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칠윈드
던전 밖으로 나가는 순간이동 포탈.
그 앞에는 자그마한 상자 네 개가 놓여 있었다.
[윈터할트 랜덤박스(D)] *4기본 보상 셋, 거기다 얼음 마녀 처치 보너스로 하나를 더 지급해서 총 넷이다.
여기에 메인 퀘스트 보상까지.
[메인 퀘스트 2-1](완료)▷목표:정체불명의 몬스터를 조사하십시오.
▷보상:랜덤박스 강화 주문서*2
[메인 퀘스트 2-2](진행 중…….)▷목표:정보를 수집하십시오.
▷보상:달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두 번째 메인 퀘스트는 연계식인 만큼 초장부터 극적인 보상을 지급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만하면 나름 쏠쏠하지.’
랜덤박스 강화 스크롤.
어느 랜덤박스에 사용하든 랭크에 +를 하나 붙여 준다.
D에 쓰면 D+가 되는 식이며, 그에 따라 더 좋은 보상이 등장할 확률도 증가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당장 쓰기보다, 아껴 뒀다가 조만간 얻을 B랭크 상자에 쓰는 게 훨씬 이득이다.
‘전리품 분배는 반반 가면 되겠네.’
따라서 내 몫은 랜덤박스 둘, 강화 스크롤 하나다.
홍연화 덕분에 랭크 부스트도 썼고, 이후에 루비까지 얻게 될 테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순간이동 포탈을 타고 던전을 나서자, 벽과 하나가 되어 대기하던 신병철이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오셨슴까, 형님.”
“오냐.”
얘가 이렇게 온 몸으로 존경심을 표하는 이유는 내가 안 줘도 되는 랜덤박스를 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충실한 노예인 셈.
신병철이 또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내 등에 업혀 있는 홍연화를 보고 흠칫했다.
“뭐야, 얘 어디 다쳤냐?”
“피곤해서 잔다.”
“아, 그럼 다행이고.”
자격 미달 던전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교칙 위반인데, 거기서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그리고 길잡이를 포함해 관련된 모든 인물이 조사 대상이 된다.
신병철도 그런 계산적인 생각을 했을 테지만, 그보다는 단순히 사람으로서의 걱정이 더 큰 기색이었다.
홍연화가 작게 새근거리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신병철이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배려하려는 듯 볼륨을 잔뜩 줄였다.
다만 말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은근하다.
“그래서 어떻게, 공략은 잘하고 나오셨습니까 형님?”
“당연하지.”
내 입장에서 D급 던전 공략은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실제로 밥 먹듯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신병철이 묻는 건, 대강 이런 사고 회로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호가 공략을 잘했다.
→ 보상이 푸짐하게 나왔다.
→ 자기 몫까지 떨어질 정도로 넉넉하다.
→ 야호 신난다!
따라서 나는 원하는 말을 들려주며 랜덤박스를 건넸다.
“지금 열어 보든가.”
“김 형은 내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아시오?”
신병철이 고현우 성대모사를 하면서 넙죽 D랭크 랜덤박스를 받아 들었다.
그러더니 크게 몇 번 심호흡한다.
“쓰으읍, 하아—”
여태까지 카페 오너의 길을 착실하게 밟아온 터라 은근히 긴장되나 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려 줄 수는 없었기에 나는 도발 멘트를 툭 던졌다.
“님, 쫄?”
“에헤이, 기 모을 시간은 좀 줘라.”
“빨리 모으십쇼.”
과연 도발 멘트는 효과적이라 신병철이 곧바로 상자 덮개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한순간 번뜩 눈을 부릅떴다.
“츠압!”
– 번쩍!
“오.”
“오.”
우리는 동시에 감탄사를 흘렸다.
여태까지 신병철이 연 것 중에 가장 밝은 빛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내 빛이 사그라들며 드러난 결과물은,
[랜덤 랭크업]*2이게 웬일이래.
솔직히 실패 스탬프를 채우려는 의도로 던져 준 랜덤박스였지만,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괜찮은 거 나왔네. 축하한다.”
“에이, 뭐 축하할 것까지야. 이 정도는 그냥 쉽지.”
방금 전까지의 긴장한 기색은 온데간데없고 허세로 가득한 신병철.
그러나 동시에 조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다.
“……근데 살짝 부족한 감은 있네.”
“뭐가?”
“기왕이면 조금만 더 좋은 걸로 나와 주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나름 중박을 쳤음에도 ‘조금 더 좋은 게 나와줬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신병철.
나는 슬그머니 인벤토리에서 두 번째 랜덤박스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악마의 속삭임을 건넸다.
“한 번 더?”
“……!”
신병철의 안면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돌려 보는 중일 거다.
이대로 만족하고 랜덤 랭크업 두 개를 처분하느냐.
아니면 랜덤 랭크업을 나에게 넘기고, 새 랜덤박스로 재도전하느냐.
고민은 길지 않았다.
신병철의 입꼬리가 끌려 올라갔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군. 무릇 사나이란 도전을 피하지 않는 법.”
“역시. 사나이시네.”
“그리고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달라. 흐름을 탔다, 이 말씀이야.”
지금 연 랜덤박스에서 선방했으니, 다음에는 더더욱 운이 좋으리라는 마음가짐.
이럴 때는 긍정 보스 고현우보다도 더 긍정적인 것 같다.
이내 신병철이 훗 하고 웃었다.
“미리 홍연화한테 사과해야겠군. 미안하게 됐다.”
“왜 미안하지?”
“눈부셔서 깰 테니까!”
“오오.”
신병철이 힘차게 랜덤박스를 개봉했다!
– 달칵,
[윈터할트 머그컵(F)]신병철이 말없이 손에 들린 머그컵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비굴하게 웃으며 물었다.
“무르기 가능?”
“불가능.”
* * *
후회에 빠진 신병철을 뒤에 남겨두고.
나는 홍연화를 업은 채 여학생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앞에 다다라서 어깨너머로 한마디 던졌다.
“홍연화.”
“……?”
“다 왔다.”
홍연화는 그때까지도 까무룩 잠들어 있었는데, 내가 부르자 아주 조금은 정신을 차린 듯했다.
목을 감고 있던 팔에서 힘이 풀리며 두 발로 땅을 딛고 선다.
그러나 여전히 비몽사몽 중인지,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흐느적거리며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럴 수도 있지.’
상황이 상황이니 그러려니 하고, 나도 기숙사로 돌아가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살펴볼 것은 신 씨의 협조 덕분에 채울 수 있었던 스탬프 쿠폰.
[스탬프 쿠폰(C)]▷스탬프 5/10
▷5개 누적 보상:랭크업(D)
랭크업은 많이 쟁여둘수록 이득이다.
앞으로 추가될 스킬/특성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거기다 [랜덤 랭크업] 두 개를 더 확보한 상태.
이제 어디서 실패 세 번만 더 하면 스탬프 10개를 다 채우고, 최종 보상을 받게 된다.
‘랭크업 C.’
C랭크에 정체되어 있는 스킬/특성 중 하나를 B로 올릴 수 있다.
잘하면 이번 주에 스탬프 10개가 다 찍힐지도 모르고.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새로 복사해 온 스킬, 칠윈드.
▷복사 – 스킬[3/3]
1. 도둑걸음(B+)
2. 오버히트(C)
3. 칠윈드(F+)
다크 우블렉, 정확히는 놈이 집어삼켰던 얼음 마녀의 마법 스킬.
주요 효과는 내가 몸소 겪었듯, 범위 내의 적들을 둔화시키는 것이다.
둔화 상태 이상을 부여하는 스킬은 제법 다양하지만, 칠윈드는 특히 그 위력이 강력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고작 F급 칠윈드에 맞았는데도 S급 원소 저항으로 완벽히 상쇄할 수 없었다.
당연히 랭크가 오르면 그보다도 더 강해질 테고.
‘막기도 까다롭지.’
빙결 속성인 동시에 바람 마법이기도 해서, 방어나 회피할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다.
거기에 마지막 세 번째 효과까지.
‘냉기 강화.’
칠윈드의 범위에 들어온 대상은 빙결 속성 피해와 효과를 추가로 받는다.
F급 둔화가 내 원소 저항을 일부나마 뚫고 들어온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물론 이런 강력한 스킬에도 단점이 존재하는데,
‘랭크 올리기가 더럽게 어렵지.’
D랭크 보스인 얼음 마녀가 왜 F급 스킬을 보유했겠는가.
걔도 배우기만 하고 못 올려서 그런 거다.
나름 고위 마법인 만큼 증폭 또는 군주와 비슷한 성장 난이도를 가졌다.
반복 수련으로는 사실상 성장이 불가능하니 랭크업을 써야만 한다.
물론 나로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런 게 한두 개도 아니고.’
더럽게 안 오르는 스킬/특성이 이미 대여섯 개는 되고, 거기에 하나가 추가될 뿐이다.
그리고 성장 난이도가 높은 것들은 그만큼 확실한 성능을 보장해 주니, 더욱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투자는 확정된 셈이고.’
복사한 스킬을 성장시키려면 먼저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나는 하나 남겨 두었던 고정핀을 꺼냈다.
[‘고정핀’을 사용합니다.] [‘칠윈드(F+)’를 고정합니다.] [스킬]▷칠윈드(F+) New!
▷윈드포스(C+)
▷윈드 배리어(C+)
▷나선폭발(C+)
▷인페르노 피스트(B)
▷현음옥마지(B)
▷증폭(C) ▷부여(C)
▷복사-스킬[2/3]
1. 도둑걸음(B+)
2. 오버히트(C)
3. (없음)
‘다음 고정핀은 독 저항에 써야겠지.’
까마귀 재봉사한테서 복사한 S랭크 특성, 독 저항.
굳이 고정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성능이 출중하지만, 충분한 ‘준비’가 되면 여기에도 고정핀을 쓸 예정이다.
C랭크 바람 마법 셋이 합쳐진 나선폭발처럼, 어떤 스킬/특성들은 조건이 맞으면 더욱 상위의 무언가로 조합되기도 하니까.
사실은 상황을 봐서 독 저항 고정을 더 미룰 생각도 있었는데, 두 번째 메인 퀘스트 내용이 확정된 탓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다크 우블렉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원래는 연계 퀘스트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며 그 정체를 밝혀내야 하지만, 나는 숱하게 밝혀 본 터라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부패의 마녀.’
A랭크 네크로맨서이자 시룡(屍龍) 휘하의 군단장 중 하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독 계열 마법을 주로 사용한다.
수월하게 상대하려면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막바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독 저항]을 고정하고, 관련 특성을 조합해 두는 게 최선이다.
‘바꿔 말하면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소리지.’
현재는 발단 파트.
부패의 마녀가 다크 우블렉을 수십, 수백 조각으로 나누어 던전동 지하층에 흩뿌려 놓았고, 그것들이 하나둘 발견되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이번 주에 지하층 공략에 들어가는 파티가 적어도 수십은 될 텐데, 그중 일부는 우리처럼 다크 우블렉에 당첨될 것이다.
그럼 죽지는 않더라도 고생깨나 할 테고.
우여곡절 끝에 던전을 탈출한 그들은 리플레이를 공유하든, 주변인에게 털어놓든, 학사 측에 보고하든 이 사실을 퍼뜨릴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보고가 쌓이며 점차 학사 측에서도 경각심을 갖게 된다.
-까지가 이번 주에 벌어질 일련의 사건.
위험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도 아니고, 언제쯤 다가올지도 대강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메인 퀘스트에 위축될 게 아니라 더 빨리 행동하는 것이 맞다.
‘챙길 것들 빨리 챙겨 둬야지.’
소문이 퍼질수록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지하층 경계가 강화된다.
그럼 몰래 들락거리기도 어려워질 터.
그 전에 행동해야 한다.
나는 당규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