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13주 차 공략전 (1)
서예인이 예상외로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안정미가 단순히 화제를 전환하려고 이런 질문을 꺼낸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
그보다는 서예인을 지하층 던전에 데려가는 것과 내 여름방학 일정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해서 나는 확인차 되물었다.
“물어보시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회장님께서 김호 님을 만나 뵙고 싶어하십니다.”
“그 회장님이라는 분은……?”
“아가씨의 조부님 되십니다.”
나는 슬쩍 서예인을 쳐다보았다.
임원급 인사와 관련되었으리라 짐작은 했는데.
‘회장 손녀였구만.’
그렇다면 미래전략실의 관리를 받는 것도, 무려 집사가 붙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리고 대화의 흐름상 혜성 그룹 회장쯤 되는 거물이 나를 보고자 하는 것은,
“제 자격을 확인하고 싶으신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과연 내 실력은 고등급 던전을 공략하기에 충분한지,
사람으로서 됨됨이는 어떤지,
손녀딸을 믿고 맡길 만한 놈팽이인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안 갈 이유는 없지.’
서예인을 지하층 공략에 데리고 다니려면 어차피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행운 관련 던전들의 보상이 꽤 쏠쏠한 만큼 허락은 일찍 받아 둘수록 좋다.
‘부수적인 이득도 있을 테고.’
찾아와 달라고 초대까지 했는데 과연 얼굴 한 번 보고 끝일까.
혜성 그룹은 내가 서예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부탁을 들어줄 때마다 만족스러울 만한 보상을 돌려주곤 했다.
아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다.
‘시간 나면 히든 피스도 한두 개 주워 먹고.’
혜성그룹 본사가 위치한 신도시.
그 근처에 있는 히든피스 몇 가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모로 이번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상 앞일은 모르는 법.
따라서 나는 일단 대답을 미루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결정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언제든 편히 말씀해 주십시오.”
내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수정구 속 안정미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반면 서예인은 빨리 대답을 듣고 싶은지,
“우리 집 놀러 와.”
“봐서.”
“놀러 와.”
틈날 때마다 내 옷소매를 슥슥 잡아당기면서 연신 ‘놀러 와’를 연발했다.
* * *
일석삼조 수련은 주말에도 계속 이어졌다.
주말에는 나도 어지간하면 서예인을 내버려 두는 편인데, 웬일로 본인이 의욕을 갖고 참여한 것이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못 혼내줬어.”
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대인전 마지막 경기에서 곽지철을 혼내주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언젠가 홍연화를 만날 것을 대비해 랭크작을 더 한다고.
‘얘도 은근히 지는 거 싫어한다니까.’
고현우와 나로서는 달가운 일이었다.
일석삼조 수련은 세 사람 중 하나만 빠져도 진행이 안 되니까.
그렇게 일요일 저녁까지 서예인은 폭발탄, 고현우는 초식과 보법 병행, 나는 바람 마법 수련을 이어 간 결과,
재능 괴물 서예인은 당연히 폭발탄 C랭크, 고현우도 실전에서 충분히 활용할 정도까지 숙련도를 올렸으며,
[‘윈드 배리어’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D+->C+)]나도 윈드 배리어를 궤도까지 올릴 수 있었다.
* * *
월요일.
공략전 수업.
서청용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 말문을 열었다.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적대적 환경에서 살아남아 볼 겁니다.”
“…….”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학생들의 얼굴에 피곤함과 짜증이 가득했다.
지난주 구름 계단만 해도 굉장히 혐오스러운 곳이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판들을 조심조심 넘나들어야 했으며, 조금의 피해에도 구름이 흩어져 버리는 탓에 상대방의 견제가 들어올 때마다 바쁘게 움직여야 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거기다 낙하산 없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매우 불쾌한 경험까지.
다들 세 경기 중 최소 한 번쯤은 낙사를 해 봤을 테니, 구름 계단은 정말이지 좋아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게 남은 학기 내내 이어진단다.
짜증이 날 만도 했다.
‘물론 나는 빼고.’
고인물이란 뉴비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유열을 느끼곤 한다.
가끔은 고통의 주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서청용도 유열을 느끼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의무가 있었다.
해서 한층 진지한 어조로 타일렀다.
“얘들아, 힘든 거 다 이해해. 그래도 지금 겪어두고 익숙해지면 나중에 반드시 도움이 될 거야.”
지금이야 적대적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더라도 전투 불능이 되거나 실기 평가 점수 조금 깎이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그런 거 없다.
실전에서 적대적 환경을 못 이겨 내면 점수가 아니라 목숨이 깎인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조금 힘든 편이 낫지 않겠니? 하고 학생들을 열심히 설득하는 서청용이었다.
다소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그가 잠시 끊겼던 수업을 진행했다.
“자, 그럼 이번 주 공략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칠판이 깨끗하게 지워지고 그 자리에 규칙과 환경이 떠올랐다.
MAP:[독 지대]
RULE:[크리스탈][3인]
“먼저, 익숙한 크리스탈 규칙이 돌아왔답니다.”
던전 어딘가에 자리한 크리스탈을 회수하고, 성소에 가져가 충전하는 규칙.
성소의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충전도가 빠르게 깎이기 때문에 언제나 일정 거리 이내에 머물러야 한다.
여기에 서청용이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대적 환경이라는 거, 잊으면 안 되겠지?”
성소 근처에 머무르다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싶으면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이번 환경은 [독 지대]라, 늦게 벗어나면 중독돼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안전과 충전, 어느 쪽을 중요시할지 매 순간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주는 3인 팀으로 진행합니다.”
여태까지 최대 두 명이었던 팀 구성이 세 명으로 늘어났다.
실기평가 인원수는 이렇게 시간이 거듭될수록 한두 명씩 늘어나, 나중에는 원정대나 반 대항전까지 가게 된다.
‘잘 됐지.’
“김 형.”
“같이 가.”
양옆에서 눈을 빛내는 고현우와 서예인.
최근 몇 주는 고현우가 양보 아닌 양보를 했지만, 이제는 둘 중 누구랑 팀을 짤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셋이서 다니면 되거든.’
수업이 끝나는 즉시 우리는 던전동으로 이동했고,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당연히 이번에도 원형 계단을 오르내리는 학생들은 죄다 2, 3학년들이었다.
1학년 대부분은 F급 던전이라도 신중하게 이것저것 따져 보고 최소한의 대비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건 이미 내 머릿속에 다 들어 있는 상태.
클리어하기 좋은 던전도 미리 선정해 두었다.
[No.808] [허브식물원]우리는 차례차례 순간이동 포탈을 넘었고, 다음 순간 다 쓰러져가는 매표소 앞에 서 있었다.
서예인이 호기심 담긴 눈으로 안쪽을 기웃거렸으나,
“없어.”
“장사 안 하신단다.”
이곳의 정체는 강제 폐업 ‘당한’ 식물원이다.
시선을 조금 옆으로 돌리면 큼지막하게 이라고 적힌 낡은 간판이 세워져 있으며, 그 아래에는 개찰구가 자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 쓰러져가는 터라 제구실을 못 한다.
대충 밀고 들어가니 관람객들을 위해 구불구불한 길이 나 있었다.
내가 그 길을 따라 앞장서자, 고현우와 서예인도 좌우를 두리번거리면서 뒤따랐다.
고현우가 반은 신기한, 반은 경계하는 어조로 말했다.
“확실히 예사 식물원은 아닌 것 같소.”
점점 더 열대우림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는 데다 식물들 하나하나의 크기가 범상치 않다.
생김새 역시 기괴한 것들이 많았으며 꽃 색깔이 쓸데없이 알록달록해서 더 기괴했다.
“척 봐도 독초 같지?”
“그래 보이는구려.”
– 슈우우우…….
또한 이곳저곳에서 매캐한 연기가 솟아오르곤 하는데,
“척 봐도 독 연기 같지?”
“음.”
게다가 먼 저편에서는 웬 큼지막한 식물들이 춤추듯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척 봐도 몬스터 같지?”
“그렇군.”
고현우가 천천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으나,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앞장서서 걷기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때는 온실이었을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로 이루어졌을 외벽은 다 깨져서 앙상한 뼈대만 남았으며, 다양한 식물들이 밖으로 삐져나온 상태.
나는 또 망설임 없이 안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고, 고현우와 서예인이 따라왔다.
온실 정중앙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척 봐도 성소 같지?”
“확실히 알기 쉽구려.”
“크리스탈 찾아와서 충전하면 된다.”
이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크리스탈을 두 개 충전하는 것이다.
“채점 기준은 평균 체력이야.”
[김 호 100%] [고현우 100%] [서예인 100%]크리스탈을 모두 충전한 시점에서 세 사람의 평균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가.
당연히 많이 남길수록 고득점이다.
동시에 금주의 서브 퀘스트도 불러내 본다.
[서브 퀘스트:13주 차 공략전]▷목표:공략전 던전 클리어
▷기한:~일요일 자정
▷보상: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
최대 달성도는 평균 체력 95% 이상.
거의 깎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3인 팀이라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 같이 잘해야 한다.
난이도가 제법 있다고 봐야 하지만,
‘그럴 가치는 충분하지.’
그만큼 보상도 쏠쏠한 편이니까.
“좋은 소식 하나, 여기 입지가 꽤 괜찮아.”
성소에 서서 주변 지형을 확인해 보면, 빽빽하게 들어찬 각종 거대 식물들 사이로 좁은 길 몇 개가 눈에 띈다.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려면 저기밖에 없지.”
“싸우기는 좋아 보이는구려.”
다른 독 지대 던전들 중에 정글이나 늪지대 등도 많지만 굳이 식물원을 선택한 이유다.
길목이 좁아 몬스터들에게 포위될 일이 없고, 오는 족족 처치할 수 있기 때문.
다만 고현우는 우려되는 점이 있는 듯했다.
“허나 김 형, 운신이 제한적인 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오?”
“그건 맞지.”
– 슈우우우…….
때마침 근처 바닥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렇게 무작위로 유독 가스와 꽃가루 등이 흩날리곤 하는데 그게 긴급한 전투 도중, 바로 근처라면 도망칠 데도 없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준비해 두었다.
“두 번째 좋은 소식.”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근처로 시선을 돌려보니 알록달록한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거기에 손을 뻗어 움켜쥐자 보라색 꽃가루가 마구 흩날린다.
이것 역시 척 봐도 독성이 가득하지만.
[김 호 100%] [김 호 100%]체력이 깎이기는커녕 중독조차 안 됐다.
나는 손을 털면서 물었다.
“우리는 뭐다?”
“……!”
고현우는 그걸 보고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린 듯했다.
“백독불침이군.”
“바로 그렇다.”
우리 세 사람 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