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혈풍?검
교장실.
나는 검후와 교장에게 방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암영대주와 어떤 문답을 주고받았는지, 혈교의 목표는 무엇인지.
단, 칼 얘기는 제외하고.
‘아직은 시기상조야.’
‘혈교에서 칼을 찾고 있대요! 그런데 제 친구한테 그 칼이 있는 거 같아요!’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당장 교직원들이 고현우를 찾아가서 사문의 신물을 압수하고, 조사에 들어갈 것이다.
거기서 혈교와의 직ˑ간접적인 연결고리가 발견되면 신물은 영영 못 찾게 될 테고, 고현우의 학교 생활까지 위태로워질 거다.
아무리 결백하고 일이 잘 풀리더라도 한참 조사를 받는 건 기정사실.
그전에 고현우 본인과 상의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
따라서 나는 ‘암영대주가 바람 계통 무공을 익힌 자들을 찾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끊었다.
교장이 미간을 찡그렸다.
“풍계(風系) 무공이라…… 너도 그거 때문에 불러냈나 보네?”
“네, 제 주력도 바람 마법이고, 고현우랑도 친하니까요.”
“뭐에 쓰려는 건지는 들었냐?”
“못 들었습니다.”
“쩝, 역시 그렇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교장.
삼류 악당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가 목표를 하나부터 열까지 프레젠테이션 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한편 검후는 가자미눈을 뜨고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물었다.
“너, 우리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
“필요한 건 다 말씀드린 것 같아요.”
나는 태연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답했다.
필요한 건 다 말했지.
칼 얘기는 불필요하고.
거짓말은 안 했다.
여전히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검후였으나, 교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무튼 혈교 쪽은 정리된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래.”
환마와 암영대주는 혈교의 주요 전력.
둘을 보낸 것만 해도 엄청난 투자다.
장로급 고수가 하나 더 남았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보다 낮은 수준의 잔당이라면 진작 교직원들의 경계망에 걸려들었을 터.
요행히 걸려들지 않은 놈들이 있더라도, 그들 윗선의 고수가 실패한 마당에 남아봤자 뭘 어쩌겠는가.
바로 던전섬을 뜨는 게 상책이겠지.
“이제 마녀만 걱정하면 되겠네요.”
“언제까지 얘한테 붙어 있어야 돼?”
“며칠만 더 고생해 주십쇼.”
“그랬는데 안 나오면?”
“그럼 며칠만 더요.”
“야잇.”
얼굴 가득 불만을 드러내는 검후.
교장이 내쪽에 눈짓했다.
“오늘 보셨잖습니까. 지킬 가치가 있다니까요.”
“……하필이면 저런 놈이 군주야. 알았어.”
어느 정도 결론이 났기에 교장이 자리를 정리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여기까지 합시다. 김호 너도 고생 많았다. 들어가서 쉬어.”
“예, 선생님.”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계획을 실현하기에 알맞은 타이밍.
나는 교장실을 나서기 직전, 뒤늦게 떠오른 게 있다는 듯 도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까 거래하는 척하면서 영약을 좀 받았는데요, 제가 가져도 됩니까?”
“엉? 뭐, 그 정도는 상관없지.”
“감사합니다.”
어물쩍 넘어가기, 성공.
나는 검후가 뭐라 말하기 전에 잽싸게 문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 * *
교장실을 나선 다음에는 곧바로 고현우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푹 한숨을 내쉬었다.
“김 형에게 또 심려를 끼쳤구려. 거듭 면목이 없소.”
“네 잘못은 아니지.”
고현우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쳐들어온 놈들이 나쁜 거지.
그리고 신물과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놈들과 충돌했을 거다.
마녀와 혈교는 보이는 족족 때려잡을 생각이니 말이다.
나는 진지한 태도로 덧붙였다.
“가능하면 네쪽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
“으음…….”
“정 안 되겠으면 어쩔 수 없고. 너무 부담 갖지는 마라.”
“…….”
고현우는 한동안 침음하며 고민하다가, 어렵사리 입을 뗐다.
“……사부께서 외인에게는 일체의 언급을 피하도록 당부하셨으나,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왔는데 마냥 고집을 부려선 안 되겠지. 김 형은 완전히 외인이라고 볼 수도 없고 말이오.”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물심 양면으로 어마어마한 도움을 주었으며, 고행 퀘스트라는 비전까지 공유하고 있으니.
사실상 제2의 사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고현우는 잠시 기억을 되짚는 듯하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오. 사부와 본인이 기거하는 모옥에 한 사내가 찾아온 적이 있었지. 피처럼 붉은 무복을 입은 자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혈교의 사자가 아니었나 싶소.”
“옷차림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지만 가능성은 있지.”
“그렇소. 이후에는 같은 일이 없었소. 단지 사부께서 종종 ‘손님이 왔다’며 자리를 비우곤 하셨지.”
“그건 좀 수상하네. 손님이 왔는데 제자 소개도 안 시켜 줘?”
“본인도 그리 생각하오. 자리를 비우신 것도 불청객을 쫓기 위함이었을 거요.”
혹은 그자리에 파묻어 버렸거나.
고현우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황상 그들 역시 같은 집단, 아마 혈교였을 것으로 짐작하는데, 사부는 본인이 그들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나 보오. 혈교에 관해서도 결코 좋은 소리를 하신 적이 없고 말이오.”
“그렇구만.”
듣자 하니 얘 사부는 혈교의 전대 장로쯤 되는 모양이다.
자세한 정체는 언젠가 알아봐야겠지만,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사부라는 자도, 고현우도 혈교에 적대적이라는 점이겠지.
“이 얘기는 비밀로 하자. 적어도 우리 힘으로 감당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김 형을 믿겠소.”
다음으로 고현우의 인벤토리에서 길쭉한 꾸러미가 나왔다.
칭칭 감아 놓은 쇠사슬을 풀고 천을 걷어내자, 검은 광택을 뿌리는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고현우가 물었다.
“짚이는 것이 있소?”
“아니, 완전 처음 봐.”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혈교 및 마교의 이름난 검들도 전부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암영대주와 대화를 나누며 약간의 의구심을 품었었다.
혹시 고현우의 신물이 그 중 하나는 아닐까?
거기다 바람이라는 키워드를 조합하면, 혈교주에게 대대로 계승되는 마검, 혈풍검일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에 놓인 것은,
‘혈풍검 아닌데?’
심지어 내 기억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온전히 이 게임 속 세상의 아이템이라는 뜻.
자세한 건 뽑아 봐야 알겠지만, 얼핏 봐도 혈풍검 이상의 보검으로 짐작된다.
거기다가 주인을 가리는 ‘에고 소드’의 특성까지 가진 것으로 보아,
‘최소 S급. 어쩌면 그 이상.’
이제 보니 혈교에서 장로를 둘이나 보낼 만도 했네.
고현우가 설명을 덧붙였다.
“실상 본인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소. 그마저도 스승께 들었을 따름이지. 하나는 종종 언급했듯이, 자격을 갖춘 자만이 이 검을 다룰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자격이 안 되면 다루기는커녕 뽑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흑사방 공략 당시, 고현우는 이 검을 검집째로 들어서 백사의 절초를 막아냈었다.
그것만으로도 막대한 내상을 입었었고.
지금 뽑았다간 곧바로 피를 토하면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해서 나는 가볍게 턱을 까딱였다.
“그렇구만. 다음은?”
“검을 다루는 것을 넘어 완전한 합일을 이룰 수만 있다면……. 능히 바람의 신이 될 수 있다고 하셨소.”
“광오하네.”
“본인도 그리 생각하오. 허나 의심은 하지 않소.”
“사실 나도 그렇다고 봐.”
S급 이상의 보검과 합일을 이룬다는 건, 사용자 또한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갖춘다는 뜻.
검이 없어도 살아있는 자연재해 수준일 거다.
이윽고 나는 전부터 궁금했었던, 그리고 오늘의 대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자격은 언제부터 생긴대?”
“초절정 초입부터 도전할 수 있다고 하더이다.”
초절정 초입은 [코어] A랭크.
어느 정도는 신물에 담겨 있는 막대한 기운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래 봤자 ‘도전할 자격’이 생기는 것뿐이고, 다룰 수 있게 되려면 한참 더 노력해야겠지만 말이다.
고현우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때가 오면 김 형도 참관해 주었으면 하오.”
“괜찮냐?”
대개 신물의 인정을 받는 건 계승자 본인이 홀로 감내해야 한다.
제삼자가 관여하는 건 대단히 무례한 짓.
그래서 나도 여태까지는 궁금함을 참았고, 간혹 언급을 하더라도 조심스러웠던 거다.
고현우는 흔쾌히 답했다.
“상관없소. 조금 전 말했다시피, 김 형은 완전히 외인이라고 볼 수도 없으니 말이오.”
“그래 주면 나야 좋지.”
“때가 되면 말하리다.”
* * *
혈교 잔당을 때려잡았다는 소식은 하룻밤 새에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용살학원 입장에서도 흔들리던 신뢰를 굳건하게 다질 기회라, 공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아레나에는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중계석의 서청용 역시 그 소식이 달가운 듯, 평소보다 텐션이 높아 보였다.
이수독은 그 반대였는데, 암영대주씩이나 되는 마두를 직접 썰어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듯했다.
서청용이 옆을 흘긋 보더니, 쓴웃음을 흘리며 마이크를 잡았다.
“자! 8강 첫 번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 분들 준비해 주세요!”
스코어보드에 떠오르는 이름 두 개.
[당규영 vs 남궁창천]고현우가 심각한 얼굴로 무대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당 선배님이라도 이번 경기는 고전하겠구려.”
“아마 그렇겠지.”
나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남궁창천은 우승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신성.
심지어는 송천기보다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주류다.
대강 당규영의 승률을 점쳐 보자면 40% 미만.
‘그래도 모르지.’
덩굴 여왕 자리에 등록한 뀨영대주.
그걸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관건일 거다.
‘이어하기 가능?’
나는 슬쩍 볼을 긁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