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7주 차 하극상 (2)
막대웅.
검술 동아리, 흑도 파벌에 소속된 2학년 선배다.
흑사방 건으로 마찰을 빚었을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으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는 사공욱 패거리를 시켜 나를 쓱싹하려 들었다.
물론 두 시도 모두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
시간이 꽤 지난 터라 악감정이 어느 정도 희석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바로 몇 주 전 경매에서 본바로는 여전히 뒤끝이 남은 듯했다.
‘이 기회에 시원하게 풀고 가야지.’
일대일로 붙다 보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테니까.
아니면 내 스트레스라도 시원하게 풀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순간이동 포탈에 올랐다.
다음 순간 눈앞에 광활한 대지가 펼쳐졌다.
넓어서 도망가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지형이 평평하고 장애물이 없는 건 다소 아쉽다.
곧이어 막대웅도 맞은편에 나타났다.
사이는 별로라도 선배는 선배라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 못하다. 그래도 운은 좋군. 첫 경기부터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막대웅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본래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손을 대는 것은 교칙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결투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는 가능하지만, 내가 받아들일 리가 없었기에 여태까지는 장무극-왕춘삼 살수 듀오나 사공욱 패거리를 사주했던 거고.
반면 지금은 정당한 규칙 아래에서 얄미운 하급생을 마음껏 두들겨 팰 수 있으니, 어찌 기껍지 않으랴.
나는 빙긋 웃으며 맞장구쳤다.
“운이 좋다는 말씀에는 동감입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선배님과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거든요.”
“이제와서 아양을 떤다고 통할 성싶으냐?”
“그럼 어떻게 해야 통하지요?”
막대웅이 더욱 사납게 웃으며 두꺼운 도를 뽑아 들었다.
– 스르릉,
“일단은 나를 즐겁게 해다오. 가능하면 오랫동안. 저항해도 좋고, 도망쳐도 좋다.”
“정말 그거면 됩니까?”
나는 반색을 하며 되물었다.
오랫동안 도망쳐도 된다니, 이렇게나 관대할 수가!
막대웅은 내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뜻밖이라는 듯 안면을 구겼다.
그러나 이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혹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겼는지 도를 어깨에 걸쳤다.
“……그래, 기권만 하지 마라. 나머지 대화는 끝난 뒤에 느긋하게 나눠 보도록 하지.”
흠씬 두들겨 팬 다음에 끌고 가겠다는 뜻.
다만 뜻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 탓!
경기가 시작되는 즉시 막대웅이 땅을 박찼다.
산적 같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 두꺼운 대도를 내리친다.
내가 슬쩍슬쩍 피할 때마다 곧바로 회수하여 이도, 삼도를 내지른다.
– 쐐애액!
‘확실히 실력은 있네.’
흑도 파벌에서 요직에 앉을 수준은 된다.
이대로라면 아마 3학년에는 더욱 입지를 넓혀서 간부 자리를 꿰찰지도 모르지.
물론 그건 2학년 기준이고.
이수독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
그리고 나는 이수독을 상대로도 유효타를 허용한 적이 없다.
– 쐐애액!
따라서 막대웅의 도는 연신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이쯤에서 시운전 한번 가야지.’
빙백탄을 익힌 건 지난주였지만, 서예인이 대련의 ‘ㄷ’자만 꺼내도 도망치는 탓에 연습은 훈련실 인형들을 상대로만 해야 했었다.
마침 좋은 연습 상대가 나타났는데 안 쓸 이유가 있나.
– 쐐애액!
또다시 휘둘러지는 도를 슬쩍 피하는 동시에, 나는 검지를 세워 막대웅을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 순간적으로 냉기가 서리고 그대로 발출된다.
“!!”
반사적으로 도를 기울여 방어하는 막대웅.
병장기와 지법이 충돌하면 깡! 하고 금속 때리는 소리가 나곤 하는데, 이 경우에는 효과음이 조금 달랐다.
– 펑!
적중한 부위에서 작은 얼음 폭발이 일어나며 막대웅이 냉기를 뒤집어썼다.
[막대웅 100%] [막대웅 99%]본래 지공이란 날카롭고 정확한 일격으로, 적의 주요 요혈이나 급소에 구멍을 뚫는 무공.
빙백탄 역시 기본적으로는 요혈을 노리지만, 절반쯤은 장법(杖法)의 특성도 갖고 있다.
북해빙궁의 대표적인 무공, 빙백신장(氷白神掌)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적중 시 폭발하듯 냉기가 퍼져 나가는 이유다.
‘막아도 막는 게 아니지.’
이래저래 냉기는 뒤집어쓰게 되니까.
그리고 그 효과는 칠윈드와 매우 비슷하다.
“놈……!”
막대웅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진 상태.
냉기의 영향을 제대로 받은 것이다.
‘거기다 냉기 증폭 효과까지 칠윈드랑 비슷하고.’
차이점이라면 칠윈드는 넓은 범위에 걸쳐서 시전되고, 빙백탄은 일 점으로 매우 좁다는 것.
상대방이 회피할 여지가 크지만 그만큼 위력이 훨씬 뛰어나다.
물론 막대웅도 2학년이 중에서도 실력자 축에 속하니, 디버프 대책을 하나쯤은 준비해 왔을 터였다.
역시나 강하게 기합을 주자,
“흡!”
그를 중심으로 옅은 기파가 퍼져나갔다.
느릿해졌던 움직임도 원래대로 돌아온 상태.
호신강기 계열 디버프 해제 스킬로, [정화]보다 살짝 급이 높을 거다.
쿨타임이 존재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지만.
‘그럼 다음 디버프는 못 풀겠지?’
[‘공멸안’을 시전합니다.] [대상에게 ‘중독(C)’ 상태이상이 적용됩니다.] [막대웅 98%] [막대웅 97%]막대웅이 두 눈을 부릅떴다.
“놈! 언제 하독을!”
“조심하셨어야죠, 선배님. 얼음이 차갑지 않습니까.”
“한독(寒毒) 계통 무공이었나.”
빙백탄에 중독 효과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공멸안은 그다음에 건 건데.
물론 착각해 주면 나야 고맙지.
[막대웅 96%] [막대웅 95%] [남은 시간 9:23]상대방에게 디버프를 건 이상 싸워 줄 이유도 없었다.
나는 빙글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고, 그런 나를 막대웅이 추격해 왔다.
“하독만 해 놓고 도망치는가!”
“도망쳐도 좋다면서요.”
자기가 허락했으면서 새삼스레.
내 마음 속에도 양심의 삼각형이란 게 존재했으나, 지금은 요만큼도 찔리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한소미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도둑걸음]의 한계가 드러났다.
최대한 속도를 내는데도 막대웅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만 간다.
픽스 존이라 랭크 자체는 동일하게 C랭크지만, 스킬의 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탓이다.
‘선생님들껄 못 가져온 게 아쉽네.’
제4 연구소 공략 당시, 이수독 또는 서청용의 이동 스킬을 복사할 기회가 있기는 했다.
A랭크에 보법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고.
‘근데 성향이 나랑 안 맞았지.’
가령 이수독은 패도적인 전진, 전진, 또 전진만 하는 보법.
백스텝을 밟거나 유동적으로 방향을 틀기에는 썩 좋지 않았다.
서청용은 보법 자체는 부드러웠지만 속도가 느긋해서 아쉬웠다.
‘별 수 있나.’
당분간은 있는 걸로 먹고 사는 수밖에.
그리고 좁혀진 거리는 다시 벌리면 그만이다.
막대웅이 다시 도를 휘두르려는 찰나, 나는 검지로 그를 가리켰다.
한 줄기 지공이 쏘아져 나가고, 도에 닿으며 폭발을 일으킨다.
– 펑!
또다시 냉기를 뒤집어쓴 막대웅.
이마가 꿈틀거리며 굵은 힘줄이 돋는다.
“……하나는 인정해 주마. 사람 열 받게 만드는 재주는 탁월하구나.”
“즐거우시죠?”
“그래, 아주!”
– 타앗!
막대웅이 호신강기로 디버프들을 해제하는 동시에,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마 보법 외에 보유하고 있던 회심의 이동 기술이겠지.
‘근데 그건 나도 있거든.’
– 스르륵…….
나는 유령무영으로 대응하며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막대웅은 잠시 제자리에 멈춰 섰는데, 회심의 한 수를 허무하게 날려 버린 게 충격적인 듯했다.
나는 그를 지켜보다가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
“선배님?”
“…….”
그리고 막대웅이 이쪽을 보는 순간 공멸안을 시전했다.
[대상에게 ‘풍화(C)’ 상태이상이 적용됩니다.] [막대웅 84%] [막대웅 83%]“계속 움직이셔야죠. 오랫동안 즐거우셔야 할 거 아닙니까.”
“이놈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쫓아오는 막대웅.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조금씩 거리가 좁혀져 온다.
그러다가 나는 또 몸을 돌려 검지를 뻗었다.
막대웅은 즉시 옆으로 보법을 밟았다.
“소용없다!”
빙백탄의 유일하면서도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바로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
막대웅도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2학년 실력자인데, 똑같은 수법에 3연속으로 당해 줄 리가 없었다.
‘당연히 그것도 계산했지.’
사실 나는 손가락질만 했을 뿐, 빙백탄을 시전한 적이 없다.
대신 시전한 것은 다른 스킬.
바로 윈드포스였다.
– 펑!
압축된 공기가 폭발하며 막대웅이 뒤로 쭉 밀려났다.
“속임수를……!”
“선배님, 벌써 즐거운 시간이 반이나 지나 버렸습니다. 남은 시간도 알차게 쓰시죠.”
“거기 서라—!”
막대웅이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채 나를 쫓아왔다.
* * *
한참이나 추격전이 이어지고.
경기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남은 시간 0:57] [김 호 100% vs 막대웅 63%]막대웅의 얼굴은 분노로 붉어지다 못해 푸르딩딩해진 상태.
반면 나는 멀쩡함 그 자체였다.
나는 막대웅에게 또다시 말을 걸어 보았다.
“선배님, 문득 궁금한 게 생겨서 그러는데 답변을 좀 주시지요.”
“득츠르(닥쳐라)…….”
이를 부득 갈며 답하는 막대웅.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할 말을 했다.
“솔직히 왜 이렇게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흑사방 문제는 쑈……. 제갈소소 선배님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았습니까?”
“발단은 흑사방이었지. 지금은 아니다.”
“그럼 지금은 뭐가 문제지요?”
그에 막대웅의 눈이 섬뜩한 기운을 머금었다.
“간단하다. 자존심 문제지. 너는 우리의 심기를 거슬렀고, 우리는 흑도의 방식으로 되갚아 주는 것뿐이다.”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이대로는 계속 그쪽 자존심만 상하지 않을까요?”
“흐흐……. 그건 두고 볼 일이겠지.”
막대웅은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나를 노려보며 씹어 뱉듯이 말했다.
“‘우리’는 네 생각보다 훨씬 집요하다. 조금의 빈틈을 드러내는 순간이 네가, 네 친구들이 당하는 순간이 되겠지. 그때가 되어서야 후회할 거다. 처음에 굽혔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여태까지 못 했던 게 새삼 가능해질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흑도 쪽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
적어도 막대웅과 동조하는 이들이 용살학원에 남아 있는 동안에는.
그렇다고 걱정이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치고 들어오면 여태까지 그래 왔듯, 신나게 두들겨 패서 돌려보내면 그만이겠지.
이윽고 남은 시간이 모두 소진되며 경기 결과가 출력되었다.
[김 호 Win vs 막대웅 Lose]나는 그때까지도 나를 노려보는 막대웅에게 고개를 까딱여 인사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기장을 나섰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