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No.40 제4 연구소 (2)
키메라 두 마리를 빠르게 처리하기는 했지만, 모든 전투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얼마 나아가지 않아 나는 또 일행을 멈춰 세웠고, 눈짓으로 한쪽 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배불뚝이 키메라 한 마리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는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매우 낙담한 듯보였다.
외견상으로는 그리 강해 보이지 않고, 실제로도 약하다.
다만 문제라면,
‘자폭하지.’
쓰러지는 순간 폭발하는 계통.
지금처럼 비좁은 복도에서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을 것이다.
피해가 없더라도 소란에 연구원들이나 다른 키메라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나는 일행을 조금씩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돌아서 가겠습니다.”
“…….”
모두 군말 없이 지시를 따랐다.
그렇게 향한 곳은 조금 전에 지나쳤던 계단.
어차피 4층에 도달하려면 올라가야 하니,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다고 큰 차이는 없을 거다.
물론 어디에 키메라가 붙어 있을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라, 일행은 계속 은밀함을 유지하며 계단을 밟았다.
그리고 다음 층에 들어서기 직전 정찰을 시도했는데, 2층이나 3층에서 전진하다가 다시 계단을 이용할지, 아니면 곧장 4층까지 올라갈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비를 날려보낸 당규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명이랑 한 마리.”
“많네요. 더 올라가죠.”
키메라 하나를 은밀하게 처리하기도 까다로운 마당에 연구원이나 경비원까지 동시에 상대할 여유는 없었다.
올라가면서 또 기회를 엿보는 게 낫겠지.
그러나 3층의 상황은 더 애매했다.
4층으로 향하는 계단쪽에 키메라 한 마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외견은 사람에 가깝지만 팔다리의 숫자가 거미를 넘어 문어 수준.
손발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붙어 있다.
다행히도 놈은 우리를 인지하지 못한 듯, 반대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2층으로 내려가는가, 3층 복도로 향하는가, 아니면 뚫고 4층으로 가는가.
나는 즉석에서 판단을 내렸다.
‘뚫고 간다.’
전투력이 제법 뛰어난 놈이지만 기습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터.
그런데 그때 등 뒤에서 당황스런 외침이 들려왔다.
“뭐요, 당신들?”
그곳에는 흰색 가운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는데, 척 봐도 연구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쪽도 우리가 관계자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의 외침을 들은 키메라가 고개를 홱 돌렸다.
“끼잌?”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살기를 가득 드러내며 덮쳐 왔다.
“끼이이이잌—!!”
“!”
“!”
우리는 순식간에 눈빛을 교환한 뒤, 즉석에서 두 명씩 페어를 짰다.
이수독과 당규영은 키메라, 나와 서청용은 연구원을 맡는 쪽으로.
‘물론 이것보다 쉽게 갈 방법도 있지.’
나는 서청용을 손짓으로 제지하는 동시에 불멸 냄비를 쓱 앞으로 내밀었다.
밤하늘과 같은 공간이 덮쳐 오자 연구원이 경악해서 입을 벌렸으나, 그는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단절 공간에 삼켜져 버렸다.
두 눈에 이채를 머금고 나를 쳐다보는 서청용.
“단절 공간이구나.”
“바로 보셨습니다.”
“잘했다. 잠깐만 붙잡고 있어.”
서청용은 곧바로 이수독, 당규영과 합류했다.
이미 두 사람은 문어 키메라를 어느 정도 몰아붙이던 중이었는데, 서청용까지 가세하니 전세가 더욱 가파르게 기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은 팔다리가 다 잘리고, 마지막으로 몸통까지 세로로 쪼개지고 말았다.
놈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는 즉시 일행들이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서청용이 짤막하게 설명한다.
“김호가 단절 공간으로 묶었어요.”
“그렇게 된 거였군.”
고개를 까딱이는 이수독.
이내 기세를 끌어올리며 지시한다.
“준비되는 대로 풀도록.”
“알겠습니다.”
지금도 마나가 실시간으로 쭉쭉 빠져나가고 있었기에, 오래 끌수록 손해였다.
따라서 나는 세 사람이 자리를 잡자마자 단절 공간을 해제했다.
밤하늘과 같은 공간이 열리며 연구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뭐, 뭐야!”
그는 순간 어리둥절했으나,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치고 새까만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세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 서거걱!
– 퍼펑!
“크억.”
짧은 단말마와 함께 허물어지는 연구원.
나름 A랭크 던전에서도 정예급에 속하지만,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제대로 손도 못 써 보고 당한 것이다.
자리를 정리하는 한편, 서청용이 전투 중 못다한 얘기를 마저 했다.
“위험할 뻔했는데 덕분에 잘 넘어갔어. 설마 냄비에 단절 공간까지 붙어 있을 줄은 몰랐네.”
“옵션이 지나치게 잘 붙었죠.”
“그 정도면 재료는 물론이고 장인분의 실력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 혹시 누군지 들어 볼 수 있을까?”
“혜성그룹 쪽이라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그렇구나.”
서청용은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 과정에서 김호김호가 희생되었다는 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 * *
네 사람은 소장실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김호의 판단 하에 연구원이나 경비원, 키메라를 처치하기도 하고, 가끔은 전투를 피해 후퇴하거나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4층.
멀지 않은 곳에 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때부터 당규영은 묘한 두근거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두근거림의 원인이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흥분인지, 여럿이 뒤섞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큰 변화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점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문에는 또렷한 글씨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이내 이수독이 마스터키로 손쉽게 도어락을 해제했고, 네 사람은 소장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내부는 매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방만 봐서는 이곳이 키메라 연구소가 맞나 헷갈릴 정도로.
그러나 서가에 꽂힌 책들을 보자마자 헷갈릴 여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제목만 봐도 흑마법 냄새가 풀풀 풍겼으니까.
당규영이 김호를 돌아보며 물었다.
“여기서 뭐 읽어?”
“보시면 알아요.”
두루뭉술한 답변에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당규영은 계속 서가를 찬찬히 훑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서가 한켠에서 미약하게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요리 책이야?’
당연하게도 온갖 흑마법 책들 사이에 그런 건전한 게 끼어 있을 리가 없었다.
표지도 까만 색이고.
그래도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동해서 당규영은 책을 펼쳤다.
‘그럼 그렇지.’
역시 네크로맨서였구만.
당규영은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끌림을 느끼는 건 여전했기에 좀 더 읽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망자의 시신에는 엄연한 한계가 존재했으니, 생전의 무력을 일부밖에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강자의 시신일수록 이 한계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또한 시신이 부패하거나 훼손되었을 경우 전력에도 추가적인 손실이 뒤따랐다.] [갈수록 질이 하락하니, 기사 같은 강력한 단일 개체를 상대로는 언제나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뭔가 공감되는데?’
당규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그림자들만 해도 무인이나 기사들의 공격에 덧없이 쓸려 나가곤 했었다.
최근에는 실력이 늘면서 조금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말이다.
뒤이어 ‘이 양반은 어떻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처음 우리는 마법 약품을 첨가하거나, 훼손된 부위를 덧대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기를 잠시 늦출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누군가는 마법 무구, 특히 갑옷과의 결합을 시도했다. 여기에 사령 마법의 발전이 더해지자, 기사들과도 능히 자웅을 겨룰 만한 강력한 개체가 탄생하게 되었다.]‘데스 나이트 얘기네.’
[물론 여기에도 마법 무구의 조달을 비롯해 여러 한계가 존재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2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액체에 가깝게 운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 시도는 의외로 꽤 성공적으로, 망자의 생전 무력을 상당 부분 보존할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3장…….]‘이건 다크 우블렉 얘기겠고.’
부패의 마녀 혼자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좋은 방법이기는 했다.
이후에도 네크로맨서들은 온갖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언데드를 보완하려 했다.
지금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키메라 제작도 그 일환이고.
그렇게 를 읽어 내려가고 있는데, 문장 하나가 당규영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활로를 찾아 나가는 한편, 나는 그림자에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듣자 하니 그림자 술사란 자들은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이며, 바위처럼 단단하게, 또는 칼날처럼 날카롭게도 만들 수 있는 모양이다.] [이것을 재료로 삼는다면 여태까지 우리가 마주했던 문제들 대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터였다. 자세한 내용은 7장에서 확인할 수…….]‘7장? 7장!’
당규영은 책장을 휙휙 뒤로 넘겼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7장에 들어섰다.
[긴 시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나는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망자의 시신 대신 그림자를 일으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성공했다고? 진짜?’
당규영은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겸사겸사 방법도 알려 주면 더 고마울 것 같고.
[짐작대로 그림자 마법과 사령 마법의 융합은 매우 강력한 시너지를 불러왔다. 3장에서 언급한 액체 형태 이상으로, 망자의 생전 무력을 거의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으니…….]‘아, 그럼 그렇지.’
단점이 없을 리가 있나.
당규영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뒷내용이 궁금하니 끝까지 읽어 본다.
[그것은 바로 그림자 마법 자체의 한계였다.] [햇살 아래에서는 극도로 취약해지며, 심하면 사라져 버리기까지 한다.] [형태의 자유로움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일정한 형태로 유지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전투 도중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운용하는 개체의 수가 늘어날수록 유지 난이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가령 10기를 부리려면—]당규영은 몇 번 눈을 깜박거렸다.
한때는 자신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근데 이거 다 고행으로 해결했잖아.’
환경의 영향을 받는 문제는 1~3단계에서 [영표]를 얻으면서.
유지가 어렵다는 문제는 4~6단계를 통해 광역 기술에 휩쓸려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보완했고.
7~9단계로 군단 규모 운용이 가능해졌다.
‘그럼 그냥 배워도 되는 거 아니야?’
당규영은 이름 모를 네크로맨서의 고충을 ‘그건 네가…….’로 퉁친 다음 재료 책을 계속 읽어 나갔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발밑에서 솟아오른 그림자에 고치처럼 싸여 있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