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74
474화 11~12주 차 중간고사 (1)
곧 이수독 옆에 큼지막한 화면이 떠오르며 도시의 전경을 비췄다.
중세 판타지적이면서도 조금씩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도시.
대장간을 비롯해 각종 공방들이 유난히 자주 눈에 띈다.
“크래프트 헤이븐을 구현한 인공 던전이다.”
도시는 물론 그 안의 주민들, 침공해 오는 몬스터들, 그리고 야장룡까지, 모든 것을 완벽에 가깝게 가져왔단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너희는 당사자가 되어, 도시가 붕괴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겪게 될 것이다.”
– …….
– …….
교실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도 참담했는데, 그걸 직접 겪게 된다니.
그러나 이수독의 설명은 이제 시작이었다.
“야장룡까지 구현했다는 부분에서 눈치챈 놈들도 있겠지. 진정한 의미의 승리는 불가능하다.”
인공 던전이라는 점은 1학기 기말고사에 들어갔던 [아이언 메이든]과 같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랭크 보정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단다.
즉, 승리하려면 몰려드는 C~A랭크 몬스터 군단들을 막아 내고, 끝내는 S랭크 드래곤까지 처치해야 한다는 뜻.
2, 3학년조차 답이 안 나올 텐데 1학년은 오죽할까.
“애초에 승리는 기대하지 않는다. 채점 기준은 ‘생존’이다.”
모든 참가자는 사망하는 즉시 던전 밖으로 이탈하게 되며, 생존 기간에 비례해서 점수가 매겨진다.
크래프트 헤이븐이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붕괴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최장기간은 6, 7일쯤일 거다.
“당연한 말이지만 날이 갈수록 몬스터의 수준도 올라갈 것이다.”
정확히는 야장룡이 더 강한 몬스터를 투입하는 것이다.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는 것처럼.
실력이 부족하면 오래 살아남는 것조차도 어려울 터.
1학년 수준에서는 6, 7일은커녕 3, 4일 버티면 다행 아닐까.
이수독은 찬찬히 교실을 둘러보곤, 선심 쓰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이쯤에서 희소식도 하나 들려주는 게 맞겠지. 인공 던전인 만큼 추가된 장치도 있다.”
이내 화면에 반짝이는 카드 한 장과 세부 설명이 떠올랐다.
[야영지(1인)]▷1인 규모의 공간을 생성합니다.
▷지속 시간:6시간
▷야영지는 탐지되지 않습니다.
“중간고사 전용 아이템이다. 잘 활용하면 생존이 조금 더 쉬워지겠지.”
– ……!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으니 잘 찾아보도록. 또한 몬스터가 드랍하기도 한다. 당연히 강한 놈일수록 드랍률이 높고. 다만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화면이 바뀌면서 우글거리는 몬스터 군단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 사이사이에는 이질적인 개체들이 끼어 있었는데, 인간과 드래곤을 반씩 뒤섞은 듯했으며 온몸이 비늘이나 발톱 따위로 뒤덮여 있었다.
“용체병(龍體兵)이란 놈들이다.”
야장룡은 기나긴 수명을 온갖 제작 계열 스킬을 연마하는 데에 쏟은 만큼, 본신의 무력은 다른 S랭크들과 비교해서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놈은 그 공백을 메꿔 줄 강력한 사병의 필요성을 느꼈고, 연구 끝에 한 가지 스킬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용체주조(龍體鑄造)].
자신의 육체를 활용하여 몬스터를 제작하는 스킬이다.
비늘을 쓰면 용린병(龍鱗兵), 치아를 쓰면 용아병(龍牙兵), 손발톱을 쓰면 용조병(龍爪兵), 용골, 용익…….
핵심적인 부위를 활용할수록 강한 몬스터가 탄생한다.
예를 들면 부패의 마녀는 용혈병에 속하고.
이수독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놈들의 수준은 주변 몬스터들보다 최소 한 단계 이상 높다. 섣불리 덤비거나 이목을 끌었다간 거기서 중간고사를 마치게 될 것이다.”
– ……!
학생들이 쟤네는 피해 다녀야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내 시야에는 알림 메시지가 연이어 출력되고 있었다.
[서브 퀘스트:11~12주 차 중간고사](진행 중….)▷목표:생존
▷보상:생존 일수에 따라 차등 지급
[‘핸디캡 스크롤’을 사용하겠습니까?] [수락/거절]‘이건 무조건 받아야지.’
중간고사, 기말고사 서브 퀘스트는 한 해에 겨우 네 번 발생하며, 목표가 큰 만큼 보상도 크다.
그 보상을 추가할 수 있다면 핸디캡이 뭐가 됐든 감수할 가치는 충분하다.
해서 마음속으로 ‘수락’이라고 말하자, 인벤토리에서 스크롤 한 장이 사라지며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서브 퀘스트:11~12주 차 중간고사](진행 중….)▷적에게 발각되기 쉬워집니다.
▷목표:생존 및 용체병 처치
▷비고:달성도가 기준치에 미달할 시 보상이 감소합니다.
▷보상:달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핸디캡부터 가관이구만.’
이 던전에서 가장 유효한 생존 전략은 숨어다니는 건데,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됐으니.
심지어 남들은 피해 다니는 용체병을 나는 굳이 잡으러 다녀야 한다.
‘달성도 기준치’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한두 마리론 턱도 없을 테고.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
보상을 깎아 먹지 않으려면, 더 나아가서 추가 보상을 얻으려면 말이다.
이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이수독의 설명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중간고사의 모든 내용은 비공개로 처리된다.”
리플레이로 저장되지도 않으며, 외부에서 들여다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너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들키지만 않으면 후환이 없다는 말이지. 협력하든, 개별 행동을 하든. 혹은…….”
이수독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걸렸다.
“……다른 참가자를 쓰러뜨려서 아이템을 빼앗든, 인류를 배신하고 드래곤 쪽에 붙든. 아이템들 중에는 정체를 숨기는 데에 유용한 것들도 존재하니 잘 찾아보도록.”
여태까지 언급된 규칙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크래프트 헤이븐에서 일어났던 일이 재현됨.
2. 생존 일수가 길수록 고득점.
3. 여러 방식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4. 무슨 짓을 하든 자유.
5. 비공개.
여기에 나는 ‘6. 용체병 처치’까지 추가해야 할 테고.
“시작은 내일 오전이다. 늦지 않고 던전동으로 모이도록.”
* * *
수업을 마친 이수독이 교실을 나서고.
고현우와 서예인은 늘상 그렇듯 자연스럽게 내 양옆에 자리를 잡았다.
아마 조금 있으면 홍연화도 넘어오겠지.
그런데 웬일로 송천혜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대화 주제는 불 보듯 뻔했다.
“저…… 중간고사 얘기 좀 하려고요.”
“응, 왜?”
송천혜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크래프트 헤이븐이 원래는 2, 3학년에 들어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특수한 상황이라 앞당겨 왔다고요.”
“그런 거 같더라.”
“난이도가 높은 만큼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학년 전체가요.”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지.”
내가 가볍게 턱을 까딱이자, 송천혜가 조금 환해진 얼굴로 계속 말했다.
“뜻이 맞는 분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벌써 유망주들도 여럿 참가 의사를 밝혔고요. 괜찮으면 그쪽도…… 와 줬으면 좋겠어요.”
하기야 나는 물론이고 파티원들 전력도 상당하니까.
가령 고현우와 서예인은 대회 전에는 0.8, 0.9 유망주급이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동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홍연화는 대놓고 유망주고.
거기다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도 함께 난관을 헤쳐나갔으니, 이번에도 그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다. 우리는 따로 움직이려고.”
“뭉쳐야 더 오래 버틸 수 있어요.”
“나는 한계가 있다고 봐. 이건 견해의 차이겠지.”
“……알겠습니다.”
송천혜는 더 강요하지 않고, 다소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나는 거기다 대고 조언을 건넸다.
“무슨 작전을 짜든, 초반에는 합류보다 아이템 확보에 집중하는 게 나을 거다.”
송천혜는 왜냐고 물으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스스로 대답을 얻곤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
‘몸집이 클수록 자원도 많이 필요하니까.’
수십 명이 생존하려면 당연히 아이템 카드도 수십 장은 필요하다.
대부분은 소모품이니, 며칠씩 버티려면 수십이 아니라 수백이 있어야 할 테고.
‘그리고 아이템은 갈수록 얻기 힘들어지거든.’
도시는 점점 파괴되어 가고, 몬스터의 수준은 그에 반비례해서 점점 올라갈 테니까.
도저히 못 잡는 수준이 되거나 잡아도 피해가 큰 순간이 분명히 찾아온다.
그리고 그때는 있는 아이템으로 버티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초반부터 합류하는 것보다는, 넓게 퍼져서 수색하고 나중에 합류하는 게 아이템 수급 측면에서 나은 선택이다.
송천혜가 말했다.
“참고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오래오래 살아남아라. 그래야 우리도 이득이야.”
“네, 그러려고요.”
여기저기서 소란을 피워 줘야 몬스터들의 이목도 분산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도시가 파괴되면 아이템 상당수도 증발해 버릴 터라, 초반부 정보는 그냥 푸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혹시 생각 바뀌시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생각 바뀌면.”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발각되기 쉽다는 핸디캡이 걸려 있으니, 송천혜 원정대에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민폐를 끼칠 터.
그리고 결정적으로, 뭉쳐서 버티기만 해서는 추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니까.
송천혜가 떠나고, 곧 홍연화가 자리에 나타났다.
파티원들이 전부 모였기에 나는 퀘스트 내용부터 언급했다.
“—핸디캡 스크롤을 썼거든. 여러모로 까다로워질 거니까, 혹시 다른 파티랑 움직이고 싶으면 그래도 돼.”
사실상 홍연화에게 던지는 제안이었다.
나머지 둘은 몰라도 유망주는 성적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그러나 홍연화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
“다시 말하지만 위험한 짓만 골라서 할 거다. 1, 2일 차에 어이없게 끝나면 점수도 얼마 못 받을걸.”
“점수는……. 좀 떨어져도 돼.”
“그러냐.”
본인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니 나는 존중하기로 했다.
고현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용체병이라, 처음 들었을 때부터 호기심이 동했소. 겨뤄 볼 수 있다니 오히려 달가운 일이지.”
서예인 역시 평소보다 더욱 적극적이었다.
“추가 슬롯 나와.”
해석하면 퀘스트 달성도가 높아야 [결속] 슬롯이 추가될 테니,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는 뜻.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우리도 작전을 세워 보자고. 송천혜한테도 말했지만, 초반에는 아이템 수급에 집중할 거다.”
나는 일행이 보는 가운데 크래프트 헤이븐의 지도를 펼쳤다.
먼저 선을 그어 네 구역으로 나눈다.
“아마 각자 스타팅 포인트가 다를 텐데, 위치부터 파악하고 그 구역 위주로 파밍해.”
그러면서 지도에 구불구불하게 선을 긋는다.
구역별로 파밍 경로를 표시하는 것이다.
“A 구역에 떨어지면 이 방향으로 움직이면 돼. B에 떨어지면 이렇게.”
어디 떨어질지는 모르니, 지금으로서는 넷 다 외우는 수밖에 없겠지.
이어서 나는 도시 서쪽 끝을 짚었다.
“어느 정도 아이템을 확보한 다음에는 여기서 합류하자.”
“배리어와 꽤 가까울 듯하오.”
“거의 코앞이지.”
나는 씩 웃으며 답했다.
“거기 볼일이 있거든.”