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00
400화 5~6주 차 픽스 존 (1)
대자연 동아리에 맡긴 화분에서 꽃이 피고, 조각상까지 완성되면 차원 까마귀를 보러 갈 준비도 다 끝나는 셈이다.
길어야 일주일 이내가 될 테니 공략전 주간과도 시기가 맞물린다.
‘어쩌면 뀨뀨고행이 더 일찍 끝날 수도 있고.’
당규영이 9단계 고행을 마치는 대로, 서청용과 A랭크 던전 공략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이것도 일주일 내외가 될 텐데, 어느쪽이 먼저일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 * *
서예인과의 놀기 약속을 지켰기에, 일요일에는 다시 수련이 재개되었다.
한참 파괴돌풍 랭크작과 고행 퀘스트를 하다가, 지금은 그대로 뻗어 버린 상태.
훈련실 한복판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아주 안방이구만, 안방이야.”
“…….”
서예인은 얼마간 반응하지 않다가, 옆으로 뒹굴 굴러서 자리를 내 줬다.
그리고 빈 자리에 대고 살랑살랑 손짓한다.
나는 거기에 몸을 눕히며 말했다.
“어째 나까지 게을러지는 것 같아.”
“바람직한 변화.”
서예인은 조금 흡족한 기색이 되었다.
그리고 김호베개에 기대려는 듯 이쪽으로 굴러오려 했지만, 금방 다시 일어날 생각이라 점잖게 밀어냈다.
뒤이어 떠오르는 것이 있어 질문을 던져 본다.
“스킬북은 언제 쓰게?”
1부 경매에서 구매한 [랜덤 스킬북 – 함정].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안 쓰고 고이 모셔 둔 상태다.
또 ‘나중에’가 나올 줄 알았는데, 서예인은 누운 채로 고개를 갸웃하더니 주섬주섬 스킬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무 예고도 없이 써 버렸다.
– 파아앗—!
심상찮은 광채가 터져 나온다.
나름 좋은 스킬을 익혔다는 뜻.
서예인은 한참이나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흘긋 나를 쳐다보곤 알림 메시지를 공유해 주었다.
[‘랜덤 스킬북 – 함정’을 사용합니다.] [‘변덕쟁이 함정(F)’을 습득합니다.]‘복덩이 아니랄까 봐.’
굉장히 본인 같은 스킬을 익혔군.
변덕쟁이 함정.
스킬을 시전하면 지정한 위치에 무작위 트랩이 설치된다.
위력은 기본적으로 랭크를 따라가지만, 종류는 운에 달렸다.
함정에는 발이 살짝 빠지거나 상대방을 깜짝 놀래키는 등, 전투에는 별반 도움이 안 되는 것들도 존재한다.
반면 독사들이 발을 물어뜯는 무시무시한 것들도 있고.
복덩이의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생각하면 후자에 가까울 테지만, 정작 실전에서 어떻게 될지는 봐야 알 거다.
‘이참에 나도 쓰자, 스킬북.’
[‘스킬북 – 현명 갑옷’을 사용합니다.] [‘현명 갑옷’을 습득합니다.]알림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내 코어가 반응했다.
일정량의 마나를 분배하여 자동으로 내 몸 주변에 두른다.
자동 발동의 편안함에, 위력도 [코어]의 랭크를 따라가니 굳이 수련할 필요도 없다.
스킬북을 쓰는 것만으로 방어력이 영구적으로 늘어난 셈.
48만 포인트의 가치는 하고도 남는다.
‘대환단도 오늘 밤에 먹는 걸로 하고.’
다시 서예인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여전히 뒹굴거리는 중이다.
단검 한 자루를 신기한 듯 들여다 보면서.
저것 역시 경매에서 낙찰받은 아이템, [단절의 밤]이다.
내가 물었다.
“마음에 드시나 봐요.”
– 끄덕,
서예인이 고개를 슬슬 움직이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별명 붙였어.”
“그 정도로 마음에 든다고?”
“보물 4호.”
“그러냐. 어렵게 구하긴 했지. 별명이 뭔데?”
그러자 서예인이 두 눈을 반짝이며 단검을 내쪽으로 향했다.
“감금의 밤.”
“그런 데에 쓰는 물건 아니다.”
“시운전.”
“혼자 해도 되잖아.”
“한 번만.”
“싫거든.”
나는 슬금슬금 다가오는 서예인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 * *
월요일.
공략전 수업.
서청용은 칠판에 또렷한 글씨로 단어 두 개를 적었다.
[픽스 존] [슬롯]그다음 교실을 찬찬히 돌아보며 말문을 열었다.
“대회와 관련해서는 이수독 선생님이 설명하셨을 거야.”
앞으로 3주 뒤에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 학년이 참여하는 큰 대회라 외부 손님들도 다수 초청한 상태.
학년 간의 형평성을 위해 픽스 존으로 랭크를 제한, 슬롯으로 개수를 제한하는 거고.
그때, 학생 하나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서청용이 지목하자 약간은 불만스런 투로 말했다.
“그런데도 좀 불공평한 거 같아요. 스킬 랭크가 같아도 수준은 선배들 거가 더 높잖아요.”
[나선폭발] 같은 복합 스킬은 여러 스킬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슬롯 하나에 등록할 수 있다.또한 일부 스킬/특성/장비는 랭크가 매겨지지 않아서 픽스 존에서도 온전히 제 성능을 발휘한다.
가령 나는 [만독불침]을 슬롯에 등록해서 대회 내내 독 걱정은 없다.
전자든 후자든 상급생들이 훨씬 많이 갖고 있을 텐데, 랭크를 맞춰 줘도 1학년 입장에서는 불리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서청용이 싱긋 웃었다.
“이수독 선생님이 말씀 안 해 주셨나 봐. 상급생들은 그만큼 슬롯 개수가 적단다. 2학년은 슬롯 9개, 3학년은 8개지.”
“아……. 그러면…….”
질문했던 학생이 조금 머쓱해져서 말꼬리를 흐리는데, 서청용이 얼굴을 진지하게 굳히며 덧붙였다.
“조금 낫기는 하지. 그래도 너희가 불리할 거야. 스킬과 특성 조합을 짜는 능력과 스킬 하나하나의 숙련도 차이도 무시할 수 없거든.”
“……!”
“조금이라도 더 연습해 둬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지? 다행히 시간은 많아.”
이번 공략전도 픽스 존, 다음 대인전도 픽스 존이니까.
서청용이 칠판에 손가락을 튕기자 공략전 규칙과 환경이 떠올랐다.
MAP:[임의 던전]
RULE:[픽스 존][3인][랜덤매칭]
“지하층으로 내려갈 생각이라면 픽스 존 던전에 들어가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칠판에 지정된 던전들의 번호가 출력된다.
픽스 존 던전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보니 평소보다 확연히 적은 편이다.
게다가 랭크가 제한된다는 특성 상 위험하기도 하니, 대부분은 지상층에서 공략전을 치르려 하겠지.
“슬롯은 규칙으로 강제하지는 않지만, 있다고 생각하면서 해 보자. 그리고 팀은 무작위로 정해져.”
다양한 상황을 겪어 보게 하기 위함.
물론 무작위라곤 해도 어느 정도는 공략전 성적이 비슷한 인원들끼리 묶일 터였다.
서청용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쯤이면 다들 메시지 받았을 거야. 확인해 봐.”
과연 나는 단체 메시지 방에 초대된 상태.
상단에는 짤막하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Group 122]▷김 호
▷송천혜
▷이성현
‘얘랑도 은근히 자주 붙네.’
대인전도 두 주 연속으로 보더니만.
송천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돌려서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치자 움찔해선 도로 홱 고개를 돌렸다.
‘오히려 잘 됐지.’
자주 티격태격하는 사이지만 우등생답게 실기 평가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편이고, 실력도 확실하니까.
의외인 건 나머지 한 명.
‘이성현.’
4대 세력 중 기사단에 소속된 유망주.
여태까지는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계속 엇갈렸지만, 결국에는 한 팀으로 묶이게 되었다.
얘까지 보면 유망주급은 다 확인하는 셈.
수업이 끝나자마자 송천혜와 한소미가 가까이 다가왔다.
한소미는 왜 오나, 고현우랑 할 얘기가 있어서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목표는 서예인이었다.
곤히 낮잠에 빠진 서예인에게 해맑게 인사한다.
“안뇽안뇽!”
“…….”
“안뇽안뇽!”
“……?”
그제야 부스스 고개를 드는 서예인.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가 두리번거린다.
반면 한소미는 그저 해맑았다.
“우리 같은 팀이야!”
“응…….”
“바로 출발하자!”
“…….”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
“안 돼…….”
“김호 있잖아!”
그리고 비몽사몽간인 서예인을 잡아끌며 던전동으로 떠나 버렸다.
저게 통하는군.
알아서 잘 하겠거니 싶어서, 나는 내 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송천혜에게 물음을 던진다.
“너도 공략전 때문에 온 거지?”
“가능하면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요.”
“나도 그게 마음 편해. 이성현 알아?”
“대인전에서 붙어 본 게 다예요.”
한 팀으로 묶이는 건 이게 처음이란다.
미리 들을 게 있을까 싶었는데 아쉽게 됐군.
이래저래 만나 봐야 공략전도 진행할 터라, 우리는 메시지로 약속 장소를 정했다.
바로 들어가려고 던전동 근처로.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꼬맹이 남학생 하나가 멀거니 서성거리고 있었다.
잘 정돈된 금발을 지녔고, 얼굴이 매우 앳되다.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하다.
겉모습만 보면 몇 년은 더 있어야 용살학원에 입학할 것 같은데, 넥타이 핀을 보니 1학년은 맞다.
다른 팀과 약속 장소가 겹친 게 아니라면 이성현일 테고.
나는 송천혜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 쟤 맞지?
– 맞아요.
살짝 턱을 까딱이는 송천혜.
해서 막 인사를 건네려는데, 이성현도 우리를 알아봤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송천혜, 그리고 네가 김호인가 보군. 잘해 보자.”
“어, 그래.”
나는 태연하게 인사를 받았다.
다만 속으로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목소리 뭐야.’
걸걸한 중저음.
이성현은 소위 말하는 동굴 보이스의 소유자였다.
기사단 소속이니 두꺼운 중갑옷까지 걸칠 예정이고.
물론 놀란 건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사실 외견이 뭐가 중요한가, 잘 싸우면 그만이지.
나는 본론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에게 물었다.
“우리 내려가는 거지? E랭크로.”
E랭크는 평소에는 그리 큰 위험으로 와닿지 않지만, 픽스 존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그럼에도 즉시 고개를 끄덕이는 송천혜와 이성현.
“당연하죠.”
“안전하게 지상층에 머무르려는 녀석들도 많지만, 그래서야 실력이 늘겠는가.”
역시나 유망주다운 대답이군.
일단 마인드는 합격이다.
우리는 지정 던전 목록에서 들어갈 곳을 선정한 후, 얼마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다음 다같이 던전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와중, 송천혜는 나를 흘끔거리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눈치였다.
이내 슬쩍 가까이 다가와서,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입을 연다.
“이따가……. 할 말이 있는데요.”
저 정도는 대놓고 해도 되는 말 같은데, 굳이 숨기려 드는 건 켕기는 게 있어서겠지.
그리고 우리 사이에 켕기는 거라곤 실상 하나뿐이었다.
“소원권?”
“…….”
송천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