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No.640 대응표국 (1)
[‘일점폭발’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F->E]‘이벤트가 좋기는 참 좋아.’
익히고 하루도 안 돼서 랭크업.
내 숙련도가 이미 상당히 높은 데다가, 멘토링 이벤트 보너스에 마지막 주 추가 보너스까지 더해지니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
이번 주 내내 오우거를 허수아비로 쓴다면 D랭크, 잘하면 C랭크까지 기대할 수 있으리라.
중요한 목표 하나는 이렇게 시동을 걸어 두었고,
다음 목표, 검술 동아리의 대처 쪽으로 눈을 돌린다.
저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보상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그 보상을 손에 넣으려면 지하층 던전으로 내려가야 한다.
따라서 신병철에게는 길잡이 의뢰를 넣고, 고현우에게는 공략본을 건네 두었다.
늦은 밤.
던전동 앞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신병철이 만면에 영업용 미소를 머금고 손을 싹싹 비벼댔다.
“아이고, 우리 고객님들 오셨습니까~”
“신 형.”
그리고 고현우는 언제나처럼 싱긋 웃으며 답했다.
몇 번이나 해본 일이었기에 우리는 신병철의 설명 없이도 척척 움직였다.
아무개 뱃지를 달고, 넥타이 핀을 2학년 것으로 교체하고, 지하층 계단을 밟는다.
신병철이 전방에 위험 요소가 없는지 살피며 우리를 이끌었다.
그러면서 어깨 너머로 나한테 묻는다.
“연계 던전이랬지?”
“어.”
대부분의 던전은 독립된 스토리와 목표를 갖는다.
그러나 일부 던전들은 하나의 연결되는 스토리를 갖는데, [깃털뱀 제단]에서 제사장과의 인연이 [깃털뱀 사원]까지 이어진 것이 그 예시다.
지금 들어가려는 던전은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전 던전의 공략도가 이후 던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연계 던전’이라 불린다.
신병철이 다시 물었다.
“오늘 하나 들어가고, 다음 건?”
“수요일 아니면 목요일 밤. 가급적이면 수요일 밤에 해치우고 싶은데.”
검술 동아리가 언제 접촉해 올지 모르는 이상, 쓸 만한 카드는 빨리 확보해 둘수록 좋다.
고현우에게 눈빛을 보내자 그가 답했다.
“본인은 김 형이 원한다면 언제고 시간을 내겠소.”
“그럼 일단 수요일에 일정 잡아 두는 걸로?”
신병철의 물음에 우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신병철의 어조가 은근하게 변했다.
“그런데 고객님들, 아니 형님들, 제가 한 말씀 올려도……?”
신병철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올 때는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라고 보면 된다.
일단 들어보자 싶어서 내가 거만한 어조로 답했다.
“허하노라. 말해 보거라.”
“아니 그게, 제가 지난번에 길잡이 보수로 랜덤박스를 받았지 않습니까?”
지난 [깃털뱀 사원] 공략 후, 신병철에게 보수로 D랭크 랜덤박스를 지급했었다.
다만 아무래도 길잡이 한 번치고는 값진 물건이라, 이후 무보수 의뢰를 몇 번 더 하기로 약속이 된 상태다.
그 무보수 의뢰에는 당연히 지금도, 다음 던전도 포함이고.
“근데 거기서 나무잔 나왔었나?”
“바로 그거거든요.”
그러나 매우 애석한 점은 그 랜덤박스에서 [깃털뱀 부족의 나무잔(F)]이 나왔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신병철은 나무잔 하나에 던전 3개를 뚫어 주는, 매우 손해 막심한 거래를 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이것을 언급한다는 것은 즉,
“나무잔 하나 달랑 받고 길잡이 할라니까 의욕이 안 생긴다, 때려 치고 싶다?”
“아이고~ 아닙니다, 형님. 때려 친다니요. 제가 그렇게 아마추어 같은 놈은 아니거든요.”
“그럼?”
“그냥 그, 약간의 인센티브가 있으면 어떨까 싶어서…….”
말끝이 기어들어 가는 신병철.
사실 다른 보상 놔두고 랜덤박스를 받은 건 신병철 본인의 선택이었기에, 내가 칼같이 끊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 빚을 지워 둬서 나쁠 건 없지.’
지하층은 공략전 주간마다 한두 번씩은 드나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신병철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그 외에도 자잘한 정보 수집에는 심부름 센터의 손을 빌리는 게 편하다.
해서 나는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답했다.
“하긴, 우리가 그렇게 삭막한 사이도 아닌데. 너무 매정하게 굴 필요는 없지.”
“제 말이 그 말 아니겠습니까, 형님?”
“인센티브는 너 하는 거 봐서 생각해 보든가 하고.”
“맡겨만 주십쇼 형님.”
신병철이 힘찬 걸음으로 앞장섰다.
다만 신병철은 길잡이가 능숙해졌을 뿐, 실력 자체에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능숙한 뚜벅이도 결국은 뚜벅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오늘 밤은 이전에 비해 덜 뚜벅거려도 되었는데, 공략할 던전의 랭크가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이다.
[깃털뱀 강림] 시리즈 던전들의 경우 D급으로 300~400번대.반면 오늘 밤 우리의 목표는 E급 중에서도 무난한 난이도를 가진, 600번대 던전이다.
해서 우리는 얼마 내려가지 않아 목적지에 도달했다.
[No.640] [대응표국]신병철이 근처에 수색을 피하기 위한 장치 몇 가지를 분주히 설치했다.
그러면서 어여 가라는 듯 손을 젓는다.
“다녀들 오십쇼 형님들. 밖은 내가 잘 지키고 있을라니까.”
“어. 갔다 온다.”
“다녀오리다.”
고현우와 차례차례 순간이동 포탈을 넘어서자, 다음 순간 우리는 인적이 뜸한 골목에 발을 디디고 서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왁자지껄한 소리와 활기가 넘어와 그쪽을 한번 보고, 고현우와 시선을 교환했다.
“밖에서 보자.”
“무운을 비오.”
고현우가 먼저 느긋한 걸음으로 골목을 나섰다.
여기서 ‘밖’이란, 골목 밖이 아닌 던전 밖을 말한다.
던전 내부에서는 가급적 마주치지 말고, 마주치더라도 철저하게 모른 척을 한다는 뜻.
이렇게 각자 행동하는 것이 이 던전, 그리고 이어질 연계 던전의 가장 효율적인 공략법이다.
공략에 임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높은 신뢰를 갖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방법이기는 했으나,
‘어련히 잘 하겠지.’
나는 고현우에 한해서는 걱정이 없었다.
핵심 요소들은 공략본을 통해 전부 숙지시켜 두었고, 앞선 던전들에서도 시키는 대로 곧잘 따라 했으니까.
또한 이 던전에서 할 일은 깃털뱀 제단이나 흑사방에 비해 크게 복잡하지도 않으니, 별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고현우의 모습이 사라지고, 조금 뜸을 들이다가 나 역시 골목을 벗어났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따라 계속 걸음을 옮기자 금세 저잣거리에 들어섰다.
물결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파.
그 인파 사이사이를 연어처럼 가로지르며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
좌판을 펼쳐 두고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
그리고,
‘무림인들.’
병장기를 찬 이들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많다.
사실 무림인이야 그리 드문 것은 아니라, 집중해서 잘 관찰하면 인파 군데군데에 한 명씩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시선을 돌릴 때마다 적어도 두 명 이상이 눈에 띈다.
또한 그들의 면면을 보면 복장이 제각각인데다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다.
무림인의 복장이란 그들의 소속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들이 어느 집단에 묶여 있지 않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도 그렇고.
‘낭인들이지.’
뚜렷한 목적성 없이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떠돌다가, 필요에 따라 자신의 무력을 빌려주는 이들이다.
그리고 낭인들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한다면, 그들이 모두 한곳으로 모여드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던전의 중심이 되는 장소.
‘대응표국(大鷹鏢局).’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참여하고 성과를 거두는 것이 던전의 목표다.
그러려면 나 역시 늦지 않게 표국에 도착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어.’
일찍 가서 시간을 때우기보다,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이득이다.
해서 나는 방향을 급선회하여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매우 평범해 보이는 장원이었다.
담벼락 위로 훌쩍 뛰어올라 안쪽을 살펴보니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람이라 해 봐야 지루한 태도로 여기저기를 청소하는 일꾼 몇몇이 전부다.
장주(莊主), 그리고 그와 연관된 이들은 매우 공교롭게도 자리를 비운 상태.
정확히는 자리를 비우리란 사실을 알기에 내가 여기 온 것이다.
‘쉽게 말해 빈집털이라고나 할까.’
연신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 대는 사내를 쳐다보다가, 그가 나를 등지는 순간 장원 안으로 사뿐 내려앉은 다음 재빨리 나아갔다.
B+랭크에 달하는 도둑걸음이 기척을 극도로 줄여 주는 데다, 시야의 사각으로만 움직였기에 대낮임에도 아무도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내 집처럼 장원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방 하나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장주의 방.
일견 장주가 서생은 아닐까 짐작하게 만드는 방이다.
곳곳에 서책들이 쌓여 있고, 벽에는 유명한 시구를 옮겨적거나 수묵화를 그려 걸어 놓았다.
심지어 탁자 위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언가를 쓰다 만 듯, 아직 먹물이 다 마르지 않았다.
‘물론 다 구라지.’
나는 한구석에 쌓인 서책들을 바라보았다.
저걸 옆으로 치우면 비밀통로가 나온다.
다만 나는 비밀통로까지 들쑤시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그 편이 이어지는 연계 던전에서 덜 고생하는 까닭이다.
대신 벽에 걸린 수묵화로 시선을 옮겼다.
‘진짜 더럽게 못 그린다.’
서예인한테 붓이랑 먹을 쥐여 줘도 저것보다는 잘 그리지 않을까?
그러나 이곳에 온 주된 목적이 바로 이 수묵화였기에, 둘둘 말아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다음으로 서랍을 드르륵 여니 자그마한 전낭 하나가 나왔다.
열어 보면 은자가 제법 들었다.
‘이것도 챙겨 주시고.’
마침 용돈이 떨어져 가던 참이었는데 잘 됐군.
당규영이 보면 도둑의 귀감이라며 매우 흡족해하지 않을까 싶다.
동아리 입부 신청서는 덤일 테고.
아무튼 챙길 건 다 챙겼기에, 나는 매우 자연스럽게 왔던 길을 돌아와 유유히 장원을 벗어났다.
저잣거리에서 육포와 간식거리 몇 개를 사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스타팅 포인트인 골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불을 피웠다.
– 화르륵,
불길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장원에서 가져온 수묵화를 던져 넣었다.
삽시간에 까맣게 타들어 가는 수묵화를 지켜보다가, 불을 끄고 잿더미를 뒤적거렸다.
종이 쪼가리 하나가 걸리길래 잿가루를 툭툭 털고 확인해 보니, 끄트머리만 살짝 그슬렸을 뿐이었다.
[장보도 조각(A)]수묵화에 숨겨진 장보도 조각.
장주가 서생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다.
또한 일부나마 이런 귀한 물건을 소유했다는 건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뜻이며,
장원이 보통 장소가 아니라는 뜻도 되었다.
‘안가(安家)거든.’
그것도 아주 나쁜 놈들이 숨는 안가다.
그리고 나쁜 놈들이 벌일 나쁜 짓이란 당연히 이 던전의 중심, 대응표국과 깊은 연관이 있다.
조금 전 장원에 아무도 없었던 것도 그 준비를 위해서고.
‘이제 가 볼까.’
슬슬 시간이 되었기에 나는 대응표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