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뿅망치 vs 후라이팬
[서브 퀘스트:1단계 고행](진행 중…….)▷목표1:근접전 숙련도 달성(0/100%)
▷목표2:근접전으로 D랭크 이상의 몬스터 처치(0/1)
▷조건1:원거리 피해 대폭 감소
▷조건2:일일 수면 9시간 미만
고행은 대상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퀘스트를 부여하여, 장점을 강화하거나 단점을 보완한다.
‘이건 후자겠지.’
서예인의 클래스는 총사라, 근접전 전투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기말고사에서도 사공욱 패거리를 상대로 고전했었고.
결국에는 샷건으로 날려 버리기는 했지만, 그건 전투가 벌어진 장소가 좁은 통로여서 가능했던 거다.
넓은 공간에서 싸웠다면 그렇게 쉽지는 않았겠지.
‘이참에 보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앞으로도 원거리 포지션임은 변함없을 테지만,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근접전을 연마해 두면 나중에라도 득을 볼 일이 생길 것이다.
퀘스트 목표는 매우 직관적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근접전을 연마하면 숙련도가 조금씩 쌓이고, 100%에 도달하면 1번 목표가 완료되는 식.
그리고 2번 목표, 근접전으로 강력한 몬스터 하나를 처치하면 끝이다.
위 두 목표를 반쯤 강제하기 위해 원거리 피해 감소 조건이 붙는 거고.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가능해 보이는데,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이었다.
일일 수면 9시간 미만.
나로서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근접전이랑 수면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암만 봐도 멕이려고 넣은 거 같은데.
짐작 가는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일부 고행 퀘스트들은 의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악조건에서도 약점을 극복해 보라는 의도다.
즉, 이번 퀘스트의 핵심은 수면 부족 상태에서 근접전을 연마하는 것이다.
‘사실 9시간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건 아니지.’
일반인 기준에서는 편히 푹 자고 낮잠까지 자는 시간 아닌가.
물론 나무늘보 기준에서는 아닐 테지만 말이다.
서예인이 최소 수면 시간을 기록했던 건 부패의 마녀가 지하층에서 난리를 피웠을 때였다.
당시에는 나 혼자만 토벌대에 참가하고,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고현우와 서예인은 두고 갔었다.
서예인은 그 점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수련했으며, 하루 10시간 ‘밖에’ 안 잤다고 한다.
그런데 고행 퀘스트가 내건 조건은 그 최소 기록보다도 짧은 9시간.
서예인이 불만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불공정 계약.”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까다로운 조건이 걸릴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게 수면일 줄은.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놀러 가기’와 ‘같이 쿠키 굽기’로는 수지가 안 맞는 일이었다.
서예인이 퀘스트 창을 가리켰다.
“취소해 줘.”
“그건 나도 못 해.”
이미 부여된 퀘스트는 돌이킬 수 없다.
무슨 수를 쓰든 끝까지 가는 수밖에.
고행을 쓰기 전에 반드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서예인이 나와 퀘스트 창을 번갈아 보았다.
“위기…….”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대기하던 안정미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김호 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내 눈짓에 서예인이 퀘스트 내용을 공유했고, 안정미가 그것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마침 잘됐군요. 그렇지 않아도 근접전 수련을 병행하시도록 일정을 짤 생각이었습니다. 조건도 이 정도면…….”
그리고 조건 2를 확인하는 순간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쉽지 않겠군요.”
“사기당했어.”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이쪽을 향했다.
조금 억울했기에 나는 변론을 펼쳤다.
“우선,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의도하지 않으셨다는 건 알겠습니다. 김호 님이라면 아가씨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계실 테니까요.”
역시 안정미는 대화가 통하는 지성인이었다.
나무늘보의 최소 기록이 10시간 수면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 뭐 하러 무리한 조건을 걸겠는가.
“그래도 이건 너무 가혹합니다. 퀘스트를 수정 또는 취소할 방법은 없을지요.”
“죄송하지만 없습니다.”
단호하게 답하자 안정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예인에게 말했다.
“아가씨,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서예인도 수용하는 단계까지 온 듯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다만 의욕은 바닥을 치는 상태였다.
이윽고 우리는 훈련실 정중앙에 마주 보고 섰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것.
그리고 내 손에 들린 무기가 묘목이 아니라 뿅망치라는 것이다.
나는 괜스레 손을 때려 보았다.
– 뾱,
소리와 타격감 모두 훌륭하군.
나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럼 갑니다.”
“오세요.”
내가 또 한 발짝 내딛는 것과 동시에 총구가 이쪽을 향했다.
– 투두두두두!
빗발치는 마력탄들.
그것들을 도둑걸음을 밟아 가며 간발의 차이로 회피하고, 빠르게 접근한다.
서예인이 뒤로 물러나며 사격을 이어 갔으나, 내가 파고드는 게 더 빨랐다.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뒤 뿅망치를 휘두른다.
– 뾱!
“…….”
서예인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약간은 화를 돋우는 것도 좋다.
그럼 호승심이 동할 테고, 조금이나마 의욕이 생길 테니까.
– 투두두두두!
또 빗발치는 마력탄들.
나는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 뿅망치를 내리쳤다.
그러나 서예인은 예상했다는 듯, 몸을 살짝 기울여 회피하며 사격을 이어 갔다.
– 투두두두!
나는 공전하듯 서예인의 주위를 맴돌다가,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달려들어 뿅망치를 내리꽂았다.
– 뾱!
“…….”
말없이 머리를 매만지는 서예인.
점점 더 열이 받는 눈치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돌격소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더니 쌍권총을 꺼내 한 자루씩 손에 쥐었다.
무기를 바꿔 보기로 한 모양이다.
“좋은 판단이야.”
파괴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휴대성이 높다.
아마 근접전에 대응하기도 더 수월할 테지.
대련이 재개되고, 쌍권총이 번갈아 푸른 불을 뿜어 댔다.
– 투투투투!
또 접근해서 뿅망치를 휘둘렀으나 헛스윙.
곧바로 회수해서 재차 휘둘렀으나 이번에도 가볍게 스친 게 고작이었다.
‘잘 피하는구만.’
천재 나무늘보라 그런지, 아니면 뿅망치에 맞는 게 열이 받아선지,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덕분에 고행 퀘스트에도 진전이 있었다.
▷목표1:근접전 숙련도 달성(1/100%)
게다가 서예인은 근접한 상태에서도 쉴 새 없이 쌍권총을 연사하고 있었다.
– 투투투투!
확실히 피하기가 더 까다롭다.
하는 수 없이 먹구름을 소환해 마력탄들을 튕겨 내자, 전세가 다시 내 쪽으로 기울었다.
연신 작렬하는 뿅망치.
– 뾱! 뾱뾱! 뾱뾱뾱!
“…….”
서예인이 또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쌍권총 한 자루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꺼낸 것은 주방용 후라이팬.
‘화가 많이 나셨구만.’
나는 후라이팬에 눈짓하며 물었다.
“거기도 이름 붙였니?”
“아직.”
“아직이라는 건 그럴 예정이 있다는 소린데.”
“금방.”
“뭘로 하려고?”
서예인이 후라이팬으로 나를 겨누었다.
“김호라이팬.”
후려갈긴 다음에 기념 삼아 이름을 붙이겠다는 뜻이군.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울까?
‘절대 안 맞아 주지.’
김호냄비는 반쯤 져 준다는 마인드로 맞아 줬던 거고.
김호김호냄비는 내가 아니라 도플갱호가 맞았던 거고.
여기서 김호 굿즈를 더 늘릴 생각은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예인은 한 손에 든 마력총으로 나를 겨누었다.
– 투투투!
그리고 반대쪽 손의 후라이팬은 언제든 휘두를 수 있도록 들어 올린 상태.
노림수가 뻔히 보였지만, 나는 여태까지 했던 대로 마력탄을 피하며 접근해 갔다.
그리고 결정적인 찰나,
“스르륵.”
서예인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종적을 감춰 버렸다.
유령무영을 시전한 것이다.
아마 내 측면이나 후방으로 돌아 들어가서 후라이팬을 휘두르려는 거겠지.
다만 그 계획의 치명적인 허점이라면,
‘상대가 나잖아.’
대응할 수단은 많고도 많았다.
똑같이 유령무영을 써도 되고, 그냥 맞아 줘도 왜곡이 발동되겠지.
하지만 이왕이면 압도적으로 받아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안 통한다는 사실이 확실히 각인될 테니까.
나는 먹구름을 머리 근처로 끌어온 다음, 나지막이 시동어를 입에 담았다.
“푹신푹신.”
– 펑!
주먹만 하던 먹구름이 급격히 커지며 내 상반신을 뒤덮었다.
그에 휘둘러지던 후라이팬이 띠용-하며 튕겨 나갔고, 서예인은 자세가 무너져 빈틈을 드러내고 말았다.
물론 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라이팬은 집어넣자.”
그거 수련에는 별로 도움 안 돼.
뿅망치가 무서운 기세로 내리꽂혔다.
– 뾱뾱뾱뾱!
* * *
수련 시간 내내 뿅망치로 나무늘보를 담금질한 결과.
▷목표1:근접전 숙련도 달성(12/100%)
“첫날치곤 나쁘지 않네.”
“…….”
서예인은 대답 대신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내내 뿅망치로 두들겨 맞았는데, 화가 안 나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그렇다고 묘목으로 때릴 수는 없잖아.’
근접전 수련도 하고 다치지도 않으려면 이게 최선이었다.
이런 깊은 뜻도 몰라주고, 서예인의 저기압 상태는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저녁 식사를 할 때는 이쪽을 빤히 쳐다보다가, 시선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 버리기 일쑤.
서 씨네 아버님이 방에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옆에서 미니 게임을 구경하곤 했는데, 지금은 온몸에 이불을 돌돌 만 채 등을 돌리고 있었다.
아버님이 그걸 보더니 물었다.
“딸.”
“…….”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질문의 대상이 나로 바뀌었다.
“싸웠나?”
“비슷합니다.”
근접전 수련을 비롯해 오늘 있었던 일들을 쭉 늘어놓자, 아버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 달래 줘.”
“그래야죠.”
그러다 아버님도 떠나고 잘 시간도 돼서, 나는 이불 덩어리를 슬슬 흔들어 보았다.
“저기요.”
“…….”
“저기요, 좀 나와 보세요.”
“…….”
그러나 이불 덩어리는 더더욱 움츠러들 뿐이었다.
많이 삐졌구만.
나는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오늘은 따로 잘까?”
붙어서 잘 기분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이불 덩어리에서 하얀 손이 쏙 빠져나오더니 내 손목을 붙잡았다.
“……같이 자.”
“그럽시다. 덩어리는 푸시고요.”
화가 나도 김호베개는 포기할 수 없나 보군.
곧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웠고, 서예인은 늘상 그렇듯, 내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기댔다.
다만 오늘은 허리를 끌어안는 힘이 평소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그 상태로 서예인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뿅망치 안 돼…….”
“며칠만 더 고생하자. 끝나고 놀러도 가고, 쿠키도 구워 먹고.”
“응…….”
그러나 서예인이 내 말을 끝까지 들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그새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나는 얼마간 서예인을 내려다보다가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일일 수면 9시간 미만이라…….’
9시간을 넘기면 어떻게 되지?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