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2~3주 차 대형 던전 (1)
늦은 밤.
송천혜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렸다.
오늘뿐만 아니라 이번 주 내내 이 모양이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김호.
정확히는 그가 이번 주 대인전에서 처음 선보였던 정체불명의 디버프 스킬이었다.
‘도대체 발동 조건이 뭐야?’
김호를 상대했던 10분을 수십 번은 떠올려 보았으나, 명확한 해답은 얻을 수 없었다.
공연히 머릿속만 복잡해졌을 뿐.
– 한눈팔면 안 되지. 무릎을 봐라.
– 무릎을 조심하라니까.
– 나 잡아 봐라~
‘무릎? 무릎이 왜? 무릎에 뭘 했는데!’
리플레이가 남았다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을 텐데, 매우 아쉽게도 이번 경기는 비공개.
어쩌면 여기까지 예상하고 비공개를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별수 있는가, 아쉬운 대로 다른 리플레이를 보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송천혜는 수정구 두 개를 꺼냈다.
김호가 양지홍과 손형택을 상대로 치렀던 경기가 기록된 리플레이였다.
그들의 처지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디버프에 걸려서 시한부가 되고,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김호를 죽어라 쫓아다니는 식.
‘저렇게 얄미울 수가.’
완전 치사해.
송천혜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리플레이를 돌려보고 또 돌려 보았다.
물론 이러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고, 리플레이도 벌써 수십 번은 확인했다.
그리고 디버프 스킬의 정확한 조건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설마 눈만 마주쳐도 걸리는 건.’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러나 송천혜는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그 생각을 털어 버렸다.
‘그럴 리가 없지.’
그건 말이 안 돼도 너무 안 돼.
그런 사기 스킬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해답이 안 나온다고 아무거나 갖다 붙이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다.
분명 자신이 모르는 다른 조건이 있을 터였다.
‘아예 대놓고 물어보면…… 안 알려 주겠지.’
디버프의 발동 조건을 모르는 건 매우 큰 강점.
김호 입장에서 굳이 그 강점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아마 십중팔구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 궁금하면 소원권 쓰든가.
따라서 며칠 동안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내기를 하는 수밖에 없어.’
내기에서 이기고 또 이겨서 김호의 소원권을 없애고, 자신의 소원권을 늘리는 것.
그러면 궁금증을 해결하든 김호와 정면 승부를 하든,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진짜 이길 거야.’
송천혜가 재차 결의를 다졌다.
* * *
월요일.
공략전 수업.
서청용의 태도는 1학기와 2학기나 다를 게 없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좌중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런 와중 이수독과의 공통점을 꼽자면, 내 쪽에 유난히 시선이 오래 머무른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선생님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산다.
이내 서청용이 다시 싱긋 웃어 보이곤 말문을 열었다.
“먼저 중요한 공지 사항이 있어요. 공략전 점수 1만 점을 넘긴 학생들은 이번 주부터 E층에 출입할 수 있게 됩니다.”
5천 점 누적은 F층 권한.
1만 점 누적은 E층 권한을 얻는다.
서청용이 나를 비롯한 몇몇을 쳐다보았다.
눈빛에서 약간은 의미심장한 기색이 느껴진다.
“최상위권은 벌써 2만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던데, 이대로면 D층도 금방일 거 같아.”
실제로 나와 고현우, 서예인 등의 점수는 15,000을 넘긴 상태.
거의 모든 공략전을 최고득점으로 마무리했으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 역시 1학년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이번 기말고사에서만 5,600점을 얻었으니 말 다했지.
이 페이스라면 서청용의 말대로 금방 2만점일 거다.
‘D층 권한은 따로 시험을 쳐야 되기는 하는데.’
F층 던전만 무식하게 반복하는 경우도 있으니, D층 권한부터는 누적 점수 외에도 조건이 추가된다.
학사 측에서 특정 던전을 지정해 준 다음, 클리어 과정을 검토하고 권한을 줄지 말지 결정하는 식.
물론 이건 점수조차 부족한 지금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서청용 역시 간략하게 언급만 하고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자, 그럼 이번 공략전 얘기를 해 볼까? 던전은 랭크가 같아도 크기는 천차만별이야.”
가령 디펜스 공략전은 여신상을 지키는 게 목표라, 신전이라는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치러졌다.
갑두 피쉬가 등장하는 무지개 호수 역시 장소가 호수와 그 주변으로 제한됐었고.
반면 중간고사를 치렀던 무인도나 기말고사를 치렀던 아이언 메이든처럼, 하루 종일 걸어도 출구가 안 나올 정도로 넓은 던전들도 존재한다.
서청용이 말을 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규모가 클수록 클리어 시간이 길어지겠지? 난이도도 좀 올라가는 편이고.”
단순 이동에 걸리는 시간만 해도 적지 않고, 목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던전 내에서 며칠씩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준비도 더 철저히 해야지.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는 평가 기준이 달라서 일부러 그 부분을 배제했었어.”
중간고사의 주요 키워드는 크리스탈, 기말고사는 적대적 환경.
규칙이 너무 많으면 자칫 산만해질 수 있기에, 각종 물자는 주기적으로 보급품을 뿌리거나, 히든 방에 숨겨 두는 식으로 해결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분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하고 던전을 공략해 볼 겁니다.”
이내 칠판에 규칙과 환경이 떠올랐다.
MAP:[대형 던전]
RULE:[4인][임의 규칙]
“2학기에 처음 지하로 내려가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다시 말할게. 공략전 점수는 지정된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어. 무조건 리플레이 찍어서 제출해야 되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략전은 시간을 넉넉하게 줄 거예요. 던전동이 2주간 개방됩니다.”
1학기에는 대인전과 공략전의 스케일이 작았기에 한 주씩 번갈아 진행했었다.
반면 스케일이 점차 커지는 2학기, 그리고 다음 학년부터는 실기 평가 하나에 몇 주씩 잡아먹는 일도 흔할 거다.
“시간 많으니까, 신중하게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좋겠지?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 * *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저마다 모여들어 파티를 짜고, 들어갈 던전에 대해 상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마찬가지.
고현우는 매우 기꺼운 눈치였다.
“정원이 넷이나 되는구려. 다행이오.”
“자리 많아.”
그리고 서예인이 그 말을 받았다.
2인 규칙인 경우 대부분은 고현우가 서예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신병철과 페어를 짜든 했었다.
대인배적인 면을 보이기는 했어도 조금은 아쉬운 눈치였고.
하지만 4인 규칙인 지금은 오히려 한 명을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낌새를 귀신 같이 눈치채고, 신병철이 이쪽을 기웃거리면서 슬그머니 다가왔다.
“아이고, 여러분. 한 자리 비시나 봅니다. 혹시 기관진식의 고수, 트랩 마스터를 영입할 생각은 없으신가?”
“미안하다. 다 찼어.”
“……찼다고?”
신병철이 자신 말고 또 누가 있냐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뒤쪽에서 다가오던 홍연화와 눈이 딱 마주쳤다.
4인 던전이란 걸 확인하자마자 메시지를 보냈기에, 곧바로 다른 반에서 넘어온 것이다.
홍연화가 신병철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랑 경쟁하게?”
“아이고, 아닙니다. 나는 몰랐지, 다 찬 줄. 그럼 열심히들 하시고. 득템도 많이 하시고. 화이팅! 헤헤.”
신병철은 뒷걸음질로 빠르게 물러나더니 다른 파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
그 뒤에도 홍연화는 얼마간 신병철에게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는데, 어쩐지 제 밥그릇을 사수하려는 강아지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러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이 순둥순둥해진다.
아무튼 파티 결성이 끝났기에, 나는 세 사람을 차례대로 보면서 말했다.
“일단 딴 데 가자. 여긴 너무 시끄럽네.”
“그게 좋겠소.”
매점을 가든 인적 뜸한 벤치에 자리를 잡든, 교실보다는 나을 터였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저기요.”
웬일로 송천혜가 나를 불러세웠다.
그 옆에는 한소미가 발랄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중이다.
나는 어깨너머로 턱짓하며 말했다.
“파티 다 찼는데.”
“알아요, 그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그러면?”
그러자 송천혜가 조금 우물쭈물하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잠깐 얘기 좀 해요.”
“여기서 못 할 얘기야?”
“……네.”
그 말에 무슨 오해를 했는지 고현우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 차오르고, 홍연화는 혼란스레 눈알을 굴렸다.
물론 쟤들이 짐작하는 그런 이유는 아닐 거다.
‘보나 마나 소원권이겠지.’
대인전 주간 첫날에 소원권 내기를 언급해 놓고, 한 주가 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없으니 몸이 달았나 보다.
따로 대화를 나누려는 건 썩 떳떳하지는 못해서고.
명색이 선도부인데, 내기에 집착하는 모습이나 소원권에 휘둘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 주겠는가.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기에, 나는 송천혜를 데리고 교실 한구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 알면서도 예의상 질문을 던졌다.
“그래, 왜 불렀니?”
“언제 할 거예요?”
“내기?”
“네, 기회 봐서 말한다면서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장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럼 제가 걸어도 되나요?”
“일단 들어 보고.”
그러자 송천혜는 조금은 긴장한 듯, 작게 심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
“이번 대형 던전, 누가 먼저 클리어하고 나오나 해 보시죠.”
“자신 있나 봐?”
“있으니까 거는 거죠. 하실 건가요?”
확실히 선도부 넷이라면 자신감을 가질 만도 했다.
나는 몰라도 4인 파티 기준으로 보면 선도부 쪽이 조금은 우세하리라는 계산도 있을 테고.
내 입장에서도 마다할 제안이 아니었다.
공략집 제작자한테 공략으로 승부를 걸다니, 어리석은 중생 같으니라고.
물론 이런 속내는 드러내지 않고, 일부러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만하겠네. 근데 조건은 좀 맞춰야지. 우리는 E랭크 들어갈 건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도에요.”
“하긴 선도부니까. 그럼 소원권은 어떤 걸로? 소, 중, 대.”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이 안 닿았는지 송천혜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작은 걸로 할게요.”
“좀 김빠지는데, 이왕 하는 거 대자로 시원하게 지르자.”
“됐습니다.”
“쫄?”
“……처음에만 작게 하는 겁니다! 다음 내기부터는 중으로 걸 거예요.”
송천혜는 울컥했으나 도발에 넘어오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내기라 조심스러운가 보다.
더 찔러 봤자 역효과만 나겠지.
어차피 오늘 말고도 기회는 많을 테고.
해서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노파심에 말하는데, 대충 날림으로 하면 안 된다. 지하층에서 그러다가 다칠 수도 있어.”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실기 평가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끝나고 보자고.”
우리는 대화를 마치고 각자의 파티로 돌아갔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