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게임 지저분하게 하네
홍연화는 오며 가며 라는 게임에 대해 듣게 되었다.
얼마나 재밌길래 저렇게 자주 들리는지, 직접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기분도 전환할 겸, 주말에 번화가 게임 센터로 향했다.
는 기본적으로 2인 1조 참가가 권장된다.
개인으로 참가해도 알아서 팀원을 붙여 주지만, 아무래도 팀 게임은 아는 사람과 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마침 안면을 익혀 둔 2학년 선배가 눈에 띄어서 한 팀을 짜고 들어갔다.
홍연화의 캐릭터는 야만족 전사, 2학년 선배의 캐릭터는 마법사였다.
플레이어 본인의 직업군과 동떨어진 게 걸린다더니, 정말로 근접 계열이 걸린 것이다.
‘내가 바바리안을 다 해 보네.’
홍연화의 가슴이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그러나 두근거림은 오래 가지 않았는데,
– 푹푹푹푹!
어디선가 검은 그림자 두 개가 튀어나오더니 단검을 쑤셨기 때문이다.
홍바리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차가운 주검이 되고 말았다.
복수를 위해 처음 그 장소를 찾아갔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 푹푹!
[홍바리안 0K/2D/0A]“악! 또야!”
홍연화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런 그녀에게 2학년 선배가 넌지시 물었다.
“어떡할래? 다른 데 갈까?”
“…….”
암살자 둘은 자신들보다 실력도 좋은 것 같고, 지형적 우위까지 점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다른 장소로 피해서 경기를 마저 진행하는 쪽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홍연화는 인정할 수 없었다.
‘도망친다고? 내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도망치는 것은 곧 경기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데서 10킬, 20킬을 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저 암살자들 밑인데.
해서 홍연화는 오기를 부려 보기로 했다.
“조금만 더 해 볼게요.”
“그래.”
2학년 선배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가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원체 경품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게임 센터를 찾은 그녀였고, 루비 마탑에는 빚이 있었으니까.
포인트 조금 낭비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세 번째로 같은 장소를 찾은 바바리안과 마법사.
홍연화는 더욱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운 채, 숲을 헤치며 전진했다.
‘나와라……. 나와 봐라……. 한 판 붙자…….’
그런 그녀의 바람이 통한 걸까.
이내 맞은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이 일었다.
그리고 두꺼운 갑옷 차림의 기사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놈은 대검, 다른 놈은 검과 방패를 들었다.
‘아니, 너네 말고.’
왜 나오라는 암살자는 안 나오고 기사가 나와?
좀 자리를 비켜 줬으면 하는데, 기사들은 그런 마음도 모르고 공격해 들어왔다.
홍연화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죽지 않으려면 싸우는 수밖에.
– 부웅!
앞서 돌진해 온 기사가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홍바리안이 그 대검을 간발의 차이로 회피했으나, 반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뒤따라온 검방 기사가 롱소드를 베어 왔기 때문에.
그것까지 피한 다음에야 홍바리안이 도끼를 내리찍었다.
– 콰직!
그러나 롱소드 기사 역시 순순히 당해 주지는 않고, 겨우 방패를 들어 막았다.
홍바리안에게 막 대검을 휘두르려던 기사A가 갑자기 거리를 벌렸다.
– 퍼펑!
다음 순간 그 자리에 화염구가 떨어진다.
2학년 선배가 시전한 마법이었다.
그렇게 네 사람이 투닥거리는 와중,
– 쐐애액!
어디선가 파공성과 함께 화살 두 발이 날아왔고, 홍바리안과 기사가 그것들을 공평하게 한 대씩 맞았다.
뒤이어 자신과 같은 바바리안, 그리고 활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연화는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또 뭔데.’
여기서 두 명이 더 추가된다고?
분명 자신은 암살자들을 잡아 죽이러 온 건데, 어쩌다 보니 난투극을 벌이게 됐다.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은 이전과 같았다.
또 기사 둘이 대검과 롱소드를 베어 왔고, 홍연화는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그것들을 피해 냈다.
– 쐐애액!
계속해서 날아오는 화살들.
상대측 바바리안 역시 난투극에 참여하기 위해 이쪽으로 달려온다.
‘개판이네, 진짜.’
홍연화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때,
– 푹푹!
멀리서 사격하던 활잡이가 갑자기 털썩 바닥에 몸을 눕혔다.
그 옆에 검은 실루엣 두 개가 언뜻 보였다가 사라졌다.
홍연화는 그 실루엣의 정체가 암살자들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 쟤네가 갔을 리가 없지.’
아마 어딘가에 은신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외딴곳에 자리 잡은 활잡이는 아주 훌륭한 먹잇감이었겠지.
‘잠깐만, 그럼……?’
홍연화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저 활잡이와 아주 비슷한 처지의—
– 푹푹!
마법사 선배가 암살자 듀오의 다음 먹잇감이 되었다.
그걸 보고 홍연화는 저도 모르게 극찬을 내뱉었다.
“아니, 아무리 이기고 싶어도 그렇지. 진짜 게임 지저분하게 하네?”
물론 약이 오르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보기에도 저게 최고로 효율적인 전략이기는 했다.
그리고 달리 손쓸 방법이 없기도 했다.
그녀는 눈앞의 기사 둘에 바바리안과 드잡이질을 하기도 바빴으니까.
– 푹푹!
암살자 듀오가 또 나타나더니 바바리안의 몸에 단검을 쑤셔 넣고 사라졌다.
이제 장내에 남은 것은 셋.
홍연화는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이 되었다.
“아, 몰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거!
홍바리안이 함성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 크아아아—!
그리고 기사들이 휘둘러 오는 대검과 롱소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도끼를 찍어 댔다.
– 콰직, 콰직, 콰직!
그 결과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대검 기사를 골로 보낼 수 있었다.
[홍바리안 1K/2D/0A]그리고 막 롱소드 방패 기사를 상대하려는 찰나,
– 푹푹!
암살자들이 또 나타나서 기사를 쓱싹해 버렸다.
그리고 몸을 숨길 생각도 안 하고 자신까지 노리며 공격해 들어왔다.
홍연화가 마지막 힘을 짜내 저항했으나, 암살자A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도끼를 회피한 뒤 결정타를 날렸다.
– 서걱!
[홍바리안 1K/3D/0A]“아오……!”
홍연화가 무심코 한쪽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차마 오락기에 파이어 펀치를 뻗지는 못하고 씩씩거리며 화를 삭였다.
2학년 선배가 또 물었다.
“이제 딴 데 갈까?”
“저, 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요.”
이기지는 못해도 저 치사한 놈들을 한 번은 잡아야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성이 풀릴 것 같다.
2학년 선배가 쓴웃음을 흘렸다.
“하여튼 못 말려. 그럼 그렇게 해.”
홍연화가 크게 심호흡하며 다짐 또 다짐했다.
‘한 번만 잡자. 딱 한 번만.’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야만전사가 우렁찬 고함을 내질렀다.
– 크아아아—!
* * *
[홍바리안 2K/9D/1A]“헣, 허헣…….”
홍연화는 반쯤 넋이 나가서 헛바람을 터뜨렸다.
죽고 이어하고 죽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9데스.
앉은 자리에서 거의 3천 포인트가 증발해 버렸다.
반면 암살자 듀오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엄한 놈 하나 잡아 죽인 게 전부였다.
홍연화가 2학년 선배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것도 다 경험이지.
선배는 사람 좋게 웃으며 또 물었다.
“계속할 거야?”
“아니요, 그만할게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홍연화였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경기가 끝날 터라 이어하는 의미가 없기도 했다.
‘일단 뭐 좀 먹자…….’
배라도 채우면 기분이 좀 나아질지도 몰라.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홍연화가 문득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2인석에 떠오른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 속에는 암살자 두 명이 날렵하게 돌아다니며 적들의 몸에 숭숭 바람구멍을 뚫어 대고 있었다.
‘쟤들이구나!’
자신에게 깊은 절망감을 선사한 장본인들이 그곳에 있었다.
회색 머리 남학생과 금발 여학생.
어쩐지 뒷모습이 낯익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런 인상착의는 그녀의 기억에 없었다.
‘얼굴이나 좀 보자.’
홍연화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껏해야 게임에서 벌어진 일이라 화풀이를 할 생각은 없고, 단지 어떻게 생겼나 호기심이나 채울 심산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살자 커플은 경기를 압도적인 스코어로 마무리하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홍연화의 입이 조금씩 벌어졌다.
‘어……?’
바로 김호와 서예인이었기 때문에.
어쩐지 뒷모습이 낯익다 했더니 염색을 했던 것이다.
김호가 홍연화를 알아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역시 있었네.”
“어, 어? 어…….”
나 있는 거 알았었나?
돌이켜보면 게임 도중 무심코 입 밖으로 낸 말들이 꽤 되었다.
그걸 들었다면 목소리로 추측했을 가능성도 있다.
홍연화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단어를 골랐다.
“그……. 잘하더라.”
“우리가 좀 지저분하게 했지?”
“아, 아니, 그.”
홍연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극찬까지 들었구나!
김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너무 이기고 싶었어. 경품이 탐나서 그만…….”
“아니, 나,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홍연화가 허둥지둥거리며 무마하려 들었으나, 김호는 그걸로도 모자라 서예인에게 핀잔을 주었다.
“게임을 그렇게 지저분하게 하면 어떡해. 얘 화났잖아.”
“…….”
서예인이 무심한 눈으로 홍연화를 쳐다보았다.
그것만으로도 홍연화는 간담이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대인전마다 두들겨 맞다 보니 어느새 서열 정리가 된 것이다.
그러다가 서예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화났어?”
“아니? 아니! 화 안 났어! 요만큼도!”
홍연화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방금 전까지 꽤 났었지만, 두 사람을 보는 순간 빠르게 분노가 조절됐다.
서예인은 또 물끄러미 홍연화를 쳐다보다가, 이번에는 김호에게 고개를 돌려 한마디했다.
“빵.”
‘빵……?’
저게 무슨 뜻이지?
뜬금없이 단어 하나만 달랑 던지니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반면 김호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으나 알아듣기는 한 눈치였다.
그리고 홍연화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홍연화.”
“으, 응?”
“가서 빵 사오래.”
“……?”
홍연화는 잠시 동안 멍해졌다가, 뒤이어 급격히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뭐? 빵을 사오라고? 야!! 이것들이 사람을 셔틀로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 홍연화야, 루비 마탑 유망주 홍연화! 빵은 너네가 가서 사와! 당장!!’
……이라는 생각은 마음속으로만 했고, 정작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 무슨 빵……? 어디서……?”
그러자 서예인이 김호의 소매를 잡아끌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뜻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김호 역시 알고 있었는지 홍연화에게 말했다.
“농담이고.”
“아…….”
“빵 같이 먹잔다.”
그러면서 제과점 쿠폰을 꺼내 보인다.
최대 네 명까지 식사가 가능하며, 빵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쿠폰.
번화가 제과점의 명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고급 레스토랑 식권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얻을 수 있어서, 홍연화도 아직까지는 안에 들어가서 식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에 그녀는 되려 조심스러워졌다.
“그, 그래도 돼……?”
“너만 괜찮으면.”
김호와 서예인의 태도로 보아 정말 좋은 의도로 제안한 듯했다.
해서 홍연화는 조금은 머뭇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갈래.”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