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18주 차 기말고사 (9)
– 콰아아아아—!
중첩된 파이어 필라의 위력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열기만으로도 B랭크 아이스 월이 사르르 녹아 버렸을 정도.
심지어 추격자들은 열기가 아니라 불기둥이 피어오르는 곳에 서 있었으니,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잠시 후, 불길이 사그라든 곳에는 아이템들만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치즈 상자] [귀마개] [치즈 상자] [칼로리 바]…….
치즈 상자 2개 추가.
사공욱 패거리가 드랍한 것과 치즈 방에서 얻을 것까지 합하면 총 6개로, 벌써 2,100점이나 누적된 셈이다.
물론 탈출구까지 안전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문제가 남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각종 아이템이 넘치도록 쌓였다.
가령 귀마개나 칼로리 바, 침낭 등은 모두에게 돌아가고도 남을 정도.
신병철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야……. 완전 부자 됐네? 어떻게 거기서 함정을 팔 생각을 했냐?”
“사냥은 몰이사냥이거든.”
내 혈관에는 고인물 효율충의 피가 흐른다.
언제나 고생은 덜하고 이득은 많이 취하는 쪽으로 사고가 움직인다는 말이다.
특히 이번에는 여러 조건이 잘 맞아떨어졌다.
공간이 미궁 통로로 한정되었으며, 상대방과의 거리가 먼 만큼 준비할 시간도 넉넉했고, 때마침 근처에 몸을 숨길 곳도 있었으며, 고효율 홍연화 스위치까지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유리하면 무조건 가야지, 딸깍.
백준석도 아이템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이만하면 히든 방은 건너뛰어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효율적이겠지.”
아이템이 넉넉한 만큼 히든 방에서 얻을 것은 줄어든 상태.
[절규 항아리]처럼 강력한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지만, 확률상 십중팔구는 시간 낭비만 하게 될 거다.따라서 우리는 이후 일정에서 히든 방을 지워 버렸다.
휴식을 취하거나 특수한 효과가 있는 곳이라면 몰라도, 아이템을 가지러 가는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원래 목적대로 히든 방으로 향했다.
신병철이 앞장서며 함정들을 철거하고, 나머지는 그 뒤를 편하게 걸었다.
그러던 도중 백준석이 고현우에게 물었다.
“헌데 어쩌다가 쫓기게 된 건가?”
“우리가 가진 물건이 탐난 듯했소. 대뜸 시비를 걸어오더구려.”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나 보군. 하기야 저쪽이 수적으로는 우위였으니.”
“본인도 그리 생각하오.”
추격자들의 숫자는 대강 7~8명 정도.
그렇다면 개개인의 실력은 고현우보다 떨어지더라도, 전투에서 승리하기에는 충분하겠다고 판단했을 거다.
백준석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약탈자가 그놈들만 있지는 않을 터……. 긴장해야겠군.”
과연 치즈 방에 접근할수록 다른 팀들을 마주치는 빈도수가 늘었다.
게다가 몇몇 팀은 아예 그 앞에 진을 치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만만해 보이는 놈들이 상자를 갖고 나오면 쫓아가서 빼앗으려는 심산 아닐까.
그러나 팀원들의 우려와는 달리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는데, 우리 팀에 너무나도 눈에 잘 띄는 유망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선이 집중되자 홍연화가 눈을 부라렸다.
“뭘 자꾸 봐?”
“…….”
“…….”
다른 팀들이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간 보다가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놈들인데, 유망주가 낀 6인 파티를 어떻게 넘보겠는가.
결국 우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치즈 방에 발을 들였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상자들.
거기에서 고현우가 상자 하나를 집어 들며 물었다.
“한 페어 당 하나라고는 들었소만……. 두 개 가져가면 어떻게 되는 거요?”
“해 보든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최소한 시도한다고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라, 고현우가 상자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 푸스스스…….
두 번째 상자가 곧바로 먼지처럼 흩어지더니 원래 놓여 있던 곳에 나타났다.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
고현우가 쓴웃음을 흘렸다.
“과연, 이렇게 되는군.”
“상자 욕심은 안 내도 돼. 지금도 넉넉하니까.”
“알겠소.”
우리는 페어 당 치즈 상자 하나씩을 챙겼다.
그다음에는,
“좀 쉬자.”
방 한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일종의 중립 구역.
얼마든지 시간을 보내도 된다.
미적거리는 만큼 뒤처질 테고, 치즈 방에 머무르는 만큼 이목이 집중될 테지만, 그 점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뒤처지기에는 아이템이 너무 많고, 앞서 경험했듯 어지간한 시비는 홍연화가 전부 차단해 주니까.
또한 마냥 시간만 때우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일행을 찬찬히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미리 설명했듯이, 다음 목표는 컨트롤 룸이다.”
“……!”
모두 진지한 얼굴로 내 말을 경청했다.
컨트롤 룸 무력화에 도전한다는 건 선생님과 붙게 된다는 뜻이니까.
“당연히 우리끼리만 하는 건 아니고, 여기저기 밑밥을 뿌려 놨지.”
선생님 레이드에 참여할 생각이 있냐고.
대상은 평소에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이들, 그리고 기준치 이상의 실력자들로 제한했다.
1,500점이라는 막대한 보상이 걸린 만큼 대부분은 내 제안을 수락했고.
고현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그래서 대기하는 것이구려.”
“약속 장소로는 여기만 한 데가 없거든.”
기말고사에서 다른 팀들과 합류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가장 중요한 무전기는 같은 팀원끼리만 작동한다.
게다가 컨트롤 룸과 탈출구는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어서, 어느 한 곳에서 모이자고 하기도 애매하다.
반면 치즈 방의 위치는 던전 정중앙.
게다가 기말고사 내용상 누구나 한 번은 거쳐 가게 마련이고, 중립 구역이기까지 하다.
여러모로 최적의 약속 장소인 셈이다.
고현우가 순간 눈을 빛냈다.
“장 형과 왕 형도 참여하는 거요?”
“아니, 걔들은 빠진대.”
기말고사 전, 장무극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제안을 던져 봤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김 호:도움 가능?] [김 호:선생님] [장무극:아직은 실력을 보일 때가 아니다] [장무극:이해해 줬으면 좋겠군] [김 호:당연히 이해하지]살수 듀오로서는 학기 내내 가명까지 붙여가면서 정체를 숨기고 있었으니, 기말고사같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본 실력을 꺼내기는 부담스러울 터.
이런 점을 고려해서 나도 애초에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장무극:언젠가 때가 되면 반드시 돕겠다] [김 호:확인]고현우가 침음했다.
“으음……. 본인 역시 이해는 하오만, 아쉽기도 하구려. 두 분이 함께했다면 무척 든든했을 터인데.”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하면 다른 분들은 어떻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아! 있다!”
해맑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한소미가 우리한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치즈 방에 들어서는 송천혜와 조벽, 그리고 금조한.
송천혜가 내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저희는 이렇게 넷입니다.”
“나머지 둘은?”
6인 1팀인데 왜 넷만 왔느냐는 물음.
송천혜도 내심 다 데려오고 싶었는지 조금 아쉬운 기색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발이 묶였어요. 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냐.”
지금도 던전 곳곳에서 전투가 한창일 테고, 거기 휘말렸다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눈앞의 네 명만 해도 막강한 전력이라 불만은 없었다.
사람이 열 명이나 모이자 한산하던 치즈 방이 은근 소란스러워졌다.
고현우에게 연신 사소한 질문들을 던져 대는 한소미.
“밥 먹었어? 잘 쉬었어? 아이템 뭐 나왔어? 내 생각했어?”
“기말고사에만 집중했다오. 워낙 경황이 없는 터라.”
“일부러 그러는 거야?”
한소미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고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슬며시 시선을 피했으나, 이번에는 금조한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둘은 열차에서부터 첫 단추가 어긋난 상태.
그 기억이 떠올랐는지 금조한이 말했다.
“그때 그놈이군.”
“기억하는구려, 나요.”
“여기 낄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나?”
“보면 놀랄 거요.”
다른 곳도 분위기가 썩 화기애애하지는 않았다.
조벽이 뚫어져라 응시하자 신병철이 주춤하며 물러났다.
“…….”
“아니, 왜 그렇게 보셔?”
“…….”
“나 아무짓도 안 했다?
“…….”
또 한켠에는 불편한 기색으로 서로를 흘끔거리는 송천혜와 홍연화.
마탑에서부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멘토링 때도 경쟁했었다.
“…….”
그리고 서예인은 말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아직도 故후라이팬을 추모하는 듯했다.
종합하면 총체적 난국이라, 송천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말했다.
“벌써 어지러운데. 빨리 출발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아직 하나 남았어.”
“누군데요?”
“왔네, 지금.”
내가 문 쪽으로 눈짓하자 송천혜도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막 걸어 들어오던 박나리, 정수지 페어와 시선이 마주쳤다.
소심하게 손을 흔드는 박나리.
“아, 안녕. 우리 왔어…….”
“그르릉.”
범이 역시 낮은 울음소리를 흘리며 앞발을 흔들었다.
첫날, 스펙터들과 밴시를 쓰러뜨리고 나서, 저 둘에게도 제안을 던졌었다.
‘당연히 받을 거라 예상했고.’
박나리 본인은 점수에 큰 욕심이 없는 듯하지만, 유망주로서 아예 신경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
자신 외 유망주들이 죄다 컨트롤 룸 공략에 성공하면 혼자만 크게 뒤처지는 셈이니 말이다.
전투 방식이 수동적이라 선도부 두 명처럼 어디 붙잡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시간에 맞춰서 치즈 방에 도착했다.
정수지가 박나리 대신 말했다.
“다른 애들하고도 연락은 닿았는데, 진짜 안 불러도 돼?”
“어. 괜히 방해만 된다.”
박나리 팀에는 곽지철을 비롯해 목토술사들도 속해 있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 컨트롤 룸 레이드에 참여해 봤자 선생님한테는 유의미한 피해를 못 줄 거다.
해서 아예 오지 말라고 했다.
정수지는 박나리랑 페어라서 어쩔 수 없이 붙은 거고.
‘그래도 이만하면 충분히 모았다.’
12명 중 유망주/선도부급만 여섯, 그리고 그 턱밑까지 오는 실력자가 셋.
선생님을 상대로도 승리를 점쳐 볼 만한 전력이다.
이제 중요한 건 어떻게 레이드를 풀어 나가는가.
해서 나는 말문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조율합시다.”
“…….”
그러자 모두 언제 떠들었냐는 듯 대화를 멈추고 이목을 집중했다.
컨트롤 룸 공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이다.
덕분에 내 입장에서는 설명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어느 선생님이 걸릴지는 들어가 보기 전엔 몰라.”
컨트롤 룸은 네 군데, 지키는 선생님도 넷.
이수독과 붙게 될지, 서청용이나 조옥순 여사, 또는 다른 선생님과 붙게 될지는 미지수다.
그들이 정확히 어떤 스킬/특성 세팅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싸워 보기 전에는 모른다.
그래도 각자 클래스는 정해져 있으니, 넓은 범위에서는 대처법을 준비할 수 있었다.
“—서청용 선생님은 권법가야. 근접전 위주로 운영하면서 중간중간 빙결 스킬을 섞는 식이지. 그럼 우리 대처는—”
이후에는 역할을 분담하고, 레이드에서 쓸 만한 아이템들을 추려 냈다.
그리고 다 같이 치즈 방을 나섰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