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웨폰 마스터 (2)
쌍둥이 전사를 처치한 후 계속 전진하다 보니, 시야 저편에 밝은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유적지 밖으로 나가는 출구.
내부를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라 해 봐야 우리 둘과 방금 만난 두 팀이 다일 거다.
제대로 20킬을 쌓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앞장서는 서예인에게 주의를 주었다.
“나가면서 조심해.”
“응.”
유적지 출구야말로 적들이 자리 잡고 기다리기 딱 좋은 장소라서 그렇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
서예인이 출구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 쐐애애액!
회색 빛줄기가 매서운 파공성을 흘리며 짓쳐 들었다.
서예인이 재빨리 팔을 들어 올려 막았으나,
– 푹.
빛줄기는 팔을 꿰뚫고 서예인의 가슴팍에 틀어 박혔다.
그제서야 가슴팍에 박힌 것을 확인해 보니, 그것은 강철로 이루어진 화살이었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상대방.
그의 손에는 커다란 쇠뇌가 들려 있었다.
서예인의 화면이 까맣게 물들며 작은 문구가 떠올랐다.
[Continue?] [10, 9, 8…….]“죽었네. 이어 합시다.”
“응…….”
서바이벌 대전이라 그런지 근접 캐릭터도 맷집이 그리 튼튼하지는 않다.
이어하기를 많이 해야 포인트 수금이 편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가져 본다.
300포인트로 토큰을 구매한 후 오락기에 집어넣는 서예인.
[서바리안 4K/1D/0A] [김독침 0K/0D/4A]바바리안이 다시 나타난 곳은 유적지 안, 첫 시작 지점이었다.
반면 내 위치는 출구 근처.
“일단 다시 합류하자. 그쪽으로 갈게.”
“알았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유적지 내부지만, 고인물답게 오는 길을 다 외워 둔 상태다.
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쟤네 아직도 있네.”
방금 쓰러뜨렸던 기사와 사제 듀오를 마주쳐 버렸다.
첫 조우에서 우리한테 크게 패했기에 또 싸워야 하나 주춤거리다가, 내가 혼자라는 것을 알아채자 곧바로 싸움을 걸어온다.
이게 웬 떡인가 싶겠지.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나는 보통 떡이 아니라, 독침이 달린 떡이었다.
– 쵹!
독침을 맞은 기사의 움직임이 한없이 느려졌고, 그 사이에 나는 잽싸게 그를 지나쳐 빠져나왔다.
“지나갑니다~”
열이 뻗쳤는지 죽일 듯이 추격해 오는 둘.
나는 달리다가 이따금씩 등을 돌려 독침을 한 발씩 꽂아 주고,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다.
추격은 길지 않았다.
맞은편에서 서예인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도끼!”
“도끼.”
– 휘리리릭!
손도끼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내 어깨 너머로 날아가, 사제의 가슴팍에 콱 틀어박혔다.
점점 명중률이 올라가는군.
[서바리안 5K/1D/0A] [김독침 0K/0D/5A]전세가 역전되어 2대1이 1대2로 바뀌었다.
그러나 기사는 이판사판이다 싶었는지 도망치지 않고 맞섰다.
사선을 그리는 검을 서예인이 몸을 기울여 피했다.
검을 휘둘러 반격하자 기사가 방패를 들어 튕겨 낸다.
반대쪽 손의 손도끼를 내려찍는 서예인과, 마주 검을 휘둘러 쳐내는 기사.
– 챙! 챙!
‘슬슬 적응들 하는구만.’
어설픈 인형극 같았던 첫 전투와는 달리, 두 근접 캐릭터의 움직임이 훨씬 더 정교해졌다.
모두들 조금씩 웨폰 마스터에 가까워져 가는 것이다.
다만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이건 팀 게임이기도 하거든.’
– 훅!
“……!”
독침을 맞고 또 상태 이상에 빠진 기사.
그의 정수리에 서예인의 장검이 떨어져 내렸다.
– 콰직!
[서바리안 6K/1D/0A] [김독침 0K/0D/6A]가볍게 2킬을 챙긴 뒤, 서예인과 아까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적지 출구가 나타났다.
“자, 나가 봅시다. 화살 조심하고.”
“응.”
– 쐐애애액!
아니나 다를까, 유적지 밖으로 한발을 내딛기 무섭게 쏘아져 오는 화살.
그런데 회피하리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서예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화살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다음 찰나 정면으로 검을 휘둘러,
– 쩌어엉—!
날아오는 화살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말도 안 돼!”
경악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아마 석궁수를 조작하는 플레이어겠지.
그러나 놀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석궁을 쏘며 위치가 드러났기에, 그는 숨어 있던 장소에서 벌떡 일어나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예인이 무서운 속도로 그를 쫓아가 상반신과 하반신을 분리해 버렸다.
[서바리안 7K/1D/0A] [김독침 0K/0D/6A]이번엔 어시스트가 안 들어왔군.
쟤 혼자 다 했으니 어쩔 수 없다.
는 기본적으로 2인 1팀 게임이라, 석궁수의 페어도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다.
다른 곳에 매복했거나, 우리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중이거나.
해서 전투가 종료되고도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근데 그건 어떻게 쳐냈냐.”
방금 전 상황은 내가 보기에도 의외였다.
서예인의 천재적인 재능은 인정하지만, 바바리안은 생소한 직업군이다.
해서 이제야 조금씩 감을 잡아 가는 와중인데, 날아오는 화살을 정확히 맞춰 쪼개 버리는 건 지나치게 난이도가 높다.
서예인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답했다.
“느려졌어.”
“불릿 타임?”
“……? 응.”
대답이 한 박자 늦게 나왔는데,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그런 듯했다.
화살이 쏘아져 오는 찰나 자기도 모르게 [불릿 타임]을 시전했고, 전투가 종료되고 쿨타임이 도는 걸 보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천재적이군.’
막 배운 스킬을 본능적으로 최적의 타이밍에 써먹었다는 소리가 아닌가.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제안했다.
“그럼 이참에 몇 번 더 써 볼래?”
“응.”
서예인이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자, 나는 증폭을 시전했다.
[‘증폭’을 사용합니다.] [‘불릿 타임’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F->D)] [지속 시간 00:04:58] [재사용 대기 시간 00:29:58]C랭크로 오른 증폭.
대상의 랭크를 5분 동안 두 단계 올려 주고, 재사용 대기 시간은 30분이다.
그리고 증폭을 받아 D급이 된 불릿 타임의 능력치는,
‘지속시간 2초, 쿨타임 3분.’
재사용 대기 시간이 줄어들었으니 더 자주 사용할 수 있다.
아마 남은 경기 동안 두세 번 정도는 더 써 볼 수 있을 거다.
유적지 밖은 암석 지대와 숲이 적절하게 섞인 지형.
군데군데 몸을 숨기기 알맞은 장소들이 마련되어 있다.
석궁수도 그래서 잘 안 들켰었고.
“천천히 가자. 어쩐지 저놈들 또 올 거 같은데.”
“또 와?”
“내 생각에는.”
서로 한 번씩 죽였으니, 둘 사이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
마지막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파트너와 함께 싸움을 걸어오지 않을까?
– 쐐애애액!
“저거 봐라. 왔지.”
날아오는 화살을 서예인이 훌쩍 옆으로 뛰어서 피했다.
그 다음 석궁수를 쫓아가려는데, 근처에서 불쑥 검은 그림자가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덮쳐들었다.
온통 시커먼 옷을 입은 암살자.
손에는 의상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단검 한 자루가 들려 있다.
저놈이 석궁수와 페어인가 보다.
나는 나지막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저놈도 독하네.”
우리가 지나쳐 온 곳에서 튀어나왔다는 건, 여태 그곳에 숨어 있었다는 뜻.
석궁수가 서예인에게 잡힐 때는 등장할 타이밍을 놓친 것 같고, 그가 이어 하기를 하고 이곳으로 돌아온 지금에야 모습을 드러낸 거다.
서예인이 암습에 반응하는 사이, 석궁수는 다시 거리를 벌린 뒤 화살을 재장전해 발사했다.
– 쐐애액!
그리고 서예인이 화살을 피하는 사이 암살자는 잠시 뒤로 빠졌다가, 또다시 석궁수의 시간을 벌기 위해 공격해 들어온다.
석궁수는 물러나면서 계속 사격하고, 암살자는 치고 빠지고,
두 놈이 번갈아서 서예인을 괴롭히는 상황.
그러나 나는 내심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제 보여 주나?’
슬슬 불릿 타임 쿨타임이 다 돌았을 테니까.
– 쐐애액!
화살이 날아오고 암살자가 단검을 찔러 오는 그 찰나, 서예인의 눈이 번뜩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내 바바리안의 몸이 두 공격 사이의 아주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절묘하게 스쳐 지나가는 공격들.
이어지는 반격에 암살자의 팔이 잘려 떨어졌다.
“아……. 너무 훌륭합니다, 정말…….”
나는 기립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창 전투가 진행 중이었기에 나는 박수를 치는 대신 독침을 날렸다.
– 쵹!
한쪽 팔을 잃고 황급히 물러나려는 암살자.
그러나 뒷덜미에 둔화 독침이 꽂힌 탓에, 그는 그저 느릿하게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암살자의 목을 뎅겅 썰어버린 다음 곧장 석궁수를 추격하는 서예인.
나는 그런 서예인에게 한마디 했다.
“죽이지 말아 봐. 나 어시스트 좀 먹을게.”
“응.”
어시스트는 내 도움을 받으면서 적을 처치해야만 횟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내가 독침으로 살짝이라도 찔러야 한다.
서예인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놈에게 바짝 따라붙더니, 주먹으로 안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미니 게임이라 티가 안 나는 거지, 실제로 저랬으면 이빨이 몽땅 부러졌을 거 같은데.
나는 붙잡힌 석궁수에게 독침을 발사했고,
– 쵹!
이마에 독침이 꽂힌 놈을 서예인이 마무리 지었다.
저거 기분 좀 더럽겠네.
[서바리안 9K/1D/0A] [김독침 0K/0D/8A]한 번 제대로 승패가 갈리자 석궁수-암살자 듀오는 더 이상 우리를 노리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시비를 걸고 멀리서 괴롭히고 싶겠지만, 그러다 잡히면 죽을 때마다 300포인트씩 날아간다.
또 대부분은 경품을 노리고 미니 게임에 참여하는 거라, 사망 횟수가 늘어나면 무조건 손해다.
때문에 그들은 우리 근처에도 안 오려 했고,
우리는 거침없이 숲과 암석 지대를 나아가며 적들을 파죽지세로 쓰러뜨렸다.
[서바리안 13K/1D/0A] [김독침 0K/0D/12A]그러던 도중, 암석 지대 위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아리따운 여성 마법사.
“오, 서 소저—”
고현우가 조작하는 캐릭터, 얼음 마법사였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이렇게 마주치는 게 신기한지 스태프를 흔들며 인사한다.
“…….”
반면, 서예인의 빈 손은 허리춤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손이 흐릿해지더니,
– 휘리리릭—콰직!
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간 손도끼가 고현우의 골통을 쪼개 버렸다.
[서바리안 14K/1D/0A] [김독침 0K/0D/13A]“서…….”
고현우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그래도 아는 사이인데 설마하니 대뜸 손도끼부터 집어 던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즐겜 모드와 경품 모드의 입장 차이였다.
고현우가 서예인에게 뭐라 하려다가, 내가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리라 생각했는지 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김 형이 한마디 좀 하시오’ 하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서예인의 편이었기에, 적당히 볼륨을 조정한 뒤 작게 호통쳤다.
“나약한 놈. 사사로운 감정을 갖고 전투에 임하니 그리되는 것이다.”
“으음……!”
고현우는 강호의 비정함을 깨닫고 말았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