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1주 차 리매치 (4)
거의 동시에 서예인도 매칭이 잡힌 모양이었다.
[서예인 883점 vs 왕 빈 735점]왕빈은 처음 보는 이름이었지만 어쩐지 느낌이 강하게 왔다.
‘아무리 봐도 왕춘삼 같은데.’
흑도 유망주 장무극과 같이 다니는 0.8 유망주급.
저 둘은 무슨 이유에선지 항상 가명을 쓰고 다니지만, 작명 센스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만 해도 티가 팍팍 나지 않는가.
나중에 만나면 또 한 소리 해 주는 걸로 하고.
나는 서예인에게 제안했다.
“팔찌 바꿀까?”
내 먹구름 팔찌는 물리 공격을 방어하고,
서예인의 뭉게구름 팔찌는 마법 공격을 방어한다.
그러나 송천혜는 마법 계열이고 왕춘삼은 물리 계열이라, 이대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다.
서예인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곤 팔찌를 교환했다.
“그럼 가 봅시다.”
“출발.”
“왕춘삼도 냄비로 없애 버려.”
“깡.”
회색빛 눈동자가 투지로 반짝거렸다.
한편 홍연화는 우리가 팔찌를 교환하는 모습을 뜻 모를 복잡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다 대고 내가 싱긋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이제 매칭 잡아도 되겠다. 우리 다 잡혔으니까.”
“으, 응……!”
“힘내고.”
“고마워, 너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준 다음 순간이동 마법진에 올라섰다.
시야가 홱 바뀌고, 나는 울퉁불퉁한 동산 같은 곳에 발을 디디고 서 있었다.
고저는 그리 높지 않지만 동산인 만큼 이동이 다소 불편해 보인다.
맞은편에는 송천혜가 두 손에 검은 장갑을 끼는 중이었다.
올라운더형 마법사 장비로, 활동성이 높으며 지팡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펴고 묻는데,
“또 기권하시는 건 아니죠?”
“글쎄, 그럴까?”
기권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일부러 고민하는 척했다.
송천혜가 내심 이 승부를 기대해 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안 하려다가 설득에 못 이겨서 하는 구도라면, 작은 요구 사항 하나쯤은 추가할 수 있겠지.
역시나 송천혜는 조금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계속 물었다.
“왜 자꾸 피하는 건데요.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면서.”
“이왕이면 편하게 가는 게 좋잖아. 어차피 이건 져도 점수 많이 안 깎일 텐데.”
“이수독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겁니다. 대충 하면 가만히 안 둔다고.”
“그건 나중에 걱정할란다.”
“…….”
송천혜가 또 나를 설득하려는데, 내가 지나가는 말처럼 요구 사항을 입에 담았다.
“이번 경기 비공개해 주면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좋습니다. 진행하시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이건 비공개로 돌리는 게 나을 거다.
양측 모두에게 말이다.
우리는 합의를 본 뒤 마지막 준비를 마쳤고, 이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Start!] [김 호 100% vs 송천혜 100%] [남은 시간 9:58]나는 앞선 두 경기에서처럼 연막을 치기로 했다.
흠칫 놀라며 한쪽을 가리킨다.
“아니, 저게 뭐지!”
“안 속습니다.”
그러나 송천혜는 시선을 나한테 똑바로 고정하고 조금도 떼지 않으려 했다.
나는 일부러 얼굴을 굳혔다.
“……간파했나?”
“리플레이 다 봤습니다. 그렇게 시선을 돌려놓고 디버프를 거는 거겠죠.”
“그걸 벌써 봤다고?”
이때만큼은 진심으로 놀랐다.
커피 마시고 온 시간이라 해 봐야 잠깐인데, 그새 리플레이 두 편을 다 챙겨 봤다고?
나는 매우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굽신거렸다.
“이제 보니 그냥 애청자가 아니셨군요. 실시간으로 따라오는 애청자셨네.”
“그런 거 아닙니다.”
“혹시 막, 김호 리플레이 떴나 안 떴나 5분 간격으로 확인하고 그러시나요? 새로 고침 연타하고?”
“아니라구요! 그건 그냥, 어쩌다가 확인해 보니까 있어서!”
“그렇군요, 어쩌다가, 두 편을. 항상 감사합니다.”
“진짜 아니라니까요?”
송천혜가 열심히 변명을 주워섬기는 그때가 바로 기회였다.
공멸안을 시전할 기회.
[대상에게 ‘중독(C)’ 상태이상이 부여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00:00:59]그리고 눈을 치켜뜨는 송천혜에게 씩 웃어 보였다.
“한눈팔면 안 되지.”
“어, 언제?”
“무릎을 봐라.”
“……!”
송천혜가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고 자기 무릎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지금은 당연히 없지.”
원래도 없었지만 말이야.
잘 속는군.
종종 느끼는 거지만 얘도 은근히 맹한 구석이 있다.
[송천혜 99%]– 파아앗!
그런데 다음 순간 송천혜의 몸이 환한 빛무리에 휩싸였고, 체력은 거기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정화]로 풀어 버린 것이다.역시 최상위권부터는 슬슬 유틸 기술들도 챙기기 시작한다.
디버프 해제 수단도 하나쯤은 들고 있고.
이러면 공멸안이 무의미해지는 거 아니냐고?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저건 쿨타임이 길거든.’
정화의 쿨타임은 3분.
반면 공멸안은 1분마다 쿨이 돈다.
다른 디버프 해제 수단이 있지 않는 한, 다음 두 번은 그대로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확률도 뚫어야 되고.’
정화는 ‘일정 확률’로 디버프를 해제하는데, 이 일정 확률은 정화와 디버프 스킬의 랭크 차이에 따라, 몇 중첩이 되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송천혜의 정화가 벌써 B랭크일 리는 없고, 아무리 잘 쳐 줘도 C랭크일 터.
그럼 내 공멸안과 랭크가 같으니, 해제 확률은 약 80% 정도일 거다.
디버프가 두세 개 중첩되면 거기서 더 떨어지고.
복덩이라면 이 정도 확률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뚫겠지만, 과연 송천혜의 운이 따라 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시간을 끌어야지.’
적어도 다음 공멸안까지.
따라서 나는 빙글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송천혜는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바로 도망치신다구요?”
“그럼 안 되냐?”
“하, 참나.”
헛바람을 터뜨리면서도 나를 추격해 오는 송천혜.
그러면서 두 손에 전류를 집중하고, 허밍버드 세 마리를 띄워 올린다.
– 치지지직!
이번에는 내가 어이없어질 차례였다.
“나한테 허밍버드를 쓴다고?”
“그럼 안 돼요?”
“되긴 되는데.”
– 휘이잉—
나는 윈드포스를 넓게 시전했다.
물리력이 담긴 맞바람에, 뇌전의 벌새들은 공중에서 부르르 떨다가 허무하게 흩어져 버렸다.
“소용이 없으니까 그렇지.”
이렇듯 허밍버드들은 나한테 가까이 오지도 못한다.
그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송천혜는 재차 허밍버드를 시전했다.
– 치지지직,
그리고 윈드포스로 대응하려는 나를 제지했다.
“잠깐만요.”
“왜?”
“한 번 봐 줘요.”
뭘 봐 달라는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
당연히 허밍버드 컨트롤이겠지.
나로서는 이렇게 시간을 끌어 주면 오히려 고마웠기에, 한 번 써 보라는 의미로 턱을 까딱였다.
– 치지지직,
뇌전의 벌새 두 마리가 불규칙적인 궤적을 그리며 날아왔다.
하나는 좌우로 지그재그를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각진 소용돌이 모양이다.
나는 허밍버드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뭉게구름을 소환해서 낼름낼름 삼켜 버렸다.
이내 송천혜가 약간은 긴장한 투로 물었다.
“……어떤가요.”
“확실히 늘기는 늘었네. 방학 동안 열심히 했나 봐.”
“컨트롤을 중점적으로 수련했거든요.”
내 인정을 받자 송천혜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그 표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대상에게 ‘중독(C)’ 상태이상이 부여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00:00:58]내가 또 공멸안을 시전했기 때문에.
송천혜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아니, 언제 또 걸었어요.”
“무릎을 조심하라니까.”
“……!”
송천혜가 두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리면서 무릎을 확인했다.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없잖아요.”
“이제 마저 합시다.”
굳이 알려 줄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등을 돌려서 도주를 이어 갔다.
[송천혜 98%] [송천혜 97%] [남은 시간 7:42]이때부터는 송천혜도 조금씩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자신의 체력은 계속 줄어들 테고, 남은 시간 동안 나한테 피해를 주지 못한다면 판정패를 하게 될 테니까.
– 파지지직,
온몸에 전류를 두르고, 한 손에는 굵은 벼락을 움켜쥔 채 돌진해 온다.
따라잡아서 근접전을 걸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하지만 내가 순순히 잡혀 줄까?’
거리가 반쯤 좁혀졌을 때쯤 나는 [아이스 월]을 시전했다.
두꺼운 얼음벽이 불쑥 솟아오른다.
“헉.”
송천혜는 기함하며 황급히 방향을 틀었고, 얼음벽에 들이받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속도가 뚝 떨어진 탓에 나와의 거리가 다시 벌어졌다.
송천혜가 불만을 터뜨렸다.
“또 얼음벽이에요?”
“과속방지턱입니다.”
턱이 좀 많이 높기는 해요.
그렇게 말하는 즉시 대각선으로 몸을 날리자, 내가 있던 자리를 벼락이 스치고 지나갔다.
화가 나서 집어 던졌나 본데, 그걸 내가 맞아 줄 리가.
이후에도 송천혜는 추격을 이어 가며 다양한 전격 마법들을 날려 보냈지만, 번번이 빗나가거나 뭉게구름에 삼켜져 버렸다.
그러다가 나는 또 쿨타임에 맞춰 공멸안을 걸었다.
– 휘잉—
이번에는 송천혜의 몸에 바람이 휘감긴다.
‘풍화’에 걸렸다는 뜻.
뒤쫓아 오며 송천혜가 물었다.
“솔직히 말해 봐요. 무릎 아니었죠.”
“이번에는 딴 데였어.”
“어딘데요.”
“안알랴줌.”
[송천혜 90%] [송천혜 89%]디버프가 2중첩된 탓에 체력도 두 배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송천혜 역시 두 배로 다급해져서 속도에 박차를 가했지만, 거리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내가 중간중간 과속방지턱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하면 바로 얼음벽에 뽀뽀를 하게 될 터라, 언제 또 쓰나 엄청 신경을 쓰고 있을 거다.
그런 가운데 1분이 더 지나, 드디어 정화 쿨타임이 돌았다.
송천혜의 몸이 빛무리에 휩싸이려다가,
– 파아아…….
어중간하게 흩어져 버렸다.
확률을 뚫지 못한 것이다.
“아…….”
송천혜가 울상을 지었다.
앞으로 3분은 더 디버프에 시달려야 한다는 뜻이니까.
다음 정화가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고.
이래저래 근접전의 필요성이 더 늘어난 셈이라 송천혜가 계속 나를 쫓아왔다.
그리고 나는 기회를 엿보다가 또다시 공멸안을 시전했다.
– 쩌저적,
이번에는 빙결이 적용됐는지 송천혜의 발목이 얼음으로 뒤덮였다.
한참 속도를 내던 중이었기에, 송천혜는 돌부리에라도 걸린 것처럼 앞으로 넘어져서 요란하게 굴렀다.
효과음이 있었다면 우당탕 아니었을까.
그리고 엎어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
전투 불능이 됐다면 경기장 밖으로 방출됐을 테지만, 아직 남아 있는 걸 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정도로 심각한 부상일 리도 없었고.
대신 이따금씩 어깨가 약하게 들썩거리는 걸로 보아 정신적인 타격이 큰 모양이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묘목으로 송천혜를 콕콕 건드려 보았다.
“야, 우냐?”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