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7
37화 2주 차 공략전 (4)
뜬금없이 손은 왜 보자고 하느냐.
보나 마나 곽승재한테 뭔가 전해 들었겠지.
– 이 학교에 인페르노 피스트를 익힌 학생이 있다.
– 그리고 그 학생은 십중팔구 사라진 금지 아이템들과도 관련이 있다.
선도부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범인을 색출해 내고 싶을 것이다.
단서는 도둑걸음, 허밍버드, 투명 길리슈트, 그리고 인페르노 피스트를 썼다면 반드시 손에 남았을 화상.
우선 도둑걸음은 유효한 단서라 보기 어렵다.
로그 계열 클래스 외에도 상당수의 원거리 딜러들이 즐겨 쓰는 범용 스킬이라, 그걸로 누군가를 특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허밍버드와 투명 길리는 비교적 범위를 좁히기 쉬운 편이다.
허밍버드를 배운 사람은 꽤 있을지 몰라도, 곽승재의 가드를 뚫을 만큼 컨트롤하는 사람은 아마 이 학교 내에서도 열 명 안팎일 테니까.
투명 길리슈트 역시 값비싼 아이템이라 구비한 사람이 많지는 않을 터.
이 두 가지를 송천혜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허밍버드를 꽤 잘 쓰는 편이고, 마침 친하게 지내는 서예인이 투명 길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투명 길리를 빌린 건 아닐까?
어쩐지 아귀가 들어맞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의심이 갈 수밖에 없지.
그래서 유력한 용의자인 내 손에 화상이 남아 있나 확인하려는 모양인데…….
과연 그게 뜻대로 될까?
나는 순진한 표정을 가장하고 물었다.
“손? 내 손은 왜?”
“그냥 보여 주시면 안 되나요?”
막무가내로 가까이 다가서면서 시선을 내리길래 뒷짐을 져서 손을 감췄다.
송천혜의 눈에 깃든 의구심이 더욱 강해졌다.
재빠르게 내 뒤로 돌아들자 나는 거기에 맞춰 제자리에서 빙글 회전했다.
송천혜가 다시 내 뒤로 이동하고 나는 회전하고.
그렇게 두어 바퀴쯤 돌다가 주머니 속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아!”
“왜 이리 남의 손에 집착하시는지 모르겠네. 이유를 알아야 보여 주든지 말든지 하지.”
“그건…….”
변명거리가 궁색한지 쉽게 답하지 못한다.
솔직하게 ‘의심 가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해도 되지만, 그건 곧 ‘네가 범인 같다!’라고 털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학식 때도, 밴 웨이브 때도 나를 추궁했다가 허탕을 쳤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은근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것이다.
‘보여 주기는 해야지.’
계속 이런 식으로 선도부의 이목이 집중된다면 내 운신에도 적게나마 제약이 생길 터.
지금 멀쩡한 손을 확인시켜 줄 필요는 있다.
그래서 슬쩍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왜, 손금이라도 봐 주게?”
송천혜의 얼굴이 환해졌다.
“맞아요. 손금입니다!”
이걸 덥석 무네…….
생각해 보면 대뜸 손금을 봐 준다는 것도 이상함 레벨로는 동급 아닐까?
하지만 이것까지 태클을 걸면 다시 원점이라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다.
송천혜가 깨달음을 얻고 이불을 걷어차는 건 제법 나중 일이 될 듯하다.
“…….”
부드러운 손 두 개가 내 손을 붙잡았다.
송천혜는 내 손을 열심히 주물거리며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마법이나 아이템을 덧씌워 위장하는 건 아닌가, 은근슬쩍 마력까지 불어 넣어 가면서 확인한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깨끗하고 건강한 맨손 그 자체.
“……반대쪽 손도 볼게요.”
“예, 그러십쇼.”
손금은 두 손을 다 보는 거니까.
하지만 반대쪽 손이라고 상처투성이일 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대미지 자체를 안 받았거든.
송천혜의 얼굴에서 의구심이 빠르게 줄어들어 간다.
내 손을 놓으며 질문을 던진다.
“지난 주말에 뭘 하셨죠?”
“너한테 그런 것까지 말해 줘야 되나?”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어요.”
내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자 송천혜는 뜨끔해선 곧바로 잘못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조하듯 질문하는 건 본인이 보기에도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겠지.
결국 꾸벅 고개를 숙이고 물러난다.
“실례했습니다.”
“잠깐만.”
“……네?”
자리로 돌아가려는 송천혜에게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손금 결과는 말해 주고 가야지. 나 연애 운은 좀 있냐?”
“……앞으로 고생하시겠네요. 엄청.”
건성으로 답하고 걸음을 옮기는 송천혜였다.
이걸로 일단 용의 선상에서는 제외되었다.
그러나 송천혜가 자리로 돌아가서도 나를 몰래 힐끔거리는 걸 보면, 완전히 의심을 거두지는 않은 것 같았다.
* * *
– 통-! 통-!
서예인은 한 손으로만 권총을 발사하는 중이었다.
반대쪽 손은 빵 봉투와 입을 오가며 조그마한 미니 도넛을 집어 먹는다.
평소에 입이 짧다는 점을 감안해서 많이 사 오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웬일로 빵이 계속 들어간다.
수련에 마나를 잔뜩 소모하는 만큼 몸이 에너지를 요구하는 듯하다.
– 통-! 통-!
마력탄을 쓰지 않도록 지시해 두었기에 총구에서 마력줄기만 뿜어져 나오며 표적을 때린다.
어떻게 보면 물총을 쏘는 모습과 비슷하다.
얼마나 반복했을까, 서예인의 눈썹이 슬쩍 치켜 올라갔다.
“……!”
나에게 고개를 돌리지만 아직 입 안에 든 게 있다는 걸 깨닫고 한동안 우물거리기만 한다.
내가 건넨 음료수까지 천천히 들이켜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연다.
“……익혔어.”
“벌써? 빠르네.”
시작한 지 반나절도 안 돼서 [사출]을 익혀 버린 것이다.
이번에도 내 예상을 웃도는 속도였다.
재능이 그냥 말이 안 된다.
D랭크 [마력탄] 작업은 굳이 내가 옆에 붙어 있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본인 입으로 거의 끝났다고도 했고.
“난 먼저 들어갈게. 나머지는 알아서 할 수 있지?”
“응. 내일 봐.”
서예인이 손을 살살 흔들었다.
트레이닝 센터를 나서는 내 등 뒤로 마력총 격발 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 *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서예인은 평소보다 두 배는 졸려 보이는 모습으로 등교했다.
입을 작게 벌려 천천히 하품을 하고,
늘어지는 말투로 한다는 말이,
“한 단계 더 올렸어…….”
“[사출]을?”
“응…….”
[마력탄] D랭크, 거기에 어제 막 배운 [사출]까지 제힘으로 E랭크를 달성했단다.재능도 재능이지만, 간밤에 내가 안 보는 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이러면 하루 벌었지.’
원래 [사출]에 하루를 더 들일 예정이었지만, 서예인이 자력으로 그 과정을 뛰어넘은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수업 끝나고 바로 가자.”
점수 갱신하러.
* * *
방과 후.
수업 내내 엎어져서 잠만 자던 서예인을 흔들어 깨웠다.
비몽사몽 한 서예인을 이끌고 던전동으로 향했다.
다행히 도착할 즈음에는 잠이 거의 다 달아난 듯했다.
던전에 입장하기 전에 대략적인 작전을 세우고, 순간이동 포탈에 발을 집어넣는다.
[곧 타임 어택이 시작됩니다.] [남은 시간 5:00]“해 봅시다.”
“네.”
[3] [2] [1] [Start!] [남은 시간 4:59]– 투투투!
시작과 동시에 서예인이 허공에 마력총을 몇 발 발사했다.
고요한 늪지대에 격발 음이 울려 퍼지고,
“케륵?”
“크르륵. 켁!”
곧 일대가 벌집을 들쑤신 듯이 시끄러워졌다.
고블린들이 초장부터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풀을 때려서 뱀을 놀라게 한다.
놀란 뱀은 몸을 더욱 웅크리거나, 상대를 물어뜯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대장 뱀이 나타났다.
– 쿵,
“그르륵…….”
소란을 듣고 내려앉기는 했지만, 고블린 참수자는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반면 서예인은 허공에 마력총을 발사한 순간부터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길쭉한 총구가 놈에게 겨누어진다.
놈이 우리를 발견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 퉁—!
마력탄이 막대한 힘을 싣고 쏘아져 나갔다.
라이플과 참수자의 머리 사이에 한 줄기 푸른 선이 그려지고,
– 쾅!!
놈의 고개는 물론 허리까지 뒤로 꺾이며 나자빠졌다.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뒤로 자빠진 뒤에도 몇 번이나 데굴데굴 구른다.
“그으어억…….”
참수자 고블린은 한 방 만에 그로기 상태에 빠져 정신을 못 차렸다.
머리 위에 체력바가 나타났다면 거의 0%에 가까웠겠지.
연달아 네다섯 발을 얻어맞고서야 겨우 쓰러졌던 이전과 대조적이다.
바닥을 짚고 허우적거리며 기어 다니는 놈에게 인정사정없는 막타가 꽂혔다.
– 쾅!!
‘어지간한 900점대는 그냥 바르겠는데.’
고등급 마력총, 완벽하게 조형한 D랭크 [마력탄], E랭크 [사출]이 더해져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뿜어낸다.
다른 부분은 아직 많이 보완해야 하지만, 한 방의 화력만 놓고 보면 유망주들과도 견줄 만하다.
기습의 묘리만 잘 살리면 900점대까지는 파죽지세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잘했어. 가자.”
– 투투투투투!
쌍권총의 위력 또한 급상승했다.
이전에는 고블린 한 마리를 잡을 때도 급소에 여러 발을 박아 넣어야 했는데, 이제는 한두 발이면 나가떨어진다.
서예인이 사방으로 흩뿌리듯 권총을 난사하니 고블린들이 픽픽 쓰러진다.
곧 시야에 토템이 들어왔다.
서예인이 달리는 속도를 유지한 채 권총만 겨누어 빠르게 연사했고.
– 투투투!
토템이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던전 클리어.
[남은 시간 1:20초]+ [처치한 고블린 수:28]
+ [‘강적’ 처치:120]
—————
[남은 시간 3:48초 = 228점]+[클리어 보너스:500점]
—————
[총 점수:728점] * 0.8배율= 582 pt
참수자 고블린을 단숨에 처치하며 시간을 많이 절약했다.
지나가면서 잡은 고블린들도 많아서 이전 시도들보다 훨씬 앞당겨진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내 공략전 퀘스트 역시 가뿐히 달성했다.
“완벽했어. 하이파이브.”
내가 손바닥을 펴서 들어 올리자 서예인도 자기 손을 들어 가볍게 맞댔다.
소리 없는 하이파이브. 짝.
“어? 웃었다.”
“……?”
서예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본인은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입가에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살짝 미소가 걸렸었다.
말없이 손가락으로 제 입매를 매만지는 서예인이었다.
* * *
다음은 1인 던전.
2인 던전과 비교하면 지형 구조와 몬스터의 배치 등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각자 해결해야 한다.
“1인 던전도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을 거야. 너라면 충분히 혼자서도 고득점을 낼 거다.”
“응.”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연습 모드 몇 번 해 보고 들어가.”
“알았어. 고마워.”
서예인이 순간이동 포탈을 타고 연습 모드에 입장했다.
나 역시 단말기에 학생증을 스캔했다.
다만 나는 연습 모드가 아니라 초장부터 실전이다.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으니까.
[곧 타임 어택이 시작됩니다.] [남은 시간 5:00]‘뉴비 애호는 성공적이고.’
지금부터는 고인물의 시간이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