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6
36화 2주 차 공략전 (3)
서예인이 투명 길리를 뒤집어쓰고, 나와 참수자 고블린이 대치하는 구도.
“그르륵…….”
참수자가 낮은 울음을 위협적으로 흘리자, 일반 고블린들은 끼어들지 못하고 멀찍이서 눈치만 봤다.
놈이 막 땅을 박차며 녹슨 식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 퉁—!
어디선가 날아든 마력탄이 미간에 정통으로 꽂혔다.
안면이 찌그러지며 고개가 뒤로 홱 젖혀진다.
그러나 참수자는 그 상태 그대로 고개를 원위치시켰다. 터프한 놈이군.
놈의 눈알이 데굴 구르더니 탄환이 날아온 곳을 응시한다.
“아저씨, 한눈팔지 말고 이쪽 봐요.”
서예인이 안전하게 약점을 노릴 수 있도록 계속 이목을 끌어 주어야 한다.
참수자에게 돌진하며 대지의 스태프(물리)를 휘두르고, 동시에 허밍버드를 시전했다.
스태프와 허밍버드가 양쪽에서 놈을 노린다.
“그르륵!”
참수자의 몸이 제자리에서 흐릿해지며 분신술을 쓰듯 둘로 나뉘었다.
식칼 역시 둘로 나뉘어 스태프와 허밍버드를 동시에 갈라 버리려 한다.
나름 보스 몬스터라 스킬도 쓸 줄 안다.
‘오히려 좋아.’
어차피 둘 중 하나만 적중시킬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전력을 분산시켜 주면 나로서는 땡큐다.
직전에 스태프를 회수하며 슬쩍 물러나고 허밍버드를 조작한다.
– 파지직!
참수자는 이 정도 마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기색으로 나에게 식칼을 휘둘렀다.
몸을 뒤로 젖히자 녹슨 칼날이 스쳐 지나간다.
도로 파고들어 옆구리를 스태프로 후려쳤지만 별 피해는 없는 듯하다.
육체 능력 위주의 스킬과 특성을 둘둘 말고 있는 놈인데, 나는 마나만 담아서 후려쳤으니 대미지가 안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다.
– 퉁—!
두 번째로 꽂히는 서예인의 마력탄.
또다시 안면에 명중이다.
고개가 젖혀지면서도, 놈의 부릅떠진 눈은 마력탄이 날아온 방향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한눈팔지 말라니까.”
“그아아아—!”
스태프를 뻗어 방금 마력탄을 맞은 부분을 톡 건드리자, 참수자가 제대로 열이 받아서 나에게 돌진해 왔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식칼에서 도기(刀氣)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나는 [도둑걸음]을 쓰고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놈의 공세 사이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 퉁—!
또다시 참수자 고블린의 머리를 강타하는 마력탄.
놈은 나를 상대할지, 서예인을 잡을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열 받는 건 내 쪽이지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건 서예인 쪽.
후자를 먼저 잡기로 정했는지 제자리에서 두 다리를 굽히고 몸을 웅크렸다.
크게 도약할 생각인 듯했다.
“못 가지.”
[‘증폭’을 사용합니다.] [‘허밍버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E->C)]– 파츠츠츠츠!
C급 허밍버드에 정통으로 얻어맞자 참수자의 움직임이 완전히 정지했다.
— 퉁—!
네 번째 마력탄이 얼굴에 꽂히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참수자.
놈이 마나를 있는 대로 끌어모아 식칼에 담더니, 서예인이 숨은 곳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날아간 식칼이 일대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 카가가가각!
늪과 축축한 토지가 마구 뒤엎어진다.
허공이 꾸물거리며 서예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난리 속에서도 서예인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서 라이플을 조준한 채였다.
– 퉁—!
다섯 번째 저격이 적중했다.
참수자 고블린이 한쪽 다리를 굽히고, 이어서 완전히 두 무릎을 꿇었다.
“그…… 륵…….”
그리고 끝내 털썩 쓰러져 버렸다.
육신이 잿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잡았다. 가자.”
“응.”
우리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라이플이 즉시 쌍권총으로 재조립되고 푸른 불을 뿜어낸다.
– 투투투투!
“케르륵? 케륵!”
“켁켁??”
보스 몬스터가 처치된 탓에 우왕좌왕하는 고블린들.
어떤 놈은 앞길을 막아서지만 어떤 놈은 도망치거나 늪 웅덩이 안으로 뛰어든다.
서예인이 지나가면서 처치할 수 있는 놈들은 처치하게 두고, 다가오는 놈들만 쳐 내면서, 곧장 토템을 목표로 달렸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서예인이 마력총을 난사해 토템을 박살 냈다.
+ [처치한 고블린 수:11]
+ [‘강적’ 처치:120]
—————
[남은 시간 2:29초 = 149점]+[클리어 보너스:500점]
—————
[총 점수:649점]첫 시도보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였지만, 참수자 고블린을 잡는 데 시간을 제법 잡아먹었기에 소요 시간은 비슷했다.
고블린 역시 지나가면서 걸리는 것만 처치해서 숫자가 적고.
그래도 이번에는 [강적]을 해치운 덕에 120초나 추가됐다.
첫 시도에 비해 100점 이상 올랐다.
“꽤 단축했네. 더 줄일 수 있겠다.”
“…….”
서예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무표정한 얼굴에 알게 모르게 불만족스러운 기색이 떠올라 있다.
이유는 금세 눈치챘으나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는 노릇.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왜?”
“…….”
서예인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려다 말았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더니 마침내 말문을 연다.
“……있잖아.”
“어.”
“……마력탄 특강 또 해 주면 안 돼?”
자신의 마력탄에 부족함을 느낀단다.
참수자 고블린의 맷집이 엄청나게 좋기는 했다.
근거리 계열 보스 몬스터라 단단한 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놈을 처치하는 데 라이플을 다섯 발이나 쏴야 했다는 사실이 서예인의 마음에는 안 들었나 보다.
하기야 단순한 다섯 발이 아니라 정확히 급소에, 정로 다섯 발이다.
특별히 방어가 견고하지도 않았다.
내가 완벽하게 마킹하며 허점을 노출시킨 상태였으니까.
사실상 과녁에 대놓고 쏜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도 한참 걸렸으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리라.
‘은근히 승부욕이 있다니까.’
저 [강적]이라는 장치는 본래 신입생들을 엿 먹이기 위해, 조금 더 점잖은 표현을 쓰면 벽을 체감시키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한 번쯤은 좌절을 느끼도록.
서예인도 [강적]을 상대로 벽을 느끼기는 했지만, 좌절하기는커녕 곧바로 이 벽을 넘어서고 싶다는, 성장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태운다.
나로서는 달가운 일이다.
배우는 사람이 의욕이 있으면 가르칠 맛도 나거든.
“그럼 오늘 공략전은 여기서 끊고, 트레이닝 센터 갈까?”
“응, 그럴래.”
* * *
트레이닝 센터.
오늘은 마나연공실이 아니라 개인 사격장에 자리를 잡았다.
사격에 필요한 어떤 장애물이든 소환할 수 있다.
“지금부터 3차 마력탄 특강을 시작하겠습니다.”
“와—”
서예인이 소리 없는 박수로 반겼다.
“우선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나 볼게. 지금 [마력탄] 랭크가 E급이지?”
“응.”
“D급까지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아?”
지난 마력탄 특강부터 지금 사이에 혼자서도 수련을 했을 터.
서예인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 거의 다 했어.”
“빠르네. 좋아, 그건 그것대로 진행하고. 오늘은 새로운 스킬을 배워 볼 거예요.”
“알았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 큼지막한 나무토막 하나를 장애물로 세웠다.
한 손에는 마력탄을 만들어서 들고, 반대쪽 손에는 엄지와 검지를 말아 쥐어 딱밤을 날리는 모양을 만들었다.
“이게 마력총이라고 칩시다.”
딱밤에 마력탄을 끼워 넣은 뒤, 나무토막에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힘없이 날아가서 나무토막을 툭 건드리고 바닥을 구르는 마력탄.
“지금 네가 이 상태야. 마력탄은 흠잡을 데 없고, 마력총도 좋은 걸 쓰지만, 아직까지는 도구로만 사용하는 상태.”
검사로 치면 잘 드는 명검과 초식 등을 익혀서 ‘휘두르기만’ 하는 상태다.
더 강해지고자 한다면 거기에서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
왜, 검사는 검을 몸의 일부처럼 여긴다는 말도 있고, 검이란 팔의 연장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총사와 마력총의 관계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봐.”
다시 딱밤을 만들고 마력탄을 끼웠다.
이번에는 나무토막을 조준하면서, 검지에 마나를 집중시켜 마력탄과 같이 쏘아 보냈다.
– 딱!
날아가는 속도, 울리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나무토막이 충격의 여파로 흔들흔들거린다.
“[사출]이라는 스킬이야. 이걸 익혀 보자.”
마나를 손에 그러모으고, 그 마나를 날려 보낼 부위, 즉 검지에 집중시킨다.
그리고 검지를 튕기는 타이밍에 맞춰 마나도 함께 날린다.
무인들이 지풍(指風)을 날릴 때의 원리와 비슷하다.
“…….”
서예인이 어색하게 딱밤 모양을 만들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마력탄을 끼워 넣고, 마나를 집중시킨 후 튕긴다.
– 팅
마력탄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조준이 서툴다기보다 딱밤이라는 행동 자체가 익숙지 않은 듯하다.
나는 곧바로 수련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
이래서는 연습할 필요도 없는 딱밤에서 막히게 생겼다.
“……마력탄 없이 해 보자. 마나만 날려 보낼 줄 알아도 성공이거든.”
서예인이 열심히 허공에 손가락 딱밤을 날려 댔다.
마나를 검지에 모으는 것까지는 얼마 시도하지 않고 성공했지만, 날려 보내는 부분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다.
손가락을 튕기고도 검지에 마나가 맺혀 있거나, 그보다 한 박자 일찍 마나를 날려 보내곤 했다.
날려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마력총을 격발하면서 쓰는 스킬이니까.
– 툭
시행착오 끝에 서예인의 손가락 끝에서 미약한 마나 덩어리가 튕겨 나가 나무토막을 건드렸다.
날려 보낸 양보다 검지에 남은 마나가 더 많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진도가 빠른 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있다. 그대로 계속해.”
“알았어.”
* * *
저녁 시간 즈음에는 수련이 더욱 진척되었다.
이제 딱밤으로는 어렵지 않게 마나를 날려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는 본인의 마력총을 써서 수련하도록 했다.
여기까지 끝낸다면 [사출] 스킬이 주어질 테고, 그다음 D랭크 마력탄으로 넘어가면 되겠지.
“그런데 우리 저녁은 어떡할까.”
“……?”
서예인은 다소 애매한 태도가 되었다.
한창 수련하던 도중이라 계속 집중을 이어 가고 싶은데, 아예 끼니를 걸러 버리기에는 배가 고프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심부름을 해 주기로 했다.
“그냥, 학생식당 가서 먹을 거 몇 개 집어 올게.”
“고마워.”
서예인이 계산은 이걸로 하라며 자기 카드를 건넸다.
검은 광택을 뿌리는 묵직하고 두툼한 블랙 카드를.
* * *
학생식당에서 빵 여러 개를 종류별로 집었다.
초코, 소시지, 슈크림, 머핀, 고로케…….
이만하면 요깃거리로는 충분하겠지.
음료까지 몇 개 챙기고 발걸음을 돌리다가,
“안뇽!”
한쪽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한소미와 눈이 마주쳤다.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걸 보면 열차에서의 일은 더 이상 마음에 담아 두지 않나 보다.
나 역시 한소미에게 이렇다 할 악감정은 없다.
따지고 보면 쟤는 선도부로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거고, 교칙을 어기는 건 내 쪽이니까.
게다가 같은 3반으로서 인사 정도는 하고 다니면 좋지 않나 싶어서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
한소미가 손을 흔들자, 맞은편의 송천혜가 누구한테 인사를 하는지 확인하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케이크를 한입 머금고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였는데, 나를 보자마자 대번에 표정 관리를 했다.
그렇게까지 정색할 필요는 없지 않니?
어쨌든 인사하는 김에 송천혜에게도 건성으로 손을 흔들어 준 다음 갈 길을 가는데,
“저! 저기요!”
송천혜가 나에게 다가왔다.
“왜?”
“그게……. 손 좀 보여 주세요.”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