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12
312화 18주 차 기말고사 (5)
밴시의 능력은 광역 디버프.
녀석의 절규를 들으면 무작위 스킬이나 특성의 랭크가 한 단계 떨어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기는 하지만, 전투 도중 스펙이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 끼야아아악!!
밴시가 또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대비를 해 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알림 메시지가 연달아 출력되고 있을 거다.
‘OOO의 랭크가 하락했습니다,’ ‘또 하락했습니다,’ 하고.
다만 서예인은 성능 좋은 귀마개를 착용한 상태.
소음을 아주 완벽하게 차단했기에 디버프도 받지 않는다.
그럼 나는 어떤가 하니,
‘군주거든.’
튼튼하기 그지없는 정신 방벽을 갖고 있다.
원본 밴시가 나와도 못 뚫는 수준.
레플리카 던전 밴시로는 당연히 턱도 없고.
반면 박나리 듀오는 디버프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듯했다.
범이의 발톱에 맺혀 있던 마나가 옅어지고, 몸놀림도 조금 느려졌다.
검방 스펙터의 팔을 날려 버린 참이라 금방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디버프를 받은 탓에 지지부진 시간이 끌린다.
‘저쪽은 셋이니까 피해가 더 크지.’
2명+1마리 조합이라, 밴시의 절규 한 번에 랭크가 세 개씩 떨어지는 셈이다.
모든 스킬들을 범이한테 몰아주는 중이니 떨어진 랭크가 더 크게 체감될 테고.
“그르릉.”
그래서인지 범이가 고개를 돌리고 짜증스런 울음을 흘렸다.
대충 해석하면 ‘우리 서포터 뭐 함?’정도가 될 듯하다.
이에 허둥지둥 디버프 해제 주문을 외우는 박나리.
“버, 범아. 잠깐만 기다려.”
그러나 주문이 완성되는 것보다, 밴시가 세 번째로 절규를 내지르는 게 더 빠를 듯했다.
이쯤 되니 마냥 지켜만 볼 수도 없어서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
“놔두면 계속 저럴걸.”
“……잡을게.”
정수지가 그리 답하곤 두런두런 주문을 외웠다.
에메랄드가 초록빛을 머금더니, 지면에서 흙 탄환들이 쏘아져 나간다.
저걸로도 밴시 정도는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터.
‘물론 맞췄을 때 얘기겠지.’
– 끼이잌?
밴시가 고개를 기이하게 꺾더니, 불규칙적으로 떠다니며 흙 탄환들을 회피했다.
그리고 공격이 계속 집중되자 벽 안으로 쑥 숨어들었다가, 잠시 후 다시 튀어나와서 비명을 내지른다.
– 꺄아아아악—!
유령 계통 몬스터로서의 이점을 살리는 모습이다.
내가 또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
“좀 도와 드릴까?”
“으, 응…….”
“그르릉.”
박나리와 범이가 동시에 답했다.
그제야 나는 옆으로 눈길을 주었고, 서예인이 밴시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 투두두두두!
총사인 만큼 정수지보다 훨씬 명중률이 높아서, 밴시가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다.
녀석이 필사적으로 휘청거리며 벽 속으로 숨어들려 했지만,
‘못 가지.’
– 휘잉—
회오리바람이 녀석을 한 곳에 묶었다.
이어서 쏟아지는 마력탄에, 밴시는 결국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템 하나가 툭 떨어졌다.
[귀마개]‘또 나왔네.’
정산은 나중에 하고, 기세를 몰아 스펙터 두 마리까지 처치했다.
전투가 종료되자마자 박나리 듀오가 다가오더니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고, 고마워.”
“그르릉.”
반갑다는 듯 연신 이마를 문대는 범이.
거대 호랑이도 결국은 고양이과 짐승이다.
나는 녀석의 머리와 목을 긁어 주면서 제안을 던졌다.
“방금 귀마개 먹었는데, 바꿀래?”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박나리 측은 밴시의 디버프를 2+1 행사로 받기에 귀마개가 더욱 절실하다.
반면 서예인은 이미 하나 착용 중이고, 나는 [군주]가 있으니 더는 필요하지 않다.
팀원들이 더 모이면 더 필요해질지 몰라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
쓸 만한 아이템이 있다면 교환하는 게 맞다.
“어떤 걸로……?”
박나리는 방금 스펙터 두 마리가 드랍한 아이템들을 보여 주었다.
밴시의 머리 형태로 조각되었으며, 숫자 ‘0’이 새겨진 도자기.
그리고 희뿌연 액체가 담긴 시험관.
[절규 항아리(0)] [유체화 물약]*2‘얘네도 뽑기운 좋네.’
어떻게 둘 다 좋은 게 나오냐.
[절규 항아리]는 PVP 아이템.밴시가 근처에서 절규를 내지를 때마다 스택이 하나씩 쌓이며, 항아리를 깨뜨리는 순간 그 스택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막대한 광역 디버프를 걸 수 있는 셈이다.
[유체화 물약]은 마시면 1분 동안 유령 몬스터와 같은 상태가 되어 벽을 통과할 수 있다.미로처럼 얽힌 지형에서 벽을 통과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엄청난 거리를 주파하는 것도 가능할 터.
두 개니 페어가 함께 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어느 쪽이든 귀마개보다는 훨씬 좋은 아이템.
문제는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점이지만,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둘 다로 하자.”
“그건…….”
소심쟁이 박나리가 우물쭈물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거절은 하고 싶지만 선뜻 입이 안 떨어지는 눈치.
그러자 정수지가 똑 부러지게 할 말을 했다.
“미안한데 그건 어려울 것 같아. 안 그래도 우리 아이템들이 더 좋아 보이는데, 귀마개로 두 개는 욕심 아니야?”
“맞긴 해, 욕심.”
나는 선선히 인정했다.
애초에 두 개를 그냥 달라고 억지를 부릴 생각도 없었으니까.
균형을 맞추려면 저울에 무언가를 더 올리는 게 맞다.
해서 나는 제안을 던졌다.
“대신 히든 방 하나 위치랑 찾는 법 알려 줄게.”
“……!”
아무리 고인물이라도 시간은 유한하니, 우리도 모든 히든 방에 다 들릴 수는 없다.
차라리 하나 알려 주고 아이템을 챙기는 게 더 나은 판단이다.
그 아이템이 꽤 강력한 것들이니 더욱.
박나리와 정수지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히든 방에 가더라도 뭘 얻을지 모르니 고민이 되나 보다.
나는 두 사람을 설득했다.
“항아리, 유체화, 귀마개보다는 당연히 좋지. 히든 방에서 얻을 것보다 좋을 수도 있고. 근데 너네한테는 어차피 애물단지 아니냐.”
절규 항아리를 효율적으로 써먹으려면 디버프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밴시를 찾아다니다시피 해야 하고, 빠르게 때려잡아야 하니 전투력도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저들은 이제 귀마개를 하나 얻으려는 상황.
전투력도 그리 높지 않다.
방금 전만 해도 밴시 하나를 못 맞춰서 우리 손을 빌렸으니 말이다.
유체화 물약도 마찬가지.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좋다.
다만 지속 시간이 1분밖에 안 되는 만큼, 그전에 어디로 갈지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훤히 꿰고 있어야 하고.
심지어 물약은 두 개뿐이라, 박나리 일행이 쓰면 셋 중 하나는 그 자리에 남겨지게 된다.
“…….”
“…….”
두 사람이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듣고 보니 내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거의 넘어온 듯했으나, 정수지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못 믿는 건 아닌데, 벌써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잖아.”
“무조건 있다. 정말로 없으면 내가 빚진 걸로 하고.”
기말고사 도중 다시 만나서 갚든, 그 이후에 갚든.
그제야 정수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템들을 건넸다.
나는 그것들을 받아 들면서 히든 방의 위치를 짚어 주었다.
“그렇게 안 멀지?”
“응, 한번 가 볼게.”
우리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인사를 주고받은 뒤, 각자 갈 길을 나섰다.
* * *
우리는 박나리 조와 헤어진 다음에도 계속 히든 방들을 찾아 이동했다.
달라진 점이라면 목표 하나가 더 추가됐다는 것.
– 꺄아아아악—!!
– 끼에에에엑—!!
밴시 한 마리가 우리를 쫓아오며 연신 절규를 내질렀다.
그럴 때마다 항아리에 새겨진 숫자가 갱신된다.
[절규 항아리(3)] [절규 항아리(4)]…….
‘계속 쌓아야지.’
절규 4스택이면 B랭크 스킬이 단숨에 F랭크로 떨어지는 셈.
절규가 20스택이라면, 30스택이라면?
유망주급이 단숨에 신병철로 변할 수도 있다.
‘선생님들한테도 먹히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안 통하겠지.
선생님들의 기본적인 역할은 컨트롤 룸을 지키는 거지만, 유사시에 위험 요소를 배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당연히 온갖 아이템들을 바리바리 들고 있을 텐데, 과연 그중에 귀마개가 없을까.
‘애초에 정신 방벽도 있겠지.’
A랭크 영웅쯤 되면 각자 나름의 정신 방벽 스킬이나 특성을 두르고 있을 테니, 밴시의 디버프 따위가 통할 리가 없다.
물론 이점은 항아리를 교환할 때부터 염두에 두었기에, 크게 아쉬운 일도 아니었다.
‘선생님이 아니라도 쓸 데는 많거든.’
첫날에는 모두 평화롭게 진행하는 편이다.
각자 미궁 속에서 생존하는 데에 급급하고, 다른 참가자를 쓰러뜨려 봤자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해서 서로 피해 가거나, 우리와 박나리 조처럼 가벼운 거래를 주고받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는 얘기가 다르지.’
참가자들이 조원들과 합류하며 자신감이 붙고, 치즈 상자들이 풀리면서 상대방을 쓰러뜨렸을 때의 이득도 커진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할 거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귀마개를 얻는 사람도 늘어날 테지만,
‘모두가 얻는 것도 아니니까.’
따라서 절규 항아리는 한 번쯤 써먹을 수 있는 강력한 카드.
틈틈이 충전해서 나쁠 게 없다.
– 끼야아아악—!
“…….”
서예인이 흘끗 밴시를 쳐다보고, 나를 쳐다보았다.
귀마개를 하고 있었기에 나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
“힘든 척해, 힘든 척.”
그래야 신나서 계속 따라오지.
서예인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힘들다.”
“그렇지.”
“피곤하다.”
“잘한다.”
“업어 줘.”
“그건 안 돼.”
그 정도까지 피곤하지는 않잖아.
슬며시 뻗어 오는 팔을 매정하게 밀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밴시는 목청껏 비명을 내지르는 중이었다.
– 꺄아아악—
그러나 효과가 없어서인지, 연달아 소리를 지른 탓인지 소음이 전보다 작았다.
어쩐지 헥헥거리는 것도 같다.
유령도 목이 쉬나?
이내 녀석이 우리한테서 관심을 끄고 다른 곳으로 떠나려 했지만,
“아이템은 주고 가셔야죠.”
그전에 내가 나선폭발을 시전했다.
회오리바람이 밴시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압축되다가 그대로 폭발했다.
– 퍼엉!
* * *
우리는 이후에도 밴시를 꼬리에 붙이고 다니며 스택을 쌓았다.
[절규 항아리(14)]물론 본래 목적도 잃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며 히든 방에서 아이템들을 회수했다.
[칼로리 바(매콤한 맛)]*2“어떡하냐. 자꾸 매운 거만 나오네.”
“운이 없군…….”
[침낭]*2 [귀마개]“이건 딴 애들 주면 되겠다.”
“응.”
[후라이팬]“이게 왜 나와? 뭐 해먹을 일도 없는데.”
“나 줘.”
서예인은 기어이 보조 무기를 손에 넣고 말았다.
흡족한 태도로 후라이팬을 이모저모 뜯어본다.
그러던 도중, 어디선가 치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아공간 가방을 열어 보니 무전기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잡음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아, 아. 들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홍연화였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