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70
370화 2~3주 차 대형 던전 (5)
본래 얼음과 불꽃이 만나면 얼음도 녹지만 불꽃도 그 기세가 줄어드는 법이다.
그러나 아쿠아플레임이 가미된 불꽃은 예외.
수, 빙 속성에 압도적인 상성 우위를 갖는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 화르르륵,
얼음 요새 곳곳에 불씨들이 내려앉아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씨들은 닿는 모든 것을 녹이고 증발시키면서도 전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 주춧돌도 안 남을 때까지 타겠지.
당연히 백랑족은 난리가 났다.
– 컹! 커헝!
– 깨갱!!
운 나쁘게 불꽃 깃털에 닿은 놈들은 온몸이 불덩이가 돼서 허우적거리고, 그렇지 않은 놈들도 요새가 무너지기 전에 우르르 밖으로 피신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게 몸집이 큰 늑대인간이 있었는데,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 백랑족 족장 되신다.
– ……!
놈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쳤고,
[대상에게 ‘중독(C)’ 상태이상이 부여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00:00:59]공멸안에 걸려 버렸다.
“와야겠지?”
이래도 시한부, 저래도 시한부라면 빨리 끝내는 게 좋겠지?
이런 내 뜻이 통했는지, 백랑족 족장이 일대가 떠나가도록 포효를 내질렀다.
– 크허허헝—!
그리고 모든 늑대들과 백랑족들을 이끌고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쳐다보며 지시했다.
“우리도 준비합시다.”
“확인.”
서예인이 짤막하게 답하면서 손에는 돌격소총을 꺼내 들고, 머리에는 냄비를 뒤집어썼다.
각자의 역할은 미리 상의를 마친 상태.
고현우와 서예인이 족장을 맡고, 홍연화는 범위 공격에 집중한다.
그리고 나는 홍연화를 지키면서 유동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 크허헝—!
족장이 또 한 번 포효하더니, 네 발로 미친 듯이 질주해 왔다.
열이 받을 대로 받은 듯, 뒤쫓아오는 부하들은 안중에도 없이 독주한다.
동시에 온몸이 흰색에 가까운 하늘색 기운으로 뒤덮이는데, 빙결 스킬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
그 모습을 주시하던 홍연화가 스태프를 슬쩍 휘저었다.
불기둥들이 피어오르며 족장을 견제한다.
– 콰아아아—!
족장은 조금도 위축되거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민첩하게 지그재그로 꺾으며 그것들을 피해 냈다.
그리고 훌쩍 도약하여 고현우 앞에 내려앉더니, 두 앞발을 번갈아 내지르고 할퀴어 댔다.
침착하게 비껴 내고 막아 내는 고현우.
그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걸렸다.
“이제야 조금 흥미로워지는군.”
– 투두두두!
이어서 서예인이 마력탄으로 지원하자, 백랑족 족장은 훌쩍 옆으로 도약한 뒤, 또 훌쩍 앞으로 도약해서 서예인을 할퀴려 들었다.
‘확실히 빠르구만.’
족장은 E+ 보스급 몬스터로, 능력치의 총합은 D랭크 일반 몬스터인 오우거보다 조금 더 뛰어난 정도다.
주된 차이점이라면 그 능력치 대부분이 스피드에 몰려 있다는 것.
그리고 조금이나마 스킬을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이다.
– 쩌저저적,
바닥이 얼음으로 뒤덮이더니 고드름들이 불쑥불쑥 솟아 올랐다.
그리고 폭발하며 사방으로 파편들을 흩뿌려 댔다.
– 채챙!
고현우도 서예인도 어렵지 않게 회피하는 모습이었지만, 문제는 냉기인 듯했다.
서예인이 약하게 몸을 떨곤 이쪽을 쳐다보았다.
“불……?”
“지금은 안 된다. 알잖아.”
“그렇군…….”
일단은 각자 역할이 나뉘어 있으니까.
서예인도 그냥 해 본 소리였는지 족장과의 전투를 재개했다.
한편 홍연화는 모든 여력을 파이어 필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바닥에 붉은 마법진이 하나둘 숫자를 늘려 간다.
그러다 보니 백랑족 무리가 충분히 가까워졌고, 홍연화는 허락을 구하는 듯 내 쪽을 흘긋 보더니, 모든 마법진을 일제히 발동시켰다.
– 콰아아아아—!
전방이 온통 치솟아 오르는 불기둥으로 뒤덮였다.
선두에서 달려 오던 백랑족은 그대로 삭제됐을 터.
아직 후발대가 남았지만, 홍연화의 마법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화르르륵,
각 불기둥에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일더니, 머리 셋 달린 뱀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적들을 향해 불기둥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 퍼퍼퍼펑!
사이사이에는 화염방사기처럼 길게 불을 뿜는 히드라도 있었는데, 아마 최근 고행을 통해 강화했을 거다.
이래저래 백랑족을 쓸어버리기에는 차고 넘치는 화력.
해서 나머지는 히드라에게 맡기고, 우리는 보스전에 가세하기로 했다.
“커허헝!”
족장은 지치지도 않는지, 그때까지도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는 중이었다.
고현우나 서예인에게 접근해서 할퀴었다가, 물러나면서 고드름을 흩뿌렸다가, 또 훌쩍 덮쳐 오면서 할퀴기를 반복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물론 이런 메뚜기 같은 행태도 이제는 끝날 때가 됐다.
홍연화가 파이어 필라를 몇 번 연달아 시전하자,
– 콰아아아—!
지면을 뒤덮던 얼음들과 고드름들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그 즉시 족장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훌쩍 도약해서 홍연화를 덮치려 했다.
“크허헝—!”
“이쪽은 오지 마시고요.”
이럴 줄 알고 지키고 있었지.
나는 마주 걸음을 내디디며 윈드포스를 시전했고,
– 펑!
압축된 공기가 폭발하며 족장의 신형이 뒤로 튕겨 나갔다.
놈은 네 발로 착지했음에도 균형이 무너진 듯 잠시 제자리에서 휘청거렸다.
그렇게 드러난 빈틈을 파티원들은 놓치지 않았다.
– 서걱,
고현우가 족장을 스쳐 지나가며 다리를 베고, 서예인의 마력탄이 일렬로 적중하며 푸른 폭발들을 일으켰다.
– 퍼퍼퍼펑!
“컹……!”
잘 뛰어다니다가 한 차례 공격을 허용했을 뿐인데, 백랑족 족장은 거의 빈사 상태가 되었다.
스피드에 올인하다시피 한 놈이라 맷집은 영 별로인 것이다.
이어서 비틀거리는 놈에게 서예인이 다가가더니, 머리에 쓰고 있던 냄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인정사정없이 휘갈겼다.
“고드름 안 돼.”
– 깡!
백랑족 족장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그사이 홍연화의 히드라들도 잔당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린 상태.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모두 홍연화에게 한마디씩 칭찬을 건넸다.
“이번에는 홍 소저의 공이 가장 컸던 것 같소.”
“거의 다 했지. 고생 많았어.”
“불 따뜻해.”
“아니이, 나는…… 그냥 상성이 좋아서…….”
홍연화는 겸손한 척하려 들었지만, 계속되는 칭찬 세례에 결국 입꼬리가 헤실헤실 풀어졌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칭찬받는 걸 좋아한다.
– 쿠르릉…….
이윽고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기에 던전이 점차 붕괴하는 것이다.
동시에 출구가 입을 열었고, 그 옆에는 자그마한 상자들이 여럿 놓여 있었다.
[백랑족 영토 랜덤박스(E+)]*6대형 던전이라 랜덤박스가 무려 여섯 개.
랭크가 낮은 게 흠이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둔 게 있었다.
나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 열면 합칠 수 있어. 당연히 랭크도 올라가고.”
“하면 몇 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거요?”
“E랭크 세 개당 D랭크 하나.”
다만 그러면 상자가 두 개밖에 안 남아서 분배에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미리 파티원들의 동의를 구하려는 거고.
고현우가 답했다.
“오히려 잘됐군. 본인의 지분은 김 형에게 넘기려 하오. 워낙 받은 게 많지 않소.”
당장 학기 초만 해도 공청석유에 특수연공실 시즌패스까지 받았다.
물심 양면으로 빚이 잔뜩이니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씩 갚아 나가겠다는 말이다.
서예인이야 언제나 별 관심이 없었고.
홍연화도 오래 생각하지 않고 답했다.
“합쳐도……. 괜찮을 거 같아.”
“좋습니다. 바로 연다.”
나는 그자리에서 랜덤박스 두 개를 열어젖혔다.
그러자 시릴 듯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나머지 상자들을 뒤덮어 버렸다.
잠시 후 드러난 것은 얼음덩이로 변한 상자 두 개.
[족장의 얼어붙은 랜덤박스(D+)]*2‘여기서 끝이 아니지.’
‘얼어붙은’ 아이템들과 연관된 히든 피스.
마법의 불꽃으로 녹이면 제한 조건을 지우거나 등급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해서 나는 랜덤박스들을 홍연화에게 건넸다.
“한 번만 더 수고해 주시지요.”
“으, 응……. 잠깐만.”
홍연화도 비슷한 일을 몇 번 겪어본 터라, 곧바로 한 손에 불을 피워 올렸다.
상자를 뒤덮었던 얼음덩이가 빠르게 녹아내리더니 아이템 명칭이 변경되었다.
[족장의 진귀한 랜덤박스(C)]*2E랭크 던전에서 C랭크 랜덤박스.
고생에 비해 과하게 좋은 보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일행에게 말했다.
“상자는 조금 있다 열어 보고, 일단 나갑시다.”
우리는 한 명씩 순간이동 포탈을 타고 밖으로 나왔다.
지상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최근 등록된 리플레이 목록을 가볍게 훑어 보았다.
송천혜 파티가 공략을 마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당연히,
‘없구만.’
아직도 던전 안에 있다는 뜻.
공략 속도가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빠르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그보다도 과하게 빠른 편이라 상대가 안 된 것이다.
‘이걸로 소원권 하나 더 적립했고.’
던전동 밖으로 나오니 아직 해가 쨍쨍한 대낮이었다.
시간도 이른 데다 다들 그리 피곤하지도 않은 눈치라, 랜덤박스 개봉식까지 마친 다음에 해산하기로 했다.
우리는 인적이 뜸한 잔디밭에 둘러앉았고, 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상자깡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2학기 들어 처음이지?”
“와—”
서예인이 오랜만에 손가락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마침 잘됐다 싶어서 상자를 내밀었다.
“열어 보실래요?”
– 도리도리,
고개를 가로젓더니 웬일로 홍연화를 지목하는 서예인.
나는 확인차 물었다.
“얘 먼저 주라고?”
“응.”
나는 홍연화에게 상자를 넘기며 물었다.
“도전?”
“응, 해 볼게. 도전.”
내심 긴장되는지, 홍연화는 랜덤박스를 받아든 뒤에도 얼마간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한 번 심호흡을 하곤, 천천히 덮개를 열어 젖혔다.
– 파아앗-!
차가운 기운이 확 뿜어져 나오며 장내를 뒤덮었다.
흔치 않은 이펙트인 만큼 결과물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했다.
그렇게 드러난 아이템은 역시나,
[랭크 업(C)]“엄청 잘 떴네.”
“축하하오, 홍 소저.”
“고, 고마워…….”
홍연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았다.
워낙 이번 공략에서 지분이 컸기에, 보상 절반을 가져가는 데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남은 랜덤박스는 하나.
나는 또 서예인에게 물었다.
“준비됐나?”
– 도리도리,
그런데 서예인이 또 고개를 가로젓더니, 이번에는 나를 지목했다.
‘오늘은 복덩이 덕을 못 보나 보군.’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주저 없이 상자 덮개를 열어젖혔다.
– 번쩍!
[랜덤박스 강화 주문서]랜덤박스에 보너스를 붙이고, 고등급 아이템의 출현 확률을 높여 주는 아이템.
C랭크 치고는 살짝 아쉽지만 아주 꽝도 아니다.
그때, 서예인이 내 옷소매를 슬슬 잡아당겼다.
“그거.”
“그거가 뭐야?”
“나중에 상자.”
순간 ‘나중에 상자’가 뭐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가, 뭘 말하는 건지 깨닫고 인벤토리를 뒤졌다.
[더욱 혼돈한 구·사파이어 신전 랜덤박스(B)]“이거 얘기야?”
“나중에 상자.”
“드디어 때가 됐나?”
서예인이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회색빛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지금 상자.”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