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27
427화 예선전 (2)
신병철 패거리로서는 베팅을 하는 고객이 많을수록 이득.
적게나마 수수료가 들어올 테니 말이다.
해서 우리가 내기를 수락하자 녀석은 훗 하고 웃었다.
“역시 피하지 않는군. 나를 쓰러뜨린 사나이답다.”
“병철아, 이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주지 않겠니?”
“알았어, 알았어.”
신병철은 두 손을 들어 보이더니, 무대 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조마다 여덟 명씩 본선에 진출할 거 아니야?”
“그렇지요?”
“그 여덟 중에 둘을 맞춰 보는 거지.”
“둘 다 맞아야 돼, 아니면 하나만 맞아도 돼?”
“당연히 하나만 맞아도 되지. 배당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전치기는 할걸?”
후보 둘을 골라 포인트를 걸고, 그들이 본선 진출에 성공할 시 배당률에 맞는 포인트를 반환받는다.
물론 실패하면 그대로 날리는 거고.
나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베팅 상한은?”
“한 명당 5천 포인트까지. 한 조당 최대 1만이지.”
“적당하네.”
“아유, 다 재밌자고 하는 건데. 지나치면 오히려 흥이 깨지거든. 그리고 모든 조에 최대치로 걸면 4만이야.”
확실히 무시 못할 액수다.
뻥튀기에 성공하면 10만 이상도 노려볼 수 있을 테고.
생각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이내 신병철이 두 손을 싹싹 비볐다.
“그래서, 누구한테 걸어 보실래요?”
“당 누님은 어때?”
우리는 동시에 당규영 쪽을 쳐다보았다.
그림자 방망이가 두 번째 희생양을 뚝딱뚝딱 두드리는 중이었다.
신병철이 입맛을 다시며 답했다.
“가능성은 높은데, 별로 재미없을걸.”
“많이들 걸었나 보네.”
“어. 올해는 유독 많더라고.”
“그렇구만.”
배당률을 들어 보니 안 하느니만 못한 수준이라, 그냥 다른 후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무대 곳곳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막 경기를 시작하려는 고현우를 발견했다.
“고현우는?”
“의외로 거는 사람이 많진 않아. 다른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야지.”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고현우지만, 유망주나 선도부급과 비교하면 다소 손색이 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나도 어느 정도는 거기 동감하고.
심지어 대회는 2, 3학년까지 포함이니, 더욱 순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픽스 존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지.’
유망주급을 이기면 이겼지 밀리지는 않을 터였다.
당장 지난 주 대인전만 해도 제갈소소한테 한 번 진 것 외에는 전승이었고.
충분히 걸어 볼 만하다.
그래도 더욱 확신을 얻어 둬서 나쁠 건 없었기에, 서예인에게 넌지시 물었다.
“행운의 나무늘보님, 고현우가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까요?”
“……몰라.”
고개를 갸웃하며 답하는 서예인.
하기야 아무리 복덩이라도 미래 예지는 무리한 요구겠지.
한편으로는 질문을 바꿔 보면 다른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현우한테 걸면 가난한 김호가 될까요?”
“…….”
서예인은 고개를 반대쪽으로 갸웃했다가, 이내 도리도리 저었다.
우리는 신병철에게 한마디씩 했다.
“고현우한테 5천.”
“5천.”
“오케이, 접수. 또 한 명은?”
두 번째 후보는 복덩이에게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
무대를 정중히 손짓으로 가리킨다.
“골라 보시지요.”
“…….”
회색빛 눈동자가 느릿하게 무대를 훑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한 곳에 고정되길래, 나도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곳에는 마구 화살을 난사하는 차현주가 있었다.
“차현주가 본선에 진출할 것 같다?”
“……아마.”
“본인 희망 사항 아닌가요?”
“……조금.”
이전에 근소한 차이로 판정패했으니, 그 설욕전을 하고 싶겠지.
나도 내심 기대하는 매치업이고.
“아무튼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 말이지요?”
“이 말이에요.”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린 뒤 신병철에게 물었다.
“차현주 배당은 어때?”
“고현우랑 비슷하네.”
“유망주인데도?”
“그렇기는 한데, 너도 알다시피 쟤 평판이 좀 별로잖아. 그, 아주 유명한, 그……. 미친년?”
“솔직히 그건 맞지.”
광견병 걸린 치와와마냥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성격.
감정의 기복이 심하면 실력도 들쭉날쭉하게 마련이라, 베팅하는 입장에서는 썩 좋은 선택이 아니다.
또한 차현주는 1학기 중간고사까지 주 무기인 활 대신 단검을 사용했었다.
때문에 처음부터 제 실력을 내보였던 유망주들보다 명성이 부족할 터였다.
물론 우리로서는 배당이 높으면 오히려 좋았다.
“차현주한테도 5천 넣을게.”
“5천.”
그러자 신병철은 만면에 웃음을 떠올렸다.
앉은 자리에서 2만 포인트어치 수수료가 들어온 셈이니까.
“두 분이 아주 화끈하시네, 죽도 척척 잘 맞으시고. 고맙수다.”
“자네는 어디 걸었는가?”
수수료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으니 어디 베팅을 했을 텐데.
신병철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흐흐……. 숨겨진 다크호스가 있었지. 미리 물어봤으면 알려 줬을 테지만 이미 늦었다네.”
“그게 누군데?”
“저길 봐라.”
시키는 대로 원형 투기장 하나를 쳐다보니, 남학생 하나가 막 순간이동 포탈을 타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2학년으로 짐작되며 양 손에는 도끼를 한 자루씩 든 상태.
신병철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는 형님이거든.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시는데, 이번에는 실력 발휘 좀 하신대.”
“배당률도 엄청 높겠네.”
“그럼, 심지어 거의 독식 수준이지.”
이내 맞은편 순간이동 포탈을 통해 고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병철이 움찔해선 눈을 치켜떴다.
“아이고, 어떻게 매칭이.”
“신병철 씨, 해명하시죠. 우리를 이용한 겁니까?”
“아니, 나도 몰랐지.”
설마하니 베팅한 후보들끼리 맞붙게 될 줄은.
신병철이 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였다.
“아무튼 그, 미안하게 됐다. 그래도 1패까지는 괜찮을 거야.”
이후 경기들을 전부 이긴다면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으니까.
그러나 몇 분 뒤, 신병철은 더는 미안하지 않게 되었다.
고현우가 쌍도끼 선배를 꺾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압도적으로.
“아니! 내 다크호스가!”
“1패까지는 괜찮아.”
나는 가만히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그러나 신병철과 쌍도끼 선배의 수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상대로 차현주가 잡힌 것이다.
신병철은 경악에 빠져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게 말이 돼? 이게?”
“모르지, 아는 형님이 이길지.”
“어, 그렇네 그것도. 형님, 보여 주십쇼!”
신병철은 심호흡을 한 뒤 기도에 들어갔다.
두 손을 얼마나 꽉 쥐었는지 손에 피가 안 통할 지경이었다.
그 기도가 통한 걸까.
아는 형님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더니, 쌍도끼를 번갈아 휘두르며 차현주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신병철의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
“좋았어! 잘한다! 끝장을 내 버리란 말이야!”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쌍도끼 선배의 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계속 물러나기만 하던 차현주가 인상을 팍 쓰더니 스킬을 시전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원형 투기장 반대편으로 이동한 다음, 상대방에게 화살 세례를 마구 쏟아부었다.
신병철이 절규하듯 외쳤다.
“형니임!! 안 돼!!”
5천 포인트가 증발하는 순간이었다.
* * *
1조 예선은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당규영은 전승으로 가볍게 본선 진출.
고현우와 차현주도 중간에 강적을 만나 1패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본선 자격을 얻어 냈다.
이외에는 선도부 조벽, 2, 3학년 선도부원이나 부장급 등이었다.
반면 쌍도끼 선배 및 또다른 다크호스는 그대로 광탈한 상태.
1만 포인트를 날린 탓에 신병철의 텐션은 급격히 축 처져 버렸다.
그가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너네 2조였지?”
“어. 이제 내려가려고.”
“베팅은 누구한테 하게?”
2조에 어떤 실력자가 있는지는 굳이 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사람한테 걸 생각도 없었으니까.
서예인과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답한다.
“얘랑 나한테 5천씩.”
“나도.”
똑같이 그 말을 받는 서예인.
신병철이 감탄사를 흘렸다.
“오~ 자신 있으신가 봐?”
“본선쯤이야. 너도 우리한테 걸든가.”
“그럴까?”
내 실력은 2학기에 들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는 터라,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다.
그만큼 배당률이 높을 테고.
서예인의 입지는 고현우와 비슷한 편으로, 유망주급보다 살짝 떨어진다.
우리 둘 중 누구를 선택하든 배당률은 훌륭하고, 실력 역시 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다.
포인트 불리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신병철은 짧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래, 나도 5천씩 걸어본다. 잘 좀 부탁합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으시게.”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뒤, 서예인과 함께 무대로 향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대기열이 점차 줄어들더니,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순간이동 마법진에 올라 원형 투기장에 들어선다.
거의 동시에 맞은편에서도 남학생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가 크고 깡마른 체구를 했으며, 넥타이에는 2학년을 나타내는 은빛 핀, 허리춤에는 장검 한 자루를 찼다.
[김 호 vs 남궁창천]‘……쉽지 않겠는데.’
마주하는 즉시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 내가 만나 본 검수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또한 남궁 씨라면 직계든 방계든 체계적인 검술을 연마했을 터.
전반적인 스킬/특성 빌드 역시 매우 탄탄할 게 분명했다.
‘어떤 면에서는 송천기 선배 이상.’
거의 결승전쯤에서 만날 상대를 예선 첫 경기에서 만난 것이다.
‘그냥 기권해 버려?’
실력을 숨기려고 본선에 올라가자마자 기권하려는 건데, 여기서 실력을 보이면 무슨 소용인가.
그럴 바에는 기권하고 빠르게 다음 경기로 넘어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1패를 해도 본선 진출에는 지장이 없을 테고.
그런데 그때, 남궁창천이 나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는군. 할까, 말까.”
“…….”
“그런데 그게 자신감이 부족해서는 아닌 듯해. 오히려 나 따위는 언제든지 쓰러뜨릴 수 있고……. 다른 것들을 따져 보는 듯하군.”
나름 예리한 추측이었다.
남궁창천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나는 남과 겨뤄 본 지가 상당히 오래 되었네. 나조차도 내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어서, 그것을 확인해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섰지. 자네가 그것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내 부탁을 들어주겠나?”
‘부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면, 단순한 예선전 경기는 아니게 된 셈이다.
수락하느냐, 거절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런 실력자와는 첫 단추를 잘 끼워 두는 편이 이득이었다.
해서 나는 얼마간 고민하다가 답했다.
“몇 가지 조건을 걸겠습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