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17주 차 공략전 (1)
일요일 저녁.
당규영이 나를 잠시 불러냈다.
산책로 외곽에 위치한 벤치.
그곳에 당규영은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내 쪽을 돌아보며 살랑살랑 손짓했다.
“어린 군주야, 어서 오거라.”
“까—악.”
나는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서 캔 음료 두 개를 뽑았고, 당규영에게 하나를 주면서 벤치 끝에 앉았다.
자연스레 내 팔에 등을 대고 기대는 당규영.
“아이 편해~”
“편한 자세가 아닌데요.”
“아닌데? 엄청 편한데?”
당규영은 토 달지 말라는 듯 내 어깨에 머리를 콩 박았다.
한동안 우리는 캔 음료를 홀짝이며 가벼운 근황 토크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당규영이 제 다리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 요번 한 주, 진짜 열심히 했다?”
“압니다. 노력한 거.”
당규영이 나를 불러낸 이유는 물론 1단계 고행 퀘스트를 클리어했기 때문.
내 예측은 한 주 반 정도였는데 며칠 일찍 끝났다.
그만큼 더 노력했다는 뜻이겠지.
당규영이 배시시 웃었다.
“칭찬해야겠지?”
“고생 많았어요.”
“흐흥, 뭐 없냐?”
“뭐 있죠. 2단계.”
당규영이 또 내 어깨에 머리를 콩 박았다.
“하여간 무드가 없어, 무드가. 야, 써.”
“바로 쓰겠습니다~”
[‘고행’을 사용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5일 23:59:58] [대상에게 ‘2단계 고행’이 부여됩니다.]당규영은 허공에 얼마간 시선을 고정한 채 퀘스트 내용을 읽는 듯했다.
그러더니 질색을 하면서 싫어했다.
“……두 개!? 나 안 해.”
“빛 덩어리 나오는 퀘스트 해요?”
“응, 어떻게 알았어?”
“그거 네 개까지 늘어날걸요.”
“……나 안 해! 진짜 안 해! 집에 갈래.”
빛 덩어리 한 개만 해도 엄청나게 고생했을 텐데, 그게 네 개까지 늘어난다니 의욕이 뚝 떨어질 수밖에.
당규영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나 나는 손목을 가볍게 붙잡으며 말했다.
“어디 가요, 온 김에 좀 있다 가.”
“…….”
당규영이 멈칫하더니 붙잡힌 손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슬며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새침한 어조로 말했다.
“이거 놔. 나 진짜 갈 거니까.”
그러나 내 손을 뿌리치려는 기색도 없고 걸음을 옮기려는 기색도 없다.
붙잡힌 손목을 가볍게 흔드는 게 전부.
상황극에 맞춰 달라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기에 그러기로 했다.
나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면서 강압적인 어조로 말했다.
“뀨, 오늘은 아무 데도 못 가.”
“갈거흐핳핳!”
당규영이 신나게 웃어젖히며 내 어깨를 찰싹찰싹 두드렸다.
어느 정도 웃음이 잦아들자, 나는 조금은 진지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거 짜증 나죠, 자꾸 스킬 끊기고 취소되고.”
“응응. 잘 아네.”
“그래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1단계 깨니까 실력 좀 늘었죠?”
“……늘기는 했지.”
가로등에 당규영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대부분은 그냥 그림자겠거니 하고 지나치겠지만, 내 눈에는 차이점이 보였다.
그림자가 전보다 한층 더 짙어졌다는 사실이.
아마 본인도 눈치채고 있을 거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짙어질 겁니다. 그리고 배우는 거죠.”
“……뭘?”
“영표(影標).”
빛 속에서도 그림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특성.
이걸 익힌 순간부터 그림자 술사는 속성이나 환경에 영향받지 않게 된다.
그다음 단계를 위해 필수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선도부장한테 한 방 먹일 수도 있을걸요.”
“오세훈한테? 그건 좀 마음에 드네.”
“여름방학 전까지 2단계 클리어를 목표로 해 봅시다.”
그럼 쿨타임 맞춰서 한 번 더 쓸 수 있을 테니까.
당규영이 나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해 볼게.”
* * *
월요일.
공략전 수업.
서청용은 언제나 그렇듯,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설명을 이어 갔다.
“기말고사가 코앞까지 다가왔답니다. 바로 다음 주!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
“……!”
“지난 주에는 함정 미궁에서 대인전을 치러 봤는데, 각자 느낀 점 하나씩 말해 볼까?”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어 올렸고, 서청용의 지목에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 미로 뚫고 나가는 것만 해도 엄청 피곤했어요.
– 거기다 함정까지 신경 써야 돼서 다른 대인전보다 어려웠던 것 같아요.
– 저희는 함정에 리타이어돼서 다른 팀이랑은 붙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 저희는 만나기는 했는데, 서로 만신창이더라고요.
서청용이 그들의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확해. 미궁과 함정이야말로 침입자를 소모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거든. 적들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이는 서청용.
“이런 불리하고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여러분은 승리해야만 합니다. 여러분의 어깨에 걸린 것들을 떠올려 보세요.”
“…….”
“…….”
학생들도 덩달아 얼굴을 굳히며 결심을 다졌다.
그렇게 잠시 분위기를 잡은 뒤, 서청용이 다시 싱긋 웃으며 수업을 재개했다.
“그래서, 금주 공략전도, 기말고사도 전부 함정 던전에서 치러질 겁니다. 살짝 힌트를 주자면 둘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 지도부터 보자.”
서청용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칠판에 던전 지도가 출력되었다.
마치 쥐덫을 연상시키는 형태.
그 안에는 미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C랭크 던전, 치즈 트랩.”
“……!”
“-의 레플리카 던전이야.”
학생들이 헛숨을 들이켰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겨우 공략전인데 C랭크 던전에 밀어넣는 건 말이 안 되기는 했다.
레플리카 던전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던전을 재구현한, 일종의 복제품이다.
클리어 시 보상은 당연히 지급하지 않지만, 학사 측의 입맛에 맞게 변형할 수 있으니 학습용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
아마 구조만 똑같이 유지하고 함정의 위력은 대폭 하향 조정했을 테지.
물론 1학년에 맞춰 조정된 거라, 맞으면 아픈 건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그때, 앞자리 학생 하나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번 주는 지하층 내려가는 거 없어요?”
“잘 물어봤어. 마침 그 얘기 하려고 했거든. 금주 공략전은 지상층에서만 치를 겁니다.”
기말고사 던전과 연관된 만큼, 다른 함정 던전보다 치즈 트랩을 경험해 보는 게 낫기 때문이다.
서청용이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럼 여기서 뭘 하느냐, 던전에 들어왔으면 얻는 게 있어야겠지요?”
목표가 없으면 애초에 목숨 걸고 던전을 공략할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지도 정중앙에 위치한 방이 황금색으로 깜박거렸다.
“쉽게 말하면 ‘치즈 방’이야. 여기서 보상을 챙기는 게 여러분의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서청용의 손에는 치즈 모양의 우스꽝스러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상자 구실만 해 놓은 물건으로, 저걸 보유하고 있어야 공략전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어서 서청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끝이라면 치즈 ‘트랩’이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았겠지?”
쥐덫은 쥐를 잡기 위해 놓는 것.
치즈 방의 보상 역시 도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이내 정중앙의 황금빛이 깜박거리며 꺼지더니, 지도 전체에 걸쳐 붉은 표시가 떠올랐다.
“여러분이 치즈를 집은 순간부터 함정의 수가 대폭 증가합니다. 몬스터들도 더 활발하게 움직일 거야. 그것들을 다 뚫고 나와야 던전 클리어인 거지. 그럼 어디로 나가느냐.”
이번에는 지도가 네 귀퉁이에 초록색 문 아이콘이 깜박거렸다.
“척 봐도 출구처럼 생겼지? 치즈를 갖고 여기로 나가면 끝입니다. 넷 중 어디를 선택하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도 네 군데가 선명한 붉은빛으로 표시되었다.
“컨트롤 룸. 파괴하면 함정들을 무력화할 수 있어.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성공하는 학생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할 겁니다.”
요약하면 금주 공략전은 다음과 같다.
함정과 몬스터가 가득한 미로을 뚫고 정중앙의 ‘치즈 방’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치즈를 얻고 나면 함정들이 추가로 설치되고 몬스터들이 늘어날 텐데, 그것까지 뚫고 탈출 포인트에 도달하면 클리어.
가는 도중 컨트롤 룸을 파괴한다면 함정들을 무력화할 수 있지만, 기억대로라면 강력한 몬스터가 그곳을 지키고 있으니 쉽지는 않을 거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브 퀘스트:17주 차 공략전](진행 중….)▷목표:공략전 던전 클리어
▷추가 목표:컨트롤 룸 파괴(0/1)
▷보상:달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최고 달성도로 보상을 얻으려면 무조건 거쳐 가야 한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서청용의 설명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칠판에는 지도 대신 규칙과 환경이 떠오른 상태.
MAP:[치즈 트랩]
RULE:[3인]
“시간이나 체력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클리어만 하면 점수랑 포인트 주니까 느긋하게 연구해 보자. 몇 번이나 강조하는 거지만 기말고사랑도 연관성이 있으니까.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서청용이 교실을 나선 뒤, 학생들이 저마다 모여서 파티를 짜기 시작했다.
2인 구성은 어느 정도 고정됐을 테지만 오늘은 3인.
다른 데서 한 명을 더 데려와야 하니 일부 듀오는 찢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고현우와 서예인이 양옆으로 다가온 상태.
“김 형.”
“집사.”
나는 두 사람에게 한마디씩 했다.
“한소미랑 안 해도 되냐? 그리고 집사 아니다.”
“한 소저와는 지난 주만 즉흥적으로 함께했던 거요. 시험해 볼 게 있다더군.”
“뭘 시험했는데?”
“잘 모르겠소. 도통 말해 주질 않으니.”
때마침 시선이 느껴져서 그쪽을 보니, 한소미가 고현우를 째려보며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무슨 짓을 했길래 방긋방긋 한소미가 저렇게 삐진 걸까.
고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본인은 김 형과 서 소저 쪽이 게 더 마음이 편하더군.”
“그러냐.”
고현우는 당규영과 함께 던전 공략 일등공신이었기에, 파티에 참여할 생각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플랜 B였던 홍연화 또는 신병철은 포기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홍연화가 자리 있냐고 물어본 참이라 답장을 돌려주었다.
[김 호:다 찼네] [김 호:ㅈㅅㅈㅅ] [홍연화:(시무룩한 강아지 이모티콘)] [홍연화:알았어…….] [김 호:내일 저녁쯤 내려갈까?] [홍연화:응] [홍연화:(꼬리 흔드는 강아지 이모티콘)] [홍연화:공략전 끝내 둘게!]내가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짐작했는지 고현우가 싱긋 웃었다.
“김 형은 오늘도 바빠 보이는구려.”
“이렇게 눈치가 빠르면서 한소미한테는 왜 그러냐.”
메시지 창을 치우며 답하자 고현우가 난처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지 않소.”
“그러시겠지요. 일단 갑시다.”
우리는 던전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