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깜짝 상자
이윽고 가면 신사가 카드를 부채처럼 펼치며 앞으로 내밀었다.
마치 한 장 뽑아 보라는 듯.
서예인이 시키는 대로 하나를 짚자, 카드가 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하트 J]그리고 그 옆에 다른 카드 한 장이 뒷면을 보이며 떠올랐다.
“—? —?”
가면 신사가 두 카드를 가리키며 위, 아래로 손가락질을 해 보였다.
‘이 카드가 하트 J보다 높을까, 낮을까?’ 하고 묻는 모양새다.
‘경우의 수만 따지면 ‘낮다’로 가야겠지.’
A가 1이고 K가 13이라면, J는 11이니까.
그러나 서예인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높아.”
그 즉시 뒷면을 보이던 카드가 빙글 회전했고, 스페이드 Q가 모습을 드러냈다.
J보다 높으므로 정답.
가면 신사가 제 이마를 탁! 치고, 가면 광대는 녀석을 삿대질하며 소리 없이 비웃는다.
그러나 미니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가면 신사가 또 현란하게 카드를 뒤섞더니 넓은 부채꼴로 펼쳤다.
“…….”
서예인이 또 한 장을 고르자 그것이 뒷면을 보이며 둥실 떠오르고, 그 앞에 네 종류 문양이 나타났다.
하트, 클로버,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카드의 문양을 맞춰 보라는 뜻이다.
4지선다로 확률이 훨씬 낮지만, 이번에도 서예인은 곧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클로버.”
카드가 빙글 회전하며 클로버 7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2연패를 해서인지 가면 신사가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흔들었다.
반면 광대는 더욱 신나서 소리 없이 웃어젖히는 중이었다.
이내 가면 신사는 방금 고른 클로버 7을 허공에 두고, 세 번째로 카드를 셔플하기 시작했다.
– 촤라라락—
현란한 손짓에서 이번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녀석이 부채꼴로 카드를 펼치자 서예인이 하나를 가리켰고, 카드가 뒷면을 보이며 클로버 7 옆에 둥실 떠올랐다.
그 옆에 문양 4개, 위아래 화살표가 동시에 나타난다.
문양도 맞추고 클로버 7보다 높은지 낮은지도 맞춰야 한다는 뜻.
‘저건 좀 양심이 없는데.’
아무리 미니 게임이라도 최소한의 형평성은 유지해야 하는 법이거늘.
정말 어지간히도 지기 싫었나 보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서예인이야말로 양심 없는 행운의 소유자였다.
이쯤 되면 조금은 고민을 할 법도 한데 그저 카드를 슬쩍 보더니.
“다이아.”
“~?”
가면 신사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귀 옆에 손을 갖다 댔다.
나머지 답을 듣고 싶다는 기색이다.
서예인이 짤막하게 말했다.
“같아.”
“……!”
뒤이어 드러난 카드는 다이아몬드 7.
높거나 낮다고 답했다면 틀렸을 거다.
‘저걸 맞추네.’
4지선다에 숫자 13개 중 하나를 정확히 맞추다니.
의심할 여지 없이 서예인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가면 신사도 결과에 승복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고, 광대는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하다가 슬그머니 앞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녀석이 미니 게임을 낼 차례다.
가면 광대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장난감 악어 머리를 꺼냈다.
쩍 벌린 입에 이빨들이 듬성듬성 나 있다.
그 수는 총 8개.
‘악어 이빨 게임이군.’
‘악어 룰렛’이라고도 불리는 미니 게임.
참가자들이 번갈아서 이빨들을 하나씩 누른다.
다만 이빨 8개 중 하나는 꽝으로, 누르는 순간 악어가 덜컥 주둥이를 닫아 버린다.
그렇게 손이 물리는 참가자의 패배.
“~~!”
광대가 공손한 손짓으로 악어 대가리를 서예인에게 내밀었다.
서예인은 신사와 게임을 할 때처럼, 요만큼도 주저하지 않고 어금니를 꾹 눌렀다.
– 달칵,
작은 소리가 났으나 악어는 계속 입을 벌린 상태.
이어서 광대가 ‘뭘 눌러 볼까~ 이거? 아니면 저거?’ 과장되게 고민하다가 이빨 하나를 누르고, 곧바로 서예인이 다음 이빨을 누른다.
– 달칵,
‘진짜 거침없네.’
사람이란 긴장감을 가지면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게 마련인데, 서예인은 자기 차례가 올 때마다 바로바로 행동한다.
그만큼 자신의 운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져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져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겁도 없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 달칵,
오히려 이벤트 보스인 가면 광대가 더 긴장한 기색이었다.
미니 게임이 순식간에 진행돼서 어느덧 남은 악어 이빨은 3개.
주둥아리가 닫힐 확률이 아주 유의미하게 높다.
고민하던 광대가 조심스런 손짓으로 악어 앞니에 손을 갖다 댔고,
– 달칵,
이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광대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서예인이 즉시 다음 이빨을 꾹 눌렀다.
– 달칵,
그리고 이빨이 단 하나 남은 악어를 광대에게 건넸다.
“…….”
가면 광대는 자폭 스위치를 보듯 장난감 악어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체념한 기색으로 마지막 이빨을 꾹 눌렀다.
– 텁!
악어 주둥이가 무서운 속도로 닫히며 손을 깨물었고, 광대는 과장되게 아픈 몸짓으로 펄쩍펄쩍 뛰었다.
지켜보던 행인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가면 신사 역시 거기에 동참했으나, 제 처지도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도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
“…….”
결과는 미니 게임 둘 다 복덩이의 승리.
광대가 악어 룰렛을 집어넣더니, 대신 어린애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상자를 꺼냈다.
덮개를 열면 스프링 달린 인형이 뿅 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다.
[깜짝 마술 상자]‘저게 나오네.’
미니 게임 보상 중에서도 등장 확률이 은근히 낮은 편이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면 신사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상자가 점차 선명한 무지갯빛을 머금었다.
[찬란한 깜짝 마술 상자]희귀한 보상으로도 모자라 ‘찬란한’ 수식어까지 붙여 줬다.
이벤트 보스가 둘이나 있으면 이런 것도 가능한 모양이다.
반면 서예인은 별 감흥이 없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 쪽으로 상자를 내밀었다.
“줄게.”
그 말에 가면 신사와 광대가 동시에 우리를 쳐다보았는데, 어쩐지 배신감을 느끼는 기색이었다.
힘들게 이벤트 해 주고 좋은 보상 줬더니 다른 사람한테 홀랑 넘겨 버리다니.
이내 녀석들은 더욱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그 모습을 일별한 뒤, 상자를 슬슬 흔들며 말했다.
“나 혼자 쓰기는 그렇고, 같이 쓰자.”
“같이?”
“어.”
일반적인 랜덤 박스와의 차이점이라면, 처음 열었을 때는 텅 비었다는 것이다.
등장하는 아이템의 종류는 안에 어떤 아이템을 집어넣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도검류를 집어넣으면 도검이, 포션을 집어넣으면 포션이 나오는 식이다.
물론 랜덤성이 있는 만큼 집어넣은 것보다 안 좋은 걸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여기엔 수식어가 붙었지.’
좋은 결과물의 등장 확률이 대폭 증가한다.
복덩이의 실력까지 더해지면 거의 성공 보증 수표인 셈이다.
‘그래도 묘목이나 까마귀 가지를 넣기는 아깝고.’
묘목을 넣었다간 자칫 사기 스킬 [문어발]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고, 까마귀 가지 역시 공간 계열이 아닌 무언가로 대체될 위험성이 있다.
이것들은 현상 유지만 하는 게 상책이다.
게다가 깜짝 상자는 어디까지나 서예인 덕분에 얻은 아이템.
이벤트 보스를 둘이나 불러오고, 미니 게임을 2연승하는 건 내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
그 힘든 일을 해냈으니 보상도 같이 나누는 게 맞다.
마침 우리에게는 이 상황에 딱 맞는 아이템이 있었다.
“팔찌 줘 봐.”
“응.”
서예인이 먹구름 팔찌를 벗어서 건넸다.
뭉게구름 팔찌, 먹구름 팔찌는 두 개가 한 세트.
깜짝 마술 상자에 넣으면 어떤 식으로든 세트 팔찌를 돌려주리라 확신한다.
이대로 진행하는 것도 좋겠지만,
“먼저 상점 구경부터 합시다.”
“그럽시다.”
이 코앞이었다.
상자 개봉식은 저기를 둘러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겠지.
혹시나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르고.
해서 마도구점에 들어서자, 낯익은 사장 아주머니가 우리를 맞이했다.
후덕한 인상에 귀는 하나도 안 뾰족하다.
그레이 김호, 골드 늘보 상태인데도 사장님은 한눈에 우리를 알아보았다.
“오랜만이네, 어서들 와요.”
“안녕하십니까.”
“특별히 찾는 물건 있니?”
“오늘은 A랭크를 좀 보고 싶습니다.”
보통 상점 측에서 1학년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1학년 지갑 사정에 아이템을 사 봐야 얼마나 좋은 걸 사겠냐는 말이다.
반면 우리는 첫 번화가행 당시, B랭크 교환권을 두 장이나 쓰면서 구매력을 증명한 상태.
따라서 사장님은 아주 기꺼이 우리를 안내했다.
A랭크 진열대는 다른 곳보다 공간이 협소했다.
A랭크 아이템 하나하나의 가치가 엄청나다 보니, 던전섬 번화가에 자리한 마도구점이라도 산처럼 쌓아놓지는 못하는 까닭이다.
덕분에 살펴보는 데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먼저 스킬북과 특성 스크롤부터 빠르게 스캔했다.
‘……페널티 완화 아이템은 없고.’
입맛을 다시며, 다음으로는 까마귀 가지와 호환되는 재료가 있나 확인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허탕이었다.
‘어쩐지 없을 거 같더라.’
공간 계열 재료와 호환되는 아이템이 흔할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기대가 크지 않아서 실망도 크지 않았다.
이건 길게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등을 돌리려는데, 문득 아이템 하나가 눈에 띄었다.
투명한 유리병에 반투명한 액체가 찰랑거린다.
[요정 여왕의 환희(A)]‘……이거라면.’
본래 목적에서 조금 벗어나기는 해도, 깜짝 상자 개봉식에 써먹기에는 아주 훌륭한 아이템이다.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이걸로 가져갈게요.”
* * *
요정 여왕의 환희는 명색이 A랭크라, 소비 아이템인데도 가격이 엄청났다.
물론 안정미라면 그 정도 금액은 기꺼이 지불할 터였다.
서예인과 나는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 한산한 휴식 공간으로 이동했다.
바로 뭉게구름, 먹구름 팔찌를 얻었던 그곳이다.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아, 찬란한 깜짝 마술 상자를 열고 팔찌 둘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요정 여왕의 환희를 따서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조리 털어 넣었다.
유리병째로 넣으면 ‘포션’ 판정을 받아 깜짝 상자의 결과물이 바뀔 수 있지만,
‘사용됐다면 얘기가 다르지.’
이렇게 아이템 세 개를 넣으면서도 ‘팔찌 세트’를 얻는 게 첫 번째 노림수.
두 번째 노림수는 요정 여왕의 환희가 가진 효과다.
병째로 들이부었던 포션이 순식간에 팔찌 두 개로 스며들었고, 그곳에서부터 싱그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강력한 인첸트 효과로 팔찌들의 가치를 높인 것이다.
최소 A+급은 될 테니, 그 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테지.
나는 덮개를 닫은 후, 깜짝 상자를 서예인에게 건네며 물었다.
“복덩이 님, 준비되셨나요?”
“준비됐어요.”
“느낌 좋아?”
“행운 뿜뿜.”
“좋습니다, 한번 열어 보시지요.”
서예인이 상자를 자기 앞으로 끌어온 다음, 느릿느릿 덮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 퍼어엉!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나며 눈앞이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 버렸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