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상남자 배틀
앞으로 내달리는 와중, 고현우는 금빛 주술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검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든다.
조벽이 그것을 보고 빠르게 판단했다.
‘회피는 하책.’
지금은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전진할 때였다.
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하자 검기가 어깨를 얕게 베고 지나갔다.
[조 벽 100%] [조 벽 99%]동시에 조벽 또한 주먹을 앞으로 내뻗고 있었다.
고현우는 마치 거대한 바윗덩이가 짓쳐 오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그러나 상대가 그랬듯, 피하는 대신 마주 검을 휘둘렀다.
[고현우 98%]곧이어 두 사람은 닿을 듯 가까워진 상태에서 공방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고현우는 또다시 날아오는 주먹을 향해, 칼날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올려쳤다.
주먹이 살짝 비껴 나감과 동시에 검기가 조벽의 팔목을 훑는다.
그러나 다음 순간 고현우는 반대쪽 허벅지에 묵직한 충격을 느꼈다.
조벽이 주먹을 회수하면서 절묘하게 로우킥을 날린 것이다.
그럼에도 고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렀다.
칼날과 주먹이 교차하고 검기와 권풍이 충돌한다.
그에 양측의 체력 게이지는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고현우 96%] [고현우 93%] [고현우 90%] [조 벽 96%] [조 벽 94%] [조 벽 91%]– 와아아아아—!!
기대 이상의 격전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서청용이 해설을 덧붙였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양측 체력 90% 이하입니다! 이대로라면 생각보다 단기전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형세 자체는 비등비등하군요.”
“그렇습니다! 그간 고현우 선수의 기량이 많이 올라갔나 봅니다!”
그점은 고현우 본인이 가장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조벽의 공격을 받아 내며 생각했다.
‘여전히 바위 같은 사내로군. 허나 전처럼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배치 고사 당시에는 철검이 파괴된 시점에서 기권을 선언했으나, 실상 그때도 여분의 철검은 갖고 있었다.
문제는 새 검을 뽑아들더라도 전투를 재개할 수가 없었다는 점.
[청류]를 시전하며 내력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반면 조벽은 자신의 절기를 받고도 멀쩡했기에, 결과에 승복하고 기권을 선언했던 것이다.
‘허나 이제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당시 고현우의 [코어]는 E랭크로, 1학년에서도 하위권에 속했다.
그러나 그는 여태까지 특수연공실을 하루도 빠짐없이 드나들며 마나를 쌓고, 김호가 구해다 주는 각종 영약들까지 흡수했다.
덕분에 이제는 무려 B랭크.
픽스 존 규칙으로 한 단계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내공이 부족할 일은 없다.
‘실력도 마찬가지.’
흑사방에서 구한 달마상.
그 안에 담긴 심득을 체화하여 검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김호가 틈틈이 걸어 주는 고행 퀘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한소미와 하루가 멀다 하고 대련을 하며 실전 경험까지 쌓았다.
‘승리를 점치기에는 충분한 조건.’
– 스윽—
고현우의 검이 일자로 천천히 그어졌다.
반면 주변을 감돌던 바람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폭풍처럼 적을 향해 몰아쳤다.
– 쐐쐐쐐쐐!
그에 조벽의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며 잔상을 만들어 냈다.
잔상들이 일제히 주먹을 뻗으며 검기를 상쇄시킨다.
– 퍼퍼퍼펑!
[고현우 77%]vs
[조 벽 76%]두 사람은 아주 잠깐 소강 상태에 이르렀다가, 다시 서로를 향해 짓쳐 들었다.
지켜보던 이수독과 서청용이 한마디씩 했다.
“절기를 하나씩 꺼내는군요.”
“조금이라도 우위를 가져가고 싶은 거겠죠! 그래도 아직은 백중세입니다!”
한편, 갈대밭 한구석에는 초록빛이 모여들며 구체가 생성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고현우와 조벽은 그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선언한 대로 힐링 오브를 무시하는 것이다.
조벽이 검기와 검기 사이를 파고들며 말했다.
“강해졌군, 전보다도 더.”
“과찬의 말씀이오.”
고현우가 주먹을 슬쩍 옆으로 흘리며 답했다.
언제부터인지 두 사람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내 조벽이 입매를 굳혔다.
“지금부터는 나도 모든 것을 내보이겠다.”
본래 절초 몇 개는 본선이 조금 더 진행되고, 2, 3학년 선배들을 상대로 쓸 심산이었다.
그러나 조벽은 인정했다.
실력을 감춰서는 결코 눈앞의 상대에게서 승리를 거둘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맞부딪힐 가치가 있음을.
“가겠다.”
“언제든지.”
이윽고 조벽은 기세를 잔뜩 끌어올린 후, 바닥을 걷어차며 쏘아져 나갔다.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 그대로 내뻗는다.
방금 전까지 나눴던 공방에 비하면 단순하기 그지없던 공격.
그러나 고현우는 자그맣던 주먹이 점점 커져서 시야를 가득 메우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굉장한 강격(強擊)이로군.’
단순무식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효과적이었다.
어떤 수로 대응하든 손해를 볼 듯했다.
그나마 손해가 적은 건 몸을 피하는 것.
하지만 막 보법을 밟으려던 순간, 그의 뇌리에 어젯밤 보았던 광경들이 스쳤다.
검후의 가르침, 시연하는 김호, 부드럽게 맞닿아 움직이는 검과 스태프.
아직까지는 깨달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에, 실전에서 써 보지는 못했다.
‘허나 지금이라면…….’
고현우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자신의 검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금빛 주술검에는 어느샌가 부드러운 바람이 감겨 들고 있었다.
– 휘이잉—
‘흐름과 흐름은 상충하기 전에 합쳐지는 법이라…….’
[순류(順流)]다음 순간 막대한 힘이 담긴 권격이 칼날에 와서 닿았다.
고현우가 천천히 주술검을 옆으로 뻗자, 그것을 따라 권격의 방향도 틀어졌다.
– 콰아아앙—!
갈대밭 한 켠이 초토화되었으나,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공방을 교환하는 중이었다.
“이화접목의 묘리인가.”
“보다시피 완전하지는 못하오.”
[고현우 70%]vs
[조 벽 75%]흘리는 와중 충격이 일부 전해져셔, 체력이 살짝 깎인 것이다.
“충분히 훌륭한 대응이었다. 계속 가지.”
곧이어 조벽의 신형이 흔들리더니,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잔산들을 그려 냈다.
잔상들은 계속해서 수를 늘리며 고현우를 에워싼 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격해 왔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주먹, 손, 팔꿈치, 발길질, 무릎.
그러나 그것들이 적중하기 직전, 고현우의 몸이 흐릿하게 변했다.
유령무영을 펼친 것이다.
– 스르륵…….
흐릿한 신형은 얼마간 잔상들 사이를 춤추듯 누비는 듯했다.
그러다가 돌연 검광이 번뜩이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고현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조 벽 75%] [조 벽 67%]vs
[고현우 68%]“…….”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리는 조벽.
한 수를 숨겨두고 있었던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곧바로 빠져나오지 않고 그 자리에 잠깐 머무른 이유는, 본체를 찾아 일검을 먹이기 위함이었을 테지.
“…….”
“…….”
이윽고 고현우와 조벽은 천천히 등을 돌려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무언의 합의에 이르렀다.
‘승부수.’
두 사람이 기세를 잔뜩 끌어올렸다.
조벽의 곰 같은 거체가 날렵하게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그의 손은 수십 개로 늘어난 듯 잔상을 그리고 있었다.
뒤이어 거대한 내력의 손바닥과 주먹들이 고현우를 향해 마구 떨어져 내렸다.
– 콰콰콰콰—!
반면 고현우의 검은 시종일관 느릿하고 여유롭게 움직였다.
주변을 감도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그러나 바람은 거칠지만 않을 뿐, 육안으로도 흐름이 보일 정도로 막대한 내력을 담고 있었다.
뒤이어 그 모든 바람이 칼날에 집중되었고, 상대방을 향해 휘둘러졌다.
– 번쩍!
어느새 조벽은 갈대밭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방금 봤던 초식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청류(淸流).”
“바로 그렇소.”
“너와 싸우게 되어 기뻤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오.”
조벽의 무덤덤한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스쳤다.
그는 그 상태로 천천히 옆으로 넘어갔다.
“내가 졌다. 다음에 또…….”
“하하, 그 또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라오.”
고현우 역시 시야가 제멋대로 옆으로 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어디선가 퍼석하는 소리가 났다.
슬쩍 그쪽으로 눈만 돌려 보니, 금빛 칼날이 쩍쩍 갈라지며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주술검의 내구도가 다한 것이다.
‘잘 썼군, 고마웠다.’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을 마지막으로, 고현우의 의식이 까맣게 흐려졌다.
* * *
이수독과 서청용이 경기 결과를 입에 담았다.
“양패구상이군요.”
“그렇습니다! 이번 대회 첫 무승부가 나왔네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고요.”
[고현우 Draw]vs
[조 벽 Draw]“규칙에 따르면 32강 무승부는 재경기를 치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좋은 경기 보여준 두 선수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 짝짝짝짝-!
아레나는 한동안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로 가득했다.
그만큼 고현우와 조벽의 경기가 감명 깊었다는 뜻이리라.
어느 정도 박수가 잦아들자, 서청용이 다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럼 오늘의 마지막 경기입니다! 참가자분들 준비해 주세요!”
[이성현 vs 홍연화]이성현과 홍연화는 각자 마지막 점검 시간을 갖고, 순간이동 포탈에 올랐다.
그리고 폐허가 된 고성에 나타났다.
홍연화는 맞은편을 보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워 올렸다.
‘쟤는 왜 저래?’
이성현이 무언가에 깊이 감동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감동을 받은 게 맞았다.
바로 전 고현우와 조벽의 경기를 보고.
‘그토록 사나이답고 뜨거운 경기가 있을 줄이야……!’
힐링 오브조차 취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정 맞붙기만 하다니!
그러나 곧 자신의 경기가 시작될 터라, 이성현은 심호흡을 해 마음을 가라앉혔다.
다만 이것만은 해야겠다 싶었기에, 맞은편의 홍연화에게 선언했다.
“나 역시 힐링 오브를 취하지 않겠다.”
왜 저러는지는 슬슬 홍연화도 감이 왔다.
아마 전 경기를 보고 따라하고 싶은 거겠지.
물론 순순히 거기에 응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먹을 건데? 힐링 오브.”
누구 좋으라고 정면승부를 해 줘?
자신은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
심지어 포대형 마법사다.
일대일은 무조건 피하는 게 맞다.
그에 이성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응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그저 나 자신에게 제약을 걸 뿐이다.”
“그래?”
홍연화의 눈썹이 반짝 치켜 올라갔다.
본선전에서 그런 고마운 짓을 해준다니.
자신도 나름대로 감사를 표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사나이다운 뜨거움은 없어도, 뜨거운 화염 마법 정도는 쓸 수 있으니까.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