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14주 차 대인전 (2)
우리는 아레나로 이동하자마자 단말기에 학생증을 스캔했다.
그리고 매칭이 잡히길 기다리는 도중,
“상점 열어 봐.”
“……?”
서예인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학생 상점을 열었다.
끝도 없이 출력되는 아이템 목록을 빠르게 훑어 내려간다.
갑자기 왜 학생 상점이냐고?
당연히 이번 대인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빙하 지대는 엄연한 적대적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한 장비를 갖추면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독연기가 피어오르는 장소로 가기 전에 방독면, 해독제, 또는 백독불침을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 많은 학생들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이다.
이윽고 나는 목록에서 아이템 하나를 짚으며 말했다.
[뾰족뾰족 밑창]“빙하 지대라는데, 들어가면 바닥이 미끄러울 것 같지요?”
“응.”
“사 둬야겠지요?”
“결제.”
[‘뾰족뾰족 밑창’을 구매합니다.(-300pt)]포인트를 지불하자 손 위에 신발 밑창 한 쌍이 툭 떨어졌다.
뾰족한 스파이크가 잔뜩 박혀 있어 신발에 부착하면 아이젠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나는 또 은근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들어가면 추운데, 핫팩도 구매하시지요.”
“……구매.”
[‘핫팩’을 구매합니다.(-100pt)]나는 하나, 서예인은 무려 세 개나 샀다.
둘이 합쳐서 총 지출 1,000포인트.
고작 이번 한 주 대인전에 쓰기에는 과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런 준비를 갖추지 않았다면 그만큼 전투에서 우위에 서는 셈이다.
리플레이가 팔리면 쓴 것보다 벌리는 게 많을 테고.
곧 매칭이 잡혔는지 스코어보드에 우리 둘과 상대방의 이름이 출력되었다.
[김 호 738점 서예인 752점]vs
[정수지 601점 박나리 1,013점]‘유망주가 나왔네.’
드루이드 유망주 박나리와 미니 호랑이 범이.
그리고 옆에서 얄밉게 짤짤이를 넣는 정수지 조합.
학기 초에 고현우가 저 조합을 상대로 고전했었다.
북궁한설과 합공을 퍼붓고도 박나리의 유지력을 못 뚫어서, 결국에는 타임 오버로 패했었지.
아직 대인전에서 박나리를 만나려면 한참 더 등반해야 하리라 예상했는데, 정수지가 최근 연패를 하면서 점수를 많이 잃은 모양이다.
따라서 평균점 역시 800점대로 떨어졌고, 결국 우리와 매칭이 잡혀 버린 거다.
분명 까다로운 상대인 건 맞지만,
‘해 보기 전에는 모르지.’
이건 2 대 2 대인전.
그리고 크리스탈 대인전이기도 하니까.
나는 서예인에게 말했다.
“가실까요?”
“응.”
우리는 경기장으로 걸어가 순간이동 마법진에 올랐다.
곧바로 시야가 탁 트이며 새하얀 빙하 지대가 펼쳐진다.
곳곳에 야트막한 동산이 솟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평탄한 지형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 휘이이잉—!
매서운 눈보라가 얼굴을 때려 온다는 점.
교복에 걸린 방한 마법에 원소 저항까지 있는데도 추위가 느껴질 지경이다.
‘윈터할트보다 더 춥네.’
하기야 거기는 수성전이 메인이었고, 이건 대놓고 적대적 환경 극복 프로젝트다.
일부러 눈보라가 몰아치는 환경을 조성했는데 안 추우면 그게 더 이상하지.
서예인은 어떤가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
후드티를 깊이 눌러쓰고 잔뜩 움츠러든 상태.
그러면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길래 물어보았다.
“뭐 찾아?”
“……나갈래.”
출구를 찾는 거였군.
가벼운 칠윈드에 김호냄비를 꺼낸 것만 봐도 서예인이 얼마나 추위를 싫어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물며 여기는 사방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데다 눈보라까지 마구 몰아치니, 도저히 나무늘보가 살 곳이 못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매칭은 잡혀 버렸고, 경기장에 입장까지 한 상태.
“출구는 끝날 때까지 안 열린단다.”
“……기권?”
“나 화낸다?”
아무리 추워도 기권은 안 되지.
대인전에 서브 퀘스트, 방금 전에 사 둔 아이템들까지 아주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서예인이 이 사실을 이해하는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화낸다니 기권은 포기한 듯했다.
내가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빨리 나가고 싶은가?”
“나갈래.”
“그럼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다.”
나는 손을 들어 먼 저편을 가리켰다.
야트막한 동산들 가운데 유독 높이 솟은 동산 하나.
그곳에는 커다란 바위가 푸른빛을 뿌리고 있다.
바로 이번 크리스탈 대인전의 성소다.
“바로 크리스탈 찾아서 뛰어. 견제는 내가 맡을 테니까.”
“확인.”
서예인은 크리스탈 충전, 나는 상대방 견제로 역할을 분담하는 작전.
다만 잔뜩 움츠러든 모습을 보아하니 벌써부터 둔화에 걸려 버린 듯했다.
이럴 때는 조금 더 손을 써야겠지.
[‘부여’를 사용합니다.] [대상에게 ‘원소 저항(S)’을 부여합니다.] [부여된 ‘원소 저항’의 랭크:B] [지속 시간 00:14:56] [재사용 대기시간 00:34:56]B랭크지만 이것만 해도 한결 추위가 덜할 터.
여기에 내 몫으로 사 둔 핫팩까지 건넨다.
핫팩이 순식간에 후드티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 좀 따뜻합니까?”
“……조금.”
“그럼 가 봅시다.”
“해치운다.”
상대방 역시 준비를 마쳤는지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Start!] [김 호 100% 서예인 100%]vs
[정수지 100% 박나리 100%]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서예인이 투명하게 변하며 사라졌다.
투명 길리를 뒤집어쓴 것이다.
‘여기서는 의미가 없지 않나.’
눈보라 때문에 언뜻언뜻 모습이 비추고, 바닥에 쌓인 눈에도 그대로 발자국이 남는다.
그래도 서예인은 크리스탈 충전 역할이니 조금이라도 늦게 들켜서 나쁠 건 없었다.
발자국이 이동하는 방향은 성소가 자리한 곳에서 살짝 틀어져 있었는데,
‘크리스탈부터 찾는 거지.’
크리스탈 위치는 무작위.
게다가 눈보라 탓에 시야가 반쯤 가려, 원래는 한참이나 이곳저곳 뒤지고 다녀야 한다.
반면 서예인은 자기가 향하는 곳에 크리스탈이 있다고 확신하는 듯,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 서예인의 판단에 크게 의문을 품지 않았는데,
‘믿는다, 복덩이 센스.’
복덩이는 이런 면에서는 엄청나게 촉이 좋고, 촉이 좋지 않을 땐 운이 좋기 때문이다.
한편 스코어보드를 확인해 보니, 저쪽도 눈보라 때문에 죽을 맛인가 보다.
[정수지 98% 박나리 99%] [정수지 97% 박나리 98%] [정수지 96% 박나리 98%]저절로 깎이는 체력.
특히 정수지의 체력이 더욱 빠르게 줄어든다.
‘쟤는 진짜 최약체네.’
그러게 평소에 운동 좀 하라니까.
구름 계단에서도 영 육체 능력이 저질이라 한마디 했었는데, 들었는지 한 귀로 흘렸는지 모르겠다.
[정수지 96% 박나리 98%] [정수지 97% 박나리 99%]그나마 박나리가 회복 마법을 쓰는지 조금 깎인다 싶으면 차오르고, 또 깎이다가 차오르기를 반복한다.
반면 우리는 원소 저항 덕에 아예 피해가 없고.
[김 호 100% 서예인 100%]잠시 스코어보드를 구경하고 있자니, 투명 서예인의 경로가 다시 살짝 틀어져 성소로 직진하기 시작했다.
‘역시 복덩이 센스.’
한 번에 크리스탈의 위치를 맞추고 회수한 모양이다.
또 이곳저곳 살피다 보니, 눈보라 사이로 어렴풋이 사람 둘과 커다란 짐승 하나의 실루엣이 비쳤다.
척 봐도 박나리 팀.
견제는 내가 맡기로 했기에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릎까지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지고, 빠지지 않는 곳은 빙판이다.
물론 내 신발 바닥에는 뾰족뾰족 밑창이 붙어 있어 미끄러질 걱정은 없었다.
‘저쪽은 걱정을 좀 하는 것 같은데.’
박나리 측 이동 속도는 나나 서예인에 비해 한참 더디다.
심지어 중간중간 멈춰 서기까지 하는데, 미끄러지지 않게 균형을 잡는 느낌이 강하다.
덕분에 거리를 좁히기는 아주 수월했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저쪽에서도 내가 접근하는 걸 눈치챈 듯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나는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들 하신가.”
“아, 안녕…….”
세상 소심하게 손을 흔드는 박나리.
김호 한정 소심이 홍연화와는 차원이 다른 소심함이다.
정수지도 턱을 까딱이고, 집채만 하게 커진 호랑이 범이도 낮게 그르렁댄다.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나는 상대방의 발을 확인했다.
‘없군.’
오면서 짐작했던 대로 신발에 뾰족뾰족 밑창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동성 차이가 상당할 테니, 승산이 대폭 올라갔다고 봐도 좋다.
– 휘잉—
또 슬쩍 주변에 바람을 불게 해 보니 일대가 넓은 빙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로 눈이 살짝 쌓인 상태.
더없이 미끄러우니 전장으로서도 안성맞춤이다.
여기까지 확인한 후, 나는 셋을 쳐다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보면 알겠지만 시간 끌러 왔다. 내가 견제 역할이거든.”
“서예인은?”
정수지가 물었으나 그 질문에는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 우웅—
때마침 성소가 더욱 푸르게 빛나며 빛기둥을 내려보냈기 때문에.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빛기둥의 대상이 누구일지는 뻔하다.
[크리스탈 1%] [크리스탈 2%]정수지의 얼굴이 다급해지더니 박나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리야, 내가 얘 맡을—”
그러다가 나와 일대일로 붙으면 전혀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는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한다.
“나리야, 내가 막으러 갈게. 네가 얘 맡아 줘.”
“으, 응. 알았어…….”
박나리가 고개를 끄덕여 답한 뒤 나를 마주 보았다.
호랑이 범이 역시 나를 향해 낮은 울음소리를 흘린다.
저쪽 역시 역할을 분담하여, 박나리가 나를 맡고 정수지가 서예인을 맡는 작전.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다.
“내가 순순히 보내 줄까?”
나는 둘 다 묶어 두려고 온 건데.
막 자리를 떠나려는 정수지에게 윈드포스를 시전했다.
– 휘이잉—
“어, 어, 어?”
정수지는 맞바람에 밀려나면서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렸다.
급기야는 엉덩방아를 찧고, 그러고도 한참이나 주르륵 미끄러져 갔다.
반면 나는 빙판에 섰음에도 평지에 선 듯 자연스럽다.
그제야 박나리와 정수지의 시선이 내 발을 향했다.
“그거……?”
“아, 이거? 포인트 좀 썼지.”
무려 300포인트나 되는 거금이 들어갔다.
그리고 거금을 썼다면 자랑을 해 주는 게 인지상정.
나는 까치발을 한 채 한쪽 발바닥을 내보였다.
뾰족뾰족 스파이크가 잔뜩 돋아난 밑창.
“엄청 편해. 하나씩 사.”
“…….”
두 사람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기동성 면에서는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역할 분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하지만 전투는 자신들이 우세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2 대 1 구도니 빠르게 나를 합공해서 치워버리고 서예인을 방해하러 갈 심산이겠지.
박나리가 크게 한 번 심호흡하고 범이를 불렀다.
“버, 범아.”
“그르릉,”
범이가 나를 노려보며 낮은 울음소리를 흘리더니,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덮쳐왔다.
“크허헝-!”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