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고갈 (3)
– 서—걱—!
고갈의 마녀는 살충제 맞은 파리마냥 비실비실 추락하면서도, 두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노려보았다.
“속였……구나!”
나도 똑같이 눈을 부릅뜬 채, 똑같은 어조로 답했다.
“속았……구나! 그걸 속냐?”
“이, 이이노옴이이……!”
고갈의 마녀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몸을 덜덜 떨었다.
이내 무언가 각오를 다진 듯, 이를 부서져라 악문다.
다음 순간 그녀에게서 막대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 콰아아아아—!
떨어져 내리던 마녀의 몸이 다시 허공으로 떠올랐다.
반죽음 상태에서 원래대로 회복된 것은 물론, 이전보다 더욱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겉보기엔 그렇지.’
내면은 빠르게 붕괴되는 중일 거다.
어차피 살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감동해서 눈가를 훔쳤다.
‘마지막이라고 선물을 또 주시네.’
대체 얼마나 더 퍼 줄 생각이란 말인가.
방금 고갈의 마녀가 쓴 것은 내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스킬.
랭크도 높고, 고유 스킬도 아니라 복사하기 딱 좋다.
다만 슬롯이 부족하니 먼저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고정핀’을 사용합니다.] [‘이화접목(S)’을 고정합니다.] [‘복사-스킬’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스킬 ‘벤데타(S)’를 슬롯에 등록합니다.] [스킬]▷이화접목(S)
▷복사 – 스킬[4/4]
1. 깃털걸음(B+)
2. 파괴돌풍(C+)
3. 아이스 월(B)
4. 벤데타(S)
벤데타(Vendetta)의 효과는 크게 둘.
1번 효과는 현재 체력을 40% 소모하여, 지속 시간 동안 모든 스킬/특성의 랭크에 보너스를 붙이는 것.
현재 체력이 100일 때 40은 아무래도 수지가 안 맞지만,
현재 체력이 20가량으로 다 죽어 가는 마당이라면 8쯤 지불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게 위기를 벗어나거나 전세를 뒤집으면 남는 장사 아닌가.
그리고 2번 효과는 입었던 피해에 비례해, 추가로 스킬/특성에 보너스를 붙이는 것.
여태까지 신나게 두들겨 맞았으니, 고갈의 마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스펙 보너스를 받았을 터였다.
마녀는 손에 칠흑빛 기운을 그러모으더니, 그대로 검후를 후려쳤다.
– 콰아앙—!
“……!”
예상을 뛰어넘는 파괴력에 검후의 신형이 저만치 날아갔다.
고갈의 마녀는 같은 방식으로 교장까지 날려 버린 후,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내 쪽으로 쇄도했다.
“네놈은— 네놈만은—!”
암영대주가 그랬듯이, 이왕 가는 길에 나도 길동무로 데려가려나 보다.
즉시 내 주위에 모여드는 교직원들과 학부모들.
근접 클래스들이 방진을 형성하고, 마법사들이 방어막을 겹겹이 덧씌운다.
다음 순간 마녀의 공격이 날아와 꽂혔다.
– 콰앙—!
방어막이 단숨에 산산이 부서지고, 가드들이 와르르 나가떨어졌다.
홍 씨와 송 씨네 아버님도 오래 버티지 못할 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짐짓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뭘 자꾸 데려가려 그래, 안 간다니까?”
언데드도 길동무도 싫다니까?
세계 평화를 이룩한 다음, 욕심쟁이답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오래오래 살 생각이다.
내 태도가 더욱 화를 북돋웠는지, 고갈의 마녀의 안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또다시 검은 기운을 그러모으려는데,
– 콰앙—!
검후가 득달같이 달려와서 그녀를 뻥 걷어찼다.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아무리 막대한 버프를 받았어도 상대는 S랭크.
한 번 걷어 내는 걸로 끝날 리가 없었다.
“……!”
고갈의 마녀는 포물선을 그리며 훨훨 날아가다가 허공에 정지했다.
그리고 분노로 씩씩 숨을 몰아쉬던 도중, 문득 밝은 황금빛이 내리쬐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교장이 초거대 성검을 거꾸로 쥐고 있었다.
“나도 있거든.”
성검이 황금빛 기둥으로 화하며 내리꽂혔다.
– 콰아아아아—!
드디어 한계에 달했는지, 마녀의 온몸이 부스러지며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 내가…… 이렇게……!”
“원래 가는 길은 허망한 법이라네. 부패한테 안부 전해 주고. 요리 연습 좀 하라 그러고.”
“……!”
고갈의 마녀는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으나, 마지막 단말마를 내뱉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좀 아쉽네.’
그림자가 남았으면 추출했을 텐데.
내심 별명도 정해 놨었다.
이름하여 뀨갈의 마녀.
이젠 놓아주는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물론 뀨림자를 제외하고라도 정산할 것은 많고도 많았다.
내 시야 한켠에는 알림 메시지가 출력되고 있었다.
[메인 퀘스트 3](완료) [정산을 시작합니다.]본래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는 것은 혈교 장로들과 마녀가 던전섬을 한 차례 헤집어 놓은 뒤였어야 한다.
아마 강탈당한 신물을 도로 되찾거나, 점거된 던전들을 공략하는 식이었겠지.
그러나 나는 검후와 교장을 비롯해 쓸 수 있는 수단을 모조리 활용하여, 사건이 벌어지기도 전에 놈들을 때려잡았다.
과정은 달라도 목표는 달성한 셈이라 시스템도 인정을 해 주는 거고.
[환마를 정면 대결로 무력화했습니다.]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암영대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고갈의 마녀 토벌에 기여했습니다.] [보상이 강화됩니다.] [공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습니다.] [보상이 강화됩니다.]이후에도 보상이 강화되었다는 메시지가 연거푸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속’을 습득합니다.]‘드디어 들어왔네.’
군주 전용 스킬이자 특성.
당규영이 1번 찜했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 스킬이기도 하다.
이건 당사자를 만났을 때 제대로 확인하는 게 낫겠지.
구심점이던 마녀가 소멸하자 남은 언데드들도 빠르게 소탕되었다.
뒷정리는 교직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교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피곤한 기색으로 몸을 이리저리 꺾어 대고 주물러 대는 교장.
“아이고, 아이고 삭신이야. 나이를 먹으니까 몸이 예전 같지 않네.”
“네 나이면 아직 한창때야. 하여간 엄살은.”
나이를 언급한 게 못마땅했는지, 검후가 인상을 쓰며 핀잔을 건넸다.
그럼에도 교장은 셀프 안마를 멈추지 않았다.
“엄살이 아니라 진짜 쑤신단 말입니다. 솔직히 탱킹도 제가 거의 다 했잖아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기에 검후가 입을 다물었다.
대신 곁에 서 있던 교감 선생님이 다가와서 그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으니 오늘만 해 드리겠습니다.”
“아이, 아냐, 아니야. 이제 괜찮아졌어.”
“사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괜찮다니까악—”
감정이 듬뿍 담긴 안마에, 연신 퍽퍽 하는 소리가 났다.
두드리는 게 아니라 거의 펀치 수준.
교장의 말이 뚝뚝 끊겼다.
“아무튼 다들, 고생 많았어요. 이 정도까지, 대승을 거둔 게, 어엏,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시룡의 전력은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
마녀 둘은 소멸했으며 하나는 회복기를 갖는 중이다.
언젠가는 새로운 마녀들이 태어나겠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자원은 가히 천문학적일 터.
혈교 역시 장로급을 다수 잃었으니 손실이 클 거다.
어느 쪽이든 당분간 던전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지.
우리로서는 상당히 시간을 번 셈이다.
교감은 어느새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안마를 빙자한 관절기를 걸고 있었다.
교장이 온몸을 뒤틀며 나에게 물었다.
“네 지분이 꽤 크니까 우리 쪽에서도 보상을 해 줄 생각인데,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봐.”
“일부는 드랍 아이템으로 받았으면 합니다.”
고갈의 마녀가 소멸하면서 떨군 게 꽤 될 거다.
지금쯤 교직원들이 회수 중일 테고.
그러나 교장의 대답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아마 그건 어려울 거다. 보나 마나 대부분 금지 아이템일 텐데, 내 마음대로 빼 올 수는 없지. 빼 와도 어떻게 막 주냐, 학생한테.”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더 생각하고 말씀드릴게요.”
“뭐, 그러든가.”
학사 측에 요구할 보상으로는 권한이 가장 좋다.
아이템이야 어지간히 특수한 게 아니고서야 다른 방법으로도 구할 수 있으니까.
다만 당장은 급하지 않으니 보류하는 게 낫다.
가령 지하층은 몰래 내려가면 그만이고, 당규영의 졸업 후 처우 역시 제법 시간이 남았고.
이어서 교장은 말없이 검후를 응시했다.
“…….”
“왜, 뭐 그렇게 봐?”
“애 고생했는데, 뭐 좀 챙겨 주시죠.”
“고생은 나도 했어!”
“우리야 반쯤은 의무 아닙니까. 얘는 아직 1학년인데도 목숨 걸고 나서 준 거고요.”
검후의 날 선 어조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솔직히, 그 까마귀 마법인가 뭔가 아니었으면 놓쳤을 겁니다.”
“…….”
검후는 반박하지 못했다.
전력 차가 압도적이기는 했어도, 고갈의 마녀를 묶어 두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까악?]이었으니까.
그래도 싫은 건 싫은지, 얼굴을 꾸깃꾸깃 구긴 채 나한테 묻는다.
“뭐. 받고. 싶은데.”
“내기해서 A+ 랭크 아이템 받기로 한 거 있잖습니까.”
“응, 그건 왜?”
“거기 좀 더 얹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합해서 S랭크로 받아 가는 걸로.
검후는 내 말뜻을 깨닫곤 펄쩍 뛰었다
그리고 온갖 다채로운 욕설을 입에 담았다.
“야이 날강도 같은 놈아! 도둑놈! 김호 같은 놈! 김호채주! 김호신투!”
“김호채주라니요,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김호채주가 아니고서야 그런 양심도 없는 요구를 할 수가 있어?”
“당연히 저도 양심이 있죠. 비전 스크롤 갖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거 얹어 드리면 균형이 맞지 않을까요? A+ 랭크 두 갠데.”
“턱도 없어!”
지켜보던 교장이 슬며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가 보기에도 저 정도면 얼추 맞는 거 같습니다.”
“A+ 랭크 두 개가?”
“거기다 이번 일 보상까지 얹으셔야죠. 저도 그 정도는 해 줄 생각입니다.”
나중 일이라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교장.
그게 언젠가 자신의 목을 조르게 될 줄은 모르고……
물론 그건 나중 일이고, 검후는 당장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분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입을 연다.
“S랭크…… 어떤 거.”
“혹시 영약 갖고 계십니까?”
“있……기는……한…….”
“주시면 감사히 쓰겠습니다.”
다른 클래스는 몰라도, S랭크 무인이면 꿍쳐 놓은 영약 한둘쯤은 있을 줄 알았다.
검후는 반쯤 울상이 돼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인벤토리를 뒤졌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한지로 감싼 무언가를 꺼냈다.
청아한 향이 장내를 가득 채운다.
한지를 슬쩍 들추고 내용물을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사람 형상을 한 굵은 산삼이 자리하고 있었다.
[만년인형설삼(S)]잘하면 [코어] A랭크도 노려볼 수 있을 거다.
나는 진심을 한가득 담아 검후에게 허리를 굽혔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데 쓸게요.”
“……고얀 놈. 나쁜 놈. 못된 놈.”
물론 돌아오는 것은 심한 말뿐이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