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파괴돌풍
다음 날.
혜성그룹 장학생 선배가 우리를 찾아와서 포인트를 전달했다.
이제 서예인이 보유한 포인트는 38만.
경매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장학생 선배는 약간은 미련이 남는 듯 한마디 건넸다.
“잘 쓰였으면 좋겠다. 우리도 힘들게 모은 거거든. 엉뚱하게 낭비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신중하게 입찰하겠습니다.”
“뭐, 사실 우리 손을 떠난 일이기는 해.”
이미 혜성그룹 쪽에서 포인트만큼의 대가를 치렀으니까.
괜히 해 본 소리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말라고 덧붙이는 장학생 선배였다.
볼일은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그가 또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더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하얀 책자를 꺼냈다.
바로 공백 스킬북.
“이것도 가져가라.”
“하룻밤 만에 구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운이 좋았지. 막 매물로 나온 거거든. 조금만 늦었어도 다른 동아리에서 채갔을걸.”
“확실히 운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나한테 고마워할 일은 아니야. 그럼 간다.”
장학생 선배는 거기까지 말하고 자리를 나섰다.
아무리 혜성그룹 미래전략실이라도, 공백 스킬북처럼 강력한 아이템을 얻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리리라 예상했다.
고행도 3일 쿨타임이 걸린 상태고.
해서 아쉬운 대로 며칠간은 서예인과 평소 하던 수련을 할 계획이었는데, 덜컥 스킬북이 주어졌으니.
‘오히려 좋아.’
나는 곧바로 스킬 제작에 들어갔다.
첫 장을 넘긴 뒤, 새하얀 백지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내 의지를 따라 백지가 글자들로 채워진다.
다 채운 뒤에는 다음 장으로, 또 다음 장으로 거침없이 넘어간다.
“…….”
서예인은 옆에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면서.
스킬을 제작하는 과정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스킬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점이 기대도 되나 보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내 손에는 완성된 스킬북이 들려 있었다.
[스킬북 – 파괴돌풍]“……!”
회색빛 눈동자가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당장이라도 익히고 싶은 듯 손을 뻗어 오는 서예인이었으나, 나는 스킬북을 뒤로 잡아뺐다.
“집사님 허락부터 받아야지. 약속했잖아.”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너 말 완전 길게 한다. 그래도 안 돼.”
용서받지 않아도 허락할 텐데, 굳이 용서받을 짓을 벌일 이유는 뭔가.
나는 연신 손을 뻗어 오는 서예인에게서 스킬북을 보호하며 안정미에게 연락을 취했다.
통신음이 몇 번 울리더니 수정구 속 안정미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 아가씨, 김호 님.
“포인트랑 공백 스킬북 잘 받았습니다.”
– 다행입니다. 스킬 제작은 언제부터 시작하실 예정이신지요?
“실은 벌써 제작이 끝났습니다.”
– ……빠르시군요.
“뭘 만들지 미리 정해 놨으니까요.”
그때, 서예인이 옆에서 짧게 한마디했다.
“배울래.”
– 아가씨, 아직 조금 더 회의를 거쳐야—
“허락.”
– 긍정적인 여론이 대세기는 합니다만, 완전히 결론이 나려면—
“배울래.”
–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거듭되는 요구에 안정미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팀장급에 집사라도 일개 직장인이라, 회장 손녀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
거의 결론이 난 상황에서는 더 그렇고.
안정미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확인했다.
– 김호 님, 말씀하셨던 스킬의 옵션과 제작하신 스킬의 옵션이 같습니까?
“토씨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 믿고 맡기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안정미와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통신을 종료했다.
또 슬며시 손을 뻗어 오는 서예인.
허락도 받았겠다, 나는 그 손에 스킬북을 쥐여 주었다.
“익혀 보세요.”
“확인.”
곧 스킬북이 환한 빛무리로 화하며 서예인의 몸에 스며들었다.
– 파아앗!
“…….”
서예인은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는 듯 허공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
그다음 제 손이며 발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하는데, 스킬을 어떻게 쓰는지 영 감이 안 오는 모양이다.
나는 넌지시 힌트를 던져 주었다.
“스킬 이름에 뭐가 들어가지요?”
“파괴.”
“그거 말고.”
“돌풍이요.”
뒤이어 서예인의 머리위에 느낌표가 떠오른다.
이름 그대로 바람과 관련되어 있으리란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서예인에게는 깃털걸음이라는 아주 좋은 스킬이 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스텝을 밟으며 나아가니 미약한 난기류가 몸을 감싼다.
– 휘이잉—
거기에 서예인이 스킬을 시전했고, 약간은 아리송한 기색이 되었다.
뭐가 되기는 된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나 보다.
그래도 걸음마는 뗀 셈이라, 내가 제안했다.
“이제 제대로 시동 겁시다.”
“부릉부릉.”
곧 우리는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고, 훈련실 정중앙에 마주보고 섰다.
“먼저 시범을 보여 주겠어요.”
[‘복사-스킬’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스킬 ‘파괴돌풍(F)’을 슬롯에 등록합니다.]▷복사 – 스킬[3/3]
1. 도둑걸음(B)
2. 파괴돌풍(F+)
3. 아이스 월(B)
본의 아니게 비어 있는 특성 슬롯은 놔 두고, 스킬 슬롯을 먼저 건드리게 되었다.
그래도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충분히 유용한 스킬이다.
서예인이 랭크를 올릴수록 더 유용해질 테고.
다음으로 나는 훈련실 단말기를 조작해서 목각 인형들을 세웠다.
손에는 제각기 조잡한 새총을 든 상태.
그렇게 녀석들을 대기시켜 두고, 나는 회오리바람을 불게 하며 [파괴돌풍]을 시전했다.
– 휘이잉—
주위를 겉돌던 바람들이 점차 내 근처에서 압축된다.
“충전을 할수록 강해져. 그리고 충전하는 동안에는-”
다음 순간 목각인형들이 새총을 나에게 겨누더니 돌멩이들을 날려 보냈다.
그러나 돌멩이들은 압축된 바람에 허무하게 튕겨 나갈 뿐이었다.
“이렇게 방어력이 올라가지.”
“방어 스킬.”
물론 지금 날아오는 건 겨우 돌멩이들이고, 차현주의 마력 화살처럼 강력한 원거리 공격들은 여태까지 그랬듯 흘려야 할 거다.
그래도 깃털걸음의 난기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 휘이잉—
설명을 하는 도중에도 바람은 계속해서 주위에 압축되고 있었다.
이쯤이면 됐다 싶어서 나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충전이 된 다음에는-”
압축된 바람이 일제히 정면으로 쏘아져 나갔고,
– 콰아아아—!
그때까지도 열심히 돌멩이를 날리던 나무 인형들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수가 있지요.”
“필살기.”
“하나 더, 마지막에는 투사체 강화 효과가 있습니다.”
“더 좋아.”
돌풍을 날려 보낼 때는 마력탄의 위력도 배가된다는 뜻.
서예인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방어 스킬도 필요하고 필살기도 필요하다?
둘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스킬을 만들면 그만이다.
‘단점이라면 어렵다는 건데.’
바람 계열 스킬들부터가 대체로 난이도가 높다.
게다가 파괴돌풍은 흐름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붙잡아 두고 압축까지 해야 한다.
그것도 바쁜 전투 도중에.
그만큼 운용 난이도가 높고 랭크 올리기도 까다롭지만, 천재 나무늘보라면 가능하리라 짐작했다.
나는 서예인에게 말했다.
“이제 직접 해 볼까? 처음이니까 압축 단계만.”
“응.”
매우 의욕적으로 나서는 서예인.
깃털걸음을 밟자 미약한 난기류가 겉돌고, 그것을 조금씩 뭉치듯 압축해 나간다.
– 휘잉-
그러나 목각 인형들이 돌멩이를 날려 보내자, 서예인의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졌다.
조금 압축했던 공기가 허무하게 흩어져 버렸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계속 갑시다.”
“갑시다.”
서예인이 고개를 작게 까딱이곤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훈련실에 연신 바람이 몰아쳤다.
목표는 한 달 내로 C랭크 달성하기.
그럼 대회에 써먹을 수도 있을 테니까.
* * *
혈교 본단.
혈뇌는 두 장년인을 앞에 두고 말문을 열었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혈풍검이 용살학원에 있음이 확실해졌습니다.”
“허 장로가 그래도 마지막에는 목숨값을 하고 갔군.”
따지고 보면 전대 태상호법을 상대로 고기 방패도 못 되었지만, 그 사실을 언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쉬워하는 이도 없었고.
혈뇌가 싱긋 웃은 뒤 본론을 꺼냈다.
“조만간 용살학원에서 무술 대회가 열릴 예정이라 하더군요. 외부에서 여러 귀빈들을 초청할 예정이라고도 합니다.”
“그 귀빈들 사이에 본교의 장로가 섞여 있어도 눈치채기가 쉽지 않겠군.”
“예, 해서 두 분께 어려운 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사이, 던전섬에 잠입하여 혈풍검을 회수하는 것.
두 장년인이 한마디씩 답했다.
“이미 끝난 일이라 생각해도 좋네.”
“본좌 하나로도 충분할 것을 백 장로까지 함께한다니, 실패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그에 혈뇌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두 분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이 그리 걱정인가?”
“귀빈들 대부분은 결코 무시 못할 실력자일 겁니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그 검후가 제자를 보러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각종 문파나 마탑의 장로급, 길드의 간부급이 대회 관람을 위해 던전섬에 발을 들일 터였다.
그들 개개인의 무력도 두 장로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텐데, 수적인 우위까지 있으니.
발각된다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내놓아야 하리라.
그럼에도 장년인은 여유롭게 웃었다.
“자네의 우려도 십분 이해하네. 그래서 우리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 아닌가?”
이내 장년인의 눈이 순간적으로 요사스런 보랏빛을 흘렸다.
섭혼술이 발동될 때의 모습.
그의 정체는 바로 당대 환마였다.
아무리 강한 실력자라도 정신 계열 공격에 대한 방비는 비교적 허술하게 마련.
하물며 햇병아리 학생들이 상대라면, 나머지 정보를 빼내는 것쯤이야 손바닥 뒤집듯 쉬울 것이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계시게. 빠른 시일 내에 혈풍검을 취해서 귀환할 터이니.”
두 장로는 십 할 성공을 자신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