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2차 멘토링 (2)
날이 저물 때까지는 제법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 같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첫날인 만큼 어떤 식으로 멘토링이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가볍게 몸만 풀 심산이었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이전에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숱하게 오갔는지, 곳곳에 날카로운 기운이 긁고 지나가거나 패인 흔적, 마법이 쏟아진 흔적 등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평평하게 관리되어 있어, 수련을 하기에는 매우 좋은 환경이었다.
공터 한켠에는 커다란 문짝이 세워져 있었는데, 뼈대만 남아서 다소 앙상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당규영이 그쪽으로 다가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소환문이야. 이번 멘토링은 이걸 쓸 거다.”
당연히 나는 척 보자마자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감을 잡은 상태였다.
한편 홍연화는 신기한 눈으로 소환문을 보면서도 내심 의구심을 갖는 눈치였다.
‘멈춘 지 한참 된 걸 어떻게 써먹으시려고?’ 하고.
물론 그 의구심은 금방 해소되었다.
당규영이 인벤토리에서 주먹만 한 크리스탈을 한 덩이 꺼낸 것이다.
우리가 대인전과 공략전 등에서 썼던 것들과 거의 같으며, 충전이 끝났는지 내부에 강한 기운이 휘몰아친다.
저걸 쓴다면 소환문도 충분히 재가동할 수 있을 터.
나는 크리스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허가가 났네요.”
“응, 멘토링에 쓴다니까 해 주더라.”
대수롭지 않게 답하는 당규영이었으나, 사실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었을 거다.
크리스탈은 막대한 힘을 담을 수 있기에 에너지원으로 곧잘 쓰이고, 아무나 다루지 못하도록 사용에 제한이 걸려 있다.
짐작하기로는 이 수련장과 크리스탈의 이용 허가를 받기까지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쳤을 것 같다.
지금 당규영의 어깨에 걸린 책임도 무거울 테고.
다만 본인이 내색하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라, 일단은 나도 모른 척하기로 했다.
당규영은 설명을 계속하면서 크리스탈 몇 개를 더 꺼내 보였다.
크기와 머금은 광채, 내부에 담긴 힘 등이 제각각인데, 랭크가 달라서 그렇다.
“소환 몬스터는 무작위고, 랭크는 크리스탈 랭크를 따라가. 보다시피 D에서 B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왔지. 당연히 B는 나도 같이할 거야.”
1학년들에게만 맡기는 건 아무래도 위험할 테니까.
A랭크 이상 몬스터는 종류에 따라 당규영이 개입해도 버거울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요청 자체를 안 했고, 했더라도 허가가 안 났을 거란다.
‘우리 멘티 중에 불주먹이 있어요!’ 하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 소환한 몬스터를 처치하면 무작위 버프를 받을 수 있어.”
예를 들면 마나 연공 효율 상승, 랭크 부스트, 체력 회복, 쿨타임 감소 등.
그리고 그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련 방향을 바꾸겠다는 설명이었다.
이내 당규영은 소환문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지. 바로 소환한다. 혹시 준비할 시간 필요해?”
“저는 준비 됐습니다.”
“저, 저도요.”
홍연화와 내가 곧바로 답하자, 당규영도 턱을 까딱이곤 비교적 작은 크리스탈을 손에 쥐었다.
처음이라 D랭크부터 시작하려나 보다.
그리고 그대로 크리스탈을 부수자, 안에 담겨 있던 기운이 풀려나며 뼈만 남았던 소환문을 가득 채웠다.
– 우우웅—!
불규칙적으로 일렁거리는 기운.
계속 그 모습을 주시하고 있으니, 소환문을 통해 육중한 형상이 한 걸음, 두 걸음 걸어 나왔다.
“꾸우우우…….”
바로 오우거.
하도 자주 봐서 이제는 고블린보다 익숙해졌다.
그만큼 샌드백, 또는 딜 미터기로서 최적의 몬스터이기도 했다.
당규영은 멀찍이 물러나서 지켜보고, 나는 홍연화에게 지시했다.
여태까지 곧잘 합을 맞춰 왔기에 세세하게 지시할 필요는 없었다.
“네가 포대 서.”
“으, 응…….”
홍연화가 뒤로 물러나서 자리를 잡은 다음, 빠르게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둥그런 마법진들이 떠오르고 술식으로 채워진다.
그에 곧바로 적개심을 드러내는 오우거.
“꾸우우…….”
“아저씨, 여기 보세요. 거기 말고 여기.”
나는 머리 위로 슬슬 손을 흔들어서 놈의 이목을 끌고,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공멸안을 사용했다.
[대상에게 ‘풍화(D)’ 상태이상이 부여됩니다.]– 휘이잉—
오우거의 온몸을 휘감으며 긁고 다니는 바람.
풍화 상태는 지속 피해를 주며, 바람 마법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원흉이 나라는 걸 눈치챘는지, 놈의 적개심이 똑바로 나를 향했다.
“꾸우우우!”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나는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가, 놈이 주먹을 뻗어 오는 순간 마주 묘목을 휘둘렀다.
격돌과 동시에 압축된 바람이 폭발한다.
– 펑!
그 결과 오히려 밀려난 것은 오우거 쪽이었다.
윈드포스가 B+랭크인 데다 풍화 탓에 더욱 취약해져서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주먹을 뻗어 오는 오우거였으나, 내가 윈드포스로 맞대응할 때마다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았다.
육중한 거체가 연신 휘청거리고 뒤로 밀려났다.
거기에 [트위스터]까지 곁들이자, 놈은 옴짝달싹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홍연화는 영창을 마친 상태.
완드에 박힌 루비가 번쩍 붉은 빛을 발하고, 모든 마법진에서 일제히 불기둥이 치솟는다.
– 콰아아아—!
불기둥들은 오우거의 발밑이 아니라, 놈을 포위하듯 자리하고 있었다.
‘파생 마법을 쓰려는 거지.’
나도 그 의도를 파악했기에, 놈을 마법진 위로 유도하지 않고 한가운데 묶어 둔 상태.
과연 맹렬히 치솟던 파이어 필라들이 점차 일정한 형상으로 변하더니, 각기 큼지막한 불덩이들을 하나씩 쏘아 보냈다.
– 퍼펑! 퍼퍼퍼펑!
오우거는 처음 몇 방은 버티는 듯했으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불덩이 세례에 결국 새까만 재로 화하고 말았다.
지켜보던 당규영이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요런 대견한 녀석들. 이제 오우거는 그냥 때려잡는구나.”
“전보단 훨씬 나아졌죠.”
멘토링 때는 열심히 도망 다니며 크리스탈을 충전하는 게 고작이었고,
중간고사 때는 6인 파티가 한 마리씩 때려잡아야 했다.
반면 지금은 홍연화와 나 단둘이서 오우거를 갖고 놀다시피 했으니, 확실히 성장한 체감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나는 금지 스킬을 쓰면 일대일도 가능하겠지만, 윈드포스로 대형 몬스터를 밀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었다.
이어서 나는 홍연화를 쳐다보았다.
“수고했어. 방금 그게 파생 스킬인가 본데.”
“응, 아직은 덜 되기는…… 했는데에…….”
오는 길에도 언급했듯 절반 정도란다.
짐작하기로는 포탑 계열 스킬이 유력하다.
아마 제대로 완성만 한다면 파이어 필라의 가장 큰 결점을 보완할 수 있겠지.
마법진에 한정되었던 공격 범위가 대폭 넓어질 테니 말이다.
소환한 몬스터를 처치했기에 일행에게 버프가 부여되었다.
수련장 일대가 짙은 마나로 뒤덮인다.
밀도로 따지면 트레이닝 센터 특수연공실과 비슷하지 않을까.
당규영이 제자리에서 팔짱을 꼈다.
“너희 해. 보고 있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마나 연공 중에는 무방비 상태가 되니 한 명쯤은 호법을 서는 게 낫다.
이런 깊은 산중에 과연 누가 오겠냐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원체 흉흉한 게임 속 세상이라, 어디선가 나쁜 아저씨나 떠돌이 몬스터가 불쑥 튀어나올 가능성도 조금은 존재하고.
해서 홍연화와 나는 당규영의 보호를 받으며 마나 연공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뒤 눈을 떠 보니, 마나의 농도가 상당히 옅어진 상태.
버프의 효력이 다해 가나 보다.
“…….”
당규영은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눈을 뜨자 매우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겨 먼 하늘을 쳐다본다.
“좀 있으면 어두워지겠네. 오늘은 한두 번만 더 하고 마무리하자.”
그 말대로 하늘이 서서히 붉은 기를 머금어 가고 있었다.
산속이기도 하니 순식간에 날이 저물겠지.
다만 당규영이 다음 몬스터를 소환하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고행 쿨타임 돌았어요. 여기서 쓰고 가죠.”
“…….”
“…….”
그러자 당규영과 홍연화가 슬며시 시선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누구한테 먼저 쓸지 은근히 신경이 쓰이나 보다.
물론 이건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였다.
“고행은 항상 선배님이 최우선이죠.”
“정말? 내가 최우선이라고?”
당규영의 입가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고행으로 스펙업을 한다는 사실보다 ‘최우선’이라는 단어에 꽂힌 것 같다.
조금 더 장단을 맞춰 줘도 되겠지만, 설명이 우선이었기에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홍연화는 아직 빌드를 쌓아 가는 단계인데, 선배님은 거의 완성됐잖아요. 그걸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니까 우선순위가 높을 수밖에요.”
“그건 나도 알거든?”
당규영이 딴 곳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는 거기에 넌지시 한마디 덧붙였다.
“다른 것도 최우선인 거 아시죠?”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야, 고행 써.”
언제 삐지려고 했냐는 듯 배시시 웃는 당규영.
공동 1등이니 거짓말은 안 했다.
홍연화가 혼란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못 본 척하고 스킬을 시전한다.
[‘고행’을 사용합니다.] [대상에게 ‘4단계 고행’이 부여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5일 23:59:57]그리고 곧바로 시간 분담까지 연계한다.
[재사용 대기시간 4일 11:59:56]틈틈이 돌려 주면 며칠 내로 홍연화한테도 쓸 수 있겠지.
“…….”
당규영은 얼마간 말없이 퀘스트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무언가 확인하려는 듯 허공에 손을 가로저었다.
이내 발밑 그림자에서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날아올랐다.
그녀의 주력 중의 주력 기술인 [영접비행].
그러나 나비는 날아가던 도중 형체가 무너지더니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당규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작게 입을 벌렸다.
“야, 아니, 내 나비.”
그리고 재차 그림자 마법을 시전했다.
이번에는 불쑥 솟아오른 그림자에 손을 뻗어 장검 한 자루를 뽑아 낸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림자 칼은 금세 엿가락처럼 흐물흐물 늘어져 버렸다.
당규영이 그림자 엿가락을 내던지고 뒷목을 잡았다.
“아, 벌써 혈압 올라.”
번쩍번쩍 빛 구체에 이어, 이번에는 흐물흐물 그림자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고행을 최우선으로 받는 게 정말로 좋은 일일까?
여기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