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14
414화 7주 차 하극상 (1)
선도부실에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부원들이 각자 맡았던 일의 결과를 보고하고 이후의 방향성을 논의한다.
본래는 선도부장인 오세훈이 회의를 이끌어야 하지만, 그는 일개 부원들과 같은 자리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거나 빙긋 웃을 뿐.
주도권을 가진 건 2학년인 곽승재.
그리고 누구도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미 한 학기에 걸쳐 리더십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밴 웨이브 발동 일정은 모두 숙지하셨을 겁니다.”
대인전 주간이 지나면 바로 픽스 존 대회.
금지 아이템이 끼어들면 공정성이 훼손되고, 경기들을 지켜볼 외부 손님들에게도 실례다.
따라서 미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 둘 필요가 있다.
애초에 대회는 [픽스 존]과 [슬롯] 규칙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터라, 금지 아이템을 써 봤자 효과도 미미하고, 들통나기도 쉽다.
그럼에도 전례를 보면 멍청한 짓을 하는 놈들은 항상 존재해 왔고,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터였다.
아예 여지를 주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
이래저래 밴 웨이브는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금지 아이템들은 잔뜩 압수하고 나면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이 있었으니…….
선도부원들이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또 도둑놈들이 치고 들어오겠군.”
“걔들은 질리지도 않나?”
“질릴 리가 있겠나. 성공만 하면 대박인데.”
“그래 봤자 다 잡았잖아?”
“백 프로 다 잡지는 못했지. 아이템도 꽤 털렸고.”
올해 1차 임시 보관소 침투에서는 도둑 동아리 대부분을 검거하는 데에 성공했었다.
인페르노 피스트를 시전한 복면인만 제외하고.
그는 금지 아이템들 다수와 함께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으며,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했다.
2차 임시 보관소 침투에서는 도둑 동아리의 컨트롤 타워를 파괴하는 큰 성과를 세우고, 가담한 모든 동아리들까지 일망타진했다.
그러나 정작 [혼돈의 서]를 비롯한 금지 아이템 다수는 끝내 회수하지 못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절반뿐인 승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사소한 아이템 하나조차 도난당하지 않도록,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합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니까 계획이 있나 본데.”
“예,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내 곽승재는 몇 가지 자료를 첨부하면서 작전을 설명했다.
선도부원들은 흥미로운 기색으로 경청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마디씩 했다.
“확실히 이러면 우리가 유리하겠군.”
“승재 준비 많이 했네?”
“나는 찬성한다.”
연달아 찬성표가 이어지던 가운데, 3학년 부원 하나가 슬쩍 손을 들었다.
“당규영은 누가 상대할 건가?”
“누가 상대하든 상관없지 않나? 우리 실력으로 걔한테 지는 게 이상한데.”
대수롭지 않은 답변이 돌아왔음에도 질문을 꺼냈던 부원은 진지한 태도였다.
“아니. 방학 동안 뭘 하고 왔는지는 몰라도 실력이 많이 늘었어. 지난 대인전에서는 질 뻔했다.”
“나는 한 대 맞았어. 결국 이기기는 했지만.”
다른 3학년 부원이 그 말에 동조했다.
그림자 방망이에 얻어맞았던 머리를 매만지면서.
또한 이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으니, ‘질 뻔했던’ 것은 지난 대인전, 즉 4주 차 기준.
6주 차가 끝나가는 현시점 당규영은 신규 클래스로 전직을 마치고, 막강한 뀨림자 보스들까지 손에 넣었다.
선도부들조차도 일대일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 사실은 그들이 몽둥이 찜질을 당할 때나 깨달을 일이었고, 당장 당규영의 실력은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곽승재는 그 의견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작전은 만전을 기해 조금의 빈틈이나 변수조차 없이 구성할 겁니다. 선배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배치를 조금 변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좋겠군.”
다른 부원들 역시 선선히 동조했다.
그들은 임시 보관소 보호 작전을 여러 방면에서 보완하며, 회의를 계속 이어 나갔다.
* * *
월요일.
이수독은 아침에 무슨 일을 겪고 왔는지, 평소보다 심히 저기압으로 보였다.
학생들이 숨소리마저 죽이며 눈치를 보는 가운데, 그가 수업을 시작했다.
“거듭 언급했던 대로 금주 대인전 이후 대회가 개최된다. 이후부터는 슬롯 변경이 불가능하니, 무엇을 등록할지 숙고하여 결정하길 바란다.”
곧이어 규칙과 환경이 떠올랐다.
MAP:[무작위]
RULE:[데스매치][픽스 존(C)] [10슬롯][10분 제한][하극상]
“기본적인 규칙은 4주 차와 동일하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테니, 금주의 특수 규칙인 [하극상]으로 넘어가지.”
[2학년:67%] [3학년:33%]“매칭을 잡으면 위와 같은 확률로 상대가 결정될 것이다.”
“저, 저기, 선생님?”
앞자리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워낙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그런 듯했는데, 매서운 시선을 마주하자 찔끔해서 도로 손을 내렸다.
이수독은 몇 초간 그를 응시하다가 딱딱한 어조로 내뱉었다.
“말 끊지 마라.”
“죄송합니다…….”
“무슨 질문을 할지는 알겠다. 같은 1학년과는 매칭이 안 잡히는지가 궁금할 테지.”
“아, 네…….”
“당연히 안 잡힌다. 적어도 이번 주에는 말이다.”
“…….”
반 전체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2학년이든 3학년이든, 100% 선배들이랑 붙게 된다는 말이니까.
그에 이수독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왜들 지레 겁부터 먹는지 모르겠군. 어차피 대회가 열리면 선배들과 붙는 건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시험해 볼 기회 아닌가? 과연 자신의 실력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그에 일부 학생들은 조금은 호승심이 자극된 듯 표정을 굳혔다.
고현우는 처음부터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눈을 빛내고 있었고.
서예인은……. 자고 있었다.
이수독은 이제 완전히 포기했는지, 그 모습을 아예 본 체도 않고 설명을 마저 했다.
“한 가지 희소식이라면, 금주 대인전의 승패는 실기평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때는 반영이 돼서 다들 필사적으로 임했는데, 아쉽게 되었지.”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은 좋지만 점수 산정에 형평성이 많이 떨어지니, 학사 측으로서도 없앨 수밖에 없었을 거다.
단적인 예로 3연속으로 3학년을 만나 연패를 하는 건 운이 없어서지, 1학년으로서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니까.
학생들이 안도하는 것도 잠시, 이수독이 입꼬리를 조금 끌어올렸다.
“대신 다른 동기부여 요소를 준비했다. 작년도 1학년, 즉 올해 2학년들의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승률:21%]같은 규칙에서 다섯 경기 중 한 경기꼴로 승리를 따냈다는 뜻.
바꿔 말하면 나머지는 다 졌다는 뜻이다.
어쩐지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서일까, 교실 분위기가 도로 축 처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수독은 계속 말했다.
“올해 1학년 역시, 금주 대인전이 끝나는 시점에 승률을 집계할 것이다. 만약 승률이 2학년들보다 더 높을 경우, 학년 전체에게 특별한 혜택이 부여된다. 수련에 도움이 되는 버프, 포인트 보너스 같은 것들 말이다.”
“……!”
“그러나 반대로 승률이 더 낮을 경우…….”
이수독의 입가에 점점 미소가 떠올랐지만, 눈은 여전히 매섭게 부릅뜬 채였다.
그것이 그를 평소보다 더욱 살벌하게 보이게 했다.
“……대회가 끝난 뒤, 부족한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우 특별한 커리큘럼을 준비할 것이다.”
“……!”
이것만으로도 동기부여로는 충분해 보였다.
학생들이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점수도 안 떨어지겠다, 선배님들한테 온 힘을 다해 들이받아 보는 게 ‘특별한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거기다 이수독이 지나가는 말처럼 덧붙였다.
“그리고 이것은 사족인데, 오늘 아침에 2학년 선생님들이 그러더군. ‘올해 1학년들은 황금 세대 소리까지 들으니 당연히 승률도 훨씬 높겠지요?’하고. 그래서 내기를 좀 했다.”
“……?”
“큰돈이 걸린 것은 아니지만, 지면 자존심이 제법 상할 것 같더군. 물론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교실 분위기가 더없이 싸늘하게 변했다.
* * *
수업을 마치고.
나는 늘상 그렇듯 고현우, 서예인과 아레나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며 서브 퀘스트를 불러내 본다.
[서브 퀘스트:7주 차 대인전](진행 중….)▷목표:대인전 3회 완료 (-/3회)
▷1학년 승률:-%
▷보상:달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이건 조금 널널한 편이기는 한데.’
3경기 중 2승만 챙기면 최고 보상이니까.
선배들과 붙는다는 점을 고려해서 난이도가 살짝 하향된 것이다.
하나 일반적인 서브 퀘스트와 다른 점이라면, 1학년 전체 승률도 보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작년도 기록을 상회하면 보너스가 추가되는 식이다.
‘이왕이면 3승 다 가져가는 게 낫겠지.’
학년 승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덧 아레나에 도착했다.
‘우선 슬롯부터 고쳐야겠다.’
[묘목]을 [까마귀 나무]로 업그레이드했기에 새로 등록하고, [왜곡]을 등록했던 자리를 새로 익힌 [빙백탄]으로 대체한다.왜곡은 여분의 목숨 수준으로 막강한 생존력을 보장하지만, 대회는 목숨 걸고 싸우는 전투가 아니다.
쿨타임이 하루나 돼서 효용성이 더욱 떨어지고.
그렇게 완성된 슬롯은 다음과 같았다.
[슬롯(10/10)]▷스킬:복사, 윈드포스(C), 나선폭발(C), 공멸안(C), 유령무영, 빙백탄(C)
▷특성:코어(C+), 만독불침
▷장비:뿌리 깊은 까마귀 나무(C+), 먹구름 푹신푹신 팔찌(C)
‘이제 매칭을 잡아 보실까.’
나는 단말기에 학생증을 스캔했다.
서예인은 웬 2학년 선배와 매칭이 잡혀서 벌써 입장한 상태.
다음으로 스코어보드에 이름 두 개가 떠올랐다.
[고현우 vs 제갈소소]고현우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이런 기연이……! 제갈 선배님의 검을 견식할 수 있겠구려.”
“전에 보니까 잘 싸우시더라. 배우는 게 많을 거다.”
“이를 말이오? 다녀오리다.”
그리고 날듯이 가벼운 걸음으로 순간이동 포탈에 올랐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홍연화도 대기하고 있었는데, 나를 발견하자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인사를 건넨다.
“아, 안녕……?”
“안녕. 컨디션은 좀 어떻냐.”
“조, 좋아!”
곧바로 답하는 홍연화.
살짝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나름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누가 상대라도, 어떤 선배가 나오더라도 이길 수 있을 것처럼.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뒤이어 스코어보드에 떠오른 이름은.
[홍연화 vs 당규영]“…….”
홍연화가 삽시간에 울상이 돼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나 어떡하지? 대신 싸워 주면 안 돼?’하고 묻는 것 같다.
나로서는 응원 말고는 해 줄 말이 없었다.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해 봐. 파이팅.”
“으응……. 화, 파이팅…….”
홍연화의 발걸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무거웠다.
그렇게 빨간 머리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매칭도 잡혔다.
‘저 선배님을 여기서 보네.’
[김 호 vs 막대웅]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