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18주 차 기말고사 (8)
사공욱 패거리는 900점대 둘과 600점대 넷 구성.
살수 듀오만큼은 아니라도 무시못 할 전력을 갖췄다.
게다가 저건 중간고사 당시 기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들도 나름대로 수련을 하고 점수를 올렸을 터였다.
‘나선폭발 대책도 들고 왔겠지.’
중간고사 때는 나선폭발로 재미를 봤었지만, 같은 수법이 또 통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전처럼 공격적으로 임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전력을 보존할 필요도 있고.’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전투를 치르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적은 피해로 승리해야 한다.
상대방 여섯을 다 쓰러뜨리더라도 이쪽 하나가 다치면 손해인 셈.
따라서 내 최선의 선택은,
‘니가와 전법으로 간다.’
어떻게 들어오나 보고 받아치는 걸로.
나는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
사공욱이 슬쩍 눈짓하자, 칼잡이 두 명이 옆으로 쓱 빠지더니 서예인을 향해 보법을 밟기 시작했다.
‘4:2로 분배한다 이거지.’
넷은 홍연화 백준석, 둘은 서예인을 견제하는 쪽으로.
나는 홍연화 쪽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일단 버텨.”
“확인.”
서예인이 고개를 살짝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백스텝을 밟으며 사격을 개시했다.
– 투두두두!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칼잡이 넷 역시 빠르게 거리를 좁혀 왔다.
각자 칼날에 선명한 검기를 덧씌운 채로.
“보내지 않겠다.”
그 앞을 백준석이 방패를 세우며 가로막았다.
그것이 거슬릴 만도 하건만, 사공욱은 오히려 히죽 웃었다.
“우선 한 놈.”
– 쐐애애액!
그리고 백준석에게 모든 공격을 집중했다.
기사 계열이기는 해도 장내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터라, 금방 치워 버릴 수 있으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네 방향에서 칼날들이 짓쳐들어온다.
백준석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그들 사이에 자그마한 먹구름이 끼어들더니,
“푹신푹신.”
– 펑!
순식간에 잔뜩 불어나며 칼날들을 튕겨 냈다.
몇 걸음 물러나 자세를 가다듬는 칼잡이들.
놈들에게 손을 뻗자 회오리바람이 불어 갔다.
그러나 그 즉시 사공욱이 지시했고,
“피해라.”
칼잡이들이 빠르게 보법을 펼쳐 회오리바람을 벗어났다.
예상대로 전처럼 허무하게 당해 주지는 않는다.
‘그럴 줄 알고 나도 페이크를 쳤지.’
나선폭발이 아니라, 트위스터로 살짝 회오리바람만 불게 했을 뿐.
그러면서 남은 전력은 다른 데로 돌렸다.
[윈드포스]– 퍼엉!
압축된 공기가 폭발하며 사공욱이 훨훨 날아갔다.
900점답게 안정적으로 착지한 뒤 원래 위치로 복귀하려 했지만,
“격↗리↘.”
그전에 얼음벽이 솟아오르며 통로를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벽 너머로 사공욱의 당황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 무슨—!”
– 카가가각!
마구 칼질을 해 대지만, 얼음벽이 쉽게 깨질지는 의문이다.
“……!”
“……!”
급변한 상황에 나머지 칼잡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리더인 사공욱이 빠졌기에 자신들끼리 전투를 이어 가야 하는 상황.
하던 대로 백준석을 처리할지, 아니면 얼음벽을 깨러 갈지 몰라 갈팡질팡한다.
그런 그들의 고민을 홍연화가 덜어 주었다.
[역류막]– 화르륵,
백준석의 발밑에서 불길이 피어오르더니, 둥그런 막 형태로 그를 감쌌다.
“……!”
“쳐라!”
그러자 칼잡이들은 더 방어 마법이 중첩되기 전에 승부를 내야겠다고 판단한 듯했다.
칼날 셋이 백준석을 노리고 쇄도했다.
– 쐐애액!
첫 번째 검격이 역류막을 가르며 큰 흠집을 냈고, 거기서 화염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 화르르륵!
화염을 피해 첫 번째 칼잡이가 물러나자, 두 번째가 그 자리를 채우며 검격을 날렸다.
가까스로 방어하는 백준석.
뒤이어 세 번째 칼잡이가 검을 찌르려다가,
– 펑!
윈드포스를 얻어맞고 벽에 처박혔다.
계속 놈들을 몰아붙이는 한편, 나는 슬쩍 어깨너머로 시선을 주었다.
‘잘하고 있네.’
뒤쪽에서는 서예인과 칼잡이 둘의 대결이 한창이었다.
실력은 900점대 하나, 600점대 하나.
편의상 구돌이랑 육돌이라고 부르자.
두 칼잡이는 서로 보조를 잘 맞추며 서예인을 앞뒤로 합공했고, 서예인은 그 사이사이로 깃털걸음을 밟으며 마력총을 발사했다.
– 투두두두두!
그러나 구돌이 역시 보통내기는 아닌 듯, 바로 앞에서 쏘아져 오는 마력탄들을 날렵한 몸놀림으로 피하거나 흘려 냈다.
심지어는 검기로 마력총을 후려치거나, 서예인의 손을 노려 사격을 끊기까지.
“…….”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걸까.
서예인이 마력총을 그대로 놓아 버렸다.
그러자 마력총이 저절로 분해되며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다른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거의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
구돌이와 육돌이도 기회를 포착한 듯, 동시에 기세를 끌어올려 검초를 펼쳤다.
– 쐐쐐쐐쐐—!
그물처럼 덮쳐 오는 검기들.
그 모습을 서예인은 남 일처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 번뜩!
회색빛 눈동자가 섬뜩한 빛을 머금었다.
서예인의 몸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검기들 사이의 작은 틈새를 통해 빠져나왔다.
[불릿 타임]과 [유령무영]을 연계한 것이다.“!?”
곧이어 육돌이는 두 눈을 치켜 뜰 수밖에 없었다.
언제 가까이 왔는지, 서예인이 바로 옆에서 후라이팬을 휘둘러 오고 있었기 때문에.
– 까앙—!
“……!”
육돌이가 목을 45도로 꺾은 채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전투 불능 판정을 받아 던전에서 이탈해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구돌이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저런 머저리 같은…….”
검객이 총사한테 근접전으로 밀리는 걸로도 모자라, 후라이팬에 얻어맞고 끝났다.
기말고사 끝나고 막대웅한테 조인트 까이는 건 확정이겠지.
물론 구돌이도 언제든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극도의 긴장 상태로 전투를 이어 갔다.
칼날에 넘치도록 검기를 끌어올린 채 휘두른다.
– 쐐애액!
서예인이 마주 후라이팬을 휘둘렀으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육돌이를 쓰러뜨린 건 유령무영으로 순간적인 우위를 점해서고, 근접전 실력 자체는 거의 초심자니까.
때문에 승부는 고작 몇 합만에 갈렸다.
후라이팬이 검기에 숭덩 잘려 나간 것이다.
서예인은 손잡이만 남은 후라이팬을 침울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유감.”
“끝이다!”
구돌이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듯 짓쳐 들어갔다.
그러나 곧 그의 눈도 부릅떠졌는데, 서예인의 마력총이 재조립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샷건이었다.
“아니—”
– 콰아앙—!!
마력탄이 무더기로 흩뿌려지며 구돌이를 날려 버렸다.
“끄아아악!!”
“……후라이팬의 복수.”
그사이 우리도 나머지 칼잡이들을 처치한 상태.
남은 건 아직도 열심히 얼음벽에 칼질을 해 대는 사공욱뿐이었다.
– 콰직, 콰직!
열심히 노력한 보람은 있었는지 얼음벽에 조금씩 금이 갔다.
그리고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와르르 무너졌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내가 해제한 거다.
“…….”
사공욱은 얼음벽이 무너지자마자 전황을 파악하려 들었다.
물론 그가 보게 된 것은 멀쩡하기 그지없는 우리들, 그리고 자신에게 샷건을 겨누고 있는 서예인이었다.
나는 작별 인사 겸 한마디 건넸다.
“선배님한테 안부 전해 드리고.”
“이 자식—”
– 콰아앙-!!
사공욱을 가루로 만들어 버린 뒤.
우리는 故 후라이팬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새 애착이 생겼었는지 서예인은 매우 아쉬운 기색이었다.
“……유감.”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주방 용품에게도 사후세계가 있다면 말이지.
동시에 나는 넌지시 한마디 던졌다.
“김호김호냄비는 아껴 써야겠는데? 이렇게 되면 어떡해.”
“……!”
회색빛 눈동자가 커졌다.
머릿속에서 김호김호냄비가 숭덩 잘려 나가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지 않을까.
충격에 휩싸인 서예인을 뒤로 하고, 나는 전리품을 확인했다.
사공욱 패거리가 쓰러지면서 떨군 아이템들이었다.
[칼로리 바]*2 [귀마개] [치즈 상자] [회복 스크롤]“푸짐하네.”
어제였다면 꿈도 못 꿀 양이었다.
이렇듯 PVP 보상은 갈수록 커지기만 할 거다.
그만큼 전투도 더 자주 벌어질 테고.
“이제 움직입시다.”
우리는 본래 목표대로, 치즈 방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한참 가다가 지도 한번 확인하고, 또 한참 가다가 지도 한번 확인하고, 또 한참 가기를 몇 번쯤 반복하니, 치즈 방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 치지직,
바로 무전기 잡음.
모두 빠르게 시선을 교환했다.
“……!”
“……!”
무전기가 작동한다는 건 상대방, 즉 고현우 페어가 무전기를 손에 넣었다는 뜻.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가 그 추측을 확신으로 바꿔 주었다.
– 야, 야야, 들리냐? 들리지?
고현우 대신 신병철이 무전기를 잡았나 보다.
나는 곧바로 답했다.
“들리는데, 왜 이렇게 목소리가 급해.”
– 야야야! 너네 어디야!
“우리 치즈 방 거의 다 와 가지. 왜?”
– 우리도—치직, 거의 다 왔거든!
역시나 알아서 판단하고 치즈 방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나 보다.
다만 목소리가 급하다는 건 좋은 신호는 아니라, 나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쫓기고 계신가?”
– 어! 어! 빨리 와 봐!
“위치.”
– 여기가—
신병철이 대략적인 위치를 짚어 주는 즉시,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한참 먼 곳에 고현우와 신병철이 점처럼 보였다.
그 뒤로는 다른 참가자들이 우르르 추격해 오는 중인데, 어림짐작으로도 7~8명은 된다.
백준석이 즉시 도우러 가려 했으나 나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있어 봐.”
“뭔가.”
“여기 숨자.”
그런 다음 옆으로 턱짓했는데, 그곳에는 몸을 숨기기 안성맞춤인 모퉁이가 있었다.
동시에 나는 홍연화를 쳐다보며 바닥을 가리켰다.
그 말뜻을 이해했는지 홍연화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마법을 영창했다.
바닥에 겹겹이 새겨지는 파이어 필라 마법진들을 일별하며, 나는 계속 신병철과 무전을 주고받았다.
“우리 봤지?”
– 봤는데! 왜 숨었어!
“계속 와. 우리 믿고.”
지금 모습을 드러낸다면 높은 확률로 저들과 전투를 벌이게 될 터.
이길 자신은 있으나 이쪽도 조금은 피해를 입을 거다.
또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저들이 우리를 발견하는 즉시 추격을 포기하고 도주할 수도 있다.
어중간한 놈들이라면 홍연화를 발견하자마자 꼬리를 내릴 테니까.
물론 나는 두 경우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피해를 입기도 싫고,
내 팀원을 건드린 놈들을 순순히 보내 주기도 싫다.
따라서 선택한 방법.
‘함정을 판다.’
이윽고 허겁지겁 달리는 소리가 나더니, 신병철과 고현우가 모퉁이를 돌아 들어왔다.
뒤따라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나는 빼꼼 바깥을 내다보다가, 놈들이 정확히 마법진 위를 지나칠 때 스킬을 시전했다.
[‘문어발’을 사용합니다.] [‘아이스 월’을 사용합니다.] [‘아이스 월’을 사용합니다.]– 쿠쿵!
얼음벽 두 겹이 앞뒤로 솟아오르며 추격자들을 가둬 버렸다.
안에서 당황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 뭐, 뭐야!
– 함정!?
– 이거 마법진이잖아!
– 빨리 벽 부숴! 빨리!
아마 저 정도 숫자가 두드리면 아이스 월도 오래 못 버티겠지.
물론 나는 그 잠깐조차 줄 생각이 없었다.
옆으로 슬쩍 눈짓하자 홍연화가 마법진들을 가동시켰다.
– 콰아아아아—!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