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9주 차 중간고사 (13)
[메인 퀘스트 1]▷목표:중간고사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 내십시오.
▷보상:달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퀘스트는 그 중요도나 성향에 따라 ‘서브’ 또는 ‘이벤트’ 등의 수식어가 붙으며,
‘메인’이 붙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그 매우 드문 경우란 언제인가.
‘EX급 퀘스트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건의 결과가 세계의 멸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때 메인 퀘스트가 발생한다.
현재 학생들은 중간고사 던전 내에 고립되어, 혈폭단이 주입된 오우거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니 죽거나 다칠 위험성도 다분하다.
이렇게 미래의 영웅들이 줄어들면 그만큼 멸망에 더욱 가까워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일차원적인 해결책은 ‘버티는 것’이다.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학사 측에서 던전의 통제권을 되찾아올 테고, 자연히 모두 던전 밖으로 방출될 터.
반면 더 높은 성과를 위해서는 단순히 버티기만 할 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오우거의 숫자를 최대한 줄이고 알파를 저지하는 쪽으로.
그래서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러 밑작업을 해둔 거고,
지금도 이렇게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거고,
‘저놈도 잡아야 하는 거지.’
“그르르르…….”
오우거가 시뻘게진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돌연 곤봉을 움켜쥔 팔을 뒤로 젖히더니, 있는 힘껏 앞으로 내던졌다.
– 부웅-
통나무처럼 두꺼운 곤봉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다.
“!!”
예상 밖의 행동에 모두 순간 당황했으나, 곧바로 고현우가 앞으로 나섰다.
검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미리 준비해 둔 [순류]를 시전한다.
– 휘잉—!
비껴낸 곤봉이 계속 날아가, 뒤쪽의 나무 몇 그루를 성냥개비처럼 뚝뚝 부러뜨렸다.
그러나 일행은 모두 뒤쪽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오우거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크아아아—!”
조금 존재하던 이성마저 상실한 탓인지, 오우거는 사족보행 동물처럼 두손 두발로 기어서 돌진해 왔다.
그리고 고현우와 백준석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온몸을 던져 가며 두 손을 뻗었다.
“음.”
“흡!”
– 터엉—!
그것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흘리는 두 사람.
그러나 나름 여유로웠던 이전과 달리, 고현우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으며 백준석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혈폭단으로 오우거의 파괴력이 강화된 탓에, 흘렸음에도 충격 일부가 전달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자세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재차 놈의 팔다리가 휘둘러졌다.
가까스로 다시 흘리기는 했지만, 고현우는 더욱 밀려나고 백준석의 다리는 바닥에 반쯤 파묻히다시피 했다.
“음……!”
“크으윽……!”
이런 그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놈의 연속 공격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 뚜두두둑,
놈의 몸에서 고무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소리와 뼈 갈리는 소리가 났다.
한계치를 넘어선 움직임에 근육과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리라.
– 펑! 펑!
게다가 가슴팍에 나선폭발이 터지고 불덩이와 마력탄이 꽂히는데도 아예 고통을 못 느끼는 기색이다.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그저 눈앞의 고현우와 백준석을 짓이기기 위해 팔다리를 미친 듯이 휘두른다.
‘안 되겠네.’
전위 둘만으로는 점점 밀린다.
이대로 가면 고현우는 몰라도 백준석은 못 버티고 무너질 거다.
해서 나는 짤막하게 지시를 던지면서 앞으로 나섰다.
“트랩.”
“예이.”
신병철의 대답을 뒤로 한 채, 나는 빠르게 오우거에게 접근했다.
– 텅, 텅!
“크으윽……!”
점점 휘청거리는 백준석.
방패에 두른 마나에도 금이 쩍쩍 갔다.
오우거가 또다시 주먹을 내려치려는 찰나, 내가 그 앞에 끼어들었다.
– 텅—!
뿌리에 윈드포스와 먹구름을 더해 후려치자 놈의 주먹이 옆으로 튕겨 나간다.
백준석과 내가 시선을 교환했다.
“고맙다. 덕분에 살았군.”
“한 타임 쉬었다 바로 들어와.”
“알겠다.”
– 텅, 텅,
고현우와 내가 오우거를 막아서는 사이, 백준석은 빠르게 전력을 추스르고 합류했다.
방어하는 인원수가 둘에서 셋이 되니 그럭저럭 할 만해졌다.
한편. 우리 뒤편에서는 신병철이 내 지시대로 트랩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수많은 젓가락이 땅, 나무, 바위 할 것 없이 푹푹 꽂히며 점차 일정한 영역을 형성한다.
“……!”
홍연화 역시 그 의도를 읽고 두런두런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루비가 붉게 빛나며 함정의 범위에 맞게 커다란 파이어 필라 마법진이 새겨진다.
이윽고 신병철이 외쳤다.
“준비 끝!”
나는 뿌리로 오우거의 주먹을 강하게 후려치며 말했다.
“다 빠져.”
즉시 좌우로 거리를 벌리는 고현우와 백준석.
따라서 오우거의 시선이 혼자 남은 나를 향했다.
놈이 돌진해 오는 순간, 나는 뒤로 훌쩍 몸을 날려 홍연화와 서예인 사이에 내려앉았다.
“크아아아—!”
그리고 계속해서 돌진해 오던 오우거가 트랩을 밟자,
[와이어 트랩]– 휘리리릭!
빽빽하게 박혀 있던 젓가락들이 일제히 마나의 실을 쏘아 보냈다.
놈은 순식간에 고치처럼 칭칭 감기는 신세가 되었다.
“크아아아!”
몸을 한 번 뒤틀자 그중 반수 이상이 끊기지만, 곧바로 새로운 실들이 쏘아져 놈을 옭아맨다.
버둥거리는 놈을 홍연화가 완드로 척 가리키자,
[파이어 필라]– 콰아아아아—!!
커다란 마법진에서 불기둥이 피어오르며 오우거를 집어삼켜 버렸다.
얼마간 지켜보고 있으니 불기둥이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숯덩이와 크리스탈 하나가 남았다.
그러자 누구 할 것 없이 한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후우.”
“으아아.”
“같은 오우거인데 이리도 급격히 강해지다니, 과연 혈교의 비전 영약이로군.”
고현우가 주술검을 손질하며 나지막이 감탄사를 흘렸다.
여섯이나 붙으니 오우거는 좀 쉽게 잡나 싶었는데, 혈폭단이 들어가니 도로 어려워졌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쿵, 쿵, 쿵,
묵직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신병철과 백준석이 한마디씩 했다.
“아니, 또야? 좀만 쉬자.”
“3연속은 과하지 않은가.”
혈폭단이 주입되며 오우거들의 감각 또한 한층 증폭된 상태.
불기둥은 그런 놈들의 이목을 끌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이내 모습을 드러낸 오우거가 우리를 노려보며 낮은 울음소리를 흘렸다.
“그르르르…….”
“방금하고 똑같이 간다.”
우리는 모두 일사불란하게 위치로 이동했다.
* * *
우리는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타나는 오우거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며 나아갔다.
몸은 조금 고달파도 놈들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으니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우중충하던 하늘은 더욱 어두워져 남색으로 변하고,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줄기 역시 점점 더 거세져서 거의 퍼붓는 수준이 되었다.
– 쏴아아아—
서예인은 투명 길리슈트를 뒤집어썼지만 빗줄기가 계속 두들기는 탓에 반투명한 물의 정령이 되었으며,
홍연화는 조그마한 화염 우산을 만들어 혼자 썼다.
그리고 남정네들은 그냥 오는 대로 비를 다 맞았다.
“…….”
내가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바라보자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홍연화.
자기도 화염 우산을 끄고 비를 맞아야 되나 고민하는 기색이다.
괜히 눈치를 주는 것 같아서, 나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리고 걸어 나갔다.
그 뒤를 홍연화가 졸졸 따라왔다.
– 쿠쿠쿵,
얼마 가지 않아, 빗소리를 뚫고 굉음이 울려 퍼졌다.
다른 팀들이 교전 중이라는 뜻.
거리 역시 제법 가까운 듯하다.
일행들이 내 지시를 기다리는 듯 시선을 집중했다.
당연히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도우러 간다.”
메인 퀘스트의 달성도를 높이려면 한 명이라도 덜 다치게 막아야 한다.
또한 저들의 실력이 기준 이상이라면 알파를 상대할 때 힘을 합칠 수도 있을 거다.
따라서 우리는 속도를 높여 굉음이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짐작대로,
“크아아아—!”
혈폭단이 주입되어 미쳐 날뛰는 오우거.
맞은 편에는 곽지철과 정수지, 박나리와 호랑이 범이, 그리고 이름 모를 여학생 하나.
에메랄드 마탑과 대자연 동아리에서 둘씩 팀을 맺은 모양이다.
나는 한눈에 분석을 마쳤다.
‘버티기 올인 조합이군.’
공격은 호랑이 범이에게 맡기고 나머지 넷은 버프와 회복 마법, 견제에 집중하는 조합.
다른 참가자들을 상대로는 나름 위협적이었을 테지만, 지금 상대는 오우거였다.
‘공격력이 턱없이 부족해.’
오우거 주변을 날렵하게 뛰어다니며 할퀴어 대는 범이.
영물답게 어지간한 1학년 수준의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공격력이 특출 나지는 못하다.
그런데 네 사람이 범이의 공격력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오우거에게 공격이 들어갈 리가.
심지어 혈폭단이 들어가서 더 까다롭고 말이다.
해서 버티기에만 급급하던 상황에 우리가 나타난 것이다.
“크아악!”
“곽지철!”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곽지철이 오우거한테 얻어맞고 바닥을 나뒹구는 순간에.
‘조금 늦었네.’
내가 뿌리로 오우거를 척 가리키자, 놈의 가슴팍에 바람이 모여들며 폭발했다.
– 펑!
“크아아아!”
오우거가 즉시 이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곤 무서운 속도로 짓쳐들어왔다.
그런데 근처의 나무들이 기우뚱 기울더니, 고무로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늘어나 놈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박나리 측에서 목 속성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박나리가 외쳤다.
“지, 지금!”
우리는 진형을 형성하려다 말고 오로지 공격만을 집중했다.
고현우의 청류, 백준석의 검격, 신병철의 젓가락, 서예인의 마력탄…….
놈의 가슴팍이 몰아치는 공격을 못 이기고 움푹 패여 버렸다.
“그르륵…….”
– 털썩,
가래 끓는 단말마를 흘리며 쓰러진 오우거를 뒤로 한 채, 우리는 다급히 곽지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동시에 참담한 표정이 되었다.
“으으…….”
곽지철의 몸은 광폭화한 오우거의 팔에 얻어맞고 반쯤 짓이겨진 상태.
팔다리가 제멋대로 꺾였으며 코와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흐른다.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던전의 탈출 장치는 작동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조, 조금만 기다려! 우리가 치, 치료해 줄게!”
박나리 일행이 회복 마법을 퍼부었으나, 이들의 회복 마법은 도트 힐.
유지력이 뛰어날 뿐 위력 자체는 썩 좋지 못하다.
다 죽어 가는 사람을 되살리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
곽지철의 시선이 지켜보는 이들을 차례대로 보다가 마지막에는 나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손을 뻗으며, 남은 힘을 쥐어짜듯 말했다.
“형한테…… 전해…… 줘. 미안…… 하다고…….”
“뭐래, 등신이.”
나는 [회복 스크롤]을 꺼내서 부욱 찢었다.
그러자 밝은 빛이 시야를 뒤덮었다.
– 파아아앗—!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곽지철의 부상은 긁힌 자국 하나 없이 말끔히 회복된 상태였다.
나는 두 눈을 깜박거리며 누워 있는 곽지철을 툭툭 걷어찼다.
“일어나, 등신아.”
“…….”
곽지철은 머쓱해 하며 일어났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