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경매 (5)
사회자는 일부러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장내의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을 때 설명을 마저 했다.
“이미 겪어 본 분들도 꽤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공략! 그것이 무려 18개 한 묶음! 저자는 익명이지만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려 용살학원의 공증을 거쳤으니까요!”
이미 소문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사회자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것은 또 느낌이 달랐다.
“지금 보시는 공략집은 두 권 중 첫 번째입니다! 자, 그럼 10만 포인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예상 낙찰가가 워낙 높아서인지 시작부터 10만.
그럼에도 객석에 앉아 있던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팻말을 들었다.
사회자는 개중 높은 것들부터 차례대로 읽어 나갔다.
“20만 포인트! 25만! 30만 나왔습니다!”
“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좌중을 둘러보는 홍연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고 보니 얘는 공략집을 내가 썼다는 걸 모르지.
던전 공략을 여러 번 같이 했으니 어렴풋이는 짐작하겠지만 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밝히는 걸로 하고.
‘나도 입찰할까?’
은근슬쩍 바람잡이를 하면 조금이라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막 팻말을 집으려는 순간 메시지가 날아왔다.
[제갈소소:응애 군주야] [제갈소소:설마 입찰을 할 생각은 아니겠지?] [제갈소소:(험상궂은 너구리 이모티콘)]수상한 낌새를 귀신같이 감지하고 선수를 친 것이다.
제갈 씨답게 촉이 엄청나게 좋다.
아마 눈앞에 두고 있었으면 들켰겠지.
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 나는 시치미를 뚝 뗐다.
[김 호:설마요] [김 호:(껄껄 대협 이모티콘)] [제갈소소:혹시나 그런 양심 없는 짓을 하면] [제갈소소:뀨한테 다 일러 버릴 것이야] [제갈소소:그럼 볼따구가 마구 늘어나겠지] [김 호: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 호:저도 양심은 있거든요] [제갈소소:지켜보고 있다] [제갈소소:(번뜩 너구리 이모티콘)]나는 잠자코 구경하기로 했다.
포인트 조금 더 버는 것보다 검술 동아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니까.
그리고 곧, 바람잡이를 할 필요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52만 5천!”
2부 경매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입찰가가 50만 포인트를 넘어선 것이다.
심지어 참가자들 상당수가 팻말을 계속 올리는 중이었다.
“54만 5천 포인트입니다!”
“55만 5천! 56만!”
앞선 경매 물품들 대부분은 개인의 스펙업에 쓰는 물건이었기에, 아무리 좋아도 수십만씩 태우기는 아까웠을 거다.
반면 공략집은 파티와 원정대, 동아리 단위로 활용이 가능하니 그 가치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60만쯤에서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63만 포인트!”
내 예상을 깨고, 입찰가는 7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등장인물이 다르니 결과도 다르게 나오는 거라 봐야 할까?
물론 아무리 활용도가 높아도 70만은 부담되는지, 입찰하는 참가자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들더라도 고민 끝에 5천, 1만씩이고.
“68만!”
“68만 5천!”
“70만 5천!”
경쟁적으로 팻말을 드는 건 제갈소소와 정총명 둘 뿐이다.
이내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허공에서 스파크가 마구 튀기는 것 같았다.
이내 정총명의 미소가 짙어지더니, 갑작스레 ‘5만’ 팻말을 들었다.
안 그래도 액수가 큰 상황인데 5만을 입찰하니, 객석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 와아—
“75만 5천 나왔습니다!”
“…….”
제갈소소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어쩐지 안면이 씰룩거리는 것도 같았다.
검술 동아리의 자존심이 걸렸는데 째째하게 5천, 1만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
이내 ‘10만’ 팻말을 들어 강하게 응수한다.
감탄사가 더욱 크게 터져나왔다.
– 와아아아—!
“85만 5천!”
이번에는 정총명의 안면이 꿈틀거렸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두 사람을 응원했다.
‘싸. 워. 라. (짝) 싸. 워. 라. (짝)’
두 동아리가 치고 받을수록 나한테 들어오는 포인트는 많아질 테니까.
당장 자존심 싸움 한 번만에 15만이 오르지 않았는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총명은 이성을 되찾은 듯 ‘1만’ 팻말을 들어 올렸다.
“86만 5천 포인트입니다!”
자존심 싸움을 기대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참가자들이 야유를 보냈다.
– 우우—
그에 제갈소소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으나, 곧바로 재입찰하지는 않았다.
홧김에 지르기는 했어도 내심 부담되는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1만 포인트만 입찰한다.
“87만 5천!”
– 우우—
또 야유하는 관중들.
검술 동아리답게 계속 화끈한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에 영향받지 않고, 1만 포인트씩 주거니 받거니 입찰했다.
결국 먼저 두 손을 든 것은 정총명이었다.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90만 5천 포인트까지 나왔습니다.”
“…….”
“더 없으시면 마무리하겠습니다. 3, 2, 1…….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짝짝짝짝,
관중들의 박수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아무렇지도 않게 부채를 펼쳐 드는 제갈소소.
그러나 부채 뒤쪽으로는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는 듯했다.
나한테 메시지가 온 걸 보면 말이다.
[제갈소소:하나 확보했다!] [제갈소소:(덩실덩실 너구리 이모티콘)] [김 호:고마워용] [김 호:(큰절하는 너구리 이모티콘)] [제갈소소:2권도 우리가 가져갈 것이야] [제갈소소:(오만한 너구리 이모티콘)] [김 호:쑈쑈누나 화이팅]이내 진열대에 놓여 있던 종이 뭉치가 사라지고,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
사회자가 소개를 덧붙였다.
“공략집 제2권 되겠습니다! 1권을 놓치신 분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할 겁니다. 10만 포인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제갈소소와 정총명이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어떤 합의에 이른 듯, 동시에 ‘10만’ 팻말을 들었다.
거기에 10만, 또 거기에 10만.
어느 정도 견적이 나왔으니, 나머지를 다 떨궈 버린 다음 일대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 ……!
– ……!
다른 동아리들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오히려 1권 경매 때보다 빠르게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74만 포인트!”
여기까지 오는 데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제야 정총명과 제갈소소는 페이스를 늦추고, 1만, 2만 포인트씩 주고 받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연신 두 사람을 오간다.
마치 탁구 경기를 지켜보는 것처럼.
“76만!”
“78만!”
“79만!”
그렇게 80만을 돌파했을 때부터, 제갈소소는 슬슬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한 권 샀으니까.’
이미 검술 동아리는 90만 포인트를 쓴 상태.
여기다가 80만 이상을 더하는 건 아무래도 고민될 수밖에 없다.
공략집 외에 구매할 아이템들도 고려해야 하니 더욱.
반면 백마법 동아리는 아직까지 큰 지출이 없었다.
앞서 올라왔던 마법 아이템들 대부분을 우리가 가져갔기도 하고.
이런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재입찰하는 속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그걸 일대일로 겨루는 정총명이 모를 리가 없었다.
“88만 포인트!”
제갈소소가 오랜 고민 끝에 입찰한 88만.
이제 정말 한계인 듯 안면이 살짝 경직되어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정총명은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5만’ 팻말을 들어 올렸다.
“93만 포인트!”
– 와아아아—!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1권의 입찰가를 5만으로 화끈하게 넘어섰으니 멋있을 수밖에.
이내 모두의 이목이 제갈소소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존심 싸움은커녕, 5천 포인트를 재입찰할 여력도 없어 보였다.
그점을 눈치챘기에 정총명도 결정타를 넣은 것이다.
사실 2만이어도 아슬아슬하게 끝나기는 했겠지만, 몇 만쯤 포인트 손해로 검술 동아리에 엿을 먹일 수 있다면 이득이라는 계산이겠지.
제갈소소가 끝내 반응하지 않자, 사회자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3, 2, 1……. 93만 포인트에 낙찰되었습니다!”
– 짝짝짝짝,
정총명과 제갈소소는 여태까지의 살벌한 분위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서로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지, 메시지가 연달아 날아왔다.
[제갈소소:아!!!] [제갈소소:뺐겼어!!!] [제갈소소:(화난 너구리 이모티콘)] [제갈소소:(와장창 너구리 이모티콘)]와장창까지 할 정도면 엄청 분한가 보다.
하기야 단순히 공략집 두 권을 놓친 게 아니라, 검술 동아리의 재력을 증명하는 데에도 실패한 셈이니까.
마지막이 은근히 굴욕적이기도 했고.
나는 좋은 말을 해 주기로 했다.
[김 호:두 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김 호:다음 기회를 노려보시지요]단순한 공수표가 아니라, 이후 제작할 공략집은 마지막까지 남은 두 동아리와 우선 거래할 생각이다.
[제갈소소:기대한다 애기 군주야] [제갈소소:(글썽글썽 너구리 이모티콘)]‘그나저나 엄청 벌었네.’
기대치를 낮게 잡고 한 권당 50만 정도를 염두에 두었는데, 거의 두 배에 가까운 90만, 93만이라니.
나는 당규영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김 호:누나] [당규영:왜] [당규영:아직 경매해?] [김 호:네] [김 호:방금 공략집 끝났어요] [당규영:그래? 얼마?] [당규영:(궁금한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기웃기웃 여우 이모티콘)] [김 호:합해서 183만이요] [당규영:뭣이?] [당규영:(화들짝 여우 이모티콘)] [김 호:우리 부자 됐어요] [김 호:(덩실덩실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진짜 부자네] [당규영:아이 신나] [당규영:(덩실덩실 여우 이모티콘)]주어가 ‘우리’인 이유는 당규영에게 수익 일부를 분배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공략본 샘플을 전달하기도 했고, 이후 홍보에도 도둑 동아리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들어갔으니까.
공략집들이 비싸게 팔린 만큼 당규영의 몫도 커진 셈이고.
‘그래도 많이 남아.’
원래는 약초 선택권 외에는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는데, 여유 자금이 잔뜩 불어난 지금은 계획을 수정해도 될 것 같다.
‘봐서 적당한 거 몇 개 더 사자.’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