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10주 차 1.5배 (2)
던전동 지하층은 수많은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드랍률 1.5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첫날부터 모두가 공략에 들어가는 까닭이다.
승강기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고, 기다리기 싫은 이들은 원형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물론 우리는 후자.
조금 걷더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고현우-홍연화 팀과 보조를 맞출 필요도 있고.
해서 우리는 부지런히 원형 계단을 밟았고, 금세 E층에 들어설 수 있었다.
눈앞에는 순간이동 포탈이 자리하고 있다.
[No.676][악어 늪지대]“후딱 해치워 버립시다.”
“해치운다.”
던전에 들어서자 습습한 공기가 얼굴에 달라붙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무들이 우거져서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고, 곳곳에 크고 작은 늪 웅덩이들이 눈에 띈다.
어딘지 모르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풍경이라, 나는 씩 웃으며 서예인에게 말했다.
“우리 공략전 처음 했을 때 생각나지 않냐?”
“타임 어택.”
“기억하네.”
2주 차 공략전 주제는 고블린 늪지대 타임 어택.
늪지 고블린들과 참수자의 견제를 뚫고 최대한 빨리 토템을 파괴하는 게 목표였다.
“여기서도 비슷하게 가 보자. 타임 어택까진 안 해도 되는데, 빨리 끝내고 나가면 좋잖아.”
“확인.”
서예인이 마력총을 장전하며 턱을 까딱였다.
이내 나는 앞장서서 나아가기 시작했고, 점차 속도를 높여 갔다.
그러다가 제법 큼지막한 늪 웅덩이를 지나칠 때였다.
잠잠하던 수면에 파문이 일어나나 싶더니,
– 촤아악—!
사람보다 큰 악어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튀어나왔다.
그러나 이런 허접한 기습을 우리가 눈치 못 챌 리 없었고, 놈은 사람 고기 대신 압축된 공기와 마력탄을 배불리 먹게 되었다.
– 투두두두!
뒤이어 늪지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악어들.
순식간에 사방이 놈들로 가득해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전진했다.
– 콰아아아—!
파괴돌풍이 막 앞길을 가로막은 악어 두 마리를 휩쓸었다.
나는 빈사 상태가 된 놈들을 옆으로 뻥 걷어찬 뒤 계속 달렸고, 서예인이 확인 사살을 하며 따라왔다.
– 투두두두!
그러던 와중, 나는 어깨너머에 대고 말했다.
“아까 먹보 상자 퀘스트 설명할 때 얘기 안 했는데, 우리 랜덤박스 하나 안 쓴 거 있잖아.”
“나중에 상자.”
[제4 연구소 랜덤박스(A)]당규영의 움브라맨서(뀨림자 군주) 전직 퀘스트 당시, 연구소장을 처치하면서 두 개가 드랍됐었다.
그중 하나에서는 [스킬북의 요정 소환서]가 나왔고, 하나는 복덩이님의 변덕으로 남겨 둔 상태.
“확 먹여 버릴까요?”
“안 돼요.”
“한 방에 2,500 먹보 포인트인데?”
– 도리도리,
“무시하고 쓰면 어떻게 되지요?”
“아주 많은 후회.”
“그렇군요. 아주 많은 후회는 피해야지.”
사실 나도 A랭크 랜덤박스를 낭비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아직 제대로 이벤트 퀘스트를 시작하지도 않았으니 더욱.
단순히 떠오른 김에 언급했을 뿐이다.
“나중에 열어 주는 거 맞지요?”
“나중에요.”
“그게 언제죠? 올해 안인가요?”
“몰라요.”
“하도 안 열어서 먼지가 쌓이는 것 같은데요, 이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숙성 중.”
“와인이야?”
– 투두두두두!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잡담을 나누면서도 꾸준히 나아갔다.
우리가 지나간 곳에는 파괴의 흔적과 널브러진 악어들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앞길에 유난히 큰 늪 웅덩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접근하자마자 거대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온다.
– 쏴아아아—
집채만 한 거대 악어.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다.
그러나 서예인은 위기감이 요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기색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놈이 아가리를 쩍 벌리는 순간,
– 통,
마력총에서 두꺼운 유탄이 발사되었다.
유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로지르더니, 아가리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다음 순간 놈의 뱃속에서 폭발이 일었다.
– 콰아아앙—!
대장 악어가 등장과 동시에 최후를 맞이하고.
던전이 클리어되며 순간이동 포탈이 열렸다.
그 앞에는 랜덤박스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악어 늪지대 랜덤박스(E)]*3원체 짧은 던전이라 기본 보상도 랜덤박스 두 개인데, 하나가 더 나온 걸 보면 드랍 1.5배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나 보다.
나는 상자들을 냉큼 챙긴 뒤, 출구로 걸음을 옮겼다.
“나갑시다.”
“확인.”
밖으로 나가자마자 고현우와 홍연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아직 공략 중인지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당규영이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당규영:(캥캥!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안녕 김호야?] [당규영:오늘 날씨가 참 좋구나!] [당규영:던전 들어가면 딱일 거 같아!] [김 호:미안합니다] [김 호:정원 다 찼어요] [당규영:(정색하는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누구누구?] [김 호:고서홍이요]그때, 서예인이 내 팔을 붙잡고 슬슬 잡아당겼다.
그러곤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누구?”
“당뀨 누나지.”
“할 말 있어.”
“웬일이냐 네가. 뭐라고 하게?”
“예약 성공.”
동시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는 서예인.
“혹시 V도 포함인가요?”
“매우 중요.”
“알았어.”
[김 호:누나] [김 호:서예인이 전해 달라는데요] [당규영:??걔가?] [당규영:뭐래?] [김 호:예약 성공] [김 호:(승리의 고양이 이모티콘)] [당규영:캭!!] [당규영:(불 뿜는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파괴하는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안 되겠다] [당규영:너 어디야] [김 호:허허 진정하시지요] [김 호:오셔도 소용 없습니다] [김 호:정원이 다 찼단 말입니다] [당규영:고현우 빼자] [김 호:안 되죠] [김 호:그리고 누나한텐 일부러 얘기 안 한 거예요] [당규영:(충격받은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외???] [당규영:ㅇㅗㅔ??] [당규영:나 배신감 느껴] [김 호:1.5배잖아요] [김 호:우리랑 놀면 손해도 1.5배거든요]이제 당규영은 고위 던전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그 실력으로 굳이 하위 던전을 공략한다면 그만큼 시간 대비 보상을 손해 보는 셈.
이번 주는 드랍률이 1.5배라 손해가 더 크고.
[당규영:난 괜찮은데?] [김 호:제가 안 괜찮습니다] [김 호:(엄격한 여우 이모티콘)] [김 호:이번 주는 쑈쑈누나랑 놀아요] [당규영:나 삐지기로 했어] [당규영:당분간 연락하지 마] [당규영:(등 돌린 여우 이모티콘)] [김 호:당분간이 얼마나죠?] [당규영:다 끝내고 나올 때까지]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김 호:그럼 바로 하란 소리 아니에요?] [당규영:그래 요녀석아!] [당규영:안 하기만 해] [당규영:(방망이 여우 이모티콘)]“김 형.”
고개를 돌려 보니, 언제 왔는지 고현우와 홍연화가 서 있었다.
“끝났구만. 할 만했지?”
“하하, 몸풀기로는 제격이었소. 그리고 이것도 필요하겠다 싶어서 가져왔다오.”
[얼음 사막 랜덤박스(E)]*3역시 이쪽도 짧은 던전임에도 하나가 더 드랍됐다.
나는 그것들을 받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쓸게. E랭크는 하나당 100포인트니까, 일단 600은 확보했네. 말 나온 김에 먹여 보자.”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연도 할 겸.
나는 먹보 상자를 열고, E랭크 랜덤박스를 넣은 뒤 덮개를 닫았다.
그러자 안에서 우물거리는 듯한 움직임이 나더니 점수판에 붙은 숫자가 올라갔다.
▷먹보 포인트:100
그 모습을 일행들이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아~”
“이런 식이군. 이해했소.”
이어서 나는 랜덤박스 네 개를 더 넣어 먹보 포인트 500을 맞췄다.
그다음 일행을 찬찬히 둘러보며 물었다.
“바로 내려갈까? 시간 더 필요하면 말하고.”
“본인은 준비가 되었다오.”
“나, 나도…….”
고현우와 홍연화가 한마디씩 답하고, 서예인도 작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해서 나도 고개를 주억거리곤 앞장서서 원형 계단을 밟았다.
“좋아. 바로 갑시다.”
현재 권한은 E층까지고, 그 아래로는 몰래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미리 의뢰를 해 둔 상태.
E층 최하단까지 내려가니, 기다리던 신병철이 과장되게 허리를 굽신거렸다.
“아이고, 오셨습니까들.”
“‘물건’은 준비되었나?”
“흐흐, 오늘은 특별히 상등품으로 준비했지.”
음흉한 미소를 흘리는 신병철.
이내 꽉 쥔 주먹을 내 쪽으로 천천히 뻗는다.
내가 그 아래에 손을 갖다 대자, 주먹에서 힘이 풀리며 ‘물건들’이 떨어졌다.
그것들은 바로 아무개 뱃지 4개.
일종의 인식 방해 아이템으로, 착용자의 외형을 평범하게 만들어 준다.
신병철이 넌지시 물었다.
“길잡이 진짜 필요 없어?”
“오늘은 우리끼리 가려고.”
지금도 수많은 학생이 원형 계단을 오르내리는 중이다.
아무개 뱃지를 끼고 그 사이에 섞여 들면 어렵지 않게 C층까지 내려갈 수 있을 터.
오히려 늦은 밤에 내려가는 것보다 들킬 위험성이 적다.
신병철도 그점을 모를 리 없었으나, 그래도 일자리가 줄어든 게 아쉬운 기색이었다.
“쩝,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이거 받으시고.”
나는 아무개 뱃지를 빌리는 값으로, 하나 남겨 뒀던 E랭크 랜덤박스를 건넸다.
그러자 신병철이 비굴하게 손을 싹싹 비볐다.
“저 형님, 한 개만 더 주시면? 안 될깝숑?”
“신병철 씨, 당신이 여태까지 받아먹은 걸 생각해 보세요.”
“……크흠.”
할 말이 궁색한지 헛기침을 하는 신병철.
이내 표정이 절박하게 변한다.
“야야, 좀만 봐 주라, 나 완전 개털 됐다고.”
“너 부자 아니었니?”
“대회에서 다 까먹었지. 아니! 남궁 선배한테 올인했는데 그걸!”
그러고 보면 대회 1순위 우승 후보는 남궁창천이었다.
송천기한테 종이 한 장 차이로 지고 말았지만.
전후 사정은 파악이 되었지만, 새삼 동정심이 들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도박으로 다 날렸다는 소리잖아.”
“크흐흠!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하시면…….”
“그래 놓고 우리한테 보너스를 달라?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보네요.”
“음, 솔직히 그건 맞지. 반성합니다.”
고현우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일전에 들었던 사업 계획을 기억하고 있소. 신 형의 수완이라면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 보오.”
“알아주는구나! 역시 내 친구야.”
“허나 내기는 적당히 즐길 정도로만 하는 게 좋겠소.”
“크흐흠……. 알았수다.”
재차 결의를 다지는 신병철.
그가 추후 동네 한구석에 조그마한 찻집을 차릴지, 수십 개의 커피숍 프랜차이즈를 지닌 대 오너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었다.
이내 우리는 각자 아무개 뱃지를 착용한 뒤 D층에 들어섰다.
이때부터는 오가는 학생들이 전부 선배들이었으나, 아무도 이쪽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워낙 사람이 많은 데다 자기 공략에 신경 쓰기에도 바쁜 탓이다.
덕분에 우리는 유유히 C층까지 내려왔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 할 것 없이 순간이동 포탈을 응시했다.
[No.242] [투사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