 모습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한 손을 슬쩍 들어 올렸다.
뿅 하고 자그마한 먹구름이 나타났고, 그것을 단창에 휘감자 길쭉한 먹구름 막대기가 되었다.
그 상태로 김호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미끄러지는 듯 유려한 발걸음으로 쏟아지는 권력(拳力)과 장력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며, 먹구름 막대기를 이곳저곳에 휘휘 젓는다.
그 모습은 일견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듯 무의미해 보였으나, 신기하게도 막대기에 닿는 권력과 장력이 그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와해되고 있었다.
– 콰콰콰콰—!
조벽의 절초에 크고 작은 절벽들과 기암괴석들이 모조리 파괴되며 무너져 내렸다.
일대가 단숨에 쑥대밭이 되며 자욱한 흙먼지로 뒤덮였다.
김호의 모습은 그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조 벽 100% vs 김 호 100%] [크리스탈 88%]스코어보드를 보면 그가 아무 대미지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벽이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훌륭하군.’
상대가 경기 내내 도망만 다녔으니 변명거리를 대자면 댈 수도 있다.
내가 진 것은 크리스탈 대인전 때문이니, 핸디캡 때문이니 하고.
그러나 전력을 다해 쏟아부은 절초까지 완벽하게 해소한 지금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조벽이 흙먼지 속에서 걸어 나오는 그림자에게 말을 걸었다.
“패배를 인정하겠다. 언젠가 제대로 겨루어 보고 싶군.”
“나중에, 기회 되면.”
그리고 김호는 심드렁한 태도로 답했다.
조벽의 머릿속 강자 리스트에 김호의 이름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조 벽 Lose vs 김 호 Win]* * *
송천혜는 보면서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기셨네요.”
“다 작전을 짜 놨다니까.”
손형택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예상대로 조벽은 본 실력에 비해 추격전에는 많이 취약했고, 그 허점을 내가 제대로 찔렀다.
결과적으로 그가 가진 실력에 비해 다소 싱겁게 경기가 판가름 났다.
‘그래도 난 놈이긴 했지.’
단 두 합 만에 윈드포스와 트위스터의 연계를 파악하는 관찰력.
둔해 보이는 겉모습에 걸맞지 않게 눈치가 상당히 빠르다.
이후의 대처 역시 훌륭해서, ‘손형택 작전’과 더불어 준비했던 ‘무한 조벽 밀치기 작전’은 금방 폐기해야 했다.
물론 나 자신을 날려 보내는 응용법에는 손쓸 방도가 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또한 마지막 초식은 응하든 응하지 않든 내 머리 위에 떨어질 터라 그냥 정면에서 받았는데, 먹구름을 통한 충격 흡수가 조금이라도 엇나갔으면 [왜곡]이 발동될 뻔했다.
그만큼 위력적인 절초였다는 뜻이다.
“수고했어.”
당규영도 다가오며 공치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목소리를 낮춰 나에게 묻는다.
“……근데 너 이거 괜찮냐? 조벽 상대로 퍼펙트 게임인데.”
선도부 급 강자를 상대로 모든 공격을 피하면서 승리를 거뒀으니, 자연히 리플레이를 확인한 이들의 관심을 끌 거다.
하물며 그것이 비슷한 점수대도 아닌 500점대라 더욱.
그건 가급적이면 몸을 낮추고자 하는 내 의도와 정반대 아니냐는 물음이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생각처럼 주목받지는 않을 겁니다.”
크리스탈 대인전이기도 했고, 충전속도 2.5배라는 핸디캡까지 붙었다.
거기에 내내 등 돌리고 도망만 다녔으니, 다 회피를 했더라도 ‘겁쟁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지는 않을 거다.
바뀔 평가를 예측해 보자면 ‘겁쟁이인데 잘 피함’ 정도가 아닐까.
“다 숨길 수도 없고요.”
조벽 같은 강자를 상대로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고 이기는 것도 욕심이다.
그렇다면 공간계열 특성 [왜곡]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잘 도망 다니고 잘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훨씬 낫다.
당규영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지 수긍했다.
“뭐 그래, 너만 괜찮으면.”
“이제 정산하러 가시죠.”
“흐흥, 그래. 가자 얘들아.”
다음은 두꺼비 선배님한테서 영약을 한 움큼 뜯어낼 차례다.
우리는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기장을 나섰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