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98
398화 경매 (6)
공략집 두 권이 낙찰된 뒤부터, 나머지 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인트를 아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다양한 아이템들이 새로운 주인들을 찾아갔다.
“38만 포인트에 낙찰되었습니다!”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6만 포인트! 더 없으십니까! 3, 2…….”
한동안은 무인이나 도적 계열 등, 우리와는 영 무관한 것들만 줄줄이 등장했다.
그러다가 다시 마법사 아이템 차례가 돌아왔고, 사회자가 스킬북과 로브, 완드를 소개했다.
다음으로 진열대에는 웬 복슬복슬한 꼬리가 놓였는데, 맹렬한 불길에 휩싸여 있음에도 털끝 하나 그슬릴 기미조차 없었다.
“불여우의 꼬리입니다! 최근 레이드에서 드랍된 아이템이며, 보시다시피 아주 깔끔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지요! 마법 연구에 아주 제격일 겁니다.”
뿐만 아니라 열양공(熱陽功)을 익힌 무인이나 루비 마탑 마법사처럼, 화염을 주로 다루는 이가 사용할 시 무작위 추가 효과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로 새로운 스킬/특성을 얻거나, 랭크가 오르거나, 코어에 마나가 잔뜩 쌓이거나.
그 점을 홍연화도 아는 듯, 불여우의 꼬리가 등장한 시점부터 한시도 눈을 떼지 못 하고 있었다.
얼굴에 ‘갖고 싶다,’ ‘너무 갖고 싶다’ ‘정말 너무 많이 갖고 싶다’하고 쓰여 있다.
이내 사회자의 설명이 끝나며 입찰이 시작되었다.
“그럼 3만 포인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하나둘 팻말을 들어 올리는 참가자들.
홍연화도 유혹을 못 이기고 천천히 팻말에 손을 가져가려다가, 마지막 순간에 멈칫거리곤 어깨너머로 눈길을 주었다.
그곳에는 홍예화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 제 동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흘긋 일별하며 질문을 던졌다.
“허락 안 해 주시겠지?”
“으응…….”
혹한의 보주를 낙찰받는 데에 쓴 포인트만 35만.
추후 사파이어 마탑과 공유하며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겠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1학년이 쓰기에는 엄청나게 큰 액수다.
이런 상황에 불여우 꼬리까지 입찰한다?
허락은커녕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자매 싸움(일방적)이 격화될 터였다.
홍연화가 시무룩한 말투로 덧붙였다.
“그리고……. 어차피 부족해서 못 사…….”
오늘 경매에 오른 아이템 상당수가 30만, 40만 포인트에 낙찰되었으니 이것도 비슷할 테고, 자신이 보유한 20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말이다.
반면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렇게까지 비쌀 것 같지는 않은데.’
확인차 슬쩍 사회자 쪽을 쳐다보니,
“12만 포인트 나왔습니다!”
“12만 5천.”
“13만 5천.”
예상대로 입찰가가 빠르게 추진력을 잃어 가고 있었다.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고, 그나마 하는 입찰도 가볍게 5천, 1만씩.
‘아무래도 효과가 랜덤인 게 크지.’
불여우 꼬리는 쓰기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이득은 이득이다.
문제는 ‘십수만 포인트 만큼의 이득’일지 불분명하다는 점.
예를 들어 스킬/특성을 배우게 되는 경우.
화염 계열 내에서도 빌드가 여러 갈래라, 사용자의 성향과 안 맞는 것이 나오면 따로 놀게 될 확률이 높다.
배울 만큼 배운 2, 3학년들은 더 높고.
이런 이유로, 최종 입찰가는 홍연화의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16만 포인트! 더 없으십니까?”
“……!”
홍연화의 동공이 갈등으로 흔들렸다.
지금 들어가서 한두 번만 더 입찰하면 된다는 계산이 섰겠지.
하지만 제 언니 눈치가 보이는 듯, 팻말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또 잡았다가 놓는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사회자가 또 입찰가를 입에 담았다.
“16만 5천! 더 없으시면 마무리하겠습니다.”
“……!”
홍연화의 동공이 더욱 세차게 흔들렸다.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곤히 단잠에 빠져 있던 서예인이 엎드린 채로 몇 번 뒤척거리더니 잠꼬대처럼 웅얼거렸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그, 그런가……?”
매우 솔깃해진 홍연화.
나한테도 눈빛으로 동의를 구한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리고 내 뒷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5천’ 팻말을 번쩍 들었다.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간 터라 더 고민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이, 입찰! 할게요!”
“17만 포인트 나왔습니다!”
불안하게 눈알만 또르르 굴리는 홍연화.
얼굴에 여러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친다.
대충 짐작해 보면,
‘홧김에 저질러 버렸어, 아니야, 이건 해야만 했던 일이야. 근데 누가 또 입찰하면 어쩌지? 아니야, 좀 가져가 줘. 한 30만 해서. 그래도 갖고 싶은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팻말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고, 사회자가 세 번째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3, 2, 1…….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홍연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가, 뒤이어 핼쑥하게 질렸다.
등 뒤에서 마구 쏘아져 오는 살기 때문에.
덧붙여 메시지 알림도 쉴 새 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홍연화는 필사적으로 앞만 바라보았다.
* * *
그 뒤에도 경매는 계속 이어졌고, 어느덧 마지막 아이템까지 새 주인을 찾아갔다.
이내 사회자가 폐회사를 입에 담았다.
“오늘 이 자리를 찾아 주신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나는 매우 흡족한 기분이 되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것저것 많이 건졌네.’
또다른 최우선 목표, A랭크 약초 선택권은 34만 포인트에 낙찰받았다.
대부분은 약초 선택권을 영약 선택권으로 인식하기에 20만에서 30만 사이를 염두에 두었으나, 수요가 제법 있어서인지 예상보다는 조금 더 썼다.
거기에 남는 포인트로 산 것은,
[대환단(A)]‘영약은 눈에 띄는 족족 먹어 줘야지.’
그래야 [코어] 랭크도 빨리 올리고, 블링크도 배우고, 세계 평화도 지킬 것 아닌가.
목표는 2학기가 끝나기 전에 A랭크, 그리고 다음 학년 중에 S랭크를 달성하는 것.
다른 스킬/특성의 랭크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지 몰라도, 코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여기다 [제작 VIP티켓]도 한 장 확보해 두었다.
대기열을 단축할 수 있으니 많을수록 좋다.
조만간 여기저기 넣을 의뢰가 많기도 하고.
이내 폐회사를 마친 사회자가 깊이 허리를 굽혔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때까지도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나무늘보를 깨운 뒤, 함께 경매장을 나섰다.
그런데 홍연화가 눈에 띄게 불안해하더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저, 저기이…….”
“어, 왜?”
“조, 조금 더 놀다가 가지……. 않을래?”
대뜸 옆자리에 와서 앉는 것도 그렇고, 오늘따라 굉장히 적극적이다.
물론 지금 놀자는 건 다른 의도가 있어서로 보였다.
아마 끔찍한 미래를 피하거나,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어서겠지.
그러나 그런 시도가 무색하게, 어디선가 하얀 손이 나타나 홍연화의 어깨를 턱 붙잡았다.
손의 주인은 물론 홍예화.
제 동생을 매의 눈으로 포착한 뒤, 블링크까지 쓰면서 접근한 것이다.
그녀가 더없이 다정하게 말했다.
“오늘 많이 놀았잖아. 시간도 늦었는데 들어가서 쉬자.”
“아, 아니……, 나, 나나난나는……. 더 놀아도…….”
반면 홍연화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예화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보냈다.
“우리 먼저 들어갈게. 푹 쉬어.”
“예, 선배님.”
나는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했다.
홍연화가 연신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지만, 나와 서예인이 한 일이라곤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 주는 게 다였다.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 수는 없지.’
집안 살림을 반쯤 거덜 낸 상황이라면 특히.
누구나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고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나는 아까 하려다 끊겼던 말을 떠올렸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고.’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말이다.
과연 홍연화가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때까지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 * *
도둑 동아리.
신병철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힘 없는 어조로 말했다.
“누님, 저 왔습니다…….”
“깜짝이야, 너 머리 왜 그래.”
당규영은 순간적으로 흠칫했는데, 신병철의 머리카락이 거의 대머리 수준으로 짧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더욱 착잡해져서 답했다.
“줄었습니다…….”
“머리가 왜 줄어? 깎은 줄 알았잖아.”
“약을 잘못 먹었어요.”
“에휴, 그러게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니까.”
보나 마나 연금술 동아리 같은 데서 나눠 줬겠지.
거기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라, 가끔은 시음을 빙자하여 인체 실험을 진행하곤 한다.
저건 뭔지 몰라도 실패작에 가까운 것 같고.
당규영이 예의상 위로를 건넸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시 자라겠지.”
“……그렇겠죠?”
“응, 아마도.”
아닐 수도 있지만.
또는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자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신경 쓸 것은 따로 있었다.
이내 당규영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 손을 내밀자, 신병철이 퍼뜩 정신을 차리곤 인벤토리를 뒤졌다.
그리고 자그마한 종이 봉투를 꺼내서 건넸다.
“갖다 주고 받아왔습니다.”
“고생 많았네. 고마워.”
“그럼 저는 들어가 볼게요.”
“그래, 쉬어.”
신병철이 부실을 나서고.
발걸음이 점차 멀어져 가는 걸 확인한 뒤에야 당규영은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일부러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은근히 점괘가 궁금했었다.
그 점쟁이가 아주 용하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더욱.
이윽고 카드 한 장이 당규영의 손에 놓였다.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학사모를 하늘 높이 집어던지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졸업식]“…….”
당규영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자신의 근심거리 하나를 점쟁이가 정확히 짚어 냈기 때문이다.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미래라는 사실도.
그러나 점괘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봉투에는 종이쪽지도 하나 들어 있었는데, 거기에 적힌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끝이 아니라 시작]“……역시.”
당규영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