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6
46화 3주 차 대인전 (1)
용살학원에 입학한 신입생은 다들 어디서 천재나 신동 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입학하고 2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대인전 배치 고사로 300점씩 급을 나누고, 그렇게 나뉜 점수대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공략전 역시 자기 딴에는 최선의 결과를 냈다 생각했는데, 랭킹을 보면 위에 덮개들이 잔뜩 포진했다.
덧붙여 2주 차 공략전의 [강적].
나와 서예인처럼 참수자를 맞상대해서 쓰러뜨리는 경우는 소수고, 대부분은 도망치기 바쁘다.
항상 우습게 여기던 고블린 따위에게 쫓겨 보는 경험은 난생처음일 것이다.
두렵기도 두렵지만 기분이 몹시 더럽다.
이것 또한 용살학원이 의도한 바다.
‘꼬우면 강해져라, 이 말이지.’
이렇게 자극된 학생들은 열심히 트레이닝 센터를 들락거리거나, 장비나 스킬을 새로 맞추거나, 동아리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나름의 성장을 도모한다.
그러나 뚜렷한 길잡이 없이 나아가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존재하게 마련.
이 문제를 교사진이 모두 해결할 수 있는가?
개개인이 A급에 달하는 실력자인 것은 사실이나, 그들의 클래스는 정해져 있다.
무인이 마법사를 가르치거나, 활잡이가 근접전을 코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사람당 수십씩 맡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큰 문제다.
그래서 용살학원에는 멘토링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3학년 상위권 학생들이나 졸업생 등을 초빙해 일종의 맞춤 강의를 하는 것.
물론 이 경우에도 일대일은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적어도 일 대 수십까지는 안 가겠지.
이수독이 [멘토링 신청서]를 가리키며 계속 설명했다.
“멘토링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일 것이다. 신청은 개인 선택에 맡긴다. 희망하는 사람만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소속된 문파나 가문 등에서 외인에게 가르침을 받는 걸 허용하지 않거나,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해서 멘토링을 강요하지는 않고, 이번 1차 멘토링의 참여율도 썩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씩 깨닫게 되겠지.
받는 사람과 안 받는 사람 사이에 점점 간극이 벌어지는 것을.
‘이건 안 하면 손해지.’
일부 스킬이나 특성은 멘토링을 통해 보다 쉽게 습득하거나 수련할 수 있다.
아직 스킬의 숫자가 많이 부족한 나로서는 하나라도 얻으면 이득이다.
‘퀘스트도 깨야 되고.’
게다가 배울 게 없더라도 멘토링 관련 퀘스트는 놓쳐선 안 된다.
보상이 기존 대인전, 공략전 퀘스트 보상만큼 쏠쏠한 편이니까.
여러모로 대세를 따라가는 편이 이롭다.
“신청은 이번 주 내로 마감이다. 고민이 된다면 이번 주 대인전을 치러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마침 규칙도 적절하군.”
이수독이 자연스럽게 금주의 대인전을 소개했다.
MAP:[무작위]
RULE:[데스매치][2vs2][10분 제한]
다른 것은 전부 똑같은 가운데 새로 추가된 규칙 하나.
2 대 2.
“협동이 중요한 것은 지난주와 같다. 단, 이번 주는 목표가 다르다.”
공략전에서는 ‘토템의 파괴’가 목표였기에 참수자를 상대로 싸운 사람도, 안 싸운 사람도 있다.
반면 이번에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 목표라 무조건 합을 맞춰 싸워야 한다.
그리고 상대는 자신들과 엇비슷한 실력의 학생 두 명.
“2 대 2 전투를 하다 보면 1대1로 싸울 때 드러나지 않던 단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멘토링의 순기능이지. 한 주간 잘 고민해 보도록.”
학생들 대부분은 이수독의 말대로, 일단 이번 주 대인전에 발이라도 담가 보고 결정하자는 눈치였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일부는 이미 거침없이 신청서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눈앞의 A4용지에 떠오른 질문은 달랑 한 문장.
그 아래에 답변을 적어 넣으면 글자들이 저절로 사라지며 다음 질문이 떠오르는 방식이다.
질문 역시 내 이전 답변에 따라 맞춤형으로 변한다.
Q:클래스 대분류를 적어 주세요.
(예시:워리어, 레인저, 로그, 캐스터 등)
A:캐스터.
Q:캐스터로서 당신의 성향은?
(예시:공격, 방어, 보조, 모두, 미정)
A:모두.
Q:파티에서 당신의 포지션은?
(예시:전위, 중위, 후위)
A:올라운더.
Q:보유한 스킬과 특성 중에서 유틸리티 계열의 비율은?
A:매우 높음.
Q:전투에서 당신의 최우선 목표는?
A:상대방을 열 받게 만드는 것.
…….
대강 이런 식으로, 심리 테스트와 비슷한 감이 있었다.
학생의 성향을 세세하게 진단하고, 가장 알맞은 멘토를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순식간에 신청서 작성을 마친 후 수업이 끝나는 즉시 제출했다.
“…….”
이수독은 뜻 모를 눈으로 잠시 나를 응시했다.
항상 나한테 무슨 용건이라도 있는 것처럼 구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 말고도 신청서를 내미는 학생이 많았기에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자리로 돌아오는 나에게 고현우가 물었다.
“김 형, 벌써 멘토링이라는 것을 신청한 거요?”
“결정은 빠를수록 좋지. 너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소. 조금 더 알아보고 고민해 봐야 할 듯하오.”
“내가 고민을 덜어 주지. 그냥 신청해.”
단숨에 결론을 내리자 고현우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김 형이 호언장담할 정도란 말이오?”
“그래, 절대 손해는 안 볼걸.”
“설명해 주시겠소?”
“신청하면 멘토로 3학년 상위권이나 졸업생이 붙을 텐데, 네 입장에서는 선배 고수인 셈이야. 그런 사람한테 배울 기회가 또 언제 오겠냐.”
“……!”
본래 무인이란 족속들은 타인에게 폐쇄적인 경향이 짙어서 자신의 무공을 함부로 공유하지 않는데, 멘토링을 핑계 삼으면 그 벽을 슬쩍 허물 수 있다.
무학에 관련해 대화를 나누거나 친선대련만 해도 얻어 가는 게 적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반드시 해야겠구려. 조언 감사하오.”
고개를 끄덕인 후 막힘없이 신청서를 작성하는 고현우였다.
워리어, 무인, 환검…….
“…….”
한편 서예인은 책상에 엎어진 채, 슬쩍 얼굴만 돌려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벌써 얼굴에 귀찮음이 가득한 터라, 묻기도 전에 벌써 대답을 들은 느낌이다.
“안 하게?”
“응.”
“왜?”
“귀찮아, 졸려…….”
‘그래, 그럴 것 같더라.’
서예인은 아직 익힐 스킬과 특성이 한참 남았기에 멘토링의 중요성이 더 높다.
그러나 나는 굳이 열변을 토하지는 않았다.
서예인이 저렇게 만사에 의욕이 없어 보이기는 해도 은근히 승부욕이 강한 스타일이다.
이번 주 대인전을 하다 보면 어련히 스스로 깨닫지 않을까 싶다.
아니라면 그때 가서 설득을 해 보는 걸로.
“헌데 김 형,”
고현우가 열심히 신청서를 써 내려가며 물었다.
“금주 대인전은 누구와 함께할 생각이오? 아직 결정을 안 했다면…….”
“이번에 같이 해 보자. [코어]는?”
이번 주까지 C랭크 [코어]를 달성하라는 숙제를 내줬었다.
그래야 만에 하나 마력 싸움이 될 때 허무하게 밀리지 않을 테니까.
고현우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부끄럽게도 아직이라오.”
“가능하면 완성한 뒤에 하고 싶은데, 얼마나 더 걸려?”
“수요일. 아니, 내일 중으로 반드시 완성하겠소.”
“그래, 하루쯤은 기다릴 수 있지.”
하루 정도는 [윈드포스]를 수련하면서 때우면 된다.
나도 조금만 더 하면 C급이 될 듯도 하고.
그런데, 책상에 볼을 부비던 서예인이 갑자기 물었다.
“나랑도 하면 안 돼?”
다만 먼저 얘기를 꺼낸 건 고현우 쪽이라, 고현우의 의향을 눈빛으로 묻는다.
고현우는 고현우대로 나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금주 대인전을 최소 4차례 치러야 한다 했소?”
“어. 4회 맞아.”
1주 차 대인전보다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경기가 하나 늘었다.
멘토링 신청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반-강제적인 도움을 주려는 용살학원 측의 배려였다.
듀오 게임이니 넷 중에 하나 정도는 말아먹지 않을까?
그러면 없던 향상심이 샘솟을지도 모르고?
마침 멘토링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존재하고?
아무튼,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경기는 총 4회다.
고현우가 제안했다.
“하면 서 소저와 본인이 각각 2회씩 김 형과 짝을 이루는 건 어떻소?”
“좋아.”
“김 형의 생각은 어떻소?”
서로 합의를 본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봤자 내가 싫다고 하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손해 볼 구석이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대신 조건을 하나 추가한다.
“나랑 두 경기씩 하는 건 상관없는데, 나머지는 다른 상대랑 해 봐.”
두 경기 정도는 익숙하지 않은 학생과 팀을 이뤄 봐야 그 방면의 경험도 조금은 쌓인다.
서예인과 고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져서 다행이오. 그럼 모두 내일 봅시다.”
고현우는 신청서를 제출하러 교무실로 떠났다.
그런 다음에는 내일까지 특수연공실에서 [코어]만 주구장창 연공할 듯하다.
서예인에게 물었다.
“우리도 바로 갈까?”
“응.”
* * *
1주 차 첫날에는 아레나에 거의 파리가 날리다시피 했으나, 오늘은 제법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2 대 2 대인전이라 변수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실력은 몰라도, 두 명을 합한 실력은 싸워 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파악할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어차피 네 경기나 치를 거, 이기든 지든 한번 들이받아 보고 그다음에 전략을 수정하자는 심산이다.
서예인과 번갈아서 학생증을 스캔하자, 단말기가 적절한 상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서예인 691점] [김 호 386점]2인 이상의 다인 경기는 참가자들의 평균점을 기준으로 매칭을 잡는다.
서예인과 내 점수의 평균이 539점쯤이니, 상대 역시 그에 근접한 두 명으로 잡힐 것이다.
잠시 후, 알림창에 이름과 점수가 출력되었다.
기억에 남은 이름이었기에 실소를 흘렸다.
‘쟤를 여기서 또 보네.’
사람 인연이란 게 참 얄궂구나 싶다.
순간이동 마법진을 타고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시야가 변하며 거센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바람이 불어 대는 초원.
“……!”
멀찍이 떨어진 맞은편에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학생, 그리고 갑옷을 입은 남학생 한 쌍이 우리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데, 여학생의 눈빛이 특히 강렬했다.
[김 호 386점 서예인 691점]vs
[백준석 388점 홍연화 690점]4대 세력 중 의 유망주.
루비 마탑 소속의 화염술사.
……그리고 대인전 배치 고사에서 나에게 굴욕적인 1패를 했던.
홍연화였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