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결속
준결승 경기가 마무리되고.
아레나를 나선 이들은 초토화된 산책로를 보고 경악에 빠졌다.
그리고 고갈의 마녀와 전투가 벌어졌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또다시 경악에 빠졌다.
산책로는 아레나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닌데, 격전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것은 물론 격전이 벌어졌다는 것조차 까맣게 몰랐으니.
물론 이건 그만큼 안전하다는 말이기도 해서, 학부형들은 오히려 달갑게 여기는 눈치였다.
거기에 모두를 한 번 더 경악하게 만든 것은, 바로 고갈의 마녀가 소멸했다는 소식이었다.
수백 년간 악명을 떨쳐 온 S랭크 마녀.
그런 거물이 상대라면 지켜내고 물리치기만 해도 충분히 선방한 셈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것은 ‘처치했다,’ ‘소멸시켰다’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라, 처음에는 믿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점차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면서 모두가 흥분에 빠졌고, 이제는 던전섬 전역에 축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 펑! 퍼펑!
연신 축포가 터지며 저녁 하늘을 수놓는다.
홍염백이 썼던 것처럼 폭발 마법을 살짝 변형시킨 것들이다.
조금 잠잠해지나 싶으면 또 누군가가 축포를 터뜨리고, 잠잠해지나 싶으면 또 어디선가 축포가 터지는 식으로 릴레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 퍼퍼펑! 펑!
그런 축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당규영은 영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눈을 샐쭉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본다.
“별일 아닌 것처럼 하고 가더니, 별일이 맞았네.”
“그때는 티를 낼 수가 없었어요.”
검후가 전음으로 함구시키기도 했고, 말해 봤자 괜히 주변에 걱정만 끼쳤을 테니까.
당규영이 투정을 부렸다.
“나는 데려가도 됐잖아.”
“가도 할 거 없었을 거예요. 수준들이 워낙 높아서.”
고위 언데드들과 교직원들, 학부형들이 맞붙는 전장이라, 3학년 부장급이 끼기에는 다소 손색이 있었다.
당규영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으나, 그럼에도 섭섭한 듯 연신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도 활약하고 싶다고. 엄청 짱쎈 뀨뀨 덕분에 이겼다! 소리 들어 보고 싶다고.”
“활약할 기회는 앞으로 많을 겁니다. 좀만 더 참으십쇼.”
“……다음엔 꼭 데려가기.”
“알았어요.”
“약속.”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 도장까지 찍은 뒤에야 당규영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리고 나한테 묻는다.
“근데 왜 따로 불렀어?”
“그럼 안 돼요?”
“당연히 되지. 장려상?”
“그건 다 끝난 얘기고.”
나는 뽀뽀하러 다가오는 당규영을 매정하게 밀어냈다.
그리고 삐짐 게이지가 상승하기 전에 덧붙였다.
“새로 스킬을 배워서요.”
“보나 마나 또 사기 스킬이겠네. 어디서 자꾸 가져오는 거야?”
“과거의 저한테 받았습니다.”
“예, 그러시겠지요. 역시 졸업 많이 하신 대선배님이야. 아주 그냥 없는 게 없어.”
“진짠데.”
메인 퀘스트 보상으로 예전의 무력을 돌려받은 거니까, 엄밀히 따지면 과거의 나한테 받은 게 맞다.
당규영은 또 내가 어물쩍 넘긴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무슨 스킬인데?”
“1번 예약했던 거요.”
당규영의 눈썹이 반짝 치켜올라갔다.
“……진짜? [결속]?”
“네, 결속이요.”
“드디어……!”
이내 당규영은 주먹을 그러쥐곤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래, 김호 1일 이용권 정도는 줄 수도 있지. 나는 1번 자리를 받아 가면 되니까.”
“너무 의미 부여하시는 거 아닙니까.”
“중요해. 1번은. 아주.”
당규영이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강조했다.
나는 그러려니 넘기고 설명을 시작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결속]은 한번 쓰면 해제가 안 돼요. 그러니까 효과를 다 듣고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안 들어도 되는데.”
“좀 들어요.”
“알았어, 알았어. 효과 뭐야? 궁금궁그미~”
싱글벙글 웃으며 묻는 당규영.
그냥 써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절차대로 가는 게 낫겠지.
스킬 창을 띄워 올리며 설명을 이어 간다.
▷결속[0/1]
1. (없음)
“결속으로 묶으면 지금 보시는 슬롯에 등록돼요.”
“아직 한 칸밖에 없네?”
“이제 막 익혔으니까요. 당연히 더 늘어날 겁니다.”
추가 슬롯은 [복사]가 그랬듯이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기도 하고, 아이템이나 히든 피스로 늘릴 수도 있다.
당규영이 물었다.
“근데 묶으면 뭐가 좋아?”
“안 그래도 보여 드리려고 했습니다.”
나는 스킬 창을 마저 띄웠다.
▷공유 특성[0/1]
1. (없음)
“이 슬롯에는 결속 인원이 보유한 특성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모두가 공유하고요.”
“뭐야, 완전 사기잖아.”
“나름 군주 전용 스킬이니까요.”
여기다 결속 대상들을 위한 스킬들도 추가로 배울 예정이다.
군주들이 경외시되는 데에는 특성의 강력함은 물론, 이런 전용 스킬들의 영향도 크다.
당규영이 또 물었다.
“그럼 단점은?”
“거듭 말하지만 해제가 안 된다는 거죠. 갑자기 제가 싫어져도 무조건 끝까지 가야 됩니다.”
당규영은 씩 웃었다.
“그럼 단점이 없는 거네. 준비되면 써.”
“좋습니다.”
[‘결속’을 사용합니다.]– 파아앗—
알림 메시지가 출력됨과 동시에, 나와 당규영 사이에 밝은 빛무리가 생겨났다.
그 한가운데에는 선명하게 빛나는 인장이 떠 있었는데, 크기는 손톱만 했으며 세련된 왕관의 형태를 했다.
당규영이 신기한 듯 그걸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이쁘네, 이건 뭐야?”
“쉽게 말하면 의식 같은 거예요. 구성원들한테 인장을 찍어서 연결하는 거죠.”
당규영의 눈매가 샐쭉 가늘어졌다.
“야, 이 중요한 걸 이제 말해?”
“제 생각이 짧았네요. 일단 취소할까요?”
나야 오직 성능만 생각하니 인장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도 그러리란 법은 없겠지.
조금 더 시간을 주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거다.
그러나 당규영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괜찮을 거 같아. 얼굴은 피해 가겠지?”
“무작위기는 한데 어느 정도는 본인의 의사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그럼 됐어.”
나는 잠시 중단했던 의식을 마저 진행했고, 왕관이 한층 더 선명하게 빛났다.
– 파아앗—!
그리고 푸른 실선이 뻗어 나오며 우리 둘을 연결했다.
▷결속[1/1]
1. 당규영
나는 갱신된 스킬창을 공유하면서 말했다.
“소원 성취했네요, 1번.”
“…….”
“인장은 어디 찍히셨습니까. 저는 이쯤 같은데.”
어깨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당규영이 말없이 시선을 보냈다.
평소였다면 보여 달라느니, 잠깐 벗어 보라느니 졸라 댔을 텐데,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하다.
방금 전까지 굉장히 들떴던 텐션도 급격히 뚝 떨어진 느낌이고.
해서 내가 채근했다.
“왜요, 어딘데 그래.”
“……비밀.”
“말은 해 줄 수 있잖아요.”
“……안 해 줄래.”
또 이상한 점이라면, 당규영이 도무지 나와 눈을 마주치려 들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뺨에 살짝 홍조가 도는 것도 같다.
이내 당규영은 평소와는 달리 더듬더듬,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나, 나 잠깐 어디 좀 가 볼게.”
“갑자기요?”
“그냥 그, 뭐냐, 급한 일이 생겼어! 맞아! 동아리!”
그러곤 삐걱거리며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뒤따라 달리며 물었다.
“이 시간에 동아리?”
“따라오지 마라, 어린 군주야!”
당규영은 그림자 도약까지 시전하며 거리를 벌렸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냥 보내 주기로 했다.
절대로 블링크가 없어서 못 잡는 게 아니다.
한참 기다렸다가 메시지를 보내 본다.
[김 호:(확성기 여우 이모티콘)] [김 호:집나간 뀨뀨를 찾습니다!] [김 호:돌아와 내가 잘할게!] [당규영:(빼꼼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경계하는 여우 이모티콘)] [김 호:안 물어볼 테니까 돌아오십쇼] [당규영:어디야] [김 호:아까 거기요]그제야 다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당규영.
어느새 우리 사이에는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당분간 인장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동의가.
“그래도 결속 얘기는 계속 해야죠. 슬롯이 비었잖아요.”
▷공유 특성[0/1]
1. (없음)
당규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응, 내꺼 등록할까?”
“당분간은 제꺼 위주로 할게요.”
원소 저항, 만독불침, 시간 저항 등은 S랭크에 범용성까지 뛰어나니, 당규영이 보유한 특성보다 우선해서 등록하는 게 맞다.
한동안은 내가 일방적으로 나눠 주는 모양새가 되겠지만, 결속 인원들의 스펙이 일정 기준치를 넘어갈 때부터는 나도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다.
당규영이 물었다.
“어떤 거부터 하게?”
“원소 저항 어떨까요. 그럼 송천기 선배도 그냥 이길 거 같은데.”
현재 당규영의 실력은 3학년 선도부원과 엇비슷해진 상태.
여기다 원소 저항까지 더해지면 마탑회 소속을 상대로는 사실상 필승이다.
그러나 당규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나중에 할래.”
“왜죠?”
“그걸로 이기면 뭔가 후련하지가 않을 거 같아.”
아마 성취감도 떨어질 테고.
본인 실력으로 이기는 게 아니라 내가 대신 이겨 주는 느낌이 들 테니 말이다.
“어차피 거의 따라잡았잖아. 좀 더 해 볼게.”
“알았어요. 2순위로는 왜곡 생각하고 있는데요.”
[만독불침]이나 [시간 저항]도 좋지만 매우 특수한 적을 상대로만 유효하다. [레트로커버리]는 효과 자체는 [왜곡]과 비슷해도, 쿨타임이 3일과 1일로 제법 차이가 크고.“좋아, 그걸로 하자.”
이번에는 당규영도 거절하지 않았다.
내 덕을 보는 건 맞지만, 송천기나 오세훈 등과 실력을 겨루는 데에 아주 큰 영향은 없을 테니까.
[‘왜곡’을 슬롯에 등록합니다.]▷공유 특성[1/1]
1. 왜곡
“지금 막 떠오른 건데, 공유 특성에 등록한 건 못 바꿔?”
“바꿀 순 있는데 쿨타임이 꽤 길죠. 어지간하면 안 하는 게 나아요.”
“그렇구만.”
이걸로 결속에 관한 일은 일단락된 셈.
이내 당규영은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댔다.
“…….”
“손 뭐죠?”
“인장 궁금해서. 어깨 좀 보여 줘 봐.”
“누나꺼도 보여 주면요.”
“나는 안 돼.”
“그럼 저도 안 됩니다.”
“아! 좀만!”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서 도망쳤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