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63
363화 자금 조달 (1)
밖으로 나왔을 때는 서예인과 홍연화가 먼저 경기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야 10분을 다 쓰고 판정승을 했지만, 이 둘은 원체 공격력이 높은 스타일이라 진작 상대방을 쓰러뜨렸을 거다.
개중 홍연화의 얼굴이 특히 밝았기에 내가 물었다.
“이겼나 본데.”
“으응……. 이겼어.”
“잘했다. 역시 하면 된다니까.”
나나 서예인한테는 맨날 두들겨 맞을지 몰라도, 다른 상대들한테는 여포가 따로 없겠지.
칭찬을 받자 홍연화의 입가가 흐물흐물 풀렸다.
거기다 뭘 더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해 줄 말은 그게 다였기에 나는 서예인에게 넘어갔다.
“왕빈이 왕춘삼 맞았지?”
“동일 인물.”
“하여간 이름 진짜 못 짓는다니까. 당연히 이겼겠지요?”
“김호튼튼.”
“그건 또 뭐야.”
서예인이 불멸 냄비를 슬슬 어루만졌다.
“막았어.”
“냄비로?”
“응.”
왕춘삼의 일격을 냄비로 막아 내며 반격했다는 뜻이겠지.
워낙 성능이 엄청난 장비라 충분히 가능했을 테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살수의 공격은 아주 짧은 순간, 한 점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데, 막으려면 그 한 점을 잡아 내서 정확한 순간에 냄비를 들이밀어야 한다.
고행으로 근접전을 연마한 게 의외로 도움이 된 걸까.
곧이어 고현우도 순간이동 마법진을 타고 걸어 나오다가, 우리를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왔다.
“여기들 모여 있었구려.”
“어. 우린 다 끝났는데. 너는?”
“본인도 마지막 경기를 끝마친 참이오.”
“어땠냐.”
고현우가 복잡한 의미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김 형과 겨뤄 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더군. 그래도 박 소저를 만났으니 그런대로 만족하오.”
“박나리? 이겼어?”
“전보다는 해 볼 만하더구려.”
고현우는 2 대 2 대인전에서 박나리 팀에게 판정패를 했었다.
주된 원인은 공격력이 부족해서, 박나리 팀의 유지력을 뚫어 내지 못했기 때문.
거기다 철검이 시도 때도 없이 부러져 버린다는 점도 한몫을 했을 거다.
하지만 1학기 동안 고현우는 끊임없는 수련과 실전 경험을 쌓았으며, 무공에도 큰 진전을 보였다.
무기 문제도 주술검을 구해 주면서 해결했고.
그 결과 이번 리매치에서는 아슬아슬하게나마 승리를 따냈다는 것이다.
나는 매우 흡족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유망주를 잡았네. 이건 크다.”
“하하, 그렇게까지 내세울 일은 아니라 보오. 박 소저는 보조 계열이니 다인 전투에서 더욱 진가가 발휘되지 않겠소?”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지. 고생했어.”
이후에도 우리는 리매치 내용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홍연화는 동아리 일로 루비 마탑, 고현우는 수련을 마저 하겠다며 트레이닝 센터로 떠났다.
한편 서예인은 거의 선 채로 잠들다시피 한 상태였다.
조금 전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3경기에서 나무늘보 배터리를 잔뜩 소모했나 보다.
나는 서예인의 어깨를 약하게 흔들었다.
“아가씨, 아가씨, 들어가서 주무세요.”
“…….”
“길 한복판에서 이러시면 안 되거든요.”
“돼…….”
“그냥 두고 간다?”
그렇게 말하면서 트레이닝 센터 쪽으로 한 걸음 떼자마자 서예인이 덥석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같이 가…….”
“같이 가서 뭐 해.”
“베개.”
“김호베개 하면 고행도 해야 되는데?”
서예인이 순간적으로 멈칫하더니, 눈을 감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잠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연다.
“……선불.”
“좋습니다. 가시죠.”
4단계를 시킬 수 있다면 김호베개쯤이야.
따라서 나는 서예인을 꼬리처럼 뒤에 단 채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서브 퀘스트도 확인해 본다.
[서브 퀘스트:1주 차 대인전](완료)▷목표:대인전 3회 완료(3/3회)
▷보상:랜덤 랭크업*3
얻은 김에 바로 써 보기로 했다.
당연히 실패해도 상관없다.
▷스탬프 9/15
1학기때 쓰던 스탬프 쿠폰이 남아 있으니까.
심지어 한 번만 더 실패하면 다음 보상이다.
“……?”
걷다 보니 조금 잠이 깼는지, 서예인이 반쯤 뜬 눈으로 랜덤 랭크업을 기웃거렸다.
직접 쓰면 잠이 좀 더 깰까 싶어서 한 장을 내밀었다.
“줘?”
“응.”
그리고 남은 두 장을 동시에 사용했다.
– 파아앗—
오늘 따라 묘하게 빛이 오래 간다.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고개를 치켜들었지만,
– 푸슈슈슈…….
이내 그 기대감은 랜덤 랭크업과 함께 잿가루로 화했다.
[랭크업에 실패했습니다.] [랭크업에 실패했습니다.]역시 이게 업계 평균이지.
그러려니 하고 나는 보상을 확인했다.
[스탬프 쿠폰(C+)]▷스탬프 11/15
▷10개 누적 보상:랭크업(C)
어디다 쓸지도 진작에 정해 두었다.
후보라 해 봐야 [시간 분담]과 [칠윈드] 둘 중 하나인데, 아무래도 쿨타임 관리 스킬에 미리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칠윈드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니 급할 게 없기도 하고.
[‘랭크업(C)’을 사용합니다.] [‘시간 분담’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C→B)]다음은 서예인 차례.
내가 넌지시 물었다.
“보여 주나?”
“보여 준다.”
– 파아앗—
랜덤 랭크업이 점차 환하게 빛나다가, 조금씩 어두워져 갔다.
그럼 그렇지, 이건 복덩이도 쉽지 않다니까.
—라고 생각하는 그때,
– 파아앗—!
빛이 더욱 환해지며 서예인의 몸에 스며들었다.
성공했다는 뜻.
“뭐 올랐니?”
“불릿 타임.”
“C에서 B?”
서예인이 고개를 약하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랜덤 랭크업은 외부 요소에 영향도 안 받는데, 얘만 수상하게 잘 붙는다.
심지어 한 장씩만 쓰는 데도 말이다.
나는 괜스레 핀잔을 주었다.
“사기 좀 그만 치세요.”
“운이 좋군…….”
“그럼 운 좋은 김에 이것도 열어 줘.”
그러면서 랜덤박스 하나를 꺼내 내밀어 본다.
[더욱 혼돈한 구·사파이어 신전 랜덤박스(B)]1학기에 던전을 공략하면서 얻은 건데 아직도 개봉을 못 했다.
주된 이유는 물론,
– 도리도리,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예인이 계속 상자깡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작 다른 데서는 복덩이 행운이 계속 터지는 걸 보면, 랜덤박스에 마가 낀 게 분명하다.
“아직도 안 되나요?”
“안 돼요.”
나는 상자 덮개에 손을 올렸다.
“확 내가 열어 버려?”
“안 돼요.”
“그럼 언제 되죠?”
“나중에요.”
“나중에가 언제예요.”
“나중에요.”
서예인은 연신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결국 혼돈 상자 개봉은 또 나중으로 미뤄졌다.
* * *
한참 특수연공실에서 김호 베개 노릇을 하다가 서예인을 기숙사로 돌려 보냈다.
따로 처리할 일이 있어서였다.
먼저 당규영에게 메시지를 보내 본다.
[김 호:(캥!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캥!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왜] [김 호: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당규영:뭔데?] [당규영:(흥미로운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귀 쫑긋 여우 이모티콘)] [김 호:만나서 얘기합시다] [당규영:어디야]약속 장소는 전에도 종종 그랬듯 산책로 외곽 벤치.
근처 자판기에서 캔 음료를 두 개 뽑은 다음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먼 저편에 당규영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문을 열었다.
“동아리 일로 바쁘실 텐데 나와 주셨네요.”
“우리 김호가 부르는데 없는 시간도 내야지.”
배시시 웃으며 내 옆자리에 걸터앉는 당규영.
이내 내가 건네는 캔음료를 받아 들곤 눈을 빛낸다.
“내가 맨날 마시는 거네?”
“단 거 좋아하시잖아요.”
“흐흥. 이런 센스, 아주 마음에 들어.”
당규영이 더욱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얼마간 캔 음료를 홀짝이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뭐야?”
“비즈니스 얘기를 좀 하려고요.”
“어떤 거?”
“조금 있으면 경매장이 열리잖아요.”
“응, 그렇지.”
번화가 경매장.
2학기 주요 이벤트 중 하나로, 학생들 및 교직원들의 인벤토리에 잠자고 있던 아이템들이 대거 풀린다.
1학기 번화가 장터에 올라왔던 아이템들보다도 가치가 높고 희소한 것들이 말이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쉽지.’
모두가 앞다투어 사고자 하는 아이템이라면, 굳이 장터에 올려서 정해진 가격만을 받을 이유가 없다.
경매를 통해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리는 게 낫지.
게다가 경쟁이 과열되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규영이 물었다.
“뭐, 살 거 있어?”
“목록을 봐야 알 것 같아요.”
번화가 장터와 블랙 마켓 때도 그랬듯, 등장인물이 교체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보유한 아이템에도 영향을 미친다.
뭐가 나올지는 봐야 알겠지만, 나름 경매인 만큼 적어도 한두 개는 건질 게 있으리라 본다.
당규영이 또 물었다.
“그래,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포인트는?”
“많이는 없어요. 8만 정도.”
“8만이면 1학년치곤 꽤 되는데……. 그래도 좀 애매하다.”
경매에 쓰이는 화폐는 포인트.
공략전으로 벌리고, 리플레이 판매로 벌리는 걸 1학기 내내 안 쓰고 쌓아 두기만 했는데, 바로 이 경매장을 위해서였다.
‘물론 그래 봤자 한 학기지.’
고학년들은 2, 3년에 걸쳐 포인트를 쌓아 왔을 터.
구매력에서 상대가 안 된다는 뜻이다.
물론 안목이야 내가 훨씬 뛰어나니, 아무도 못 알아보는 아이템을 헐값에 구하는 것도 가능할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좋은 건 다들 원하게 마련.
얻으려면 불가피하게 경쟁을 해야만 한다.
‘하나에 20~30만은 생각해야겠지.’
그런 걸 두 개 이상 구하려면 넉넉잡아 60~70만은 준비해야 할 테고.
당규영이 나를 흘긋 곁눈질하며 물었다.
“좀 빌려줘? 내가 이래 봬도 동아리 부장이야.”
“그러려고 말씀드린 건 아니고요.”
“그냥 부담 갖지 말고 딱 말해! 이렇게 손목 잡으면서! 뀨, 돈 가져와! 다 가져와! 하고.”
“그런 기둥서방 같은 짓은 안 합니다.”
내가 단호하게 답하자 당규영이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 어쩌게? 딴 애들이랑 모을 거야?”
“그것도 아니고요.”
고현우와 서예인이라면 당규영과 마찬가지로 흔쾌히 포인트를 탈탈 털어 줄 거다.
어쩌면 홍연화도.
하지만 걔들도 1학년인 건 마찬가지라, 넷이 모아도 40~45만 포인트가량.
여전히 목표에는 못 미친다.
무엇보다 손을 벌릴 생각도 없고.
포인트는 다른 방식으로 마련할 생각이다.
“저도 경매에 뭐 좀 올리려고요.”
“그래? 우리 졸업 많이 한 선배님이 또 뭘 준비하셨을까?”
당규영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 차올랐다.
경매에 무언가를 올린다는 건 그만한 확신이 있다는 뜻이니까.
모두가 탐낼 거라는 확신이, 부족한 포인트 수십만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그 짐작대로였기에 나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용살학원 학생이라면 이것만큼은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을 거다.
“공략본입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