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No.88 악인집결 (5)
[유령무영]▷일정 거리를 빠르게 이동합니다.
▷이동 중 회피율과 은밀함이 대폭 상승합니다.
유령무영이란 이동, 회피, 은신 셋을 겸하는 복합 스킬이다.
대개 복합 스킬의 효과들을 하나하나 떼어 놓고 보면 어중간한 경우가 많은데, 이건 나선폭발처럼 셋 다 수준급.
어느 클래스가 쓰든 발군의 위력을 발휘하지만, 상대방의 허를 찌르기 좋다는 점에서 도둑이나 암살자 계열과의 궁합이 가장 좋다.
단점이라면 랭크가 매겨지지 않아 성장이 불가능하며, 5분 쿨타임이 있다는 것.
전투마다 많아야 두어 번 사용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실제 성능은 기회가 닿을 때 시험해 보기로 하고,
‘이제 다음 사람 차례인데.’
파티원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공터로 돌아가, 2번 타자를 샛길에 들여보내는 것이 정석이다.
그렇게 2번 타자가 환마의 시험을 치르고 유령무영을 습득하면 3번을 들여보내는 식.
다만 이 방식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효율적이야.’
나야 거의 눈 감고도 탭댄스를 출 정도로 치러본 시험이라 한 번 만에 성공했을 뿐, 다른 사람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재능이 나쁘지 않으니 많아야 2, 3트라이 정도면 감을 잡겠지만, 그걸 네 사람이 다 한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그동안 흑의 복면인들의 파상공세를 버텨야 하니 체력 소모도 극심할 터.
그 시간과 체력을 다른 히든 피스 회수에 돌리고, 유령무영은 나중에 익히는 게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환마의 시험을 나중으로 미루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데.
아주 간단한 해답이 있었다.
‘갖고 나가면 됨.’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나는 가능하다.
정확히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사기적인 아이템을 갖고 있다.
잠시 인벤토리에 보관해 두었던 달마상.
그것을 꺼내 도깨비 석상에 가져다 대자,
– 스르르륵…….
사람보다 크던 덩치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빠르게 줄어들더니 손바닥만 해졌다.
‘원래 이 사이즈거든.’
환영진 때문에 확대되어 보였으나, 달마상에 일부가 파훼되며 본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미니 도깨비 석상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다음,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석상들도 축소하고 챙기길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내에는 대리석 바닥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석상들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진법을 구성하는 주요 기물.
알맞게 설치하면 환마의 환영진을 재구현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즉 대나무숲 밖으로, 던전 밖으로 나가서도 시험을 치르고 유령무영을 습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횟수 제한이 있기는 하지.’
엄연히 내구도가 존재하니까.
그래도 갖고 나갈 수 있는 게 어디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샛길을 되돌아 걸었다.
공터에 도착하니 전투가 한창이었다.
흑의 복면인들이 잘 훈련된 정예 무사처럼 합공을 가하고, 일행이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당규영은 채다빈을 보호하듯 자리 잡은 채 대부분의 전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바닥에서 솟아난 그림자 팔들이 갖가지 그림자 무기로 적들을 쓰러뜨린다.
채다빈은 직접 적에게 피해를 주기보다 아군을 보조하는 쪽에 가까웠는데, 곳곳에 조그마한 드론이 날아다니며 방어막이나 버프 등을 씌우는 식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서포터 계열이네.’
고현우는 워낙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데다, 최근에는 일석삼조 수련으로 보법까지 연마한 상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흑의인들 사이사이를 누비고 검을 휘두른다.
장무극은 회피와 방어 위주로 운영하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번씩 흑의인들의 목이나 가슴팍에 치명적인 일검을 박아 넣곤 했다.
그러던 도중, 샛길에서 걸어 나오는 나를 발견하고 당규영이 물었다.
“끝났어?”
“네, 가져왔어요.”
나는 도깨비 석상 하나를 꺼내 보인 다음 말을 이었다.
“이제 나갑시다.”
“오케이.”
당규영이 부드럽게 손을 내젓자 그림자 팔들이 일제히 흐물흐물 무너져 내리더니, 파도처럼 몰아치며 적들을 밀어냈다.
– 콰아아아-!
순간적으로 뻥 뚫려 버린 포위망.
그 틈에 우리는 재빨리 공터를 벗어났다.
채다빈이 달리다 말고 뒤를 돌아보더니 신기하다는 투로 말했다.
“……다 없어졌네.”
공터는 어느새 깨끗하게 비워진 상태였다.
방금 전까지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전부 환영진이 만들어 낸 허상이라 그렇다.
지금은 범위를 벗어나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거고.
물론 진법은 나가는 길에도 설치되어 있었기에, 나는 당규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으시고, 왕복 열차 운행합니다.”
“출발~”
당규영이 내 손을 냉큼 잡으며 웃었다.
우리는 들어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손에 손잡고 일렬로 걸음을 옮겼다.
달마상과 고인물 센스를 앞세워 걷자 자욱하던 안개가 점차 걷히고, 사방을 빽빽하게 메우던 대나무 역시 줄어들었다.
죽림을 벗어난 것이다.
안전이 확보되자 모두 우르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당규영과 장무극, 고현우가 한마디씩 한다.
“아까 그거 보여 줘 봐.”
“정말 그걸로 익히는 건가?”
“본인도 호기심이 동하는구려.”
채다빈도 말은 안 했지만 계속 곁에서 기웃거렸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도깨비와 악귀 석상을 하나씩만 꺼냈다.
“눈으로만 보세요. 기스 나면 도전 횟수 줄어들어요.”
“……!”
“……!”
그 말에 모두 석상을 만져보려다 불에 데기라도 한 듯 황급히 손을 뗐다.
내가 계속 설명했다.
“유령무영 도전은 공략이 끝난 뒤 따로 자리를 마련할 겁니다. 모두에게 충분한 기회가 돌아갈 거고요.”
“알았어.”
“기대하지.”
처음부터 합의가 된 사항이었기에 모두 선선히 수긍했다.
지금은 남은 히든 피스 회수에 신경을 기울일 때라,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인집결]의 마두들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은 있어도, 활동하는 구역과 동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놈들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그 구역을 피해 다니는 게 최선.
따라서 다음 목적지가 도시 내부에 있음에도, 나는 일단 외곽을 빙 둘러 걷는 걸 선택했다.
그런데 그때,
– 쐐애애액—!
어디선가 허공을 찢는 듯 세찬 파공성이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시선을 돌려보니, 전각들을 민첩하게 타고 넘으며 이동하는 무인 둘이 보였다.
고현우와 장무극이 한마디씩 했다.
“놀라운 경신법이오.”
“저자들이 바로 그 마두들인가. 상대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군.”
반면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쟤들이 왜 여기서 나와.’
저 둘의 활동 구역은 이곳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그 말은 어떤 변수가 발생했음을 의미하고, 그 변수란 상당히 높은 확률로 팽미령 원정대일 터.
또한 저놈들이 살아 있다는 건,
‘꼬였나 본데.’
팽미령 측에서 무언가 실수를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규영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어쩔래?”
“굳이 시비를 걸 필요는 없죠. 일단 놔둡시다.”
우리가 가진 전력은 B랭크 던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최소치에 가까우니, 가급적이면 전투를 피하고 전력을 보존하는 게 낫다.
따라서 놈들이 평화로운 길을 택하면 우리도 그냥 보내 줄 생각이었는데.
‘오는구만.’
유감스럽게도 놈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잘 가다가 이쪽으로 방향을 꺾더니 빠르게 접근해온다.
적개심이 풀풀 풍겨 오는 걸로 보아 의도 역시 뻔하다.
나는 일행에게 지시했다.
“싸워야겠네. 준비합시다.”
“……!”
모두 경계심을 끌어올리며 전투를 대비했다.
채다빈은 여행용 캐리어 같은 가방을 열어 드론들을 띄워 올리고, 장무극과 고현우는 각자 검을 뽑아 든다.
나도 묘목을 꺼내서 땅에 짚었고.
곧이어 장내에 내려앉은 것은 쌍둥이처럼 닮은 두 장년인이었다.
하나는 어두운 황색, 다른 하나는 녹색 무복을 입고 있었으며, 달리 병장기를 차고 있지 않아 권장법의 고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들은 장법의 고수인 동시에 독공의 고수이기도 하다.
황색 옷은 마비독을 주로 사용하여 비마(痺魔), 녹색 옷은 산성독으로 산마(酸魔).
‘합해서 비산쌍마(痺酸雙魔)지.’
그리고 멀찍이서 짐작한 대로, 팽미령 측 파티와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왔는지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입가와 코에도 핏자국이 남은 걸로 보아 내상까지 입은 모양이다.
그중 비마가 우리를 둘러보며 내뱉었다.
“참으로 용의주도한 놈들이로구나. 왜 추격을 중단하나 했더니, 이런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가.”
그 말을 들으니 대충 상황이 파악되었다.
전투 끝에 팽미령 측 파티가 승기를 잡기는 했으나, 추격 도중 모종의 이유로 발을 뺐나 보다.
일단 전력을 추스르려는 심산이겠지.
비산쌍마 입장에서는 잘 도주했다 생각했는데 우리가 눈에 띄자, 추격을 뿌리쳐야겠다고 판단하고 접근해 온 것 같다.
나는 아직 교섭의 여지가 있을까 싶어서 물어보았다.
“그냥 보내 드릴까요?”
“흐흐, 우리가 그런 얕은 수작에 넘어갈 것 같더냐. 보내 주는 척하고 뒤통수를 칠 심산이겠지.”
진짜 보내 주려고 했는데.
역시 싸우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까지 허탕을 치지 않게 도주로를 차단할 필요가 있겠지.
따라서 나는 방식을 조금 바꿔 쌍마의 심기를 살살 긁었다.
“아니, 방금 전만 해도 발에 불나도록 튀고 계시던데, 왜 갑자기 싸우려고 그래요? 어차피 수틀리면 또 튈 거면서.”
“……걱정하지 말거라. 네놈들하곤 끝장을 볼 테니.”
도발 멘트가 성공적이었는지 비산쌍마가 입가에 살기등등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들이 동시에 기세를 끌어올리자 일대의 식물들이 검게 변색되며 시들어 갔다.
“너는 재미있는 소리를 했으니 마지막까지 남겨 두마. 조금 갖고 놀다 죽여야겠다.”
나는 당규영 뒤로 숨었다.
“들었어요? 갖고 놀다 죽이신다네.”
“그건 안 되지. 넌 나랑 놀아야 돼.”
당규영이 내 머리를 한 차례 가볍게 쓸었다.
그러더니 이내 표정을 진지하게 굳히고 천천히 옆으로 걸음을 옮긴다.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을 직감하고 최적의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이제 시작인데…….’
팽미령 원정대가 어쩌다가 비산쌍마를 상대하게 됐는지는 몰라도, 공략본에는 가급적 싸움을 피해 가라고 언급해 놓았다.
대부분의 마인들이 개인 단위로 돌아다니는 반면, 이놈들은 둘이 붙어 다녀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독공의 고수이기도 해서 더더욱 까다롭고.
물론 그건 보편적인, 공략본 기준이다.
‘내 기준에선 꽤 할 만하지.’
일단 저놈들은 격전을 치르고 온 탓에 만전의 상태가 아니다.
체력 게이지가 있다면 70% 안팎 아닐까.
거기에 결정적으로,
‘독공의 고수잖아.’
그럼 더더욱 할 만하지.
나는 먼저 [문어발]과 [부여]를 연계했다.
[대상에게 ‘독 저항(S)’을 부여합니다.] [대상에게 ‘독 저항(S)’을 부여합니다.] [대상에게…….] [부여된 ‘독 저항’의 랭크:B] [지속 시간 00:14:58] [재사용 대기시간 09:19:58]네 명에게 [독 저항]을 부여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랭크가 다소 떨어지니,
‘증폭까지 해 줘야지.’
[‘문어발’을 사용합니다.] [‘증폭’을 사용합니다.] [‘독 저항’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B→S)] [‘독 저항’의…….]네 명에게 부여한 독 저항을 증폭해주며 내 스킬도 덩달아 증폭한다.
[‘윈드 배리어’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오버히트’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윈드포스’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나선폭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칠윈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E+→C+)] [지속 시간 00:04:58] [재사용 대기시간 40:29:58]문어발로 연달아 시전하며 부여는 쿨타임 16배, 증폭은 무려 81배라는 막대한 페널티가 가해졌다.
며칠간은 둘 다 봉인된 셈.
그래도 그럴 만한 가치는 있었다.
“…….”
“…….”
모두의 입꼬리가 슬며시 끌려 올라갔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산쌍마를 보는 시선에 긴장감이 감돌았다면, 지금은 이놈들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는 기색.
나 역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
“5분 안에 끝냅시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