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1
31화 금지 아이템이 모이는 곳 (3)
불주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화염술사들의 [파이어 펀치]다.
주먹에 화염을 둘러 타격하는 마법으로, 파괴력은 썩 대단치 않다.
마법사들의 육체 능력이 대체로 빈약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스킬을 쓸 때 마나 외에 거창한 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인 셈이다.
반면 [인페르노 피스트]는 초 하이 리스크 초 하이 리턴.
주먹에 화염을 두르는 게 아니라 화염을 깃들게 한다.
그 과정에서 주먹을 이루는 살갗, 근육, 혈관, 뼈, 마력회로까지, 모든 것을 불태운다.
쓸 때마다 주먹에 엄청난 화상을 입기에, 강력한 회복 아이템을 동반해야만 가끔 한 번씩 쓰는 정도.
이를 무시하고 네다섯 번 연속해서 시전하면 주먹이 까만 숯덩이가 돼서 부서지고 만다.
그 대가로 얻는 것은, 파이어 펀치 따위는 성냥불로 취급하는 압도적인 파괴력.
이 막강한 스킬의 리스크를 무효화하고 장점만 취할 수 있다면.
‘그게 대박이지.’
굳이 들고 나갈 것 없이 당장 익혀 두기로 했다.
금지 스킬북을 다룰 때는 언제나 신중해야 하지만, 내 경우는 예외다.
어차피 원소 페널티는 나에게 아무 피해도 못 주니까.
[‘스킬북 – 인페르노 피스트’를 사용합니다.] [‘인페르노 피스트(C)’를 습득합니다.]예상대로 태생부터 C랭크다.
아마 3학년 쪽에서 압수한 스킬북일 테지.
당규영이 부원들에게 물었다.
“다 챙겼냐?”
“예, 누님.”
임시 보관소는 처음에 비해 한층 휑해졌다.
꽤 많은 금지 아이템이 도둑 동아리의 인벤토리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 아이템들을 완전히 훔쳤다고 볼 수 없다.
무사히 탈출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나가자.”
침입했던 루트를 그대로 탈출 루트로 사용했다.
복도를 통해 A실습실로 돌아가고,
A실습실 창문 밖 원형 계단을 빠르게 뛰어 내려간다.
금조한의 분신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같은 자리를 순찰하고 있었다.
이제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복면에 가려져 있어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다들 한층 상기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 쿠구구구,
막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일행 앞에 나무로 만들어진 문짝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문이 열리며 남학생 하나가 걸어 나왔다.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
2학년 넥타이핀, 선도부 완장.
한 손에는 큼지막한 에메랄드빛 수정구를 쥐고 있다.
나무와 땅 마법에 동시에 능한 목토술사.
서로 안면이 있는지 쌍둥이가 번갈아 한마디씩 했다.
“곽승재…….”
“또 너냐…….”
“뭐만 하면 튀어나와.”
“나 저 나무문 꿈에 나온다니까?”
“구교사가 너희들 안방도 아닌데, 마음대로 들어갔다 나갔다 하게 둘 순 없지.”
목토술사가 소형 발신기를 조작하자, 태블릿 여학생이 즉시 그것을 먹통으로 만들었다.
다음으로 그는 수정구를 쥐지 않은 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쏘아져 올라가는 밝은 빛을 그림자가 따라붙어 집어삼켰다.
“……!”
목토술사의 눈빛에 이채가 깃들고, 그림자를 날려 보낸 당규영을 발견했다.
더 이상 얼굴을 가려 봤자 의미가 없다 판단했는지 당규영이 복면을 벗어 던지고 손을 흔들었다.
“승재 안녕?”
“안녕하십니까.”
목토술사, 곽승재가 곧바로 허리를 굽혔다.
“우리 그냥 보내 주면 안 되냐?”
“보내 드리겠습니다. 단,”
손짓으로 열린 나무문 쪽을 가리킨다.
“그 전에 잠시만 선도부실로 동행해 주시지요.”
“가서 먹은 거 다 토해 내고?”
“애초에 도둑 동아리의 소유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규영의 입가에 깔린 미소가 짙어졌다.
“……그러면 뚫고 나가야겠네.”
“가능하시다면.”
“너 자신 있냐?”
“제가 어떻게 선배님을 상대로 승리를 자신하겠습니까?”
“그러게. 3학년이 와야 내 상대가 될 텐데. 도끼쟁이는 넘겼고, 다른 애들은 외부 의뢰 중일 거고, 실눈이는…… 안 보이네?”
‘그렇게 된 거구만.’
왜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리나 의문이 들었는데, 시기적절하게도 지금 용살학원에 남아 있는 3학년 선도부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도끼쟁이’는 임시 보관소 입구를 막던 지옥부,
‘실눈이’는 선도부장 오세훈이겠지.
곽승재가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부장님은 잠시 다른 일을 보고 계십니다. 금방 오시겠지요.”
“그때까지 막을 수는 있니?”
그림자가 위협적으로 넘실거렸지만 곽승재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여전히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라, 당규영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졌다.
“이번에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저희도 손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
곽승재가 옆으로 비켜서자 열린 나무문으로 사람 한 명이 더 걸어 나왔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빗어 넘긴 미남자였다.
3학년이며 선도부 완장 대신 가슴팍에 휘장 하나를 붙이고 있다.
학생회장을 상징하는 휘장을.
손에 낀 거무튀튀한 장갑에서 토파즈가 빛났다.
당규영이 인상을 썼다.
“……송천기.”
“너는 이번 학기도 도둑질로 시작하는구나.”
“그러는 너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선도부 일을 돕고 그러냐? 여태 그렇게 엉덩이가 무거우시더니.”
“너 따위가 알 필요 없는 일이다.”
서로 날 선 대화를 나누는 도중, 당규영의 등에 그림자가 꾸물거리면서 글자를 만들었다.
– 얘들아, 알아서 잘 튀어라.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사방에서 선도부원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한소미, 송천혜를 포함한 1학년들과 이름 모를 2학년들까지.
완전히 포위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 전에 당규영이 만들 작은 틈.
그 틈이 도주를 시도할 유일한 기회였다.
“말로 하는 건 여기까지다, 당규영. 무장을 해제하고 순순히 선도부실로 따라와라.”
“싫다면?”
– 쿠르르릉,
송천기가 말없이 마나를 끌어올리자 그것만으로도 작은 뇌명이 울렸다.
“용살학원의 규율로 다스릴 것이다.”
“으음…….”
턱을 괴고 잠시 고민하는 당규영.
몇 초간의 적막.
말없이 지켜보는 사람들.
당규영이 턱을 괴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돌연 씩 웃어 보였다.
“싫다—!”
사방으로 그림자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누군가가 외쳤고,
“튀어!”
도둑 동아리원들이 사방으로 몸을 날려 흩어졌다.
곽승재는 제자리에 서서, 수정구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시를 내렸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 * *
“잉? 어디 갔지?”
한소미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워 올렸다.
내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었는데, 내가 한순간에 모습을 감춰 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포르르 이쪽으로 달려가서 살피고, 또 포르르 저쪽으로 달려가서 살핀다.
물론 그런다고 나를 찾을 리 만무했다.
‘빌려오길 잘했네.’
서예인에게 빌려온 투명 길리슈트가 밥값을 톡톡히 해 주고 있었다.
“? ?? ???”
한소미는 어리둥절해서 엉뚱한 곳만 뒤지고 다니다가,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선도부원을 지원하는 게 낫다 생각했는지 급히 자리를 떠났다.
본신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강호의 암계에는 무지하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용살학원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
차차 배워 나가면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목토술사인데…….’
곽승재라고 했던가.
어떻게 도둑 동아리의 탈출 루트를 정확히 차단할 수 있었는지 되짚어 보면 아마…….
‘금방 따라잡히겠어.’
한바탕 전투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래도 방해꾼이 더 끼어들지 않도록 하려면, 미리 최대한 거리를 벌려 두는 게 최선일 터.
나는 다시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 * *
곽승재는 자신의 수정구를 들여다보았다.
정확히는 수정구가 아니라 커다란 에메랄드를 통째로 가공해서 만든 오브(Orb)로, 에메랄드 마탑의 걸작이었다.
오브 안에는 총 일곱 개의 붉은 점이 나타나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지척에서 전투 중인 당규영이었다.
– 쿠르르릉! 콰쾅!
벼락이 빗발치고 그림자의 칼날이 난무한다.
그러나 이미 승패가 정해진 싸움, 관심을 가질 가치도 없다.
해서 그가 지켜보는 것은 다른 점들이었다.
두 개는 이미 제압된 듯 정지했고,
셋은 다른 선도부원들이 바짝 따라붙는 중이다.
그러나 붉은 점 하나.
아무 추격도 안 붙이고 계속 멀어져만 가는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직접 나서야 할 듯했기에 그는 마법을 시전했다.
– 쿠구구구,
나무로 이루어진 커다란 접시가 땅에 놓였다.
곽승재가 그 위에 올라타자, 땅에서 솟아난 손바닥이 접시를 받치고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시야가 휙휙 변하며 목표와의 거리가 금세 좁혀졌다.
그리고 결국에는 완전히 따라잡았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곽승재의 오브가 빛나고,
– 쿠쿵!
조금 먼 곳에서 지면이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계속 도주하는 상대를 멈춰 세우기 위해 경고 차 시전한 마법이다.
곽승재가 건조한 말투로 한 마디 내뱉었다.
“나와라.”
허공이 꾸물거리며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학미채 길리슈트.
도둑 동아리에서 용케 저 비싼 걸 구했구나 싶다.
아니면 훔쳤거나.
투명 길리라면 1학년의 추격은 간단히 따돌릴 수 있었겠지.
그럼에도 곽승재가 그를 추적할 수 있었던 방법은…….
복면인이 지면 한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가 있는 걸 안다는 태도로.
곽승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다.”
땅속에서 아주 조그마한 흙난쟁이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대지의 하급 정령, 노움.
곽승재는 구교사 주변에 노움들을 광범위하게 뿌려 놓았다.
그 노움의 도움을 받아 눈으로는 안 보이는 것들을 땅을 통해 읽었다.
지금도 비슷했다.
도둑 동아리원들이 도주를 시작하기 직전 노움을 한 마리씩 붙여 놓았고, 그 덕에 추적이 가능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이자는 그 사실을 진작에 눈치챈 듯했다.
궁금증이 동한 곽승재가 물었다.
“노움을 붙인 건 어떻게 알았지.”
“…….”
“말 못 하나?”
“…….”
‘영리하군.’
도둑 동아리 쪽 인원들의 면면은 모두 파악해 두었기에, 복면 너머로도 대강의 정체는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이자는 생판 초면이라 목소리나 들어 둘까 싶어 물었는데, 금세 눈치채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제압하고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
“투항할 생각은……. 없는 것 같군.”
“…….”
복면인은 대답 대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곽승재에게는 그것이 이렇게 들렸다.
– 시간 그만 끌고 빨리 붙자.
조금은 의외였다.
도둑 동아리원들은 하나같이 틈을 만들고 도망칠 궁리만 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싸우자고 할 줄은.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응시했다.
그리고 전투가 막을 열었다.
– 쿠쿵!
오브가 초록빛으로 빛나자 땅이 불쑥불쑥 튀어 오르며 복면인을 타격하려 했다.
복면인이 부드럽게 발을 놀리며 엇갈린 땅 사이사이를 이동했다.
[도둑걸음]의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지 마치 땅을 미끄러져 다니는 것 같았다.순식간에 가까워진 복면인이 얼굴을 걷어차려 했지만,
– 턱,
솟아오른 흙벽이 발차기를 막았다.
다음 순간 복면인의 뒤편에서 육중한 흙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그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는지 직전에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는 복면인의 손이 번쩍 빛나더니, 한 줄기 뇌전이 곽승재를 향해 날아들었다.
‘허밍버드인가.’
[어스 개틀링]흙으로 이루어진 기관총이 단단하게 뭉친 흙 탄환들을 난사했다.
허밍버드를 격추하는 동시에 상대를 노리는 한 수였다.
그러나 복면인은 또다시 매끄럽게 움직이며 피했고, 허밍버드 역시 탄환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곽승재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 파지직!
“!!”
곽승재는 조금 놀랐다.
얼마나 컨트롤이 뛰어나길래 허밍버드가 저런 움직임을 보인단 말인가?
몸이 마비되는 대신 미리 걸어 둔 방어 마법 하나가 깨졌다.
곽승재는 복면인에게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훌륭하군. 하지만 두 번은 없다.’
이번 회심의 한 수로 끝날 테니까.
어느새 일대를 얇은 흙벽이 둘러싸고 있었다.
복면인이 다음 공격을 피할 수 없도록.
[어스 개틀링] [어스 개틀링] [어스 개틀링]이곳저곳에서 흙기관총 여러 개가 동시에 솟아났다.
그리고 복면인을 향해 탄환 수백 발을 와르르 쏟아부었다.
[십자포화]– 투두두두두!
흙벽 안이 자욱한 흙먼지로 뒤덮였다.
“…….”
곧 흙먼지가 걷혔을 때, 곽승재는 복면인이 그 자리에 널브러져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긁힌 구석 하나 없이.
‘이자는……. 내 능력 밖이다.’
어스 개틀링은 그의 주력 마법인 만큼 제법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여러 개 동시에 시전했는데 아무 피해도 못 줬다면, 그로서는 쓰러뜨릴 수 없는 상대라 보는 게 맞았다.
대체 어디에서 이런 놈이 튀어나왔는지.
못 이길 가능성이 크지만, 직전까지의 전투 양상으로 미루어 보아 지지도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계속 이자의 발을 묶어 두며 지원을 기다린다.
– 쿠쿵…….
먼 곳에서 전투의 울림이 넘어왔다.
다른 선도부가 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
선도부와 도둑 동아리의 전투는 결과가 뻔하다.
금세 제압하고 이쪽으로 지원이 들어올 것이다.
복면인이 잠시 시선을 그 먼 곳으로 향했다.
그 역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
이내 복면인은 곽승재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급변한 느낌.
그가 자세를 잡자, 움켜쥔 주먹이 점점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화염 계열 마법을 쓰려는 걸까.
그런데 달아오르는 주먹의 색깔이 매우 불길했다.
검은색에 가까운, 피처럼 검붉은 불꽃이 이글거린다.
곽승재의 등에 소름이 쭉 끼쳤다.
‘설마!’
짐작이 맞다면 허투루 대응해선 안 되었다.
곽승재는 서둘러 모든 주문을 거두어들이고 수비 태세로 전환했다.
[삼첩석벽(三疊石壁)] [강벽(强壁)]– 쿠쿵!
돌로 이루어진 벽 세 개가 겹겹이 솟아오르고, 두꺼워지고, 더욱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거로도 부족하다 싶어 장벽 강화 마법을 추가로 시전하려는 찰나.
첫 번째 돌벽에 검붉은 주먹이 닿았다.
– 콰콰콰쾅!!
돌벽들이 박살 나며 엄청난 열기와 충격이 곽승재를 강타했다.
사전에 걸어 둔 방어 마법들을 포함해 모든 수비적인 장비, 장신구, 심지어는 교복까지 일순간에 파괴되었다.
걸레짝이 돼서 바닥을 나뒹굴며 곽승재가 생각했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고.
저 스킬의 정체는…….
‘……인페르노……피스트.’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