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마음 편히 공부하십시오
아주 먼 과거, 천마신교는 정마대전에 패한 후, 각지로 흩어져 물밑에서 재건을 꿈꿨다.
그러나 그 꿈은 끝끝내 수포로 돌아갔고, 마교라는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싶었다.
그때 새로운 구심점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혈교였다.
당대 혈교주의 압도적인 무위로 마교의 모든 잔존 세력을 흡수했고, 시간이 더욱 흐른 현재 혈교는 의 세계 내에서 손꼽히는 무력 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죽립인은 그 혈교의 장로급.
심지어는 장로들 중에서도 실력으로는 윗선인 자다.
그런 고수 입장에서 뺀질이와 당규영의 실력이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죽립인이 심드렁한 눈으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니, 함정이었나. 그런데 함정을 파도 허접한 놈들로 팠군. 인재가 부족한 것도 아닐 텐데.”
“거 말을 함부로…… 하십니다!”
– 휘리리리릭—!
뺀질이가 준비했던 스킬을 해방했다.
첫 기습에는 만에 하나 엉뚱한 사람을 잡을지도 몰라 제압기를 썼다면, 지금 쓰는 것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필살기다.
열 줄기 선명한 실선이 죽립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예리한 기운을 머금고 있어, 닿으면 묶이는 게 아니라 깨끗하게 잘려 나갈 듯하다.
당규영 역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공격해 들어갔다.
그림자가 순식간에 퍼져 나가 일대에 정사각형 모양의 텃밭을 만들었다.
텃밭에서 나비들이 팔랑거리고 커다란 그림자 손 수십 개가 불쑥불쑥 솟아올라, 각기 다른 그림자 무기를 쥐고 짓쳐 들었다.
– 콰아아아—!
“…….”
죽립인은 그저 무심한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몸이 열 줄기 실선에 토막 나고 그림자 무기들에 꿰뚫리려는 찰나.
아수라의 형상을 띤 핏빛 강기가 처음으로 움직임을 보였다.
먼저 강기의 팔 여섯 개 중 둘이 주먹을 꽉 쥐곤 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 쿵!
죽립인을 중심으로 붉은 기파가 퍼져 나가며 범위 내의 그림자를 흩어 버렸다.
강기의 팔 두 개는 손을 곧게 펴고, 짓쳐들어오는 실선들을 향해 손날을 베었다.
실선 열 줄기가 맥없이 가닥가닥 끊어진다.
남은 팔 둘은 각각 당규영과 뺀질이에게 장력 하나씩을 날려 보냈다.
– 퍼펑!
“……!”
“……!”
장력을 얻어맞은 둘의 신형이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가 벽에 처박혔다.
A랭크의 막강한 위용.
그들이 가진 최고 수법을 발휘했음에도 가볍게 막히고, 역공까지 당했다.
죽립인이 말했다.
“그것 보아라. 이게 허접한 게 아니면 무엇이겠—”
“이것도요?”
– 푸욱,
죽립인이 눈을 부릅뜨더니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네놈이……!”
“이건 좀 괜찮았죠?”
나는 그의 어깻죽지에 찔러 넣었던 검지를 회수했다.
내 검지는 꽁꽁 얼어붙어 옥처럼 푸른 빛을 머금고 있었다.
당규영과 뺀질이가 필살기를 해방하는 순간.
그 순간이 죽립인의 빈틈을 찌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따라서 나는 미리 오버히트로 육체능력을 잔뜩 끌어올리고,
증폭으로는 현음옥마지를 A랭크로 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격돌하는 찰나를 노려 검지를 찔러 넣은 것이다.
– 팟!
땅을 박차 물러나는 나를 죽립인이 즉시 추격해 들어왔다.
오버히트로 잔뜩 끌어올린 속도조차 상회하는 엄청난 속도.
괜히 혈교 장로가 아니다.
여섯 강기 팔이 오직 나만을 노리고 휘둘러진다.
나는 휘둘러 오는 주먹을 피하고, 베어오는 손날을 먹구름으로 빗겨 내고, 날아드는 장력을 또 피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강기 주먹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내 복부를 꿰뚫어—
[‘왜곡’이 발동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23:59:59]—버리기 직전에 구불텅 휘었다.
또다시 경악하는 죽립인.
“뭐, 뭣이!”
그사이 나는 더욱 거리를 벌려, 원래 위치였던 건물 옥상으로 돌아갔다.
“어우, 죽을 뻔했네.”
[왜곡]이 아니었다면 강기에 얻어맞는 즉시 저승길 직행 열차를 탔을 거다.나름 스피드에 엄청나게 투자를 하고 고인물다운 컨트롤도 있지만, 아직 A랭크와의 스펙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이제 왜곡도 해제되었으니,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지.’
이상하게도 죽립인은 더 이상 나를 추격해 오지 않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추격해 오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슬슬 효과가 나타나는구만.’
– 쩌저저적,
죽립인의 몸에서 울리는 섬뜩한 소리.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얼어붙는다면 저런 소리가 나지 않을까.
그의 몸속에서는 지금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일 것이다.
내가 [현음옥마지]로 침투시킨 냉기와, 그가 가진 내공과의 전투가.
– 쩌저저저적,
“크으으으……!”
죽립인은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으나, 계속해서 움직임이 뚝뚝 끊기는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이내 그는 생각을 바꿨는지 제자리에 서서 정신을 집중했다.
여섯 개였던 강기 팔 중 셋이 흐물흐물해지며 사라지고, 뚝뚝 끊기던 움직임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내공 일부를 냉기를 틀어막는 쪽으로 돌린 것 같다.
그러곤 몸을 빙글 돌려 땅을 박차는데, 일단 자리를 벗어난 다음 운기조식으로 냉기를 완전히 몰아내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될까?’
– 휘리리릭—!
선명한 실선들이 거미줄처럼 쳐지며 그의 앞길을 차단했다.
죽립인이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손날을 그어 실선들을 끊어 냈으나, 뒤따라 날아든 그림자 나비들이 그의 근처에서 폭발했다.
– 퍼퍼펑!
또다시 원래 자리로 내려앉은 죽립인.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린다.
“이 빌어먹을 연놈들이……!”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십니까.”
“허접한 연놈들이랑 좀만 더 놀죠?”
그를 가로막은 것은 물론 당규영과 뺀질이 사내였다.
강기에 제대로 격중된 탓에 둘 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지만,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전투에 복귀한 것이다.
‘이제 그나마 할 만하겠지.’
죽립인의 강기 팔이 셋으로 줄어들며 아수라혈마공의 위력도 반토막 났다.
그렇다면 방금 전처럼 압도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지원군도 와 주셨고.’
– 쿠구구구,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무 문이 불쑥 솟아올랐다.
이내 문을 벌컥 열며 달려 나온 것은 곽승재가 아니라,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여성이었다.
졸업생으로 짐작되는데, 곽승재와 3학년들이 뺀질이한테 당해서 이번에는 그녀가 직접 나선 듯했다.
“이 도둑놈들—아아?”
그러나 포니테일 여성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뜻밖에 당규영과 뺀질이가 웬 죽립 사내와 격전을 벌이는 중이었으니.
물론 핏빛 강기에 대한 반응은 뺀질이와 같았다.
“아수라혈마공!”
뒤따라 문을 넘은 3학년 선도부와 곽승재 역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곽승재가 저렇게 당황하는 건 오늘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포니테일 여성이 프로답게 가장 먼저 평정심을 되찾고 지시를 내렸다.
“승재, 가서 지원 요청해! 선도부 말고 교무실! 선생님 모셔와! 그리고 너희는 나 따라오지 말고 여기서 승재 지켜!”
“예.”
“알겠습니다.”
선도부원들이 고개를 숙인 다음 곽승재를 보호하듯이 자리를 잡았다.
혈교 장로는 그녀로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강적일 터.
조금이라도 전력에 보탬이 된다면 활용하고 싶겠지만, 지금은 지원을 요청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해서 만에 하나 곽승재가 당하거나 나무 문이 파괴되지 않도록 3학년들을 남긴 것이다.
곧바로 마법을 영창하는 곽승재를 뒤로 하고, 포니테일 여성이 서슴없이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죽립인이 자신에게 핏빛 강기 주먹을 뻗자, 마나를 머금은 손바닥을 마주 갖다 댔다.
– 쾅—!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울리며 포니테일 여성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격돌에서 손해를 보았다는 뜻이지만,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다시 달려든다.
핏빛 강기와 실선, 그림자, 장력이 어지러이 뒤섞인다.
– 퍼퍼펑!
‘확실히 이름값은 하네.’
죽립인은 현음옥마지에 당해 본신의 힘을 절반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데다, 3대 1로 협공을 당하는 중이다.
이런 온갖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혈교 장로라는 것을 증명하듯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것뿐.
“음.”
격전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죽립인의 눈의 번뜩 빛났다.
나무 문을 굳게 닫은 채 주문을 외우는 곽승재.
포니테일 여성을 비롯한 선도부가 저 문을 통해 나타났으니, 곽승재가 무엇을 하려는지도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하다.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것.
절대로 그냥 놔둬선 안 된다.
“비켜라!”
– 콰콰콰콰—!
강기의 팔 셋이 채찍처럼 사방으로 휘둘러지며 세 사람을 떨쳐 냈다.
곧바로 죽립인이 땅을 박차며 나무 문을 향해 쇄도했다.
3학년 선도부원이 방패를 내세우고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커다란 방패에서 마나가 넘실거리며 벽을 형성했으나, 강기 주먹 하나가 후려치자 견고한 벽이 단숨에 부서져 버렸다.
“크억.”
엎어져서 피를 토하는 선도부원.
곧바로 빈자리를 채운 선도부원 역시 강기 팔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진다.
곽승재는 나무 문을 다른 공간과 연결하는데 온 정신을 기울이느라 무방비한 상태다.
“안 돼!”
포니테일 여성이 다급히 외쳤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죽립인을 뒤쫓아 가는 중이었으나, 곽승재를 보호하기에는 한발 늦어 보였다.
핏빛 강기 주먹이 곽승재의 머리통을 으깨 버리려던 그때.
어디선가 한 줄기 푸른 선이 그어지더니,
– 콰앙—!
대포알처럼 커다란 마력 덩어리가 죽립인을 강타했다.
충격이 어찌나 컸는지 아주 잠깐이나마 아수라혈마공이 깨어질 정도.
죽립인이 주르륵 밀려나다가 멈추곤, 씹어 뱉듯이 말했다.
“이번엔 또 웬 놈이냐!”
당황스러운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마력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육안으로 무언가를 보기에는 너무 멀었으니까.
“……저격?”
“대체 누가?”
* * *
‘정말 김호 님의 말대로 되었군요.’
안정미가 마음속으로 감탄사를 흘렸다.
그녀는 미리 김호에게 부탁받은 대로, 언급된 시간에 언급된 장소를 주시하고 있었다.
과연 시간에 맞춰 수상해 보이는 죽립인이 등장했고, 그의 정체가 혈교 장로임이 드러났다.
‘대체 저건 어떻게 아셨는지…….’
학사 측도, 졸업생들도 허수아비가 아니다.
혹시 모를 위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한 달 내내 던전섬을 이 잡듯 수색했다.
그럼에도 혈교의 자취를 전혀 잡아내지 못했는데, 장로가 저기 나타날 줄은 어떻게 알고 언질을 주었단 말인가?
그리고 얼마나 더 알고 있을까?
첫 만남부터 김호가 범상치 않다는 것은 직감했지만, 한 달여간 그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그의 깊이는 가늠이 되질 않았다.
물론 확실한 것은 있었다.
‘김호 님은 무슨 수를 써서든 아군으로 삼아야 합니다.’
혜성그룹을 위해서도, 아가씨를 위해서도.
또 하나 확실한 것은, 혈교 장로는 그들 모두에게 방해되는 존재라는 것.
안정미가 자기 키보다 더 큰 저격총을 다시 손에 쥐었다.
총구를 죽립인에게 겨누고, 방아쇠에 검지를 올린다.
‘아가씨, 김호 님. 마음 편히 공부하십시오.’
방해되는 것들은 제가 치우겠습니다.
– 탕—!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