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징계 (3)
보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자극된 송천혜와 달리, 다크 우블렉은 얼음벽에 들이받고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지금은 거대 두더지와 박쥐, 곤충 등이 뒤섞인 모습을 했지만, 원래는 슬라임 계열 몬스터.
충격에 꽤 높은 내성을 갖고 있을 거다.
– 꾸물럭, 꾸물럭,
곧바로 얼음벽을 빙 둘러 움직이는 다크 우블렉.
그러나 그때는 한소미가 지척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귀찮은 장애물을 치워 버리려는 듯, 다크 우블렉이 곤충 앞다리 같은 앞발을 휘둘렀다.
한소미는 보법을 밟으며 회피하는 동시에 손에 쥔 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한순간 흐릿하게 사라지는가 싶더니,
– 서거거걱!
놈이 휘둘렀던 앞발을 조각조각 잘라 버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큰 피해는 주지 못한 듯했다.
우블렉이 몸을 몇 번 기우뚱거리자 잘려 나간 팔이 순식간에 다시 돋아난다.
그걸로도 모자라 땅에 떨어진 조각들이 모여들며 도로 흡수되기까지.
‘검사랑은 상성이 안 좋지.’
일반적인 베기 공격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마음먹고 절초를 펼치면 잡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 한소미가 할 수 있는 건 놈이 더 나아가지 못하게 저지하는 것뿐.
또 놈이 앞발을 휘두르려는 찰나, 벼락 한 줄기가 날아와 놈의 미간에 꽂혔다.
– 콰르릉!
벼락을 날린 것은 당연히 송천혜.
이건 효과가 있었는지, 우블렉이 맞은 부위를 기괴하게 뒤틀었다.
송천혜는 그런 놈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단위 마법을 쓸 겁니다.”
“그게 정석이긴 해.”
“두 분도 소미랑 같이 홀드해 주세요.”
“그럽시다.”
나머지 파티원들이 놈을 한 곳에 묶어 두고, 송천혜가 대단위 마법으로 한 방에 쓸어버리는 작전.
윈터할트에서도 통했으니 지금도 유효할 터였다.
‘일단은 퇴로부터 차단해야겠지.’
해서 나는 아이스 월을 연이어 시전했다.
얼음벽들이 솟아오르고 합쳐지며 통로들을 빈틈없이 틀어막는다.
다크 우블렉의 특성상 전투가 불리해진다 싶으면 곧바로 도주를 시도할 텐데, 이런 소탕 던전은 넓고 복잡해서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잔뜩이다.
놈을 놓치고 두 배로 고생하느니 지금 대비해 두는 게 낫다.
이어서 송천혜와 내 시선이 동시에 신병철을 향했다.
녀석은 그때까지도 한구석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헥, 크엑, 헉, 커헉, 켁.”
“아저씨, 체력 왜 이렇게 저질이에요. 좀만 더 달렸으면 토했겠어.”
“급하게, 헥, 뛰어섷, 그렇, 트핳.”
“자, 심호흡 하시고. 들이쉬고 내쉬고. 방금 들었지?”
“…….”
신병철이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아서 이대로 놔두고, 나는 재차 얼음벽을 소환해 우블렉을 둘러쌌다.
– 서거거걱!
한편 한소미는 혼자서도 여유롭게 놈을 썰어 재끼는 중이었다.
평소에는 마냥 착하고 방긋방긋 웃어서 싸움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한번 검을 뽑고 나면 인정사정 없다.
그 실력을 믿어서인지 송천혜는 곧바로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한쪽 손 위에서 복잡한 술식들이 떠오르고 조립된다.
반대쪽 손은 앞으로 내민 채였는데, 손끝에서 전류가 뻗어져 나가며 놈의 머리 위에 모여들고 있었다.
– 파지지지직!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걸까.
거대 두더지가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전류를 따라 시선을 옮겼고, 이내 송천혜를 응시했다.
그러더니 한소미를 무시하며 밀고 들어오려 했다.
– 쐐애액!
그 순간, 길다란 젓가락들이 날아와 놈의 몸 곳곳에 푹푹 꽂혔다.
젓가락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나의 실로 연결되며 그물처럼 놈을 옭아맸다.
나는 젓가락을 던진 신병철에게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지셨나 봐요?”
“끄으헭.”
신병철은 아직 안 괜찮다는 듯 괴상한 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반쯤 허우적거리면서도 계속해서 젓가락을 집어던지는데, 의외로 명중률이 좋다.
“——!”
위기감을 느꼈는지 다크 우블렉의 형태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기괴하게 비틀자, 어깨 부분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박쥐 수십 마리가 튀어나와 이쪽으로 날아왔다.
그러나 순순히 보내 줄 한소미가 아니었다.
“얍.”
가벼운 도약과 함께 무수한 실선들이 그어졌고,
– 서거거걱!
박쥐들이 조각조각 잘려서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
그제야 도망치려는 듯 몸을 돌린 우블렉이었으나, 이미 퇴로는 얼음벽들로 빈틈없이 막힌 상태.
거기에 나까지 합세해서 회오리 바람으로 놈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놈의 머리 위에서는 전류 덩어리가 점점 크기를 키워 가고 있었고,
– 파지지지직—!
이내 굵은 벼락들을 줄기줄기 내려보냈다.
– 콰르르릉—!
귀청이 떨어질 듯한 굉음이 광산을 울리고 시야가 쉴 새 없이 번쩍거린다.
잠시 후, 번개가 잦아들었을 때는 새까맣던 우블렉이 더욱 새까맣게 타 버린 상태였다.
검은 액체가 힘없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것을 신기한 듯 내려다보는 한소미에게 내가 다가갔다.
“수고했어. 역시 선도부가 세긴 세네.”
“응! 수고!”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은 뒤, 나는 검은 액체 근처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유리관을 꺼내 검은 액체를 담았다.
즉시 출력되는 알림 메시지.
[메인 퀘스트 2-3](완료)▷목표:샘플을 채취하십시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아니오]‘이건 미룰수록 이득이지.’
지금 안 받으면 보상이 날아가는 게 아니라, 추후 연계 퀘스트 보상에 합산되는 방식.
그리고 많이 합산될수록 더 양질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아니오’를 선택했다.
한편 송천혜도 학사 측으로부터 비슷한 지시를 받았는지, 유리관을 든 채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내 손에 들린 샘플을 들고 묻는다.
“그쪽은 왜……?”
“주려고. 가져가라.”
어차피 줄 생각이었으니까.
송천혜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유리관을 받아 들었고,
[메인 퀘스트 2-4](완료)▷목표:선도부에 샘플을 전달하십시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아니오]연계 퀘스트가 등장하자마자 완료됐다.
어떻게 보면 징계 덕분에 일이 더 편해진 셈이다.
나는 이번에도 주저 없이 ‘아니오’를 선택했고, 또 다음 연계 퀘스트가 이어졌다.
내용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목표:추가 샘플을 채취하십시오.
▷보상:달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다크 우블렉은 엄연히 같은 개체지만, 어느 환경에서 어떤 대상을 잡아먹었느냐에 따라 다른 샘플이 나온다.
그리고 다른 우블렉을 찾으려면 당연히 계속 던전들을 뒤지고 다녀야 하고.
‘마침 잘 됐지.’
어차피 징계도 한참 남았으니까.
– 쿠르르릉…….
그때, 사방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덜덜 떨리더니 출구가 입을 열었다.
‘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
[소탕] 규칙인데 우블렉이 던전 입구까지 마중 나왔다는 건 더 먹을 게 없다는 뜻.때문에 놈을 처치하자 광산에는 몬스터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고, 던전이 클리어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순간이동 포탈 입구에는 상자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두더지 광산 랜덤박스(F)]*2신병철이 은근슬쩍 그것들을 챙기려다가, 송천혜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손을 거두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가져가십쇼, 헤헤.”
“보상은 다 끝난 뒤 일괄 정산하겠습니다.”
“아유, 그럼요. 그게 깔끔하지.”
징계 도중인 데다 선도부가 파티마다 투입한 전력이 이쪽보다 월등히 강하다.
해서 100% 소유권을 주장하더라도 토를 달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일정 비율은 분배해 주려나 보다.
신병철의 얼굴에서 의욕이 넘치는 걸 보니 좋은 판단 같다.
다시 던전 밖으로 나와서.
송천혜가 목록을 띄워 올리더니 886번을 삭제했다.
던전 청소를 맡은 파티는 우리 말고도 여럿 있는데, 서로 헷갈리지 않도록 목록을 갱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 앞장선다.
“따라오세요.”
“예이.”
다음 던전은 번호상으로도 거리상으로도 제법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No.870] [정령 언덕]신병철이 당당하게 포탈 앞에 섰다.
“이번에도 내가 정찰을 해야겠구만. 30초—”
“잠깐 스톱.”
“엉?”
그러나 막 발을 내디디려던 찰나 내 제지에 가로막혔다.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신병철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마지막에 들어와. 정찰 안 해도 되니까.”
“왜지?”
“뭔가 부정 타는 거 같아.”
신병철이 실실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부정 그런 게 어딨다고. 사람이 어? 가끔 운 좀 없을 수도 있지.”
“아니야, 너는 너무 자주 없어.”
예비 카페 주인으로서 얻은 수많은 찻잔도 그렇고, 흑사방 공략 때도 그 마주치기 어렵다는 히든 보스, 백사를 마주쳤었다.
악인집결에서도 갑작스레 쌍마가 동선을 틀어 마주쳤었고.
여태까지는 고현우가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운이 없던 쪽이 신병철이었다면?
“먼저 들여보냈다가 또 우블렉이 소환되는 수가 있거든.”
“하아니, 억울하네. 멀쩡한 사람을 이렇게 몰아세워도 되는 겁니까?”
“그럼 쿨하게 다수결로 갑시다.”
우리는 선도부에 판결을 맡기기로 했다.
송천혜가 우리 둘을 한 번씩 흘긋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에도 부정 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야야, 봐라. 웬일로 송천혜가 내 편을 드네.”
싱글벙글해진 신병철.
그러나 송천혜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정찰이 더 쓸모없는 것 같네요. 괜히 혼자 위험해지기만 했지.”
“…….”
“나중에 들어오시죠.”
“…….”
신병철이 잠시 입을 다물고 침묵하다가, 이번에는 한소미에게 희망찬 눈빛을 보냈다.
아직 2:2로 무승부가 될 가능성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소미는 방긋방긋 웃다가 말했다.
“나중에 들어와!”
“아니, 너까지 왜? 이유라도 좀 들어보자.”
“그냥!”
“그—”
신병철이 뭐라 말하려 입을 조금 열었다가, 부질없다고 느꼈는지 도로 다물었다.
다수결의 법칙에 승복한 것이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고 여겼는지 송천혜가 말했다.
“그럼 입장하겠습니다.”
우리는 차례차례 순간이동 마법진에 발을 들였다.
당연히 신병철은 가장 마지막이었다.
시야가 홱 바뀌고, 우리는 숲 한복판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먼 저편을 쳐다보면, 언덕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지형이 굴곡진 채로 오르내린다.
고저는 역시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보통 언덕이 아니라는 사실도 한눈에 알 수 있었는데,
– 화르륵!
– 파지직!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거나 번개가 번쩍거리곤 했기 때문이다.
‘‘정령’ 언덕이니까.’
다양한 속성의 정령들이 투닥거리는 던전이다.
이곳의 주요 규칙은 [크리스탈].
어딘가에 위치한 크리스탈들을 찾아 충전해야 한다.
도중에 마주치는 정령들을 따돌리거나 쓰러뜨리거나 해야 하고.
‘물론 꼭 공략할 필요는 없지.’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우블렉이 이 던전에 침투했는지 확인하는 것뿐이니까.
그렇다면 확인은 어떻게 하는가.
때마침 송천혜가 레이더 탐지기 같은 기기를 꺼내 들고 있었다.
“그거야?”
“예, 이걸 쓸 겁니다.”
송천혜가 곧바로 탐지기를 작동시켰다.
– 삐익—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